CosmosNews

Glossary

용어집

우주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를 처음 접하는 독자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합니다.

총 45개 용어

중급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각분해능

Angular Resolution

하늘에서 아주 가까이 붙어 있는 두 점을 서로 다른 두 개로 구분해 낼 수 있는 능력.

밤에 멀리서 다가오는 자동차를 보면 처음에는 불빛이 하나로 보이다가, 가까워지면 어느 순간 헤드라이트 두 개로 갈라져 보입니다. 눈이 두 불빛을 '따로'라고 알아보기 시작하는 그 지점이 바로 눈의 한계입니다. 망원경에도 똑같은 한계가 있고, 이것을 각분해능(Angular Resolution)이라고 부릅니다. 값이 작을수록 더 잘 구분한다는 뜻이라, 다른 성능 지표와 달리 작은 숫자가 좋은 숫자입니다.

한계가 생기는 이유는 빛이 파동이기 때문입니다. 빛이 망원경 입구를 통과할 때 가장자리에서 휘어져 퍼지는 회절(diffraction) 현상이 일어나, 아무리 완벽한 망원경이라도 별 하나가 점이 아닌 작은 원반 모양으로 맺힙니다. 두 별의 원반이 겹쳐 버리면 하나로 보입니다. 이 한계각은 관측하는 빛의 파장에 비례하고, 빛을 모으는 구경(aperture, 주경의 지름)에 반비례합니다. 즉 거울이 클수록, 파장이 짧을수록 더 세밀하게 본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하나 있습니다. 각분해능은 '얼마나 어두운 것까지 보느냐'(감도)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아주 밝은 두 별이라도 각거리가 분해능보다 좁으면 영원히 한 점으로 보이고, 반대로 매우 어두운 천체라도 충분히 떨어져 있으면 형태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노출 시간을 늘려도 각분해능 자체는 좋아지지 않습니다.

각도는 도(°)보다 훨씬 작은 단위로 표현합니다. 1도의 60분의 1이 각분(arcminute), 그 60분의 1이 각초(arcsecond)이며, 천문 관측에서는 각초나 그보다 작은 밀리각초(milliarcsecond)까지 다룹니다.

실제 미션에서 각분해능은 설계를 좌우하는 조건입니다. 지상 망원경은 대기가 흔들려 상이 번지기 때문에, 큰 거울을 만들어도 이론적 한계만큼 성능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기 위로 올라간 우주망원경이 선명한 영상을 얻고, 지상에서는 대기 흔들림을 실시간으로 보정하는 적응광학(adaptive optics)을 씁니다. 또 전파 관측처럼 파장이 아주 긴 영역에서는 안테나 하나로는 분해능이 턱없이 부족해, 멀리 떨어진 여러 안테나를 묶어 하나의 거대한 망원경처럼 동작시키는 간섭계(interferometry) 기법을 사용합니다. 지구 곳곳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블랙홀 주변의 그림자 구조를 촬영한 관측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지구 관측 위성에서도 '지상의 몇 미터 크기 물체를 구분할 수 있는가'라는 사양이 결국 각분해능에서 나옵니다.

\theta \approx 1.22\,\frac{\lambda}{D}

함께 보기회절구경적응광학간섭계각초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감마선 폭발

Gamma-Ray Burst (GRB)

아주 먼 우주에서 짧은 순간 동안 강력한 빛이 터져 나오는 현상으로, 하늘에서 관측되는 가장 밝은 폭발에 속합니다.

밤하늘 어딘가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한 번 터지는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너무 짧아서 눈을 깜빡이면 놓치지만, 그 순간만큼은 주변의 어떤 별보다도 밝습니다. 감마선 폭발(Gamma-Ray Burst, GRB)은 이런 일이 우주 규모로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수십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데도, 그 짧은 순간에는 은하 전체를 합친 것보다 밝게 빛납니다.

여기서 '감마선'은 빛의 한 종류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빛보다 훨씬 에너지가 큰 빛이며, 지구 대기가 막아 주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볼 수 없고 대기 밖의 망원경으로만 관측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감마선 폭발은 우주 망원경이 등장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연구될 수 있었습니다.

감마선 폭발은 지속 시간에 따라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길게는 수십 초 이상 이어지는 것과, 2초 안팎으로 아주 짧게 끝나는 것입니다. 긴 쪽은 무거운 별이 수명을 다하고 붕괴하면서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짧은 쪽은 중성자별 둘이 서로 돌다가 충돌하며 합쳐지는 과정과 연결되어 있다고 봅니다. 두 경우 모두 물질이 좁은 방향으로 거의 빛의 속도에 가깝게 뿜어져 나가는 제트(jet)를 만드는데, 그 제트가 우연히 지구 쪽을 향할 때 우리가 폭발을 감지하게 됩니다. 제트가 좁게 모여 있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실제로 방출된 에너지보다 훨씬 밝아 보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감마선이 번쩍이고 나면 같은 자리에서 X선, 가시광선, 전파가 뒤따라 서서히 잦아드는 잔광(afterglow)이 나타납니다. 잔광은 감마선보다 오래 지속되므로 폭발이 일어난 정확한 위치와 거리를 알아내는 단서가 됩니다. 천문학자들이 폭발이 어느 은하에서 일어났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도 대부분 잔광 덕분입니다.

실제 관측은 보통 이런 순서로 진행됩니다. 넓은 하늘을 감시하는 감마선 검출 위성이 폭발을 포착하면 대략적인 방향을 즉시 지상으로 알리고, 같은 위성에 실린 X선·자외선 망원경이 스스로 그 방향으로 몸을 돌려 잔광을 찾습니다. 이 좌표는 전 세계 관측소로 자동 배포되어, 지상의 대형 망원경들이 몇 분 안에 후속 관측에 들어갑니다. 중성자별 충돌로 생긴 짧은 폭발의 경우에는 중력파 검출기가 잡아낸 신호와 감마선 폭발이 같은 시각·같은 방향에서 확인된 사례가 있으며, 이는 서로 다른 관측 수단을 함께 쓰는 다중신호 천문학(multi-messenger astronomy)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힙니다.

함께 보기중성자별블랙홀초신성중력파상대론적 제트

중급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겉보기 등급

Apparent Magnitude

지구에서 봤을 때 별이나 천체가 얼마나 밝게 보이는지를 나타내는 숫자로, 값이 작을수록 더 밝다.

밤하늘의 별들을 보면 어떤 것은 또렷하게 빛나고 어떤 것은 겨우 보일 만큼 희미합니다. 이 '눈에 보이는 밝기'에 매긴 점수가 겉보기 등급(apparent magnitude)입니다. 특이한 점은 점수가 낮을수록 밝다는 것인데, 마치 등수처럼 1등이 가장 밝고 2등, 3등으로 갈수록 어두워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주 밝은 천체는 0을 지나 음수 값까지 내려갑니다.

이 체계는 고대 그리스에서 맨눈에 보이는 별을 밝기 순으로 나눈 관습에서 출발했고, 근대에 들어와 수학적으로 다시 정의되었습니다. 사람의 눈은 밝기 차이를 곱셈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등급도 로그(logarithm) 눈금으로 정의됩니다. 등급이 1 작아질 때마다 실제로 받는 빛의 양은 약 2.5배씩 커지고, 등급이 5 차이 나면 정확히 100배 차이가 나도록 맞춰져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겉보기 등급이 천체의 '진짜 밝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같은 밝기의 전구라도 가까이 있으면 밝고 멀리 있으면 희미해 보이듯, 겉보기 등급은 천체가 실제로 내는 빛의 양과 거리, 그리고 중간에 놓인 성간 먼지의 흡수까지 모두 뒤섞인 값입니다. 천체 자체의 밝기를 비교하려면 모든 천체를 같은 기준 거리에 놓았다고 가정한 절대 등급(absolute magnitude)을 씁니다. 또한 등급은 어떤 파장 영역에서 측정했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지므로, 보통 관측에 쓴 필터를 함께 표기합니다.

실제 관측에서 겉보기 등급은 망원경의 성능과 관측 계획을 정하는 기준으로 쓰입니다. 망원경마다 '이 등급보다 어두운 천체는 검출하지 못한다'는 한계 등급이 있어서, 탐사 관측을 설계할 때 목표 등급을 먼저 정하고 노출 시간을 계산합니다. 소행성 감시 프로그램은 새로 발견한 천체의 겉보기 등급 변화를 추적해 크기와 반사율을 추정하고, 초신성이나 변광성 탐사에서는 같은 하늘을 반복 촬영해 등급이 갑자기 밝아지는 지점을 찾아냅니다. 아마추어 천문 관측에서도 '내 망원경으로 몇 등급까지 보이는가'가 관측 대상 목록을 고르는 기본 잣대가 됩니다.

m_1 - m_2 = -2.5 \log_{10}\left(\frac{F_1}{F_2}\right)

함께 보기절대 등급광도복사속(플럭스)한계 등급측광

중급관측·천문현상위성·지구관측

공간해상도

Spatial Resolution

사진이나 관측 자료에서 서로 붙어 있는 두 지점을 별개로 구별해 낼 수 있는 가장 작은 간격.

멀리 있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두 개를 떠올려 보세요. 아주 멀리 있을 때는 빛덩어리 하나로 보이다가, 가까워지면 어느 순간 두 개로 갈라져 보입니다. 바로 그 "갈라져 보이기 시작하는 한계"가 공간해상도(spatial resolution)입니다. 눈이든 망원경이든 카메라든, 붙어 있는 두 대상을 따로따로 구별해 낼 수 있는 최소 간격이 정해져 있고, 그보다 가까이 붙은 것들은 뭉뜽그려진 하나로 보입니다.

공간해상도는 보통 두 가지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하나는 각도로 나타내는 각분해능(angular resolution)으로, 초(arcsec)나 밀리초각(mas) 같은 단위를 씁니다. 다른 하나는 지상 관측 위성처럼 대상까지의 거리가 정해져 있을 때 쓰는 실제 길이 단위로, "픽셀 하나가 지표면에서 몇 m에 해당하는가"로 표현합니다. 같은 각분해능이라도 대상이 멀수록 실제 길이 기준의 해상도는 나빠집니다.

한계를 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빛의 회절(diffraction)입니다. 빛은 파동이라서 아무리 완벽한 렌즈나 거울을 써도 점광원이 점으로 맺히지 않고 작은 원반 모양으로 퍼집니다. 이 퍼짐의 크기는 관측 파장에 비례하고 망원경 구경에 반비례합니다. 즉 구경이 클수록, 파장이 짧을수록 해상도가 좋아집니다. 다만 실제로는 이 이론적 한계에 늘 도달하지는 못합니다. 지상 망원경은 대기의 요동 때문에 별빛이 흔들려 상이 번지는데(시상, seeing), 이를 보정하려고 적응광학(adaptive optics)을 씁니다. 검출기의 픽셀 크기, 지구관측 위성의 경우 촬영 순간의 자세 안정성도 함께 영향을 줍니다.

주의할 점은 공간해상도와 감도(민감도)가 다른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해상도는 "얼마나 세밀하게 나누어 보는가"이고, 감도는 "얼마나 어두운 것까지 잡아내는가"입니다. 넓은 영역을 한 번에 담는 시야(field of view)와도 대체로 맞바꿈 관계에 있어서, 미션마다 목적에 맞게 균형을 잡습니다.

실제 미션에서 이 개념은 설계의 출발점이 됩니다. 우주망원경을 대기권 밖에 올리는 이유 중 하나가 대기 요동을 피해 회절 한계에 가까운 해상도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외계행성을 품은 원반의 구조를 보거나 은하 중심부를 들여다보려면 더 좋은 해상도가 필요하고, 그래서 차세대 망원경은 주경을 여러 조각으로 나눠 접어 올리는 방식으로 구경을 키웁니다. 전파 영역에서는 파장이 워낙 길어 단일 안테나로는 해상도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여러 전파망원경을 묶어 하나의 거대한 망원경처럼 작동시키는 간섭계(VLBI) 기법을 씁니다. 블랙홀 주변의 고리 모양 영상이 지구 곳곳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얻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구관측 위성 쪽에서는 해상도가 곧 활용 범위를 결정합니다. 도시 건물이나 차량 단위를 식별하려는 고해상도 광학 위성과, 넓은 지역의 식생·해수면 변화를 매일 훑는 저해상도 광역 관측 위성은 애초에 서로 다른 목표로 설계됩니다.

\theta \approx 1.22 \frac{\lambda}{D}

함께 보기각분해능회절한계적응광학구경시야각

중급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광도곡선

Light Curve

천체의 밝기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

밤에 창밖의 어떤 불빛을 계속 지켜보면서 밝아지고 어두워지는 정도를 공책에 기록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가로축에 시간, 세로축에 밝기를 찍어 이어 놓으면 그 불빛이 규칙적으로 깜빡이는지, 한 번만 확 밝아졌다가 사그라드는지, 무언가가 앞을 가로막고 지나갔는지를 직접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습니다. 광도곡선(light curve)은 천체를 대상으로 똑같은 일을 한 결과물입니다.

관측자는 망원경으로 같은 천체를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 촬영하고, 각 영상에서 그 천체가 낸 빛의 양을 측정합니다. 이렇게 빛의 양을 수치로 재는 작업을 측광(photometry)이라고 합니다. 측정값을 시간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곡선이 되고, 이 곡선의 모양·주기·깊이·지속 시간이 천체의 물리적 성질을 알려주는 단서가 됩니다.

밝기는 보통 등급(magnitude) 또는 플럭스(flux, 단위 시간·단위 면적당 도달하는 빛의 양)로 표시합니다. 등급은 숫자가 작을수록 밝다는 점에 주의해야 하며, 그래서 등급으로 그린 광도곡선은 세로축을 뒤집어 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방식은 로그 관계로 이어져 있어 서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곡선의 형태는 원인에 따라 특징이 뚜렷합니다. 별 앞으로 행성이 지나가면(트랜싯, transit) 짧고 얕은 U자 모양의 밝기 감소가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됩니다. 두 별이 서로를 가리는 식쌍성은 깊이가 다른 두 종류의 감소가 번갈아 나타납니다. 초신성이나 감마선폭발처럼 한 번 터지고 마는 현상은 급격히 치솟았다가 서서히 꺼지는 비대칭 곡선을 그립니다. 회전하는 소행성은 울퉁불퉁한 모양 때문에 자전 주기에 맞춰 밝기가 오르내립니다.

실제 미션에서 광도곡선은 핵심 관측 수단입니다. NASA의 케플러(Kepler) 우주망원경과 후속인 TESS는 수많은 별의 밝기를 장기간 연속 측정해 광도곡선에서 반복되는 미세한 감소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외계행성을 발견했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트랜싯이 일어나는 동안의 광도곡선을 파장별로 나누어 측정해, 행성 대기를 통과한 빛에서 대기 성분의 흔적을 읽어냅니다. 소행성 탐사에서는 지상 망원경으로 얻은 광도곡선으로 자전 주기와 대략적인 형태를 미리 추정한 뒤 탐사선의 접근 계획을 세웁니다. 또 별빛이 잠시 사라지는 엄폐(occultation) 현상의 광도곡선은 명왕성 같은 먼 천체에 대기가 있는지, 고리 구조가 있는지를 판별하는 데 쓰입니다.

m_1 - m_2 = -2.5 \log_{10}\left(\frac{F_1}{F_2}\right)

함께 보기측광트랜싯식쌍성겉보기등급변광성

중급위성·지구관측행성과학·태양계

궤도 감쇠

Orbital Decay

지구를 도는 물체가 공기의 저항 때문에 조금씩 속도를 잃고 점점 낮게 내려오는 현상.

우주는 완전히 텅 빈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지구 위 수백 킬로미터 높이에도 아주 옅게 공기가 남아 있습니다.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과 달리 저항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희박하지만, 초속 수 킬로미터로 달리는 물체에게는 이 옅은 공기도 계속 뒤에서 잡아당기는 손처럼 작용합니다. 이렇게 조금씩 에너지를 잃으면서 궤도가 낮아지는 것이 궤도 감쇠(orbital decay)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대기가 만드는 항력(drag)은 물체의 운동 방향과 반대로 작용해 궤도 에너지를 빼앗습니다. 궤도가 낮아지면 그 높이의 대기는 더 짙어지고, 짙어진 대기는 더 큰 항력을 만듭니다. 즉 감쇠는 스스로를 가속시키는 성질이 있어서, 처음에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급격히 빨라집니다.

감쇠 속도는 물체의 모양과 무게에도 크게 좌우됩니다. 같은 높이에 있어도 넓고 가벼운 물체(예: 펼쳐진 태양전지판이나 얇은 판 형태의 파편)는 좁고 무거운 물체보다 훨씬 빨리 내려옵니다. 이 성질을 하나로 묶은 값이 탄도계수인데, 항력 계수와 단면적을 질량으로 나눈 형태로 표현됩니다. 여기에 태양 활동도 영향을 줍니다. 태양이 활발한 시기에는 상층 대기가 데워져 부풀어 오르고, 그러면 같은 고도의 공기 밀도가 올라가 감쇠가 빨라집니다.

그래서 낮은 지구 궤도(LEO, Low Earth Orbit)에서 오래 운용하려는 위성이나 우주정거장은 주기적으로 엔진을 점화해 고도를 다시 올리는 궤도 재상승(reboost)을 합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도 화물선이나 자체 추진 모듈을 이용해 이런 작업을 반복하며 고도를 유지합니다. 반대로 궤도 감쇠를 일부러 이용하기도 합니다. 임무를 마친 위성을 낮은 궤도에 두어 스스로 내려와 대기권에서 타 없어지도록 설계하면 우주 쓰레기를 줄일 수 있고, 대기권 재진입을 계획적으로 유도해 남은 조각이 넓은 바다 위에 떨어지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반면 궤도 감쇠의 예측은 태양 활동과 물체의 자세에 따라 오차가 커서, 통제되지 않은 대형 물체가 언제 어디로 떨어질지 정확히 맞히기 어렵다는 점이 재진입 감시의 오래된 과제입니다.

a_{drag} = -\frac{1}{2} \rho v^2 \frac{C_D A}{m}

함께 보기저궤도대기 항력대기권 재진입우주 쓰레기궤도 유지

중급위성·지구관측관측·천문현상

궤도 경사각

Orbital Inclination

인공위성이나 천체가 도는 길이 기준이 되는 평면에 대해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각도.

지구 주위를 도는 위성의 길을, 지구본 위에 고무줄을 둘러놓은 모습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고무줄을 적도에 딱 맞춰 두면 위성은 적도 위만 계속 지나갑니다. 고무줄의 한쪽을 위로, 반대쪽을 아래로 비틀어 기울이면 위성은 북쪽과 남쪽을 오가며 더 넓은 지역 위를 지나가게 됩니다. 이때 고무줄이 적도에서 얼마나 기울어졌는지를 각도로 나타낸 것이 궤도 경사각(orbital inclination)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궤도 경사각은 물체가 도는 궤도면(orbital plane)과 기준면(reference plane)이 이루는 각입니다. 지구를 도는 위성이라면 기준면은 보통 지구의 적도면이고, 태양을 도는 행성이나 소행성이라면 지구의 공전 궤도면인 황도면(ecliptic plane)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두 평면이 만나 생기는 교선을 교점선(line of nodes)이라 부르며, 경사각은 이 교선을 축으로 궤도면이 얼마나 젖혀져 있는지를 재는 값입니다.

경사각은 0도에서 180도 사이의 값을 가지며, 그 크기가 궤도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0도에 가까우면 기준면과 거의 나란한 궤도이고, 90도에 가까우면 극지방 위를 넘나드는 궤도(극궤도, polar orbit)가 됩니다. 90도를 넘는 값은 물체가 기준면의 자전 방향과 반대로 도는 역행 궤도(retrograde orbit)를 뜻합니다. 경사각이 클수록 위성이 지나갈 수 있는 위도의 범위가 넓어지지만, 대신 발사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구의 자전이 동쪽 방향으로 주는 도움을 덜 받기 때문입니다.

경사각은 임무의 목적에 따라 정해집니다. 특정 지역 상공에 계속 머물러야 하는 통신·기상 위성은 적도면에 가까운 낮은 경사각 궤도를 쓰고, 지구 전체 지표면을 빠짐없이 촬영해야 하는 지구관측 위성은 극궤도에 가까운 높은 경사각을 택합니다. 유인 우주정거장처럼 여러 나라의 발사장에서 우주선이 찾아와야 하는 경우에는, 참여국 발사장의 위도를 모두 고려한 중간 정도의 경사각을 선택합니다. 발사장의 위도보다 낮은 경사각의 궤도에는 곧바로 진입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발사장을 쓰느냐가 가능한 경사각의 범위를 사실상 제한합니다. 또 우주선이 이미 올라간 뒤에 경사각을 바꾸려면 속도의 방향 자체를 틀어야 해서 연료 소모가 매우 크므로, 경사각은 임무 설계 초기에 신중하게 확정하는 값입니다.

\Delta v = 2 v \sin\left(\frac{\Delta i}{2}\right)

함께 보기극궤도정지궤도황도면승교점 적경궤도 요소

중급발사체·로켓위성·지구관측

델타-v

delta-v (Δv)

우주선이 속도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연료 예산과 같은 개념입니다.

우주 비행을 여행에 비유하면, 델타-v(delta-v)는 자동차의 남은 연료가 아니라 주행 가능 거리에 해당합니다. 지구에서는 목적지까지 몇 킬로미터인지를 따지지만, 우주에서는 공기 저항도 도로도 없기 때문에 "속도를 얼마나 바꿔야 하는가"가 곧 거리의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임무를 계획할 때 가장 먼저 계산하는 것이 이 값입니다.

델타-v는 말 그대로 속도(v)의 변화량(Δ)이며, 초속 몇 미터(m/s) 또는 초속 몇 킬로미터(km/s)로 표시합니다. 엔진을 켜서 속도를 올리는 것도, 반대로 역추진해서 속도를 줄이는 것도 모두 델타-v를 소모합니다. 방향만 바꾸는 기동 역시 속도 벡터가 달라지므로 델타-v가 듭니다. 즉 우주선이 궤도를 바꾸는 모든 행위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한 우주선이 낼 수 있는 총 델타-v는 치올콥스키 로켓 방정식(Tsiolkovsky rocket equation)으로 구합니다. 여기서 $v_e$는 추진제가 뿜어져 나오는 속도(유효 배기 속도), $m_0$는 추진제를 실은 출발 시점의 질량, $m_f$는 추진제를 다 쓴 뒤의 질량입니다. 이 식에서 중요한 것은 질량비가 로그 안에 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델타-v를 두 배로 늘리려면 연료를 두 배가 아니라 훨씬 더 많이 실어야 한다는 뜻이고, 이것이 우주선 설계가 늘 무게와 씨름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남은 델타-v가 바닥나면 우주선은 물리적으로 멀쩡해도 더 이상 궤도를 바꿀 수 없습니다.

실제 임무에서 델타-v는 예산처럼 항목별로 배분됩니다. 지상에서 지구 저궤도까지 올라가는 데 가장 큰 몫이 들어가고, 거기서 다시 달이나 화성 방향으로 향하는 기동, 목적지에 도착해 궤도에 붙잡히기 위한 감속, 그리고 착륙에 각각 별도의 몫이 필요합니다. 화성 탐사선이 대기의 저항으로 속도를 줄이는 에어로브레이킹(aerobraking)을 쓰는 것도, 목성 탐사선이 다른 행성 곁을 스쳐 지나가며 중력의 도움을 받는 스윙바이(swing-by)를 반복하는 것도 모두 연료로 내야 할 델타-v를 공짜로 얻어내려는 전략입니다. 인공위성의 수명 역시 마찬가지여서, 궤도 유지를 위해 조금씩 쓰다가 남은 델타-v가 다하면 임무 종료를 선언하고 마지막 남은 양으로 대기권 재진입이나 폐기 궤도 이동을 수행합니다.

\Delta v = v_e \ln \frac{m_0}{m_f}

함께 보기로켓 방정식비추력호만 전이 궤도스윙바이궤도 유지

중급행성과학·태양계관측·천문현상

뜨거운 목성

Hot Jupiter

목성처럼 크고 가벼운 기체 행성이지만, 별에 아주 가까이 붙어 돌면서 표면이 몹시 뜨거워진 행성.

우리 태양계에서 목성은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바깥쪽을 천천히 돕니다. 그런데 다른 별 주변에서는 목성만 한 덩치의 기체 행성이 별 바로 곁을, 그것도 며칠에 한 바퀴씩 빠르게 도는 경우가 발견됩니다. 난롯불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어야 할 커다란 풍선이 불 바로 앞까지 끌려와 있는 셈입니다. 이런 행성을 **뜨거운 목성(Hot Jupiter)**이라고 부릅니다.

뜨거운 목성은 대체로 목성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큰 질량을 가진 기체 거대 행성(gas giant)이면서, 공전 궤도가 중심별에 극단적으로 가깝습니다. 별빛을 정면으로 받기 때문에 대기 온도가 매우 높고, 뜨거워진 대기가 부풀어 오르면서 질량에 비해 반지름이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조석 고정(tidal locking) 입니다. 별에 가까울수록 중력이 행성을 붙잡아 자전과 공전 주기를 맞춰버리기 때문에, 한쪽 면은 영원한 낮, 반대쪽 면은 영원한 밤이 됩니다. 그 결과 낮면과 밤면 사이에 큰 온도 차가 생기고, 이 온도 차를 메우려는 강한 대기 흐름(제트류)이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별에 워낙 가까워 대기 바깥층이 서서히 우주로 빠져나가는 대기 이탈 현상도 관측됩니다.

이런 행성이 어떻게 별 곁까지 왔는지는 아직 논의 중입니다. 기체 행성은 물질이 얼음 상태로 뭉칠 수 있는 바깥쪽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원반 안에서 안쪽으로 이동했거나 다른 천체와의 중력 상호작용으로 궤도가 크게 변형된 뒤 별의 조석력에 붙잡혔다는 설명이 제시됩니다.

실제 관측에서 뜨거운 목성은 외계행성 연구의 주력 표적입니다. 덩치가 크고 공전 주기가 짧아,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별빛이 살짝 어두워지는 통과(transit) 현상을 며칠 안에 여러 번 반복해서 잡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케플러(Kepler)와 TESS 같은 통과 탐색 망원경이 이런 행성을 다수 찾아냈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통과 순간 별빛이 행성 대기를 통과하며 남긴 흡수 무늬를 분광으로 분석해 수증기·이산화탄소 등 대기 성분과 낮밤 온도 분포를 조사하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외계행성 대기를 실제로 '읽어낸' 첫 사례들이 대부분 뜨거운 목성이었던 것도 이런 관측상의 이점 때문입니다.

함께 보기외계행성통과관측법조석 고정기체 거대 행성투과 분광

중급천문·천체물리위성·지구관측

라그랑주점

Lagrange Point

두 천체가 서로 당기는 힘과 함께 도는 효과가 균형을 이뤄, 작은 물체가 두 천체와 같은 리듬으로 움직일 수 있는 다섯 개의 자리.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떠올려 봅시다. 이때 두 사람 주변에는 함께 회전하면서도 두 사람과의 거리가 계속 유지되는 특별한 위치들이 있습니다. 우주에서도 마찬가지로, 태양과 지구처럼 무거운 천체 두 개가 서로를 돌 때 그 주변에는 작은 물체가 끼어들어도 두 천체와 같은 속도로 함께 돌 수 있는 자리가 생깁니다. 이 자리를 라그랑주점(Lagrange Point)이라고 부르며, 흔히 L1부터 L5까지 다섯 개로 나눕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두 천체가 각각 잡아당기는 중력을 합친 결과가, 함께 회전하는 데 필요한 힘과 정확히 같아지는 지점이 라그랑주점입니다. 두 천체를 따라 회전하는 관점(회전 좌표계)에서 보면 이 지점의 물체는 밀리지도 끌려가지도 않고 가만히 멈춰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연료를 거의 쓰지 않고도 두 천체에 대한 위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어서, 우주 탐사에서 매우 유용한 주차 공간이 됩니다.

다섯 지점의 성격은 서로 다릅니다. L1, L2, L3는 두 천체를 잇는 직선 위에 놓이는데, 이 자리들은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조금만 밀려나도 점점 더 멀어지기 때문에 탐사선이 가끔씩 추력기를 켜서 자세와 위치를 다듬어 주어야 합니다(궤도 유지, station keeping). 반면 L4와 L5는 두 천체와 정삼각형을 이루는 위치에 있고, 조건이 맞으면 스스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두 곳에는 자연적으로 먼지나 소행성이 모여 있기도 합니다. 목성 궤도의 트로이 소행성군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실제 활용을 보면 각 지점의 장점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태양-지구 L1은 태양 쪽을 향해 있어 태양을 계속 감시하기 좋습니다. 태양풍과 태양 활동을 관측하는 탐사선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지구에 영향을 줄 태양 폭발을 미리 알려 주는 역할을 합니다. 태양-지구 L2는 태양의 반대편에 있어 태양·지구·달의 빛과 열을 한 방향으로 몰아 차폐할 수 있습니다. 차광막을 펼쳐 관측 장비를 극저온으로 유지해야 하는 적외선 우주망원경들이 이 자리를 즐겨 씁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L2 주변을 도는 궤도에 놓인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지구-달 라그랑주점은 달 뒷면과의 통신을 중계하거나 달 탐사의 중간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frac{GM_1}{r_1^2} + \frac{GM_2}{r_2^2} = \omega^2 r

함께 보기헤일로 궤도중력트로이 소행성궤도 유지삼체 문제

중급행성과학·태양계

레골리스

Regolith

천체의 표면을 덮고 있는, 잘게 부서진 돌가루와 돌조각의 층. 단단한 암반 위에 쌓여 있다.

달 사진에서 우주비행사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발자국이 찍힐 수 있다는 것은 그 표면이 단단한 바위가 아니라 밀가루처럼 고운 가루와 자갈이 쌓인 층이라는 뜻입니다. 이 층을 레골리스(regolith)라고 합니다. 지구의 흙과 비슷해 보이지만, 지구 흙에 들어 있는 썩은 식물이나 미생물 같은 유기물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레골리스는 기반암(基盤巖, bedrock)이 오랜 시간에 걸쳐 잘게 부서지면서 만들어집니다. 지구에서는 물과 바람, 기온 변화가 바위를 깎지만, 공기가 거의 없는 달이나 소행성에서는 다른 힘이 작용합니다. 크고 작은 운석이 끊임없이 표면에 부딪히면서 바위를 산산조각 내고, 그 조각이 또 다른 충돌로 더 잘게 부서지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태양에서 날아오는 하전 입자와 낮과 밤의 극심한 온도 차이도 암석 표면을 조금씩 약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입자는 물이나 바람에 씻기며 둥글게 다듬어질 기회가 없기 때문에, 모서리가 날카롭고 뾰족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합니다. 게다가 충돌 때 생긴 열로 녹았다 굳은 유리질 입자가 섞여 있어 서로 잘 엉겨붙습니다. 그래서 달 레골리스, 즉 월면토(月面土)는 우주복 관절과 장비 틈새로 파고들어 마모를 일으키고, 정전기 때문에 표면에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유인 탐사에서 먼지 대응이 중요한 기술 과제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동시에 레골리스는 귀중한 자원이자 기록물이기도 합니다. 표면에 오래 노출된 층은 태양에서 날아온 입자를 붙잡아 두기 때문에, 그 성분을 분석하면 태양의 과거 활동과 그 천체가 겪은 충돌의 역사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레골리스에서 산소나 금속을 뽑아내고 이를 방사선 차폐용 건축 재료로 쓰는 현지자원활용(ISRU, In-Situ Resource Utilization) 개념이 달 기지 설계에서 꾸준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실제 탐사에서 레골리스는 핵심 목표물입니다. 아폴로 계획의 우주비행사들은 월면토와 암석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가져왔고, 이 시료는 지금도 새로운 분석 장비로 재검토되고 있습니다. 소행성 탐사에서는 일본의 하야부사2가 소행성 류구(Ryugu)에서, 미국의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소행성 베누(Bennu)에서 표면 물질을 채취해 지구로 보냈습니다. 화성에서는 큐리오시티와 퍼시비어런스 로버가 표면 토양을 퍼서 분석하며 과거에 물이 있었는지, 유기물의 흔적이 남아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함께 보기기반암충돌구현지자원활용월면토우주 풍화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백색왜성

White Dwarf

태양 정도 무게의 별이 연료를 다 쓴 뒤 남긴, 지구만 한 크기로 압축된 뜨거운 별의 잔해입니다.

타다 남은 숯불을 떠올려 보세요. 불꽃은 이미 꺼졌지만 숯은 한동안 벌겋게 달아올라 열을 내놓습니다. 백색왜성(White Dwarf)도 마찬가지입니다. 별 내부에서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이미 끝났고, 남은 것은 예전에 뜨거워진 몸체가 천천히 식으며 내보내는 빛뿐입니다. 다만 그 숯덩이가 아주 작게 뭉쳐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태양만 한 무게가 지구만 한 공 안에 눌려 들어가 있어서, 한 숟갈만 떠도 자동차 여러 대만큼 무겁습니다.

태양과 비슷한 질량의 별은 중심부에서 수소를 헬륨으로, 이어서 헬륨을 탄소와 산소로 바꾸는 핵융합을 거칩니다. 그러나 이런 별의 중심 온도는 탄소를 더 무거운 원소로 태울 만큼 올라가지 못합니다. 연료가 바닥나면 바깥층은 우주 공간으로 흩어져 나가고, 중심에 남은 탄소·산소 덩어리만 자기 중력에 눌려 극단적으로 압축됩니다.

이때 별을 더 이상 찌그러지지 않게 떠받치는 것은 열의 압력이 아니라 **전자 축퇴압(electron degeneracy pressure)**입니다. 양자역학에서 전자는 같은 상태에 겹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눌러도 더 이상 밀집되기를 거부하는 압력이 생깁니다. 이 힘 덕분에 백색왜성은 식어가면서도 크기를 유지합니다. 특이하게도 질량이 클수록 반지름은 오히려 작아지며, 이 지지력이 감당할 수 있는 질량에는 상한(찬드라세카르 한계, Chandrasekhar limit)이 존재합니다. 한계를 넘어서면 붕괴가 시작되고, 짝별에서 물질을 받아 이 문턱에 도달한 백색왜성은 Ia형 초신성으로 폭발한다고 여겨집니다.

백색왜성은 표면 온도가 높아 자외선 영역에서 밝게 보이므로, 허블 우주망원경(HST)처럼 자외선과 가시광을 함께 관측하는 망원경이 구상성단 속에서 이들을 찾아내는 데 활용되어 왔습니다. 백색왜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조롭게 식기 때문에, 성단에서 가장 차가운 백색왜성의 밝기를 재면 그 성단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가늠하는 '우주 시계'로 쓸 수 있습니다. 또한 가이아(Gaia) 위성이 수많은 별의 거리와 밝기를 정밀 측정하면서, 관측된 백색왜성의 수가 크게 늘어 이들의 냉각 과정을 통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적외선 감도를 살려 백색왜성 주위에 남은 행성 잔해나 동반 천체를 조사하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P_{\mathrm{deg}} \propto \rho^{5/3}, \qquad R \propto M^{-1/3}

함께 보기초신성중성자별찬드라세카르 한계행성상성운핵융합

중급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분광학

Spectroscopy

빛을 색깔별로 잘게 나눠서, 그 빛을 낸 물질이 무엇이고 어떤 상태인지 알아내는 방법입니다.

프리즘에 햇빛을 통과시키면 무지개처럼 여러 색으로 펼쳐집니다. 분광학(spectroscopy)은 바로 이 펼쳐진 빛을 아주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펼친 빛을 자세히 보면 색의 띠가 매끈하지 않고, 군데군데 검은 줄이 나 있거나 반대로 특정 색만 유난히 밝게 빛나기도 합니다. 이 줄무늬의 위치가 일종의 지문 역할을 해서, 빛을 낸 물질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이런 줄무늬가 생기는 이유는 원자와 분자가 아무 빛이나 흡수하거나 내보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각 원소는 자기에게 정해진 특정 에너지의 빛만 주고받습니다. 빛의 에너지는 파장에 따라 정해지므로, 원소마다 고유한 파장 자리에만 흔적이 남습니다. 별빛이 그 별의 바깥층 기체를 통과해 나올 때 해당 파장의 빛이 깎여 나가면 어두운 선(흡수선)이 되고, 뜨거운 기체구름이 스스로 빛을 낼 때는 그 파장만 밝게 도드라지는 선(방출선)이 됩니다.

분광학이 알려주는 것은 성분만이 아닙니다. 선의 위치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붉은 쪽으로 밀려 있으면 그 천체가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고, 푸른 쪽으로 밀려 있으면 다가오고 있다는 뜻입니다(도플러 효과). 선이 얼마나 두껍게 번져 있는지는 기체의 온도나 밀도, 압력을 짐작하게 해 주고, 선의 세기는 그 원소가 얼마나 많은지를 말해 줍니다. 사진 한 장은 천체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여주지만, 스펙트럼 한 줄은 천체가 '무엇으로 되어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줍니다.

실제 관측에서 분광학은 거의 모든 곳에 쓰입니다. 외계행성이 자기 별 앞을 지나갈 때 행성 대기를 스치고 온 별빛을 분광하면, 대기에 어떤 기체가 있는지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투과 분광). 화성 표면을 도는 궤도선과 로버는 암석에 반사된 빛을 분광해 어떤 광물인지, 물이 관여한 흔적이 있는지 판별합니다. 은하를 대량으로 분광 관측해 각 은하가 얼마나 붉은쪽으로 밀렸는지 재면 거리를 추정할 수 있고, 이를 모아 우주의 3차원 지도를 만듭니다. 적외선 우주망원경들이 특히 분광 기능을 중요하게 갖추는 것도, 먼지에 가려진 별 탄생 지역이나 차가운 대기의 분자 흔적이 주로 적외선 영역의 선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E = \frac{hc}{\lambda}

함께 보기스펙트럼적색편이도플러 효과흡수선외계행성 대기

중급발사체·로켓위성·지구관측

비추력

Specific Impulse (Isp)

연료를 얼마나 알뜰하게 쓰면서 밀어내는 힘을 얻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로켓 엔진의 연비에 해당한다.

자동차를 고를 때 우리는 "리터당 몇 킬로미터를 가는가"를 따집니다. 로켓에도 비슷한 잣대가 필요합니다. 다만 로켓은 거리를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를 밀어내는 것이 목적이므로, "연료 한 덩어리를 태워서 얼마나 오래, 얼마나 세게 밀 수 있는가"를 봅니다. 이 값이 바로 비추력(Specific Impulse)입니다. 같은 양의 연료를 실었을 때 비추력이 높은 엔진은 더 오래 밀어주고, 그만큼 더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비추력은 엔진이 내는 밀어내는 힘(추력, Thrust)을 단위 시간당 소모하는 추진제의 양으로 나눈 값입니다. 이때 추진제 소모량을 질량으로 재느냐 무게로 재느냐에 따라 단위가 달라집니다. 무게 기준으로 정의하면 단위가 초(s)가 되어 흔히 "비추력 몇 초"라는 표현을 쓰고, 질량 기준으로 정의하면 속도 단위(m/s)가 되며 이를 유효 배기속도(effective exhaust velocity)라고 부릅니다. 두 값은 지구 표준중력가속도를 곱하거나 나누어 서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비추력의 물리적 의미는 결국 "배기가스를 얼마나 빠르게 뒤로 내뿜는가"입니다. 로켓은 뒤로 내던진 물질의 반작용으로 앞으로 나아가므로, 같은 질량을 내던지더라도 더 빠르게 내던질수록 이득입니다. 이 관계는 치올콥스키 로켓 방정식에 그대로 드러나며, 로켓이 최종적으로 얻을 수 있는 속도 변화량(델타 브이, Δv)은 유효 배기속도에 비례하고 초기 질량과 최종 질량의 비의 로그에 비례합니다. 즉 비추력을 조금만 올려도 필요한 연료량은 크게 줄어듭니다.

다만 비추력이 높다고 항상 좋은 엔진은 아닙니다. 비추력과 추력은 서로 다른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전기추진 계열은 배기가스를 아주 빠르게 내뿜어 비추력이 매우 높지만, 한 번에 내는 힘은 손바닥에 종이 한 장을 얹은 정도로 약합니다. 반대로 고체 로켓 부스터는 비추력이 낮은 대신 짧은 시간에 거대한 추력을 냅니다.

실제 미션 설계는 이 차이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지상에서 발사체를 들어 올리는 1단에는 중력을 이겨야 하므로 비추력이 다소 낮더라도 추력이 큰 엔진이나 고체 부스터를 씁니다. 반면 이미 우주에 올라온 뒤 궤도를 바꾸거나 행성 간 항행을 하는 단계에서는 시간이 넉넉하므로 비추력이 높은 쪽이 유리합니다.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와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가 이온 엔진을 달고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가속하는 방식을 택한 것, 상단 로켓에 액체수소와 액체산소 조합을 쓰는 것, 인공위성이 임무 수명을 늘리기 위해 궤도 유지용 추진 시스템의 비추력을 중시하는 것 모두 같은 이유에서 나온 선택입니다.

I_{sp} = \frac{F}{\dot{m} g_0}, \qquad \Delta v = I_{sp} \, g_0 \ln\frac{m_0}{m_f}

함께 보기추력델타 브이치올콥스키 로켓 방정식이온 엔진추진제

중급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시상

Seeing

공기의 흔들림 때문에 망원경으로 본 별빛이 번지거나 반짝여 보이는 정도를 말합니다.

여름날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보면 저 멀리 풍경이 아른아른 흔들려 보입니다. 뜨거운 공기와 찬 공기가 섞이면서 빛이 지나가는 길이 조금씩 휘기 때문입니다. 밤하늘의 별빛도 똑같은 일을 겪습니다. 별에서 출발한 빛은 우주를 가로질러 오는 동안에는 거의 흔들리지 않다가, 마지막 수십 킬로미터의 공기층을 지나면서 이리저리 휘어집니다. 그래서 망원경으로 보면 별이 점이 아니라 부글거리는 작은 얼룩처럼 보이고, 맨눈으로는 반짝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흔들림이 얼마나 심한지를 나타내는 말이 시상(seeing)입니다.

원인은 대기의 난류(turbulence)입니다. 공기는 층마다 온도와 밀도가 다르고, 그 경계에서 소용돌이가 끊임없이 생겼다 사라집니다. 빛은 밀도가 다른 공기를 지날 때마다 굴절률이 달라져 진행 방향이 미세하게 꺾입니다. 망원경 입구에 도착할 무렵에는 원래 나란히 오던 빛의 파면이 구겨진 상태가 되고, 그 결과 한 점으로 모여야 할 상이 넓게 퍼집니다.

시상은 보통 별의 상이 퍼진 겉보기 크기를 각도로 재서 표현하며, 단위는 각초(arcsecond)입니다. 숫자가 작을수록 상이 또렷하다는 뜻이라 '시상이 좋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시상이 나쁘면 망원경을 아무리 크게 만들어도 해상도가 더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상 망원경의 실제 분해능은 거울 지름이 아니라 그날 밤 공기 상태가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천문대는 공기 흐름이 안정적인 높은 산 위, 건조한 지역, 바다 바람이 매끄럽게 넘어오는 섬 같은 곳에 짓습니다.

시상을 극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대기 위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대기권 밖에 있는 우주망원경은 시상의 영향을 아예 받지 않기 때문에, 지름이 지상 최대급 망원경보다 훨씬 작아도 훨씬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적응광학(adaptive optics)입니다. 밝은 기준별이나 레이저로 만든 인공별을 관측해 파면이 얼마나 구겨졌는지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얇은 변형거울을 초당 수백 번 휘어 그 구겨짐을 되돌려 펴는 방식입니다.

실제 관측에서 시상은 계획 단계부터 따집니다. 대형 지상 천문대는 밤새 시상을 자동으로 측정해 기록하고, 시상이 좋은 시간대에는 은하 중심의 별 하나하나를 구분하거나 외계행성을 직접 촬영하는 것처럼 해상도가 생명인 관측을 배치합니다. 반대로 시상이 나쁜 밤에는 상이 조금 번져도 상관없는 관측, 예를 들어 밝기 변화를 시간에 따라 측정하거나 분광 자료를 모으는 작업으로 일정을 바꿉니다. 적응광학을 갖춘 망원경이 목성이나 토성의 대기 무늬, 소행성의 형태를 지상에서 또렷하게 잡아내는 것도 이 시상 문제를 실시간으로 보정한 결과입니다.

함께 보기적응광학각분해능대기 난류각초우주망원경

중급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시선속도법

Radial Velocity Method

별빛의 색이 아주 미세하게 밀렸다 당겨지는 것을 재서, 별 곁을 도는 행성의 존재를 알아내는 방법.

구급차가 다가올 때 사이렌 소리가 높아지고 멀어질 때 낮아지는 것을 누구나 경험해 봤습니다. 빛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빛을 내는 물체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면 빛의 색이 파란 쪽으로, 멀어지면 붉은 쪽으로 아주 조금 치우칩니다. 시선속도법(Radial Velocity Method)은 바로 이 색의 치우침을 재서 별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멀어지기를 반복하는지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왜 별이 왔다 갔다 할까요? 흔히 행성이 별을 돈다고 말하지만, 정확히는 별과 행성이 서로를 끌어당기며 공통 질량중심(barycenter) 둘레를 함께 돕니다. 행성이 무거울수록, 그리고 별에 가까이 붙어 돌수록 별이 그리는 작은 원은 커집니다. 그래서 별빛의 색 변화가 일정한 주기로 반복된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동반 천체가 별을 흔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측정은 **분광기(spectrograph)**로 합니다. 별빛을 무지개처럼 펼치면 특정 파장에 원소들이 만든 어두운 흡수선이 촘촘히 나타나는데, 이 선들이 통째로 좌우로 밀리는 정도가 곧 별이 우리 시선 방향으로 움직이는 속도(시선속도)입니다. 파장의 변화량 Δλ와 원래 파장 λ의 비가 속도 v와 광속 c의 비와 같다는 관계를 씁니다. 시선속도를 시간에 따라 그린 곡선의 주기에서 행성의 공전 주기를, 진폭에서 행성 질량에 대한 정보를 얻습니다.

다만 한계가 있습니다. 이 방법은 시선 방향 성분만 재기 때문에, 행성 궤도가 하늘에 어떻게 기울어져 있는지(궤도 경사각)를 모르면 질량을 정확히 확정할 수 없고 최소 질량만 알 수 있습니다. 또 별 표면의 흑점이나 대류 운동도 흡수선을 흔들어 행성 신호를 흉내 낼 수 있어, 오랜 기간 반복 관측으로 진짜 신호인지 걸러 냅니다.

실제로 시선속도법은 태양 아닌 별을 도는 행성을 처음 찾아낸 방법이며, 지금도 지상 대형 망원경에 붙은 고정밀 분광기(예: 유럽남방천문대의 HARPS, ESPRESSO)들이 이 방식으로 외계행성을 탐색합니다. 또 우주망원경이 **통과법(Transit Method)**으로 발견한 행성 후보를 지상 시선속도 관측으로 다시 확인해 질량을 재는 식으로, 두 방법을 짝지어 쓰는 것이 표준 절차입니다. 반지름은 통과법에서, 질량은 시선속도법에서 얻으면 행성의 밀도를 계산할 수 있고, 그래야 그 행성이 암석형인지 가스형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frac{\Delta\lambda}{\lambda_0} = \frac{v_r}{c}

함께 보기도플러 효과통과법외계행성분광기질량중심

중급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시차

Parallax

보는 위치를 옮겼을 때 가까운 물체가 먼 배경에 대해 옆으로 움직여 보이는 현상. 이 움직임의 크기로 거리를 잰다.

손가락을 눈앞에 세우고 왼쪽 눈, 오른쪽 눈을 번갈아 감아 보세요. 손가락이 뒤쪽 벽에 대해 좌우로 껑충 뛰는 것처럼 보입니다. 손가락을 팔 길이만큼 멀리 두면 뛰는 폭이 줄어들죠. **시차(Parallax)**는 바로 이 현상입니다. 관측자가 자리를 옮겼을 때 대상이 배경에 대해 움직여 보이는 각도의 변화이고, 그 폭이 작을수록 대상이 멀리 있다는 뜻입니다.

천문학에서는 두 눈 대신 지구의 공전 궤도를 이용합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기 때문에 반년 간격으로 관측하면 관측 지점이 크게 달라지고, 가까운 별은 훨씬 먼 배경 별들에 대해 아주 작은 타원을 그리며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왕복 폭의 절반을 각도로 나타낸 값을 연주시차(annual parallax)라고 부릅니다.

거리와 시차의 관계는 단순한 반비례입니다. 연주시차를 각초(arcsecond) 단위로 잰 값 $p$의 역수가 곧 거리이며, 이때 나오는 거리 단위가 파섹(parsec)입니다. 즉 시차가 절반으로 줄면 거리는 두 배가 됩니다. 다만 별까지의 거리는 워낙 멀어서 시차 각도는 매우 작고, 지구 대기의 흔들림이나 망원경의 미세한 흔들림만으로도 측정값이 묻혀 버립니다. 그래서 시차 측정은 정밀한 각도 측정 기술 그 자체가 핵심 과제입니다.

시차가 중요한 이유는, 별의 밝기나 색 같은 간접적인 성질에 의존하지 않고 기하학만으로 거리를 구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거리 측정법들은 대부분 "이 종류의 천체는 원래 이만큼 밝다"는 가정을 깔고 있는데, 그 가정을 처음에 눈금 맞춤(보정)해 주는 기준이 바로 시차로 잰 가까운 별들입니다. 그래서 시차는 우주 거리 사다리의 맨 아래 가로대 역할을 합니다.

실제 활용을 보면, 유럽우주국의 히파르코스(Hipparcos) 위성과 그 뒤를 이은 가이아(Gaia) 위성이 대기의 방해가 없는 우주에서 수많은 별의 위치를 반복 측정해 시차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이 자료로 별들의 실제 거리와 밝기가 정해지면서 우리 은하의 3차원 지도가 그려졌고, 성단까지의 거리나 별의 나이 추정 같은 후속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태양계 안에서도 같은 원리가 쓰입니다. 지구상 멀리 떨어진 두 관측소에서 소행성을 동시에 촬영해 배경 별에 대한 위치 차이를 재면 그 소행성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고, 이는 지구 접근 천체를 추적하는 데 활용됩니다.

d\,[\mathrm{pc}] = \frac{1}{p\,[\mathrm{arcsec}]}

함께 보기파섹각초우주 거리 사다리고유운동천문단위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암흑물질

Dark Matter

빛을 내지도 가리지도 않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주변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으로만 존재가 확인되는 물질입니다.

밤에 잔잔한 호수 위로 무언가가 지나가면, 그 자체는 보이지 않아도 물결이 퍼지는 모습으로 무언가 지나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암흑물질(Dark Matter)도 비슷합니다.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주변의 별과 은하가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물질만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무언가 더 있다"고 판단하게 된 대상입니다. 이름의 '암흑'은 검다는 뜻이 아니라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아 보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존재를 알게 된 가장 대표적인 단서는 나선은하의 회전 속도입니다. 태양계에서 바깥쪽 행성일수록 천천히 도는 것처럼, 은하도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별의 공전 속도가 느려져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관측해 보면 은하 바깥쪽 별들의 속도가 잘 떨어지지 않고 거의 평평하게 유지됩니다. 이는 눈에 보이는 별과 가스보다 훨씬 넓게 퍼진 질량이 은하를 감싸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렇게 은하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질량 분포를 '헤일로(halo)'라고 부릅니다.

또 다른 단서는 중력렌즈(gravitational lensing)입니다. 질량이 큰 천체는 주변 공간을 휘게 만들어, 그 뒤쪽에서 오는 빛의 경로를 굽힙니다. 은하단 뒤편 은하들의 상이 휘어지거나 여러 개로 늘어난 정도를 재면, 앞에 놓인 은하단의 총질량을 빛과 무관하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얻은 질량은 은하단에서 실제로 빛나는 부분의 질량보다 훨씬 큽니다. 암흑물질은 전자기파를 내지도 흡수하지도 않고 오직 중력으로만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것으로 여겨지며, 그 정체가 어떤 입자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실제 관측에서 암흑물질은 '찾아 나서는 대상'이자 '지도로 그리는 대상'입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은하단의 중력렌즈 상을 정밀하게 찍어 질량이 어디에 얼마나 몰려 있는지 지도를 만드는 데 쓰였고, 유럽우주국(ESA)의 유클리드(Euclid) 우주망원경은 넓은 하늘의 은하 모양이 미세하게 일그러진 정도를 통계적으로 재서 우주 전체의 질량 분포를 그리는 것을 주요 임무로 삼고 있습니다. 지상에서는 지하 깊은 곳에 검출기를 두고 암흑물질 입자가 원자핵과 부딪히는 순간을 잡으려는 실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직접 검출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런 관측과 실험이 쌓이면서 암흑물질이 어떤 성질을 가질 수 없는지가 하나씩 좁혀지고 있습니다.

v(r) = \sqrt{\frac{GM(r)}{r}}

함께 보기중력렌즈은하 회전곡선암흑에너지은하단우주배경복사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암흑에너지

Dark Energy

우주가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하도록 밀어내는, 정체를 아직 모르는 에너지를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공중으로 공을 던지면 중력이 잡아당겨 점점 느려지다가 떨어집니다. 우주도 그럴 것이라고 오래 생각했습니다. 우주 안의 물질이 서로 잡아당기니, 팽창이 조금씩 느려지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먼 곳을 관측해 보니 반대였습니다. 던진 공이 느려지기는커녕 점점 더 빨라지며 멀어지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이 가속을 일으키는 원인에 붙인 이름이 암흑에너지(Dark Energy)입니다. '암흑'은 어둡다는 뜻이 아니라 정체를 모른다는 뜻입니다.

암흑에너지는 물질과 결정적으로 다른 성질을 가집니다. 보통의 물질이나 암흑물질(Dark Matter)은 공간이 팽창하면 같은 양이 더 넓은 공간에 퍼지므로 밀도가 묽어집니다. 반면 암흑에너지는 공간이 늘어나도 밀도가 거의 줄지 않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래서 우주가 커질수록 물질의 영향력은 약해지고 암흑에너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지며, 어느 시점부터 팽창이 감속에서 가속으로 바뀝니다.

이론적으로 가장 단순한 후보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들어가는 우주상수(Cosmological Constant, Λ)입니다. 이는 진공 자체가 일정한 에너지 밀도를 가진다고 보는 설명입니다. 여기서 핵심 지표가 상태방정식 변수 $w$로, 압력과 에너지 밀도의 비율입니다. 우주상수라면 $w$는 정확히 $-1$로 고정되고, 시간에 따라 변하는 다른 종류의 에너지장이라면 $-1$에서 벗어나거나 시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관측의 목표는 대개 '$w$가 $-1$인가, 아닌가'로 요약됩니다.

측정 방법은 우주의 팽창 이력을 되짚는 것입니다. 밝기가 일정하게 알려진 초신성을 표준 촛불로 삼아 거리와 후퇴 속도를 비교하거나, 은하들이 공간에 분포한 규칙적인 간격 패턴(바리온 음향 진동)을 자로 삼아 시대별 우주 크기를 재고, 중력렌즈로 구조가 자라난 속도를 봅니다. 서로 다른 방법이 같은 답을 주는지가 신뢰의 근거가 됩니다.

실제 미션으로는 유럽우주국(ESA)의 유클리드(Euclid) 우주망원경이 넓은 하늘의 은하 형태와 분포를 측량해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의 영향을 나누어 보려 하고, NASA의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은 넓은 시야의 적외선 관측으로 먼 초신성과 은하를 대량으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상에서는 DESI 같은 분광 관측 장비가 수많은 은하의 거리를 한꺼번에 측정해 시대별 팽창 속도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작업이 겨냥하는 질문은 결국 하나입니다. 암흑에너지가 변하지 않는 상수인지, 아니면 우주 역사와 함께 달라져 왔는지입니다.

w = \frac{p}{\rho c^2}

함께 보기암흑물질우주상수허블 상수적색편이표준 촛불

중급관측·천문현상행성과학·태양계

엄폐

Occultation

가까운 천체가 우리 눈앞을 지나가면서 그 뒤에 있는 더 먼 천체를 가려 잠시 보이지 않게 하는 현상.

밤하늘에서 손을 들어 멀리 있는 가로등을 가리면 불빛이 사라졌다가, 손을 치우면 다시 나타납니다. 엄폐(Occultation)는 이와 똑같은 일이 하늘에서 벌어지는 것입니다. 달이나 행성처럼 우리에게 가까운 천체가 시야를 가로질러 가면서, 그 뒤에 놓인 별을 잠깐 덮어버립니다. 별이 실제로 사라진 것은 아니고, 앞의 천체가 길을 막고 있을 뿐입니다.

엄폐가 일어나려면 관측자와 앞의 천체, 뒤의 천체가 거의 일직선에 놓여야 합니다. 이 조건은 지구 위 어느 지점에 서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엄폐라도 어떤 지역에서는 보이고 다른 지역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앞의 천체가 별을 가리는 순간(입몰)과 다시 드러나는 순간(출몰) 사이의 시간을 재는 것이 관측의 핵심입니다.

비슷해 보이는 현상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의 천체가 뒤의 천체보다 겉보기 크기가 작아서 완전히 가리지 못하고 작은 점처럼 지나가면 통과(Transit), 지구·달·태양처럼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배치는 식(Eclipse)이라고 부릅니다. 엄폐는 앞의 천체가 뒤의 천체를 완전히 덮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엄폐가 특별히 유용한 이유는, 가려지는 별빛의 밝기 변화가 앞 천체의 윤곽을 그려주기 때문입니다. 별빛이 뚝 끊기지 않고 서서히 어두워졌다가 회복되면, 앞의 천체 주위에 빛을 흡수하는 기체층, 즉 대기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관측한 입몰·출몰 시각을 모으면 앞 천체의 그림자 자국을 재구성해 크기와 모양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실제 활용 사례로, 소행성이 별을 가리는 항성엄폐 관측은 망원경으로 점으로만 보이는 소행성의 지름과 형태를 알아내는 표준적인 방법입니다. 여러 관측자가 서로 다른 위치에서 별이 사라진 시간을 기록해 합치면 소행성의 단면 윤곽이 나옵니다. 뉴호라이즌스(New Horizons) 탐사선이 카이퍼대 천체를 근접 통과하기 전에도, 지상에서 그 천체의 항성엄폐를 관측해 크기와 궤도를 다듬은 뒤 접근 경로를 결정했습니다. 또 해왕성 바깥 천체 주위의 고리와 천왕성의 고리는 모두 항성엄폐 중 별빛이 예상보다 여러 번 깜빡인 것을 계기로 발견되었습니다. 탐사선이 행성 뒤로 들어가며 전파 신호가 대기를 스치도록 하는 전파엄폐(Radio Occultation) 기법은 화성과 금성 대기의 온도·밀도 구조를 측정하는 데 쓰입니다.

함께 보기통과식항성엄폐카이퍼대겉보기 등급

중급행성과학·태양계유인우주·탐사

영구 음영지

Permanently Shadowed Region (PSR)

달이나 수성의 극지방에서 깊은 구덩이 바닥처럼 햇빛이 한 번도 닿지 않는, 아주 차가운 상태로 유지되는 땅.

깊은 우물 바닥을 떠올려 보면 쉽습니다. 우물 입구 위로는 해가 하루 종일 지나가지만, 바닥에는 햇빛이 끝내 내려오지 않습니다. 달의 극지방에 있는 어떤 구덩이(크레이터)들은 벽이 높고 바닥이 깊어서, 태양이 아무리 움직여도 그 바닥에 빛이 닿지 않습니다. 이렇게 햇빛이 영원히 들지 않는 땅을 영구 음영지(Permanently Shadowed Region, PSR)라고 부릅니다.

이런 곳이 생기는 이유는 달의 자전축이 공전면에 대해 거의 기울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자전축이 크게 기울어 있어서 계절에 따라 극지방에도 백야가 찾아오지만, 달은 기울기가 매우 작아 극지방에서 태양이 늘 지평선 근처에 낮게 걸려 있습니다. 그래서 태양빛은 항상 옆에서 비스듬히 들어오고, 크레이터 벽이 그 빛을 가로막아 바닥에 영구적인 그림자를 만듭니다. 수성의 극지방에서도 같은 원리로 영구 음영지가 만들어집니다.

햇빛이 전혀 들지 않으므로 이곳의 온도는 태양계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할 정도로 내려갑니다. 이 정도로 차가우면 물 분자가 진공 상태에서도 기체로 날아가지 못하고 얼음 상태로 그 자리에 붙잡힙니다. 이런 성질을 콜드 트랩(cold trap), 즉 '차가운 덫'이라고 합니다. 혜성이나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가져온 물, 혹은 태양풍이 만들어낸 물 분자가 달 표면을 떠돌다가 극지방으로 흘러들면, 영구 음영지에 갇혀 수십억 년 동안 축적될 수 있습니다. 다만 얼음이 두꺼운 층을 이루고 있는지, 흙 알갱이 사이에 섞여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관측이 까다롭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빛이 없으니 일반 카메라로는 바닥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탐사선들은 레이저 고도계로 지형의 높낮이를 재거나, 레이더 전파를 쏘아 되돌아오는 신호의 성질로 얼음 존재를 추정하거나, 중성자 검출기로 수소가 많은 지역을 찾아내는 방식을 씁니다. 주변 지형에서 반사된 미약한 빛만으로 촬영하는 고감도 카메라도 쓰입니다.

영구 음영지는 최근 달 탐사 계획에서 착륙 후보지가 몰리는 곳입니다. 물 얼음은 마시는 물뿐 아니라 산소와 로켓 추진제(수소·산소)의 원료가 될 수 있어서, 지구에서 무거운 보급품을 실어 나르는 대신 현지에서 자원을 조달하는 방식(현지자원활용, ISRU)의 핵심 자원으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아르테미스 계획이 달 남극권을 목표로 삼은 것, 인도의 찬드라얀 3호가 남극 부근에 착륙한 것, 그리고 극지 얼음 탐사를 목표로 한 소형 로버·충돌 실험들이 모두 이 지역을 겨냥합니다. 동시에 영하 수백 도의 환경과 통신·태양전지 문제 때문에, 음영지 안에서 오래 버티는 탐사 장비를 만드는 것 자체가 난제로 남아 있습니다.

함께 보기콜드 트랩현지자원활용(ISRU)달 남극크레이터레골리스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우주배경복사

Cosmic Microwave Background (CMB)

온 하늘 모든 방향에서 고르게 들어오는, 우주가 아주 뜨겁고 빽빽했던 시절에서 남은 빛.

밤하늘을 아무리 어두운 곳에서 올려다봐도 별과 별 사이는 그냥 캄캄해 보입니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파장까지 감지하는 장비로 그 '빈 곳'을 들여다보면, 하늘 전체가 아주 약한 빛으로 균일하게 차 있습니다. 방금 불을 끈 오븐 속처럼, 뜨거웠던 시절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고 남아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 빛이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CMB)입니다.

초기 우주는 원자가 온전히 만들어지지 못할 만큼 뜨거웠습니다. 전자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상태에서는 빛이 조금만 나아가도 전자와 부딪혀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우주는 안개 속처럼 불투명했습니다. 우주가 팽창하며 충분히 식자 전자가 원자핵에 붙잡혀 원자가 되었고, 그 순간 빛은 가로막는 것 없이 직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때 풀려난 빛이 그 뒤로 계속 우주를 가로질러 오다가 지금 우리에게 도달한 것입니다. 천문학에서는 이 시점을 '최종 산란면'이라고 부릅니다.

풀려날 당시 이 빛은 뜨거운 물체가 내는 빛이었지만, 우주가 팽창하는 동안 파장이 함께 늘어나 지금은 마이크로파 영역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에 '마이크로파'가 붙습니다. 이 복사는 특정 온도의 물체가 내는 빛의 스펙트럼(플랑크 분포)과 매우 잘 맞아떨어지며, 이는 초기 우주가 실제로 뜨겁고 균일한 상태였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쓰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빛이 완벽하게 균일하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방향에 따라 아주 미세한 온도 차이가 있는데, 이 얼룩은 초기 우주에서 물질이 조금 더 몰려 있던 곳과 덜 몰려 있던 곳의 흔적입니다. 그 씨앗이 중력으로 자라 오늘날의 은하와 은하단이 되었으므로, 우주배경복사의 얼룩 무늬는 우주의 물질 구성과 기하학적 성질을 추정하는 자료가 됩니다.

실제 관측에서는 이 복사를 온 하늘 지도로 만드는 작업이 핵심입니다. NASA의 COBE와 WMAP, 유럽우주국(ESA)의 플랑크(Planck) 위성이 차례로 전 하늘 온도 지도를 작성했고, 대기 중 수증기의 방해를 피하려고 남극에 세운 남극점 망원경(South Pole Telescope)이나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관측 장비들은 더 작은 각도 규모의 얼룩과 편광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있습니다. 지상 전파 관측에서도 이 복사는 항상 배경에 깔려 있어, 다른 천체를 관측할 때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성분으로 다뤄집니다.

1 + z = \frac{\lambda_{\text{관측}}}{\lambda_{\text{방출}}}

함께 보기적색이동빅뱅재결합암흑물질허블 상수

중급천문·천체물리위성·지구관측

이심률

Eccentricity

천체가 도는 길이 얼마나 동그란지 아니면 길쭉한지를 0부터 시작하는 숫자 하나로 나타낸 값입니다.

운동장 트랙을 떠올려 봅시다. 완전한 원 모양 트랙이 있는가 하면, 양쪽으로 길게 늘어난 타원 트랙도 있습니다. 이심률은 바로 이 "얼마나 늘어났는가"를 숫자 하나로 요약한 값입니다. 값이 0이면 완벽한 원, 값이 커질수록 점점 길쭉해집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이심률(eccentricity)은 궤도(orbit)의 모양을 결정하는 값입니다. 타원 궤도에서는 중심에서 초점까지의 거리를 긴반지름(장반경, semi-major axis)으로 나눈 값으로 정의합니다. 0보다 크고 1보다 작으면 타원이며, 값이 1에 가까워질수록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늘어난 가늘고 긴 궤도가 됩니다.

이심률이 정확히 1이면 포물선(parabola), 1보다 크면 쌍곡선(hyperbola) 궤도가 됩니다. 이 두 경우는 닫힌 궤도가 아니어서 천체가 한 번 지나간 뒤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태양계 밖에서 들어온 천체가 태양 근처를 스쳐 지나 다시 성간 공간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타원 궤도에서 이심률은 근점(가장 가까운 지점)과 원점(가장 먼 지점)의 거리 차이로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심률이 클수록 두 지점의 거리 차이가 커지고, 그만큼 천체의 속도 변화도 커집니다. 근점 부근에서는 빠르게 지나가고 원점 부근에서는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우주 활동에서 이심률은 설계 변수 그 자체입니다. 정지궤도 위성을 올릴 때는 발사체가 먼저 이심률이 큰 길쭉한 천이궤도(GTO, Geostationary Transfer Orbit)에 위성을 투입하고, 위성이 원점 부근에서 자체 엔진을 점화해 이심률을 0에 가깝게 낮추면서 원형 궤도로 자리를 잡습니다. 행성 탐사선이 목적지 행성에 도착할 때도 처음에는 연료를 아끼기 위해 이심률이 큰 궤도에 진입한 뒤, 여러 차례에 걸쳐 서서히 궤도를 다듬습니다. 한편 관측 분야에서는 외계행성(exoplanet)이 만드는 별의 흔들림 패턴이나 밝기 변화 곡선의 모양을 분석해 그 행성 궤도의 이심률을 역으로 추정하는데, 이 값은 그 행성계가 과거에 어떤 중력적 상호작용을 겪었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e = \frac{r_{\text{apo}} - r_{\text{peri}}}{r_{\text{apo}} + r_{\text{peri}}}

함께 보기궤도 요소장반경근지점과 원지점케플러의 법칙정지 천이 궤도

중급위성·지구관측관측·천문현상

재방문 주기

Revisit Time

인공위성이 지구의 같은 지점을 다시 관측할 수 있게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입니다.

동네를 순찰하는 경비원을 떠올려 보세요. 정해진 길을 따라 한 바퀴 돌고 나서야 처음 출발한 골목으로 되돌아옵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경비원은 알 수 없고, 다시 그 골목에 도착해야만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공위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성은 정해진 궤도를 따라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어떤 지역을 한 번 찍고 나면 한동안 다른 곳 위를 지나갑니다. 그 지역을 다시 찍을 수 있게 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바로 재방문 주기입니다.

재방문 주기를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궤도 높이입니다. 위성이 낮게 날수록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지만, 대신 한 번에 내려다보는 범위가 좁아집니다. 둘째는 관측 폭(swath width)입니다. 카메라가 한 번에 촬영하는 지표면의 띠가 넓을수록 지구 전체를 빠짐없이 덮는 데 필요한 궤도 바퀴 수가 줄어듭니다. 셋째는 위성이 카메라를 옆으로 기울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관측 장비를 좌우로 돌릴 수 있는 위성은 바로 머리 위가 아닌 지점도 비스듬히 촬영할 수 있어, 궤도가 목표 지점에서 다소 벗어나도 관측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두 가지 값을 구분해서 씁니다. 하나는 위성이 목표 지점의 정확히 같은 상공을 다시 지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 즉 궤도가 반복되는 주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비스듬히 보는 것까지 허용했을 때 실제로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간격입니다. 후자가 훨씬 짧으며, 사용자가 체감하는 값도 보통 이쪽입니다. 또한 광학 카메라를 쓰는 위성은 구름이 끼면 지표면이 보이지 않으므로, 계산상의 재방문 주기와 실제로 쓸 만한 영상을 얻는 간격이 크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재방문 주기를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같은 종류의 위성을 여러 대 띄워 서로 다른 위치에서 궤도를 돌게 하는 것입니다. 위성 두 대가 궤도면에서 서로 반대편에 놓이면 재방문 간격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이런 구성을 위성군(constellation)이라고 부릅니다.

실제 활용을 보면 이 값이 왜 중요한지 분명해집니다. 산불이나 홍수처럼 빠르게 번지는 재해에서는 하루 전 영상이 이미 쓸모없을 수 있어, 짧은 재방문 주기가 대응 속도를 좌우합니다. 반대로 농작물의 생육 상태나 빙하의 후퇴처럼 천천히 진행되는 변화를 추적할 때는 며칠에서 몇 주 간격이어도 충분하며, 오히려 매번 같은 조명 조건에서 촬영되어 영상끼리 비교하기 쉬운 규칙적인 궤도가 더 유용합니다. 구름의 방해를 받지 않는 레이더 관측 위성은 날씨와 밤낮에 상관없이 촬영할 수 있어, 계산된 재방문 주기가 실제 관측 간격과 거의 일치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함께 보기궤도 주기태양동기궤도관측 폭위성군지상 분해능합성개구레이더

중급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적경과 적위

Right Ascension and Declination

하늘에서 별이나 천체가 어디 있는지 가리키기 위해 쓰는 두 개의 각도 값으로, 지구의 위도·경도에 해당합니다.

지구 위의 장소를 찾을 때 우리는 위도와 경도를 씁니다. 서울은 북위 몇 도, 동경 몇 도 하는 식이죠. 하늘도 마찬가지입니다. 밤하늘을 지구를 감싸는 거대한 공의 안쪽 면이라고 상상하면, 별들은 그 공의 안쪽에 붙어 있는 점처럼 보입니다. 이 상상의 공을 천구(celestial sphere)라고 부르고, 그 위에 위도·경도와 똑같은 방식으로 그어 놓은 눈금이 바로 적위와 적경입니다.

**적위(Declination, 기호 δ)**는 위도에 해당합니다. 지구의 적도를 하늘까지 그대로 늘려 놓은 선을 천구의 적도라 하는데, 여기서 얼마나 북쪽 또는 남쪽으로 떨어져 있는지를 각도로 나타냅니다. 천구 적도 위가 0도, 북쪽 끝(북극성 근처)이 +90도, 남쪽 끝이 -90도이고, 도(°)·분(′)·초(″) 단위로 씁니다.

**적경(Right Ascension, 기호 α)**은 경도에 해당합니다. 다만 각도(0~360도) 대신 시간 단위인 시(h)·분(m)·초(s)로 쓰는 것이 관례입니다. 하늘이 하루에 한 바퀴 도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한 바퀴를 24시간으로 나눠 표시하는 편이 관측에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1시간이 15도에 해당합니다. 경도에 그리니치 기준선이 필요하듯 적경에도 출발점이 필요한데, 태양이 지나는 길과 천구 적도가 만나는 지점 중 하나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두 값을 함께 쓰면 하늘의 한 점이 유일하게 정해집니다. 다만 지구 자전축이 아주 천천히 흔들리기 때문에 기준선 자체가 조금씩 이동합니다. 그래서 좌표를 적을 때는 "어느 시점의 기준을 썼는지"를 함께 밝히는데, 이를 분점(epoch)이라 하며 현재는 J2000.0 기준이 널리 쓰입니다.

실제 관측에서는 이 좌표가 곧 망원경에 입력하는 주소입니다. 지상 망원경은 목표 천체의 적경·적위를 넣으면 자동으로 그 방향을 향하고, 지구 자전에 맞춰 따라가며 추적합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에 관측을 신청할 때도 관측자는 대상의 적경·적위를 제출하며, 망원경은 그 좌표를 향해 자세를 잡습니다. 감마선 폭발이나 중력파처럼 갑작스러운 현상이 검출되면, 전 세계 관측소에 가장 먼저 전달되는 정보도 "이 적경·적위 부근을 보라"는 위치 정보입니다. 성도와 천체 목록(카탈로그) 역시 모든 천체를 이 두 값으로 정리해 둡니다.

1^{\mathrm{h}} = 15^{\circ}

함께 보기천구황도세차운동분점(Epoch)지평좌표계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적색편이

Redshift

멀어지는 천체에서 오는 빛의 색이 원래보다 붉은 쪽으로 밀려 보이는 현상.

구급차가 멀어질 때 사이렌 소리가 낮게 늘어지는 것처럼 들린 적이 있을 것입니다. 소리를 내는 것이 멀어지면 귀에 도착하는 소리의 파동이 길게 늘어지기 때문입니다. 빛도 파동이어서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빛을 내는 천체가 우리에게서 멀어지면 그 빛의 파장이 길어지고, 색은 붉은 쪽으로 밀립니다. 이것이 적색편이(redshift)입니다. 반대로 가까워지는 천체의 빛은 파란 쪽으로 밀리며, 이를 청색편이(blueshift)라고 합니다.

적색편이의 크기는 보통 기호 $z$로 나타냅니다. 별이나 은하의 빛을 파장별로 펼치면(분광, spectroscopy) 특정 원소가 흡수하거나 방출한 자리에 어두운 선 또는 밝은 선이 나타납니다. 이 선들이 실험실에서 측정한 위치보다 얼마나 긴 파장 쪽으로 옮겨져 있는지를 재면 $z$를 얻습니다. 선의 패턴 자체는 그대로 유지된 채 통째로 이동하기 때문에, 아무리 멀고 어두운 천체라도 그 정체와 이동 정도를 함께 알아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구분이 하나 있습니다. 천체가 공간 속을 실제로 이동해서 생기는 도플러 적색편이와, 우주 공간 자체가 팽창하면서 빛의 파장이 함께 늘어나 생기는 우주론적 적색편이(cosmological redshift)는 원인이 다릅니다. 먼 은하에서 관측되는 큰 $z$ 값은 대부분 후자입니다. 이 경우 $z$는 빛이 출발한 뒤 우주가 얼마나 더 커졌는지를 알려주는 값이므로, 곧 그 빛이 얼마나 오래 여행했는지를 재는 잣대가 됩니다. 또 강한 중력을 빠져나온 빛도 에너지를 잃으며 파장이 길어지는데, 이는 중력 적색편이(gravitational redshift)라고 부릅니다.

실제 관측에서 적색편이는 거의 모든 우주론 연구의 출발점입니다. 지상의 대형 분광 탐사 망원경들은 수백만 개 은하의 $z$를 한꺼번에 측정해 우주의 3차원 지도를 만듭니다. 하늘에서의 위치는 두 방향을, 적색편이는 나머지 한 방향(거리)을 채워 주기 때문입니다. 또 아주 먼 초기 은하의 빛은 파장이 크게 늘어나 가시광선을 벗어나 적외선 영역에 도달하는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적외선 관측에 특화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태양계 안에서도 원리는 같아서, 탐사선이 보내오는 전파의 미세한 파장 변화를 측정해 탐사선의 속도를 정밀하게 추적합니다.

z = \frac{\lambda_{\text{obs}} - \lambda_{\text{emit}}}{\lambda_{\text{emit}}}

함께 보기도플러 효과분광허블-르메트르 법칙우주 팽창광년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절대 등급

Absolute Magnitude

모든 별을 똑같은 거리에 옮겨 놓았다고 가정했을 때의 밝기로, 별이 실제로 얼마나 밝은지를 비교하기 위한 값입니다.

밤하늘에서 아주 밝게 보이는 별이 반드시 실제로 밝은 별은 아닙니다. 가까이 있는 손전등이 멀리 있는 등대보다 눈부시게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천문학에서는 모든 별을 똑같은 거리에 나란히 세워 두었다고 상상하고, 그 상태에서 얼마나 밝은지를 비교합니다. 이렇게 거리 조건을 통일해서 매긴 밝기가 **절대 등급(Absolute Magnitude)**입니다.

이와 대비되는 개념이 **겉보기 등급(Apparent Magnitude)**으로, 지구에서 실제로 관측되는 밝기를 말합니다. 겉보기 등급은 천체가 내는 빛의 양뿐 아니라 거리에도 좌우되기 때문에, 천체 자체의 성질을 비교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절대 등급은 거리라는 변수를 제거해 천체가 방출하는 에너지의 양, 즉 **광도(Luminosity)**를 등급이라는 척도로 표현한 값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등급 체계는 숫자가 작을수록 밝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등급은 로그 척도이므로, 등급 차이가 일정하면 밝기의 '배율'이 일정하게 차이 납니다. 겉보기 등급 $m$, 절대 등급 $M$, 거리 $d$(파섹 단위) 사이에는 아래 관계식이 성립하며, $m - M$ 값을 **거리 지수(Distance Modulus)**라고 부릅니다. 이 관계 덕분에 셋 중 둘을 알면 나머지 하나를 구할 수 있습니다.

성간 물질에 의한 **성간 소광(Interstellar Extinction)**이 있으면 천체가 실제보다 어둡게 관측되므로, 정밀한 계산에서는 소광에 의한 감광량을 따로 보정해 줍니다. 또한 태양계 소천체(소행성·혜성)에는 별과 다른 방식으로 정의된 절대 등급을 사용하는데, 스스로 빛을 내지 않고 햇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태양과 관측자로부터의 거리 조건을 별도로 정해 놓고 밝기를 매깁니다.

실제 활용 사례를 보면, 유럽우주국의 가이아(Gaia) 위성은 수많은 별의 위치 변화를 정밀 측정해 거리를 구했고, 이 거리와 겉보기 등급을 결합해 별들의 절대 등급을 대량으로 산출했습니다. 그 결과를 온도와 밝기 축에 뿌린 **헤르츠스프룽-러셀도(HR도)**는 별의 진화 단계를 구분하는 기본 도구가 되었습니다. 또 허블 우주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절대 등급이 대체로 일정하다고 알려진 Ia형 초신성이나 세페이드 변광성을 먼 은하에서 찾아내, 겉보기 등급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그 은하까지의 거리를 재는 데 사용합니다.

m - M = 5 \log_{10}\left(\frac{d}{10\,\mathrm{pc}}\right)

함께 보기겉보기 등급광도거리 지수파섹헤르츠스프룽-러셀도

중급행성과학·태양계천문·천체물리

조석 고정

Tidal Locking

한쪽 천체가 도는 속도와 상대를 도는 속도가 같아져서, 언제나 같은 면만 상대를 향하게 된 상태.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도는 두 사람을 떠올려 봅시다. 서로 마주 본 채로 원을 그리며 돌면, 바깥에서 보기에 각자는 제자리에서도 한 바퀴를 돈 셈입니다. 하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언제나 같은 얼굴만 보입니다. 조석 고정은 이와 비슷하게, 한 천체가 상대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스스로도 정확히 한 바퀴를 돌아서 늘 같은 면만 보여주는 상태입니다. 달이 지구에게 언제나 같은 면만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런 상태가 만들어지는 원인은 중력이 천체 전체에 똑같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대에게 가까운 쪽은 더 세게, 먼 쪽은 더 약하게 당겨집니다. 이 세기 차이를 조석력(tidal force)이라고 부르며, 천체를 상대 방향으로 길쭉하게 늘이는 효과를 냅니다. 조석력은 거리가 가까울수록 급격히 커지는데, 두 천체 사이 거리 $r$에 대해 대략 $1/r^3$에 비례합니다.

천체가 자전하고 있으면 이 길쭉해진 부분(조석 팽대부)이 상대를 정확히 향하지 못하고 조금씩 앞서거나 뒤처집니다. 그러면 상대의 중력이 이 어긋난 부분을 잡아당겨 자전을 늦추거나 빠르게 하는 힘을 계속 가합니다. 이 과정이 오랜 시간 이어지면 자전 주기가 공전 주기와 맞아떨어지는 지점에서 안정되고, 그 뒤로는 같은 면만 보여주게 됩니다. 가볍고 가까운 쪽이 먼저 고정되는 것이 보통이며, 시간이 더 흐르면 양쪽 모두 고정되기도 합니다.

다만 언제나 자전과 공전이 1대 1로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궤도가 원에서 많이 벗어난 타원일 경우, 자전과 공전이 3대 2 같은 다른 정수비에서 안정되기도 합니다. 이런 상태를 통틀어 자전-공전 공명(spin-orbit resonance)이라고 부르며, 조석 고정은 그중 1대 1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실제 탐사에서 조석 고정은 임무 설계를 좌우하는 조건입니다. 달 뒷면은 지구에서 직접 보이지 않고 전파도 닿지 않기 때문에, 뒷면에 착륙선을 보내려면 통신을 중계할 별도의 위성을 미리 궤도에 올려야 합니다. 중국의 창어 4호가 달 뒷면에 착륙할 때 이 방식을 썼습니다. 또한 적색왜성 주위를 가까이 도는 외계행성은 조석 고정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데, 그 경우 한쪽은 영원한 낮, 반대쪽은 영원한 밤이 되어 대기가 열을 얼마나 옮겨주는지가 생명 가능성을 판단하는 핵심 쟁점이 됩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런 행성이 항성 뒤로 숨었다 나오는 순간의 밝기 변화를 관측해 낮면과 밤면의 온도 차이를 추정하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F_{\text{tidal}} \propto \frac{GMm\,R}{r^3}

함께 보기조석력자전-공전 공명로슈 한계공전 주기달 뒷면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주계열성

Main Sequence Star

중심에서 수소를 태워 빛을 내며, 스스로 안정된 크기를 오래 유지하는 별. 밤하늘 별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밤하늘의 별들을 밝기와 색깔에 따라 표에 점으로 찍어 보면, 점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지지 않고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이어지는 굵은 띠를 이룹니다. 이 띠를 주계열(main sequence) 이라 하고, 그 위에 놓인 별을 주계열성이라고 부릅니다. 별의 일생을 사람의 일생에 비유하면 주계열 단계는 가장 길고 안정된 '장년기'에 해당합니다. 태양도 지금 이 단계에 있습니다.

별이 안정을 유지하는 이유는 두 힘의 균형입니다. 별을 이루는 막대한 양의 기체는 자기 무게 때문에 안쪽으로 무너지려 하고, 중심부에서 만들어진 열과 빛은 바깥으로 밀어냅니다. 이 두 힘이 서로 맞서 팽팽하게 버티는 상태를 정역학적 평형(hydrostatic equilibrium) 이라 합니다. 안쪽으로 미는 힘이 이기면 별은 수축하고, 바깥으로 미는 힘이 이기면 부풀어 오르는데, 주계열 단계에서는 두 힘이 균형을 이루므로 크기가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바깥으로 미는 힘의 원천은 중심부의 수소 핵융합(hydrogen fusion) 입니다. 수소 원자핵 네 개가 합쳐져 헬륨 원자핵 하나가 될 때, 결과물의 질량은 원래 재료보다 아주 조금 가볍습니다. 사라진 질량은 질량-에너지 등가 관계에 따라 에너지로 바뀌어 빛과 열이 됩니다. 중심에서 수소를 태우는 동안 별은 주계열에 머물고, 중심부 수소가 바닥나면 주계열을 떠나 적색거성 같은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주계열에서의 위치는 대체로 별의 질량이 결정합니다. 질량이 큰 별은 중심 압력과 온도가 높아 연료를 훨씬 빠르게 소모하므로, 밝고 푸르지만 주계열에 머무는 기간이 짧습니다. 반대로 질량이 작은 별은 어둡고 붉으며 연료를 아껴 써서 매우 오래 머뭅니다. "질량이 크면 오래 산다"가 아니라 그 반대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실제 관측에서 주계열은 기준자 역할을 합니다. 유럽우주국의 가이아(Gaia) 위성은 수많은 별의 위치와 거리, 밝기를 측정해 주계열 띠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색-등급도를 만들었고, 이는 별의 성질과 우리 은하의 구조를 파악하는 기본 자료가 되었습니다. 또한 성단에 속한 별들을 같은 표에 찍으면 무거운 별부터 차례로 주계열을 떠나기 때문에, 어느 지점에서 띠가 꺾이는지를 보고 그 성단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외계행성 탐색에서도 대상 선정의 기준이 됩니다. 케플러(Kepler)와 테스(TESS) 같은 망원경은 밝기가 안정적인 주계열성을 주로 관측했는데, 별빛이 일정해야 행성이 앞을 지나며 만드는 미세한 밝기 감소를 잡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둡고 오래 사는 작은 주계열성은 상대적으로 행성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 집중 관측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4\,^{1}\mathrm{H} \rightarrow\ ^{4}\mathrm{He} + 2e^{+} + 2\nu_{e} + \gamma

함께 보기핵융합헤르츠스프룽-러셀도(H-R도)적색거성백색왜성광도

중급행성과학·태양계위성·지구관측

중력도움

Gravity Assist

우주선이 행성 옆을 지나며 그 행성의 움직임에서 속도를 얻거나 잃어 연료 없이 진로와 빠르기를 바꾸는 방법.

달리는 기차 옆으로 공을 던졌다가 튕겨 나오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기차에 탄 사람이 보기에 공은 던진 속도 그대로 되돌아오지만, 땅에 서서 보는 사람에게는 기차의 속도까지 얹혀 훨씬 빠르게 날아갑니다. 우주선이 행성 곁을 스쳐 지나갈 때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행성이 태양 주위를 돌며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그 곁을 잘 골라 지나가면 우주선은 연료를 거의 쓰지 않고도 빨라집니다. 이것을 중력도움(Gravity Assist), 또는 스윙바이(swingby)·플라이바이(flyby)라고 부릅니다.

조금 더 정확히 보면, 행성을 기준으로 삼은 좌표계에서 우주선은 행성의 중력에 끌려 휘어진 뒤 들어올 때와 같은 빠르기로 빠져나갑니다. 즉 행성 입장에서는 속도의 크기가 그대로이고 방향만 바뀝니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로 관심 있는 것은 태양을 기준으로 한 속도입니다. 태양 기준 속도는 '행성 기준 속도 + 행성 자신의 공전 속도'를 벡터로 더한 값이므로, 방향이 바뀐 것만으로도 합쳐진 결과의 크기가 달라집니다. 행성이 나아가는 쪽 뒤편을 지나가면 속도를 얻고, 앞쪽을 지나가면 속도를 잃습니다.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지 궁금할 수 있는데, 우주선이 얻은 만큼 행성은 공전 운동에서 정확히 그만큼을 잃습니다. 다만 행성의 질량이 우주선보다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행성 궤도의 변화는 사실상 측정되지 않을 정도로 작습니다. 얻을 수 있는 속도의 최대치는 그 행성의 공전 속도와 중력의 세기에 묶여 있어서, 원하는 만큼 무한정 늘릴 수는 없습니다. 통과 시점과 고도를 아주 정밀하게 맞춰야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반대로 속도를 줄이는 데에도 쓰입니다. 태양이나 안쪽 궤도를 향해 가는 탐사선은 오히려 속도를 깎아야 하는데, 이때 금성이나 지구 앞쪽을 지나가며 감속하는 방식을 씁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보이저 탐사선들은 목성·토성 등 바깥 행성을 차례로 스쳐 지나가며 속도를 계속 더해 태양계 바깥으로 빠져나갔습니다. 목성의 위성들을 관측한 갈릴레오 탐사선은 금성과 지구를 여러 차례 활용해 목성까지 갔고, 토성으로 향한 카시니 탐사선도 금성·지구·목성을 거치는 경로를 택했습니다. 수성 탐사선들은 반대로 감속을 위한 중력도움을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이런 경로는 직행보다 비행 기간이 길어지지만, 그만큼 연료를 크게 아낄 수 있어 더 무거운 관측 장비를 실을 수 있게 해 줍니다.

\vec{v}_{\text{태양기준}} = \vec{v}_{\text{행성기준}} + \vec{v}_{\text{행성공전}}

함께 보기플라이바이궤도전이델타브이탈출속도호만전이궤도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중력렌즈

Gravitational Lensing

무거운 천체 주변에서 빛의 진행 경로가 휘어져, 그 뒤에 있는 먼 천체가 확대되거나 여러 개로 보이는 현상.

유리 렌즈를 통과한 빛이 꺾이면서 뒤에 있는 글자가 커 보이거나 일그러져 보이는 것을 떠올려 봅시다. 우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다만 여기서 렌즈 역할을 하는 것은 유리가 아니라 질량이 아주 큰 천체입니다. 은하나 은하단처럼 무거운 덩어리 근처를 지나가는 빛은 진행 방향이 살짝 휘어지고, 그 결과 훨씬 더 먼 곳에 있는 천체의 모습이 확대되거나, 늘어나거나, 심지어 여러 개로 겹쳐 보이게 됩니다. 이것을 중력렌즈(gravitational lensing)라고 부릅니다.

이 현상의 근거는 일반상대성이론(general relativity)입니다. 질량은 주변의 시공간(spacetime)을 휘게 만들고, 빛은 그 휘어진 시공간을 따라 가장 곧은 경로로 나아갑니다. 관측자 입장에서는 빛이 '꺾인' 것처럼 보이지요. 중요한 점은 빛이 어떤 힘에 끌려간 것이 아니라, 빛이 지나가는 무대 자체가 휘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휘어지는 정도는 렌즈 역할을 하는 천체의 질량이 클수록, 그리고 빛이 그 천체에 가깝게 지나갈수록 커집니다.

중력렌즈는 보이는 모습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눕니다. **강한 렌즈(strong lensing)**는 배경 천체가 여러 개의 상(image)으로 갈라지거나, 렌즈 천체를 둘러싸는 고리 모양으로 늘어나 보이는 경우입니다. 이 고리를 아인슈타인 고리(Einstein ring)라고 부릅니다. **약한 렌즈(weak lensing)**는 개별 천체의 변형이 너무 작아 눈으로 구분할 수 없고, 수많은 배경 은하의 모양을 통계적으로 모아 분석해야 비로소 드러나는 경우입니다. **미시렌즈(microlensing)**는 상이 갈라지는 것은 보이지 않고 대신 배경 별이 잠시 밝아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밝기 변화로만 확인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관측자가 실제로 보게 되는 것은 배경 천체, 렌즈 천체, 관측자가 얼마나 잘 정렬되어 있는지에 크게 좌우됩니다. 세 대상이 거의 일직선에 놓이면 아인슈타인 고리에 가까운 대칭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정렬이 어긋날수록 밝기가 다른 여러 개의 조각난 상으로 보입니다. 또 상마다 빛이 지나온 경로의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배경 천체의 밝기가 변할 때 그 변화가 각 상에 도달하는 시각이 서로 달라지기도 합니다.

중력렌즈는 오늘날 관측 천문학에서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됩니다. 첫째는 자연의 망원경입니다. 은하단이 만드는 확대 효과를 이용하면 망원경 성능만으로는 너무 어두워 보이지 않을 초기 우주의 은하까지 관측할 수 있어, 허블 우주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모두 은하단을 겨냥한 심우주 관측 프로그램을 수행해 왔습니다. 둘째는 보이지 않는 질량을 재는 저울입니다. 빛을 내지 않는 암흑물질(dark matter)은 직접 볼 수 없지만, 배경 은하들의 일그러진 모양을 분석하면 질량이 어디에 얼마나 분포하는지 지도로 그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시렌즈에 의한 별의 일시적 밝기 변화는 외계행성(exoplanet)을 찾는 방법 중 하나로도 쓰이며, 로만 우주망원경(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이 이 방식의 탐사를 주요 임무 중 하나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theta_E = \sqrt{\frac{4GM}{c^2}\frac{D_{LS}}{D_L D_S}}

함께 보기일반상대성이론암흑물질아인슈타인 고리적색편이은하단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중력파

Gravitational Wave

무거운 물체가 빠르게 움직일 때 공간 자체가 늘어났다 줄어들며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떨림.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동그랗게 퍼져 나갑니다. 중력파(gravitational wave)는 이 물결의 '공간판'입니다. 다만 흔들리는 것이 물이 아니라 공간 그 자체라는 점이 다릅니다. 아주 무거운 물체가 빠르게 움직이면 그 주변의 공간이 늘어났다 줄어드는 떨림이 생기고, 이 떨림이 빛과 같은 속도로 사방으로 퍼져 나갑니다.

일반상대성이론(general relativity)에서 중력은 힘이라기보다 시공간(spacetime)의 휘어짐입니다. 질량이 있는 물체는 자기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만들고, 그 물체가 가속운동을 하면 휘어짐의 변화가 즉시 전달되지 못하고 파동의 형태로 퍼져 나갑니다. 이것이 중력파입니다. 단, 완벽한 구형으로 대칭인 운동은 파동을 만들지 못합니다. 두 별이 서로를 도는 것처럼 질량 분포가 비대칭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중력파가 지나가면 그 방향과 직각인 평면에서 한쪽 길이는 늘어나고 다른 쪽은 줄어듭니다. 이 변형의 정도를 '변형률(strain)'이라 하며, 원래 길이 대비 길이 변화의 비율로 나타냅니다. 문제는 이 값이 극도로 작다는 점입니다. 지구에 도달하는 중력파는 긴 거리를 재도 원자보다 훨씬 작은 길이 변화만 일으키므로, 검출하려면 매우 정밀한 장치가 필요합니다.

검출에는 주로 레이저 간섭계(laser interferometer)가 쓰입니다. 서로 직각인 두 개의 긴 팔에 레이저를 나눠 보내고 되돌아온 빛을 겹쳐서, 두 팔의 길이 차이를 빛의 간섭무늬 변화로 읽어 내는 방식입니다. 지상에서는 라이고(LIGO)와 비르고(Virgo), 일본의 가스라(KAGRA)가 이런 방식으로 관측을 하고 있으며, 실제로 블랙홀끼리 합쳐지는 사건과 중성자별끼리 합쳐지는 사건에서 나온 중력파가 검출되었습니다. 특히 중성자별 병합 사건에서는 중력파와 함께 빛(감마선·가시광선 등)도 관측되어, 두 가지 신호를 함께 쓰는 '다중신호 천문학(multi-messenger astronomy)'의 대표 사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유럽우주국(ESA)이 준비 중인 우주 간섭계 리사(LISA)처럼 인공위성 여러 대를 멀리 떨어뜨려 놓고 그 사이 거리를 재는 방식으로, 지상에서는 지면 진동에 묻혀 볼 수 없는 낮은 진동수의 중력파를 관측하려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h = \frac{\Delta L}{L}

함께 보기일반상대성이론시공간블랙홀중성자별레이저 간섭계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중성자별

Neutron Star

무거운 별이 수명을 다하고 스스로 짜부라진 뒤 남는, 도시 크기만 한 아주 무겁고 단단한 천체입니다.

설탕 한 스푼을 떠서 저울에 올렸는데 산 하나만큼 무겁다고 상상해 보세요. 중성자별(neutron star)은 그런 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무거운 별이 연료를 다 쓰고 나면 스스로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중심부가 급격히 안쪽으로 무너집니다. 그 결과 태양만 한 질량이 도시 하나 정도 크기의 공 안에 갇히게 됩니다.

별의 중심이 짜부라지는 과정에서 원자를 이루던 전자와 양성자가 서로 눌려 대부분 중성자로 바뀝니다. 이름은 여기서 왔습니다. 보통의 별은 핵융합이 만들어내는 바깥쪽 압력으로 중력과 균형을 이루지만, 중성자별을 지탱하는 것은 핵융합이 아니라 축퇴압(degeneracy pressure) 입니다. 이는 같은 상태에 여러 입자가 겹쳐 있을 수 없다는 양자역학의 성질에서 나오는 압력으로, 중성자를 더 이상 밀어 넣을 수 없게 버텨 줍니다.

중성자별은 붕괴 과정에서 회전과 자기장이 함께 압축됩니다. 피겨 선수가 팔을 몸에 붙이면 회전이 빨라지듯, 반지름이 크게 줄어들면서 회전 속도가 극적으로 빨라집니다(각운동량 보존). 자기장도 같은 이유로 매우 강해집니다. 이 때문에 자기극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파 빔이 등대처럼 회전하며 지구를 규칙적으로 스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관측되는 중성자별을 펄서(pulsar) 라고 부릅니다. 자기장이 특히 강한 부류는 마그네타(magnetar) 로 분류합니다.

중성자별의 표면 중력은 대단히 강해서, 빛조차 경로가 휘어 보통이라면 가려져 있어야 할 뒷면 일부까지 보이게 만듭니다. 다만 블랙홀과 달리 빛이 완전히 갇히지는 않으므로 표면을 직접 관측할 수 있습니다.

실제 관측에서는 여러 방식으로 활용됩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X선 관측 장비 NICER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실려 중성자별 표면의 뜨거운 반점에서 나오는 X선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이를 통해 중성자별의 반지름과 내부 물질 상태를 추정합니다. 또 중성자별 두 개가 서로를 돌다 충돌하는 사건은 LIGO·Virgo 같은 중력파 검출기가 포착하는 주요 관측 대상이며, 이때 함께 방출되는 빛을 여러 망원경이 동시에 추적해 금이나 백금처럼 무거운 원소가 우주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조사합니다. 한편 펄서의 규칙적인 신호는 시간 기준이 정확해서, 여러 펄서를 동시에 감시해 우주를 지나는 긴 파장의 중력파를 찾는 관측에도 쓰입니다.

R_s = \frac{2GM}{c^2}

함께 보기펄서초신성블랙홀중력파백색왜성

중급발사체·로켓

최대 동압점

Max Q (Maximum Dynamic Pressure)

발사된 로켓이 올라가는 동안 공기에 부딪히는 힘이 가장 세지는 순간을 말한다.

달리는 자동차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면 공기가 손바닥을 세게 밀어냅니다. 빠를수록 더 세게 밀리죠. 그런데 높은 산에 올라가면 공기가 희박해서, 같은 속도로 손을 흔들어도 밀리는 느낌이 약합니다. 로켓도 똑같은 두 가지 조건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빨라지지만, 동시에 공기는 점점 옅어집니다. 그래서 로켓이 공기에 부딪히는 힘은 처음엔 커지다가 어느 순간 정점을 찍고 다시 줄어듭니다. 그 정점이 바로 최대 동압점(Max Q)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딪히는 힘'을 동압(dynamic pressure)이라고 하며, 공기의 밀도와 속도로 결정됩니다. 밀도에 비례하고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속도가 두 배가 되면 동압은 네 배가 됩니다. 발사 초반에는 속도가 빠르게 붙는 효과가 밀도 감소 효과를 앞질러 동압이 계속 올라갑니다. 하지만 고도가 충분히 높아지면 대기가 희박해지는 쪽이 우세해지고, 동압은 꺾여 내려갑니다.

이 순간이 중요한 이유는 로켓 기체에 걸리는 공기역학적 하중이 이때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로켓이 진행 방향과 조금이라도 어긋난 자세로 날면, 옆에서 받는 힘이 기체를 휘게 만듭니다. 그래서 설계자들은 동체와 페어링(fairing, 위성을 감싸는 덮개)이 견뎌야 할 구조 강도의 기준을 최대 동압점에 맞춰 잡습니다. 자세 제어 역시 이 구간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이뤄집니다.

실제 발사에서는 최대 동압점을 무사히 넘기기 위한 조치가 미리 계획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스로틀 다운(throttle down)**으로, 엔진 출력을 잠시 낮춰 속도가 너무 빨리 붙지 않게 억제해 동압의 정점 자체를 낮추는 방법입니다. 스페이스X 팰컨 9이나 우주왕복선 발사 중계에서 관제사가 "엔진 출력을 낮춥니다", 잠시 뒤 "Max Q 통과"라고 알리는 장면이 이 절차입니다. 또 기상 조건도 함께 따집니다. 이 구간의 고도에서 상층 바람(high-altitude wind)이 강하면 로켓이 받는 옆방향 하중이 커지므로, 발사 전에 기구를 띄워 바람을 측정하고 필요하면 비행 경로나 발사 시각을 조정합니다. 한국의 누리호 발사 때도 상층풍 측정 결과가 발사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항목에 포함됩니다.

q = \frac{1}{2} \rho v^2

함께 보기동압페어링중력 손실단 분리상층풍

중급행성과학·태양계관측·천문현상

최대 이각

Greatest Elongation

지구에서 볼 때 수성이나 금성이 태양에서 하늘 위로 가장 멀리 떨어져 보이는 시기로, 이 무렵 관측 조건이 가장 좋다.

운동장 안쪽 트랙을 도는 친구를 바깥쪽 관중석에서 바라본다고 생각해 봅시다. 친구가 트랙 위 어디에 있든, 우리 눈에는 트랙의 중심에서 좌우로 일정 거리 이상 벗어나 보이지 않습니다. 트랙 중심을 태양, 안쪽을 도는 친구를 수성이나 금성이라고 바꾸면 그대로 최대 이각(greatest elongation)의 상황이 됩니다. 하늘에서 태양과 가장 크게 벌어져 보이는 그 한계 지점이 바로 최대 이각입니다.

이각(elongation)은 지구에서 본 태양과 어떤 천체 사이의 겉보기 각거리를 말합니다. 지구보다 안쪽 궤도를 도는 내행성(inferior planet), 즉 수성과 금성은 이 각거리가 아무리 커져도 넘을 수 없는 상한이 있습니다. 지구에서 그은 시선이 그 행성의 궤도에 접할 때 각거리가 최대가 되고, 이때가 최대 이각입니다. 반면 지구 바깥을 도는 행성은 태양 반대편까지 갈 수 있으므로 이런 상한이 없습니다.

궤도를 원으로 단순화하면 최대 이각은 두 궤도의 반지름 비만으로 정해집니다. 궤도가 작을수록 각거리의 상한도 작아지므로, 태양에 더 가까이 붙어 도는 수성이 금성보다 최대 이각이 작습니다. 실제 궤도는 타원이어서 최대 이각의 크기는 시기마다 조금씩 달라집니다.

최대 이각은 방향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뉩니다. 행성이 태양의 동쪽으로 가장 멀어지는 동방 최대 이각(greatest eastern elongation) 때는 해가 진 뒤 서쪽 하늘에서 '초저녁 별'로 보이고, 서쪽으로 가장 멀어지는 서방 최대 이각(greatest western elongation) 때는 해 뜨기 전 동쪽 하늘에서 '새벽 별'로 보입니다. 금성을 두고 개밥바라기와 샛별이라는 두 이름이 생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 관측에서는 이 시기가 곧 관측 창(observing window)이 됩니다. 수성은 태양과 각거리가 작아 대부분의 기간에 박명 속에 묻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지상 망원경이나 촬영 계획은 최대 이각 전후 며칠에 맞춰 잡습니다. 금성 역시 최대 이각 무렵에 반달 모양에 가까운 위상으로 보여, 망원경으로 위상 변화를 확인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반대로 행성이 태양과 겹쳐 보이는 합(conjunction) 시기에는 그 방향에 있는 탐사선과의 전파 통신이 태양 잡음에 방해받아 운용을 미리 제한하기도 하므로, 이각은 관측뿐 아니라 임무 운용 일정을 짤 때도 함께 고려되는 값입니다.

\sin \theta_{\max} = \frac{a_{\text{행성}}}{a_{\text{지구}}}

함께 보기내행성합충행성의 위상회합주기

중급발사체·로켓위성·지구관측

추력 대 중량비

Thrust-to-Weight Ratio

로켓이나 항공기가 내는 미는 힘을, 그 물체가 받는 무게로 나눈 값. 1보다 커야 스스로 떠오를 수 있다.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려는 상황을 떠올려 봅시다. 내가 낼 수 있는 힘이 짐의 무게보다 크면 짐은 위로 올라가고, 작으면 아무리 애를 써도 바닥에 붙어 있습니다. 로켓도 똑같습니다. 엔진이 아래로 뿜어내며 만들어내는 미는 힘이 로켓 전체의 무게보다 크면 발사대를 떠나 위로 올라가고, 작으면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습니다. 이 두 값을 나눈 비율이 추력 대 중량비(Thrust-to-Weight Ratio, TWR)입니다.

식으로 쓰면 엔진이 내는 힘인 추력(thrust)을 로켓의 질량과 중력가속도를 곱한 값, 즉 무게로 나눈 것입니다. 두 값 모두 힘의 단위를 가지므로 나눈 결과에는 단위가 없습니다. 그래서 서로 크기가 전혀 다른 로켓끼리도 이 숫자 하나로 성능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지상에서 수직으로 발사하려면 이 값이 반드시 1보다 커야 합니다. 정확히 1이면 무게와 힘이 균형을 이뤄 공중에 떠 있기만 하고 가속하지 못하며, 이 상태로 연료만 태우는 것을 중력 손실(gravity loss)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크면 좋은 것도 아닙니다. 값이 지나치게 크면 대기가 두꺼운 저고도에서 속도가 너무 빨리 붙어 공기 저항과 기체 구조에 걸리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 설계에서는 적당한 범위를 목표로 잡습니다.

주의할 점은 이 값이 비행 중에 계속 변한다는 것입니다. 연료를 태울수록 로켓은 가벼워지는데 엔진의 추력은 크게 줄지 않으므로, 비율은 이륙 직후가 가장 낮고 단(stage) 연소가 끝날 무렵 가장 높아집니다. 또 무게는 그 천체의 중력에 따라 달라지므로, 같은 기체라도 지구에서 잰 값과 달이나 화성에서 잰 값이 서로 다릅니다.

실제 미션에서는 이 개념이 설계 판단의 출발점이 됩니다. 대형 발사체의 1단은 무거운 기체를 지상에서 들어 올려야 하므로 추력이 큰 엔진을 여러 개 묶어 값을 1 이상으로 확보합니다. 반대로 이미 우주 공간에 도달한 상단(upper stage)이나 인공위성의 궤도 조정용 엔진은 들어 올릴 필요가 없어 값이 1보다 훨씬 작아도 충분하고, 대신 연료를 아끼는 쪽으로 설계합니다. 달 착륙선처럼 중력이 약한 천체에 내렸다가 다시 떠올라야 하는 기체 역시, 그 천체 기준의 값이 1을 넘도록 착륙선의 무게와 엔진을 함께 정합니다.

\mathrm{TWR} = \frac{F_{thrust}}{m \cdot g}

함께 보기추력비추력중력 손실단 분리델타 브이

중급위성·지구관측유인우주·탐사

충돌 회피 기동

Collision Avoidance Maneuver

위성이나 우주정거장이 다른 물체와 부딪힐 위험이 예측될 때, 엔진을 잠깐 켜서 지나가는 길을 살짝 바꾸는 일.

고속도로에서 앞차가 갑자기 끼어들 것 같으면 운전자는 미리 차선을 살짝 옮깁니다. 우주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다만 우주에서는 브레이크가 없고, 방향을 트는 데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립니다. 그래서 위험을 미리 계산해 두고, 여유를 두고 아주 조금만 밀어 주는 방식으로 피합니다.

지구 주위를 도는 물체들은 각각 정해진 궤도(orbit)를 따라 움직입니다. 지상의 레이더와 망원경 네트워크가 이 물체들의 위치를 추적하고, 앞으로 며칠간의 위치를 예측해 서로 얼마나 가까워지는지를 계산합니다. 이렇게 두 물체가 가까이 스쳐 지나가는 사건을 근접 통과(conjunction)라고 부르며, 운영자에게는 예상 최근접 거리와 충돌 확률(probability of collision)이 담긴 경보가 전달됩니다.

충돌 확률이 기관마다 정해 둔 기준선을 넘으면 기동을 결정합니다. 방법은 대체로 추력기를 짧게 분사해 속도를 아주 조금 바꾸는 것입니다. 이때의 속도 변화량을 델타브이(delta-v, Δv)라고 하며, 궤도 운동에서는 속도를 조금만 바꿔도 시간이 지나면서 위치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 때문에, 초속 몇 센티미터 수준의 아주 작은 분사만으로도 예정된 만남 시점에는 충분히 먼 거리를 벌 수 있습니다. 대신 궤도가 바뀌므로 관측 일정이나 지상국 교신 계획도 함께 조정해야 하고, 연료는 한 번 쓰면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위성의 남은 수명을 갉아먹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ISS)은 파편이 접근할 때 화물선이나 정거장 자체의 추력기를 이용해 궤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기동을 반복해 왔습니다. 시간이 부족해 기동을 못 할 때는 승무원이 도킹해 있는 우주선 안으로 대피해 통과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지구관측 위성이나 대형 군집위성(constellation)을 운용하는 기관들도 근접 통과 경보를 상시로 받아 처리하며, 위성 수가 늘면서 이 작업은 상당 부분 자동화되는 추세입니다.

\Delta v = v_2 - v_1

함께 보기우주 쓰레기궤도델타브이근접 통과궤도 이탈

중급행성과학·태양계천문·천체물리

카이퍼 벨트

Kuiper Belt

해왕성 궤도 바깥에 얼음과 암석으로 된 작은 천체들이 넓은 고리 모양으로 흩어져 있는 영역.

태양계를 하나의 도시라고 상상해 보면, 행성들은 중심가에 모여 있는 건물들이고 카이퍼 벨트(Kuiper Belt)는 도시 외곽에 남겨진 넓은 공터입니다. 이 공터에는 도시를 지을 때 쓰고 남은 자재들이 그대로 흩어져 있습니다.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행성으로 뭉치지 못하고 남은 얼음덩어리와 암석 조각들이 바로 그 자재에 해당합니다.

카이퍼 벨트는 해왕성 궤도 바깥쪽에서 시작해 태양으로부터 훨씬 먼 곳까지 도넛처럼 납작하게 펼쳐진 영역입니다. 이곳의 천체들을 통틀어 카이퍼 벨트 천체(Kuiper Belt Object, KBO) 또는 넓게는 **해왕성 바깥 천체(Trans-Neptunian Object, TNO)**라고 부릅니다. 태양에서 멀어 온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물, 메탄, 암모니아 등이 얼음 상태로 남아 있고, 이 얼음은 태양계 초기의 물질 조성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명왕성(Pluto)이 이 영역에 속하는 대표적인 천체이며, 명왕성처럼 스스로 둥근 모양을 유지할 만큼 큰 천체를 **왜소행성(dwarf planet)**으로 분류합니다.

소행성대와 혼동하기 쉽지만 성격이 다릅니다. 소행성대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고 암석·금속 성분이 많은 반면, 카이퍼 벨트는 훨씬 멀고 훨씬 넓으며 얼음 성분이 우세합니다. 또한 카이퍼 벨트 천체 중 상당수는 해왕성의 중력에 영향을 받아 공전 주기가 해왕성과 일정한 비율로 맞물리는 궤도 공명(orbital resonance) 상태에 있습니다. 이 공명 덕분에 해왕성과 가까워지는 일 없이 안정적으로 궤도를 유지합니다. 짧은 주기로 돌아오는 혜성 중 일부도 이 영역에서 안쪽으로 밀려 들어온 것으로 여겨집니다.

실제 관측에서 카이퍼 벨트는 어둡고 멀어서 지상 망원경으로는 점 하나로만 보입니다. 그래서 근접 탐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NASA의 뉴호라이즌스(New Horizons) 탐사선은 명왕성을 근접 통과하며 질소 얼음 평원과 얼음 산맥 등 예상보다 활발한 지형을 촬영했고, 이후 더 멀리 있는 작은 카이퍼 벨트 천체 아로코스(Arrokoth)까지 접근해 두 개의 둥근 덩어리가 부드럽게 맞붙은 형태를 확인했습니다. 이는 초기 태양계에서 미행성체가 격렬한 충돌이 아니라 비교적 천천히 합쳐지며 자랐다는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관측 증거로 쓰이고 있습니다. 지상에서는 별빛이 천체에 가려지는 순간을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관측하는 엄폐(occultation) 기법으로 크기와 형태를 추정하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적외선으로 표면 얼음의 성분을 분석합니다.

함께 보기해왕성 바깥 천체왜소행성오르트 구름궤도 공명소행성대

중급위성·지구관측관측·천문현상

케슬러 증후군

Kessler Syndrome

지구 궤도의 물체들이 서로 부딪히며 생긴 파편이 다시 충돌을 일으켜, 충돌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말합니다.

당구대 위에 공이 빽빽하게 놓여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공 하나를 세게 굴리면 다른 공을 때리고, 그 공이 또 다른 공을 때립니다. 다만 궤도에서는 부딪힌 공이 튕겨 나가는 데 그치지 않고 산산조각이 나면서, 조각 하나하나가 다시 새로운 당구공이 됩니다. 부딪힐수록 부딪힐 것이 늘어나는 셈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도널드 케슬러(Donald Kessler)가 제시한 이 시나리오를 그의 이름을 따 케슬러 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핵심은 속도입니다. 지구 저궤도(LEO, Low Earth Orbit)를 도는 물체는 초속 수 킬로미터로 움직이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도는 두 물체가 만나면 상대 속도는 그보다 더 커집니다. 이 속도에서는 나사 하나 크기의 파편도 위성 본체를 관통할 만한 운동 에너지를 가집니다. 충돌 에너지는 질량에 비례하고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작고 가벼운 파편이라도 위협이 됩니다.

연쇄 반응이 되는 조건은 '파편 생성 속도'가 '파편 소멸 속도'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낮은 고도에서는 희박한 대기가 파편을 조금씩 감속시켜 결국 대기권으로 끌어내리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이 자연 청소 과정은 극도로 느려집니다. 따라서 높은 고도에서 생긴 파편은 아주 오랫동안 남습니다. 파편 밀도가 어느 문턱을 넘으면, 새로운 발사를 전혀 하지 않아도 기존 파편끼리의 충돌만으로 파편 수가 계속 늘어나는 상태가 됩니다.

실제로 이 시나리오는 이론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궤도상에서 위성 간 충돌 사고와 인공위성 요격 시험이 실제로 일어났고, 각각 수천 개 규모의 추적 가능한 파편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파편들은 지금도 궤도에 남아 다른 위성의 회피 기동을 유발합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도 파편이 접근할 때 궤도를 살짝 올리거나 낮추는 회피 기동을 수행하며, 예측이 늦어지면 승무원이 귀환용 우주선으로 대피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각국 우주기관은 레이더와 광학 망원경으로 파편을 목록화해 추적하고, 임무를 마친 위성을 정해진 기간 안에 대기권에 재진입시키거나 사용하지 않는 궤도로 옮기는 규정을 운영합니다. 파편을 그물이나 작살, 자석으로 직접 붙잡아 내리는 능동적 잔해 제거(ADR, Active Debris Removal) 기술을 시연하는 임무들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E_k = \frac{1}{2} m v^2

함께 보기우주 쓰레기지구 저궤도궤도 이탈충돌 회피 기동능동적 잔해 제거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퀘이사

Quasar

아주 멀리 있는데도 밝게 보이는 천체로, 은하 한가운데의 아주 무거운 구멍 주위로 물질이 빨려들며 빛을 낸다.

욕조 물이 배수구로 빠질 때 물이 그냥 곧장 떨어지지 않고 소용돌이를 그리며 돌다가 내려가는 모습을 떠올려 봅시다. 퀘이사(Quasar)도 비슷합니다. 은하 중심에 있는 매우 무거운 천체로 기체가 빨려 들어가는데, 곧장 떨어지는 대신 납작한 원반을 이루며 빙글빙글 돌다가 안쪽으로 흘러갑니다. 이때 기체끼리 마찰하며 엄청나게 뜨거워지고, 그 열이 빛으로 나옵니다. 퀘이사가 내는 빛은 그 은하에 있는 별 전체가 내는 빛을 합친 것보다도 밝은 경우가 많아, 아주 먼 거리에서도 관측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퀘이사는 활동은하핵(Active Galactic Nucleus, AGN) 중에서도 특히 밝은 부류입니다.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로 물질이 떨어지면서 강착원반(accretion disk)이 만들어지고, 여기서 중력에 의한 위치에너지가 열과 빛으로 바뀝니다. 이 과정은 핵융합보다 에너지 전환 효율이 훨씬 높아서,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물질만으로도 막대한 빛을 냅니다. 일부 퀘이사에서는 원반과 수직인 방향으로 제트(jet)라 불리는 물질 분출이 관측되며, 전파 영역에서 특히 밝게 보이기도 합니다.

퀘이사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는 별처럼 점으로 보였기 때문에 '준항성체(quasi-stellar object)'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를 줄인 말이 퀘이사입니다. 하지만 스펙트럼을 분석해 보니 방출선이 붉은 쪽으로 크게 치우쳐 있었고(적색이동), 이는 이 천체가 우리 은하 안의 별이 아니라 우주론적으로 먼 거리에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퀘이사의 밝기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데,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것은 빛을 내는 영역 자체가 (은하 전체에 비해) 매우 작다는 근거가 됩니다.

퀘이사의 밝기는 강착이 얼마나 격렬한지에 따라 달라지며, 블랙홀이 물질을 끌어당기는 힘과 빛이 물질을 밀어내는 힘이 균형을 이루는 한계 밝기(에딩턴 광도)가 기준으로 자주 쓰입니다. 이 한계에 가깝게 빛나는 퀘이사일수록 물질을 빠르게 삼키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실제 관측에서 퀘이사는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됩니다. 첫째, 우주 초기를 연구하는 등대입니다. 아주 먼 퀘이사의 빛은 우주가 젊었을 때 출발한 빛이므로, 그 스펙트럼에 새겨진 흡수선을 읽으면 빛이 지나온 길목의 기체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슬론 디지털 전천탐사(SDSS)는 이런 방식으로 방대한 퀘이사 목록을 만들어 우주 대규모 구조 연구에 썼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적외선 관측으로 더 멀고 어두운 퀘이사를 찾고 있습니다. 둘째, 하늘의 좌표 기준점입니다. 퀘이사는 너무 멀어서 위치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관측에서 천구 좌표계의 기준 천체로 사용되며, 이 좌표 기준은 위성 항법과 우주선 항법의 정밀도에도 기여합니다.

L_{\mathrm{Edd}} = \frac{4\pi G M m_p c}{\sigma_T}

함께 보기초대질량 블랙홀활동은하핵강착원반적색이동상대론적 제트

중급위성·지구관측관측·천문현상

태양동기궤도

Sun-synchronous Orbit

위성이 지구의 한 지점 위를 늘 같은 시각, 같은 햇빛 각도에서 지나가도록 맞춰 놓은 궤도.

매일 같은 시각에 같은 길을 걷는 우체부를 떠올려 보세요. 언제나 오전 열 시쯤 그 골목을 지나가니, 골목의 그림자 모양도 늘 비슷합니다. 태양동기궤도(Sun-synchronous Orbit, SSO)에 올라간 위성이 바로 이런 우체부입니다. 지구 위 어느 지점을 지나갈 때마다 태양이 하늘에서 거의 같은 높이에 떠 있어, 찍히는 사진의 밝기와 그림자 방향이 항상 비슷하게 유지됩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지구가 완전한 공 모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적도 쪽이 살짝 불룩한데, 이 불룩함이 만드는 중력의 치우침이 위성 궤도면을 조금씩 옆으로 밀어 돌립니다. 이 현상을 궤도면 세차(nodal precession)라고 합니다. 위성의 고도와 궤도경사각(inclination)을 잘 고르면, 궤도면이 밀려 도는 속도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속도, 즉 1년에 한 바퀴와 정확히 맞출 수 있습니다. 궤도면이 태양 방향을 계속 따라가게 되는 셈이라, 태양과 궤도면 사이의 각도가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세차 속도는 고도가 낮을수록, 그리고 궤도경사각이 90도에서 멀수록 커집니다. 태양동기궤도가 요구하는 만큼의 세차를 얻으려면 경사각이 90도를 살짝 넘겨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위성은 지구 자전과 반대 방향 성분을 갖고 극지방 근처를 넘나들며 돕니다. 그래서 태양동기궤도는 대부분 극궤도(polar orbit)에 가까운 형태이고, 지구 자전 덕분에 위성은 한 바퀴 돌 때마다 조금씩 서쪽으로 옮겨진 띠를 훑어 며칠이면 지구 전체를 덮습니다. 다만 태양과의 각도가 고정된다는 것이 '항상 낮'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궤도면을 태양 쪽으로 세우면 위성이 계속 햇빛을 받는 새벽·황혼 궤도(dawn–dusk orbit)가 되고, 이 경우 태양전지판에 그늘이 거의 지지 않아 전력 사정이 좋아집니다.

조명 조건이 일정하다는 성질은 지구를 반복해서 관측하는 임무에 결정적입니다. 미국의 랜드샛(Landsat)이나 유럽의 센티널-2(Sentinel-2) 같은 지구관측 위성, 그리고 우리나라의 아리랑(KOMPSAT) 시리즈가 태양동기궤도를 씁니다. 같은 농경지를 몇 달 간격으로 찍어도 그림자와 밝기가 비슷하니, 사진의 차이를 곧바로 '땅이 실제로 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숲이 줄어드는 속도, 빙하가 물러나는 정도, 도시가 넓어지는 모습을 비교하는 작업이 여기에 기댑니다. 기상위성이 매일 정해진 시각에 구름과 해수면 온도를 훑는 것도, 레이더로 지표를 관측하는 위성이 전력이 넉넉한 새벽·황혼 궤도를 선호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dot{\Omega} = -\frac{3}{2}\, \frac{J_2 R_E^2 \sqrt{\mu}}{(1-e^2)^2 a^{7/2}} \cos i

함께 보기극궤도궤도경사각저궤도정지궤도원격탐사

중급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트랜싯법

Transit Method

별 앞을 행성이 가로지를 때 별빛이 아주 조금 어두워지는 것을 측정해 행성의 존재를 알아내는 방법.

밝은 가로등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다고 해봅시다. 그 앞으로 아주 작은 벌레 한 마리가 지나가면, 가로등 불빛은 눈으로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살짝 흐려집니다. 트랜싯법(Transit Method)은 바로 이 원리를 별과 행성에 적용한 것입니다. 우리는 그 행성을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별빛이 잠깐 줄어들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변화를 기록해서 "무언가가 지나갔다"는 사실을 추론합니다.

망원경이 한 별의 밝기를 오랫동안 계속 측정하면 밝기 변화 그래프, 즉 광도곡선(light curve)을 얻게 됩니다.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가는 동안 광도곡선에는 밝기가 살짝 떨어졌다가 평평하게 유지되고 다시 회복되는 U자 모양의 골이 생깁니다. 이 골의 깊이는 행성과 별의 크기 비율에 의해 결정됩니다. 행성이 별 원반을 가리는 면적만큼 빛이 줄어들기 때문에, 밝기 감소량은 행성 반지름과 별 반지름의 비를 제곱한 값에 해당합니다.

골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간격은 행성의 공전 주기가 됩니다. 같은 깊이의 골이 일정한 간격으로 여러 번 관측되면 행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여기에 별의 크기를 다른 방법으로 알아내면 행성의 실제 크기를 계산할 수 있고, 공전 주기로부터 행성이 별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방법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습니다. 행성의 공전 궤도면이 지구에서 보는 시선 방향과 거의 나란해야만 행성이 별 앞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궤도가 기울어져 있으면 행성이 있어도 별빛을 가리지 않으므로 아무것도 관측되지 않습니다. 또 서로를 가리는 쌍성이나 별 자체의 밝기 변화도 비슷한 신호를 만들 수 있어, 다른 방법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실제 활용을 보면, NASA의 케플러(Kepler) 우주망원경은 하늘의 한 영역을 계속 응시하며 수많은 별의 밝기를 동시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트랜싯 신호를 대량으로 찾아냈습니다. 후속 임무인 TESS는 전 하늘을 나누어 훑으며 비교적 가까운 밝은 별 주위의 행성을 탐색합니다. 이렇게 찾아낸 행성 가운데 조건이 좋은 것들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후속 관측 대상이 됩니다.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별빛 일부가 행성 대기를 통과하면서 특정 파장이 흡수되는데, 이 흔적을 분석하면 대기에 어떤 성분이 있는지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투과 분광(transmission spectroscopy)이라고 부르며, 트랜싯법이 단순히 행성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성질을 조사하는 출발점이 되는 이유입니다.

\frac{\Delta F}{F} \approx \left(\frac{R_p}{R_\star}\right)^2

함께 보기외계행성광도곡선시선속도법투과 분광케플러 우주망원경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파섹

Parsec

별까지의 거리를 재는 단위로,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동안 별의 위치가 어긋나 보이는 정도로 정의한다.

손가락을 눈앞에 세우고 왼쪽 눈, 오른쪽 눈을 번갈아 감아 보면 손가락이 배경에 대해 좌우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손가락이 가까울수록 많이 움직이고, 멀수록 조금 움직입니다. 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반 바퀴 도는 사이에 관측 위치가 크게 달라지므로, 가까운 별은 더 먼 배경 별에 대해 아주 조금 위치가 어긋나 보입니다. 이 어긋남이 얼마나 작은지를 기준으로 만든 거리 단위가 파섹(parsec)입니다.

이 위치 어긋남을 시차(parallax)라고 부릅니다. 지구가 태양에서 떨어진 거리, 즉 1천문단위(AU)만큼 옆으로 옮겨 갔을 때 별이 어긋나 보이는 각도가 1초각(arcsecond, 1도의 3600분의 1)이 되는 거리를 1파섹으로 정의합니다. 이름 자체가 '시차(parallax) 1초각(arcsecond)'을 줄인 말입니다.

정의가 이런 형태이므로 계산은 아주 단순합니다. 시차 각도를 초각 단위로 재기만 하면, 그 값의 역수가 곧 파섹 단위 거리입니다. 시차가 작을수록 거리는 멀어지고, 시차가 절반이면 거리는 두 배가 됩니다. 다만 각도가 작아질수록 측정 오차의 영향이 커지기 때문에, 먼 천체일수록 시차만으로 거리를 정하기는 어려워집니다. 천문학에서는 1000파섹을 킬로파섹(kpc), 100만 파섹을 메가파섹(Mpc)으로 부르며, 각각 은하 안쪽 구조와 은하 사이 거리를 나타낼 때 씁니다.

파섹이 실제로 위력을 발휘한 곳은 시차 측정 전용 우주망원경입니다. 지상에서는 대기가 별빛을 흔들어 놓아 아주 작은 각도를 재기 어렵지만, 대기 밖에서는 훨씬 안정적으로 별의 위치를 반복 측정할 수 있습니다. 유럽우주국(ESA)의 히파르코스(Hipparcos)와 그 후속인 가이아(Gaia) 위성은 같은 별을 여러 해에 걸쳐 반복 관측해 시차를 재고, 이를 파섹 단위 거리로 환산해 별들의 3차원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얻은 거리는 별의 실제 밝기와 크기를 계산하는 출발점이 되고, 더 먼 천체까지 이어지는 거리 사다리의 첫 단을 이룹니다.

d\ [\mathrm{pc}] = \frac{1}{p\ [\mathrm{arcsec}]}

함께 보기연주시차천문단위광년우주 거리 사다리고유운동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펄서

Pulsar

아주 빠르게 회전하면서 좁은 방향으로만 전파를 내보내, 지구에서는 규칙적으로 깜빡이는 신호로 관측되는 별의 잔해입니다.

등대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등대의 불빛은 늘 켜져 있지만, 회전하는 반사경 때문에 멀리서 보면 일정한 간격으로 깜빡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펄서(Pulsar)도 마찬가지입니다. 신호 자체가 켜졌다 꺼지는 것이 아니라, 좁은 원뿔 모양으로 뻗어 나가는 빛줄기가 회전하면서 우리 쪽을 스칠 때마다 신호가 잡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구의 망원경에는 시계처럼 규칙적인 맥박(pulse)으로 기록됩니다.

펄서는 무거운 별이 수명을 다하고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뒤 남은 중성자별(neutron star)입니다. 별의 중심부가 자기 중력으로 짓눌려 지름 수십 킬로미터 수준까지 압축되면서, 원래 별이 가지고 있던 회전과 자기장이 좁은 공간에 몰립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팔을 몸에 붙이면 회전이 빨라지는 것과 같은 원리로, 압축된 잔해는 대단히 빠르게 돌게 되고 자기장도 극도로 강해집니다.

이 강한 자기장의 축은 회전축과 어긋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전 입자들은 자기축을 따라 자극(磁極) 방향으로 뿜어져 나가며 전파를 방출하는데, 회전축과 자기축이 어긋나 있으니 이 빛줄기가 회전과 함께 하늘을 쓸고 지나갑니다. 빛줄기가 지구를 향하는 방향에 놓인 경우에만 우리가 펄서로 인식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중성자별은 같은 천체라도 맥박 신호로 잡히지 않습니다. 관측되는 주기는 곧 이 천체의 자전 주기이며, 시간이 흐르면서 회전 에너지를 잃고 아주 조금씩 느려집니다.

펄서의 주기가 대단히 안정적이라는 점은 실용적인 가치를 낳았습니다. 여러 펄서의 신호 도착 시각을 동시에 오랫동안 재는 '펄서 타이밍 어레이(pulsar timing array)' 관측은, 중력파가 지나가면서 신호가 도착하는 시각을 미세하게 앞당기거나 늦추는 효과를 찾는 데 쓰입니다. 지상 검출기가 잡기 어려운 아주 긴 파장의 중력파를 은하 규모의 전파망원경 네트워크로 추적하는 방식입니다. 또 NASA의 X선 관측 장비 NICER에 실린 SEXTANT 실험처럼, 펄서 신호를 일종의 우주 GPS 신호로 삼아 지상 관제의 도움 없이 탐사선이 스스로 위치를 계산하는 자율 항법 기술도 궤도상에서 시연된 바 있습니다.

함께 보기중성자별초신성중력파전파망원경자기장

중급발사체·로켓위성·지구관측

호만 전이 궤도

Hohmann Transfer Orbit

낮은 원 궤도에서 높은 원 궤도로 옮겨갈 때 연료를 가장 적게 쓰는, 두 번의 엔진 점화로 이루어지는 타원 경로.

지구 둘레를 도는 두 개의 원형 트랙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안쪽 트랙에서 바깥쪽 트랙으로 옮겨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트랙을 가로질러 직선으로 가로지르는 것은 우주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대신 안쪽 트랙에서 한 번 속도를 올려 길쭉한 타원을 그리며 바깥으로 나아가고, 타원의 가장 먼 지점에 도착했을 때 다시 한 번 속도를 올려 바깥 트랙에 자리를 잡습니다. 이 두 번의 가속으로 만들어지는 타원 경로가 호만 전이 궤도(Hohmann transfer orbit)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보면, 전이 타원은 출발 궤도와 도착 궤도 양쪽에 각각 한 번씩만 닿습니다. 타원에서 중심 천체와 가장 가까운 점(근점)이 출발 궤도의 높이와 같고, 가장 먼 점(원점)이 도착 궤도의 높이와 같습니다. 첫 번째 점화는 근점에서 이루어져 우주선을 타원 궤도에 올려놓고, 두 번째 점화는 반 바퀴를 돈 뒤 원점에서 이루어져 타원을 다시 원으로 펴 줍니다. 두 점화 사이에는 엔진을 끈 채 관성으로만 비행합니다.

각 점화에서 필요한 속도 변화량을 흔히 델타브이(Δv, delta-v)라고 부르며, 전체 임무의 연료 소모량은 이 Δv의 총합으로 가늠합니다. 두 궤도의 반지름 차이가 클수록 필요한 Δv도 커집니다. 호만 전이는 두 원 궤도가 같은 평면에 있고 방향도 같을 때 Δv 합계가 최소가 되는 방식이지만, 대신 반 바퀴를 돌아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급하게 도착해야 하는 임무라면 연료를 더 쓰더라도 다른 경로를 택합니다.

실제 사례로 정지궤도 통신위성이 있습니다. 발사체는 위성을 우선 근점이 낮고 원점이 정지궤도 높이에 닿는 길쭉한 타원(정지천이궤도, GTO)에 올려놓습니다. 위성은 그 뒤 원점에서 자체 엔진을 점화해 궤도를 원형으로 다듬고 적도면에 맞춥니다. 화성으로 향하는 탐사선도 같은 원리를 태양 주위 궤도에 적용합니다. 지구 궤도에서 가속해 태양을 도는 타원에 올라탄 뒤, 그 타원의 먼 쪽에서 화성을 만나도록 출발 시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화성 탐사선의 발사 기회가 아무 때나 열리지 않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찾아오는 이유도, 두 행성이 이 타원 경로의 양 끝에서 제때 만나는 배치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Delta v_1 = \sqrt{\frac{\mu}{r_1}}\left(\sqrt{\frac{2r_2}{r_1+r_2}}-1\right),\quad \Delta v_2 = \sqrt{\frac{\mu}{r_2}}\left(1-\sqrt{\frac{2r_1}{r_1+r_2}}\right)

함께 보기델타브이정지천이궤도발사 윈도우중력 도움궤도 이심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