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위성·지구관측관측·천문현상
TLE
TLE (Two-Line Element Set)
인공위성이 지구 둘레를 어떻게 도는지를 두 줄의 숫자 목록으로 압축해 적어 둔 표준 기록 형식.
하늘을 도는 위성의 위치를 알려면 "지금 어디 있다"는 한 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신 "어떤 모양의 길을,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빠르게 돌고 있는가"를 적어 두면 앞뒤 시각의 위치를 계산해 낼 수 있습니다. TLE는 바로 이 정보를 정해진 자리에 정해진 순서로 빽빽하게 눌러 담은, 두 줄짜리 문자열입니다. 자리마다 무엇이 들어가는지가 고정되어 있어서 사람이 읽기는 불편하지만 프로그램이 읽기에는 아주 편합니다.
두 줄에는 위성 식별 번호, 기준 시각(에포크, epoch), 궤도면의 기울기(경사각, inclination), 궤도면이 하늘에서 놓인 방향(승교점 적경, RAAN), 궤도가 원에서 얼마나 찌그러졌는지(이심률, eccentricity), 근지점 인수, 평균 근점 이각, 그리고 하루에 몇 바퀴 도는지(평균 운동, mean motion)가 들어갑니다. 이심률은 소수점이 생략된 채 기록되고, 각 줄 끝에는 전송 오류를 잡기 위한 검사 숫자(체크섬)가 붙습니다.
TLE에서 가장 주의할 점은, 이 숫자들이 아무 계산식에나 넣어도 되는 순수한 기하학적 값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TLE는 SGP4라는 특정 궤도 전파 모델과 짝을 이루도록 만들어진 '평균 요소(mean elements)'입니다. 지구가 완전한 구가 아니어서 생기는 중력의 일그러짐, 대기 저항 같은 효과가 이미 모델 쪽에 녹아 있기 때문에, 반드시 SGP4 계열 알고리즘에 넣어야 설계된 정확도가 나옵니다. 다른 정밀 궤도 계산기에 그대로 대입하면 오차가 커집니다.
또한 TLE의 정확도는 기준 시각에서 멀어질수록 빠르게 나빠집니다. 특히 대기가 남아 있는 낮은 고도의 위성은 대기 저항의 변동이 커서, 며칠만 지나도 예측 위치가 실제와 크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운용 기관은 새 관측을 반영한 TLE를 주기적으로 갱신해 배포하고, 사용자는 항상 최신 것을 받아 쓰는 것이 원칙입니다.
실제 현장에서 TLE는 곳곳에 쓰입니다. 아마추어 무선가와 지상국 운영자는 TLE를 추적 소프트웨어에 넣어 안테나를 위성이 지나갈 방향으로 미리 돌려 둡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우리 동네 하늘을 언제 지나가는지 알려 주는 육안 관측 예보 서비스도 같은 데이터를 씁니다. 지구 관측 위성 영상을 쓰는 연구자는 촬영 시각에 위성이 어디 있었는지를 TLE로 되짚어 영상의 지리 좌표를 맞춥니다. 우주 감시 기관은 수만 개 물체의 TLE를 서로 비교해 충돌이 우려되는 접근을 미리 걸러 내고,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훨씬 정밀한 궤도 데이터로 다시 계산합니다.
n = \sqrt{\dfrac{\mu}{a^{3}}}
함께 보기케플러 궤도 요소SGP4에포크저궤도(LEO)우주 물체 충돌 회피
중급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각분해능
Angular Resolution
하늘에서 아주 가까이 붙어 있는 두 점을 서로 다른 두 개로 구분해 낼 수 있는 능력.
밤에 멀리서 다가오는 자동차를 보면 처음에는 불빛이 하나로 보이다가, 가까워지면 어느 순간 헤드라이트 두 개로 갈라져 보입니다. 눈이 두 불빛을 '따로'라고 알아보기 시작하는 그 지점이 바로 눈의 한계입니다. 망원경에도 똑같은 한계가 있고, 이것을 각분해능(Angular Resolution)이라고 부릅니다. 값이 작을수록 더 잘 구분한다는 뜻이라, 다른 성능 지표와 달리 작은 숫자가 좋은 숫자입니다.
한계가 생기는 이유는 빛이 파동이기 때문입니다. 빛이 망원경 입구를 통과할 때 가장자리에서 휘어져 퍼지는 회절(diffraction) 현상이 일어나, 아무리 완벽한 망원경이라도 별 하나가 점이 아닌 작은 원반 모양으로 맺힙니다. 두 별의 원반이 겹쳐 버리면 하나로 보입니다. 이 한계각은 관측하는 빛의 파장에 비례하고, 빛을 모으는 구경(aperture, 주경의 지름)에 반비례합니다. 즉 거울이 클수록, 파장이 짧을수록 더 세밀하게 본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하나 있습니다. 각분해능은 '얼마나 어두운 것까지 보느냐'(감도)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아주 밝은 두 별이라도 각거리가 분해능보다 좁으면 영원히 한 점으로 보이고, 반대로 매우 어두운 천체라도 충분히 떨어져 있으면 형태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노출 시간을 늘려도 각분해능 자체는 좋아지지 않습니다.
각도는 도(°)보다 훨씬 작은 단위로 표현합니다. 1도의 60분의 1이 각분(arcminute), 그 60분의 1이 각초(arcsecond)이며, 천문 관측에서는 각초나 그보다 작은 밀리각초(milliarcsecond)까지 다룹니다.
실제 미션에서 각분해능은 설계를 좌우하는 조건입니다. 지상 망원경은 대기가 흔들려 상이 번지기 때문에, 큰 거울을 만들어도 이론적 한계만큼 성능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기 위로 올라간 우주망원경이 선명한 영상을 얻고, 지상에서는 대기 흔들림을 실시간으로 보정하는 적응광학(adaptive optics)을 씁니다. 또 전파 관측처럼 파장이 아주 긴 영역에서는 안테나 하나로는 분해능이 턱없이 부족해, 멀리 떨어진 여러 안테나를 묶어 하나의 거대한 망원경처럼 동작시키는 간섭계(interferometry) 기법을 사용합니다. 지구 곳곳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블랙홀 주변의 그림자 구조를 촬영한 관측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지구 관측 위성에서도 '지상의 몇 미터 크기 물체를 구분할 수 있는가'라는 사양이 결국 각분해능에서 나옵니다.
\theta \approx 1.22\,\frac{\lambda}{D}
함께 보기회절구경적응광학간섭계각초
고급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간섭계
Interferometry
떨어진 여러 지점에서 받은 빛이나 전파를 하나로 합친 뒤, 겹칠 때 생기는 무늬를 읽어 아주 미세한 차이를 알아내는 관측 방법.
잔잔한 연못에 돌 두 개를 동시에 던지면 물결이 퍼져 나가다 서로 만나면서 줄무늬가 생깁니다. 어떤 곳은 물결이 더 높아지고, 어떤 곳은 서로 상쇄되어 잔잔해집니다. 이 무늬의 모양은 두 돌이 떨어진 거리와 던진 시점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간섭계(interferometry)는 바로 이 성질을 뒤집어 이용합니다. 무늬를 정밀하게 측정하면, 그 무늬를 만들어 낸 원인 쪽의 극히 작은 차이를 거꾸로 알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빛과 전파도 파동이므로 똑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서로 떨어진 두 망원경이 같은 천체에서 온 파동을 받으면, 천체의 방향에 따라 두 신호가 도착하는 시점이 미세하게 어긋납니다. 이 어긋남을 위상차라고 하며, 두 신호를 합쳤을 때 나타나는 간섭무늬에 그 정보가 담깁니다. 두 망원경을 잇는 거리를 기선(baseline, $B$)이라 하는데, 하늘에서 구분해 낼 수 있는 가장 작은 각도(각분해능)는 관측 파장 $\lambda$를 기선으로 나눈 값에 비례합니다. 즉 망원경을 멀리 떨어뜨릴수록 마치 기선만 한 지름을 가진 거대한 망원경처럼 세밀하게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얻는 것은 '세밀함'이지 '밝기를 모으는 능력'이 아닙니다. 빛을 모으는 양은 실제 망원경 면적의 합만큼이므로, 어두운 천체를 보려면 여전히 큰 접시가 필요합니다. 또 여러 망원경의 신호를 합치려면 시각을 극도로 정확하게 맞춰야 하고, 대기의 흔들림이 만드는 위상 교란도 보정해야 합니다. 망원경을 여러 대 배치하고 지구가 자전하며 기선의 방향이 바뀌는 것을 이용해 빈틈을 메우는 방식을 개구합성(aperture synthesis)이라고 합니다.
간섭계는 파동의 경로 길이 차이를 재는 데도 쓰입니다. 하나의 광원에서 나온 빛을 둘로 갈라 서로 다른 경로로 보냈다가 다시 합치면, 두 경로의 길이가 조금이라도 달라질 때 무늬가 움직입니다. 이 원리를 쓰면 원자 크기보다도 훨씬 작은 길이 변화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는 여러 분야에 걸쳐 있습니다. 여러 대륙에 흩어진 전파망원경을 동시에 관측시켜 지구 크기에 맞먹는 기선을 만드는 초장기선 간섭계(VLBI, 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ry)는 은하 중심 블랙홀 주변의 고리 모양 영상을 얻는 데 쓰였습니다. 지상의 중력파 검출기는 수 킬로미터 길이의 L자 팔을 가진 거대한 간섭계로, 중력파가 지나가며 팔 길이를 미세하게 늘였다 줄이는 것을 무늬 변화로 포착합니다. 전파 간섭계로 천체의 위치를 반복 측정해 별까지의 거리를 구하거나, 광학 간섭계로 별의 겉보기 지름과 쌍성의 궤도를 직접 재는 관측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theta \approx \frac{\lambda}{B}
함께 보기각분해능파장전파망원경중력파개구합성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감마선 폭발
Gamma-Ray Burst (GRB)
아주 먼 우주에서 짧은 순간 동안 강력한 빛이 터져 나오는 현상으로, 하늘에서 관측되는 가장 밝은 폭발에 속합니다.
밤하늘 어딘가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한 번 터지는 장면을 상상해 보세요. 너무 짧아서 눈을 깜빡이면 놓치지만, 그 순간만큼은 주변의 어떤 별보다도 밝습니다. 감마선 폭발(Gamma-Ray Burst, GRB)은 이런 일이 우주 규모로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수십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데도, 그 짧은 순간에는 은하 전체를 합친 것보다 밝게 빛납니다.
여기서 '감마선'은 빛의 한 종류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빛보다 훨씬 에너지가 큰 빛이며, 지구 대기가 막아 주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볼 수 없고 대기 밖의 망원경으로만 관측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감마선 폭발은 우주 망원경이 등장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연구될 수 있었습니다.
감마선 폭발은 지속 시간에 따라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길게는 수십 초 이상 이어지는 것과, 2초 안팎으로 아주 짧게 끝나는 것입니다. 긴 쪽은 무거운 별이 수명을 다하고 붕괴하면서 블랙홀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짧은 쪽은 중성자별 둘이 서로 돌다가 충돌하며 합쳐지는 과정과 연결되어 있다고 봅니다. 두 경우 모두 물질이 좁은 방향으로 거의 빛의 속도에 가깝게 뿜어져 나가는 제트(jet)를 만드는데, 그 제트가 우연히 지구 쪽을 향할 때 우리가 폭발을 감지하게 됩니다. 제트가 좁게 모여 있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실제로 방출된 에너지보다 훨씬 밝아 보이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감마선이 번쩍이고 나면 같은 자리에서 X선, 가시광선, 전파가 뒤따라 서서히 잦아드는 잔광(afterglow)이 나타납니다. 잔광은 감마선보다 오래 지속되므로 폭발이 일어난 정확한 위치와 거리를 알아내는 단서가 됩니다. 천문학자들이 폭발이 어느 은하에서 일어났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도 대부분 잔광 덕분입니다.
실제 관측은 보통 이런 순서로 진행됩니다. 넓은 하늘을 감시하는 감마선 검출 위성이 폭발을 포착하면 대략적인 방향을 즉시 지상으로 알리고, 같은 위성에 실린 X선·자외선 망원경이 스스로 그 방향으로 몸을 돌려 잔광을 찾습니다. 이 좌표는 전 세계 관측소로 자동 배포되어, 지상의 대형 망원경들이 몇 분 안에 후속 관측에 들어갑니다. 중성자별 충돌로 생긴 짧은 폭발의 경우에는 중력파 검출기가 잡아낸 신호와 감마선 폭발이 같은 시각·같은 방향에서 확인된 사례가 있으며, 이는 서로 다른 관측 수단을 함께 쓰는 다중신호 천문학(multi-messenger astronomy)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힙니다.
함께 보기중성자별블랙홀초신성중력파상대론적 제트
고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강착원반
Accretion Disk
무거운 천체 주위를 돌면서 안쪽으로 천천히 빨려 들어가는 물질이 만드는 납작한 원반 모양의 구조.
욕조 배수구로 물이 빠지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물은 곧장 구멍으로 떨어지지 않고 빙글빙글 돌면서 서서히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무거운 천체 주위로 끌려오는 가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옆으로 도는 운동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곧바로 떨어지지 못하고, 대신 납작한 원반을 이루며 조금씩 안쪽으로 나선을 그립니다. 이 원반이 **강착원반(accretion disk)**입니다.
원반이 납작해지는 이유는 방향이 제각각이던 물질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위아래 방향의 운동은 상쇄되고, 공통의 회전 방향만 남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남은 회전은 각운동량(angular momentum) 보존으로 유지되므로, 물질이 중심으로 더 떨어지려면 각운동량을 바깥쪽으로 넘겨줘야 합니다. 원반 안에서 안쪽 궤도는 바깥쪽보다 빠르게 도는 **차등회전(differential rotation)**을 하는데, 이때 이웃한 층 사이의 마찰과 자기장에 의한 난류가 각운동량을 바깥으로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력 위치에너지가 열로 바뀝니다. 원반의 안쪽일수록 중력이 강해 더 뜨거워지므로, 강착원반은 반지름에 따라 온도가 다른 층으로 이루어집니다. 바깥쪽은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라 적외선을 주로 내고, 중심 가까운 안쪽은 훨씬 뜨거워 자외선이나 X선을 냅니다. 그래서 강착원반은 하나의 색이 아니라 여러 파장에 걸친 빛을 동시에 내며, 관측된 스펙트럼의 모양에서 원반의 온도 분포와 중심 천체의 성질을 거꾸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중심 천체가 블랙홀처럼 밀집된 경우에는 안쪽 가장자리의 위치 자체가 중요한 정보가 됩니다. 물질이 안정적으로 돌 수 있는 한계 궤도보다 안쪽에서는 원반이 유지되지 못하고 곧바로 빨려 들어가므로, 원반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를 X선 스펙트럼으로 재면 블랙홀의 회전 정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해석은 원반이 얇고 평평하다는 가정에 기대고 있어, 물질이 아주 빠르게 유입되는 경우에는 원반이 부풀어 오르는 등 다른 구조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 관측에서 강착원반은 여러 장면에 등장합니다. 은하 중심의 거대질량 블랙홀 주위 원반은 퀘이사와 활동은하핵이 밝게 빛나는 에너지원으로 여겨지며, 사건지평선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이 전파 간섭계로 얻은 블랙홀 주변 고리 영상도 블랙홀로 흘러드는 물질이 내는 빛을 담은 것입니다. 쌍성계에서는 한쪽 별의 겉층이 상대인 백색왜상·중성자별·블랙홀 쪽으로 흘러가며 원반을 만들고, 이 원반이 불안정해질 때 밝기가 급변하는 현상을 지상·우주 X선 망원경들이 추적합니다. 또한 갓 태어난 별 주위의 원시행성원반도 같은 원리로 만들어진 구조이며, 알마(ALMA) 전파 간섭계는 이런 원반에 행성이 파낸 것으로 보이는 고리와 틈을 담은 영상을 얻어 왔습니다.
T(r) \propto r^{-3/4}
함께 보기블랙홀각운동량활동은하핵원시행성원반사건지평선
중급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겉보기 등급
Apparent Magnitude
지구에서 봤을 때 별이나 천체가 얼마나 밝게 보이는지를 나타내는 숫자로, 값이 작을수록 더 밝다.
밤하늘의 별들을 보면 어떤 것은 또렷하게 빛나고 어떤 것은 겨우 보일 만큼 희미합니다. 이 '눈에 보이는 밝기'에 매긴 점수가 겉보기 등급(apparent magnitude)입니다. 특이한 점은 점수가 낮을수록 밝다는 것인데, 마치 등수처럼 1등이 가장 밝고 2등, 3등으로 갈수록 어두워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주 밝은 천체는 0을 지나 음수 값까지 내려갑니다.
이 체계는 고대 그리스에서 맨눈에 보이는 별을 밝기 순으로 나눈 관습에서 출발했고, 근대에 들어와 수학적으로 다시 정의되었습니다. 사람의 눈은 밝기 차이를 곱셈적으로 느끼기 때문에 등급도 로그(logarithm) 눈금으로 정의됩니다. 등급이 1 작아질 때마다 실제로 받는 빛의 양은 약 2.5배씩 커지고, 등급이 5 차이 나면 정확히 100배 차이가 나도록 맞춰져 있습니다.
주의할 점은 겉보기 등급이 천체의 '진짜 밝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같은 밝기의 전구라도 가까이 있으면 밝고 멀리 있으면 희미해 보이듯, 겉보기 등급은 천체가 실제로 내는 빛의 양과 거리, 그리고 중간에 놓인 성간 먼지의 흡수까지 모두 뒤섞인 값입니다. 천체 자체의 밝기를 비교하려면 모든 천체를 같은 기준 거리에 놓았다고 가정한 절대 등급(absolute magnitude)을 씁니다. 또한 등급은 어떤 파장 영역에서 측정했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지므로, 보통 관측에 쓴 필터를 함께 표기합니다.
실제 관측에서 겉보기 등급은 망원경의 성능과 관측 계획을 정하는 기준으로 쓰입니다. 망원경마다 '이 등급보다 어두운 천체는 검출하지 못한다'는 한계 등급이 있어서, 탐사 관측을 설계할 때 목표 등급을 먼저 정하고 노출 시간을 계산합니다. 소행성 감시 프로그램은 새로 발견한 천체의 겉보기 등급 변화를 추적해 크기와 반사율을 추정하고, 초신성이나 변광성 탐사에서는 같은 하늘을 반복 촬영해 등급이 갑자기 밝아지는 지점을 찾아냅니다. 아마추어 천문 관측에서도 '내 망원경으로 몇 등급까지 보이는가'가 관측 대상 목록을 고르는 기본 잣대가 됩니다.
m_1 - m_2 = -2.5 \log_{10}\left(\frac{F_1}{F_2}\right)
함께 보기절대 등급광도복사속(플럭스)한계 등급측광
입문발사체·로켓
고체 부스터
Solid Rocket Booster
로켓 옆이나 아래에 붙여 발사 초반에 추가로 밀어주는, 굳은 연료를 담은 보조 추진 장치입니다.
무거운 짐을 실은 자전거로 언덕을 오를 때, 뒤에서 누군가 처음 몇 초 동안 힘껏 밀어주면 훨씬 수월하게 출발할 수 있습니다. 고체 부스터(Solid Rocket Booster)는 로켓에게 바로 그 '뒤에서 밀어주는 손' 역할을 합니다. 로켓이 가장 무겁고 가장 느린 발사 직후에 붙어서 함께 타오르다가, 연료를 다 쓰면 떨어져 나갑니다.
이름에 '고체'가 들어간 이유는 연료가 굳은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액체 연료를 쓰는 엔진은 탱크에 담긴 연료와 산소를 펌프로 끌어와 연소실에서 섞어야 하지만, 고체 부스터는 연료 역할을 하는 물질과 산소를 내주는 물질을 미리 반죽해 굳혀 원통 안에 통째로 채워 넣습니다. 우주에는 공기가 없으므로 태울 산소를 스스로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이 반죽 안에 산소 공급원이 이미 섞여 있는 것입니다.
구조가 단순한 만큼 장단점이 뚜렷합니다. 펌프와 배관, 밸브가 거의 없어 만들기 쉽고, 연료를 채운 상태로 오래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 점화할 수 있으며, 같은 크기 대비 순간적으로 내는 힘이 큽니다. 대신 한 번 불이 붙으면 중간에 끄거나 세기를 마음대로 줄이기 어렵습니다. 밀어내는 힘의 세기는 굳은 연료 덩어리 가운데를 어떤 모양으로 파내느냐로 미리 정해집니다. 타는 면적이 넓어지는 모양으로 파두면 힘이 점점 세지고, 좁아지는 모양이면 약해지는 식입니다.
이런 성질 때문에 고체 부스터는 보통 '주 엔진'이 아니라 '거들어주는 역할'로 쓰입니다. 큰 로켓들은 액체 엔진을 중심에 두고 옆구리에 고체 부스터를 두 개 또는 네 개씩 붙여 발사하며, 부스터가 다 타면 분리해 버리고 가벼워진 몸체로 계속 올라갑니다. 유럽의 아리안(Ariane) 계열, 미국의 우주왕복선(Space Shuttle)과 그 뒤를 이은 SLS, 일본의 H-II 계열 로켓이 모두 이런 방식을 씁니다. 인도의 PSLV처럼 고체와 액체 단을 번갈아 쌓은 로켓도 있습니다. 한편 우주왕복선의 고체 부스터는 바다에 떨어진 뒤 건져 올려 재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함께 보기액체 로켓 엔진추력단 분리비추력발사체
입문천문·천체물리행성과학·태양계
골디락스 영역
Habitable Zone
별 주위에서 행성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수 있을 만큼 별과의 거리가 알맞은 구간.
동화 속 골디락스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딱 알맞은 온도의 죽을 골랐습니다. 별 주위에도 그런 '딱 알맞은' 구간이 있습니다. 별에 너무 가까우면 물이 모두 끓어 증발하고, 너무 멀면 모두 얼어붙습니다. 그 사이의 띠 모양 구간을 골디락스 영역(Habitable Zone), 우리말로는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이라고 부릅니다.
이 구간의 위치는 별이 내놓는 빛과 열의 양에 따라 달라집니다. 밝고 뜨거운 별일수록 골디락스 영역은 더 바깥쪽에 놓이고 폭도 넓어집니다. 반대로 어둡고 차가운 별 주위에서는 영역이 별 가까이에 바짝 붙어 좁게 형성됩니다. 태양계에서는 지구가 이 구간 안에 들어 있고, 금성과 화성은 각각 안쪽 경계와 바깥쪽 경계 부근에 놓인 것으로 이야기됩니다.
다만 이 영역 안에 있다고 해서 곧바로 생명체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액체 상태의 물이 유지되려면 별과의 거리 외에도 행성이 대기를 붙잡아 둘 만큼 충분한 중력을 가졌는지, 대기의 온실효과가 얼마나 강한지, 행성이 암석으로 이루어졌는지 같은 조건이 함께 맞아야 합니다. 두꺼운 대기는 온실효과로 표면을 데워 영역의 바깥 경계를 더 멀리 밀어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골디락스 영역은 '생명이 사는 곳'이라기보다 '먼저 살펴볼 만한 후보를 좁혀 주는 기준'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이 영역 밖에서도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목성이나 토성의 얼음 위성들은 태양에서 아주 멀지만, 모행성의 중력이 위성 내부를 주무르며 만들어 내는 열 때문에 얼음 껍질 아래에 바다를 품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경우는 별빛이 아니라 다른 열원이 물을 녹이는 셈입니다.
실제 관측에서 이 개념은 외계행성 탐색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쓰입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별빛이 살짝 어두워지는 현상을 이용해 수많은 행성 후보를 찾아냈는데, 연구자들은 그중 별로부터의 거리가 골디락스 영역에 해당하고 크기가 지구와 비슷한 것들을 골라 집중적으로 후속 관측을 진행했습니다. 이어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이렇게 추려진 행성이 별 앞을 지나는 순간 대기를 통과한 별빛을 분석해, 그 대기에 어떤 기체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거주 가능성을 한 단계 더 검증하고 있습니다.
함께 보기외계행성통과관측법온실효과적색왜성조석가열
중급관측·천문현상위성·지구관측
공간해상도
Spatial Resolution
사진이나 관측 자료에서 서로 붙어 있는 두 지점을 별개로 구별해 낼 수 있는 가장 작은 간격.
멀리 있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두 개를 떠올려 보세요. 아주 멀리 있을 때는 빛덩어리 하나로 보이다가, 가까워지면 어느 순간 두 개로 갈라져 보입니다. 바로 그 "갈라져 보이기 시작하는 한계"가 공간해상도(spatial resolution)입니다. 눈이든 망원경이든 카메라든, 붙어 있는 두 대상을 따로따로 구별해 낼 수 있는 최소 간격이 정해져 있고, 그보다 가까이 붙은 것들은 뭉뜽그려진 하나로 보입니다.
공간해상도는 보통 두 가지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하나는 각도로 나타내는 각분해능(angular resolution)으로, 초(arcsec)나 밀리초각(mas) 같은 단위를 씁니다. 다른 하나는 지상 관측 위성처럼 대상까지의 거리가 정해져 있을 때 쓰는 실제 길이 단위로, "픽셀 하나가 지표면에서 몇 m에 해당하는가"로 표현합니다. 같은 각분해능이라도 대상이 멀수록 실제 길이 기준의 해상도는 나빠집니다.
한계를 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인은 빛의 회절(diffraction)입니다. 빛은 파동이라서 아무리 완벽한 렌즈나 거울을 써도 점광원이 점으로 맺히지 않고 작은 원반 모양으로 퍼집니다. 이 퍼짐의 크기는 관측 파장에 비례하고 망원경 구경에 반비례합니다. 즉 구경이 클수록, 파장이 짧을수록 해상도가 좋아집니다. 다만 실제로는 이 이론적 한계에 늘 도달하지는 못합니다. 지상 망원경은 대기의 요동 때문에 별빛이 흔들려 상이 번지는데(시상, seeing), 이를 보정하려고 적응광학(adaptive optics)을 씁니다. 검출기의 픽셀 크기, 지구관측 위성의 경우 촬영 순간의 자세 안정성도 함께 영향을 줍니다.
주의할 점은 공간해상도와 감도(민감도)가 다른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해상도는 "얼마나 세밀하게 나누어 보는가"이고, 감도는 "얼마나 어두운 것까지 잡아내는가"입니다. 넓은 영역을 한 번에 담는 시야(field of view)와도 대체로 맞바꿈 관계에 있어서, 미션마다 목적에 맞게 균형을 잡습니다.
실제 미션에서 이 개념은 설계의 출발점이 됩니다. 우주망원경을 대기권 밖에 올리는 이유 중 하나가 대기 요동을 피해 회절 한계에 가까운 해상도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외계행성을 품은 원반의 구조를 보거나 은하 중심부를 들여다보려면 더 좋은 해상도가 필요하고, 그래서 차세대 망원경은 주경을 여러 조각으로 나눠 접어 올리는 방식으로 구경을 키웁니다. 전파 영역에서는 파장이 워낙 길어 단일 안테나로는 해상도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여러 전파망원경을 묶어 하나의 거대한 망원경처럼 작동시키는 간섭계(VLBI) 기법을 씁니다. 블랙홀 주변의 고리 모양 영상이 지구 곳곳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얻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구관측 위성 쪽에서는 해상도가 곧 활용 범위를 결정합니다. 도시 건물이나 차량 단위를 식별하려는 고해상도 광학 위성과, 넓은 지역의 식생·해수면 변화를 매일 훑는 저해상도 광역 관측 위성은 애초에 서로 다른 목표로 설계됩니다.
\theta \approx 1.22 \frac{\lambda}{D}
함께 보기각분해능회절한계적응광학구경시야각
입문행성과학·태양계
공포의 7분
Seven Minutes of Terror
화성에 도착한 탐사선이 하늘에서 땅에 내려앉기까지, 지구에서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이 지켜보기만 하는 짧고 위험한 시간.
높은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서 짐 상자를 떨어뜨려, 스스로 속도를 줄이고 낙하산을 펴고 정해진 마당 한가운데에 똑바로 내려놓게 만든다고 생각해 보세요. 게다가 그 상자와는 전화가 통하지 않아서, 지켜보는 사람은 손을 쓸 수 없습니다. 화성에 탐사선을 내려놓는 일이 딱 이와 같습니다. 이 마지막 구간에 붙은 별명이 '공포의 7분(Seven Minutes of Terror)'입니다.
화성으로 날아온 탐사선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화성의 공기층에 부딪칩니다. 먼저 그릇처럼 생긴 열 방패가 앞을 막아 공기와의 마찰로 속도를 줄이고, 이때 방패 표면은 아주 뜨거워집니다. 속도가 충분히 떨어지면 낙하산이 펼쳐지고, 다 쓴 열 방패를 떼어냅니다. 낙하산만으로는 안전한 속도까지 줄일 수 없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아래쪽으로 불을 뿜는 로켓이 켜져 천천히 내려앉습니다. 이 전체 과정을 진입·강하·착륙(EDL, Entry, Descent, Landing)이라고 부릅니다.
이 순서는 모두 탐사선이 스스로 판단해 자동으로 실행합니다. 한 단계라도 정해진 순간을 놓치면 다음 단계가 어긋나고,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걸리는 시간은 미션과 착륙 지점에 따라 조금씩 달라서 '7분'은 정확한 값이라기보다 이 구간을 부르는 이름에 가깝습니다.
'공포'라는 말이 붙은 진짜 이유는 통신 때문입니다. 화성과 지구는 매우 멀리 떨어져 있어, 탐사선이 보낸 신호가 빛의 속도로 달려와도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그 지연이 착륙에 걸리는 시간보다 길기 때문에, 관제실이 '대기권에 진입했다'는 소식을 받는 순간이면 화성에서는 이미 성공이든 실패든 결말이 나 있습니다. 관제팀이 할 수 있는 일은 화면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이 표현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화성 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의 착륙 과정을 소개한 홍보 영상 제목으로 쓰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큐리오시티는 로켓을 단 공중 기중기 장치가 줄로 로버를 지면에 내려놓는 '스카이크레인(Sky Crane)' 방식으로 착륙했고, 이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로버도 같은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지금도 화성 착륙 생중계가 있을 때마다 해설자들이 이 구간을 '공포의 7분'이라고 부릅니다.
함께 보기진입·강하·착륙(EDL)열 방패스카이크레인역추진 로켓통신 지연
입문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광년
Light-year
빛이 1년 동안 나아가는 거리를 하나의 단위로 삼은 것으로, 시간이 아니라 거리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광년(light-year)'이라는 말에는 '년(年)'이 들어 있어서 시간을 뜻한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거리를 재는 자입니다. 자동차로 한 시간 달리는 거리를 '한 시간 거리'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빛은 우주에서 가장 빠르게 달리는 존재이고, 그 빛이 1년 내내 쉬지 않고 달렸을 때 도달하는 거리가 1광년입니다.
우주는 킬로미터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넓습니다. 별까지의 거리를 킬로미터로 쓰면 0이 열 개 넘게 붙어서 읽기도 비교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빛의 속도라는, 우주 어디에서나 같은 값을 기준으로 삼아 거리를 재기로 한 것입니다. 계산 방식은 간단합니다. 빛의 속도에 1년이라는 시간을 곱하면 됩니다.
광년에는 한 가지 재미있는 성질이 따라옵니다. 어떤 별이 10광년 떨어져 있다면, 그 별에서 출발한 빛은 10년을 여행한 끝에 지금 우리 눈에 닿은 것입니다. 즉 우리가 보는 것은 그 별의 현재 모습이 아니라 10년 전 모습입니다. 멀리 있는 대상을 본다는 것은 곧 과거를 본다는 뜻이 되고, 이 때문에 망원경은 일종의 시간 기록 장치이기도 합니다.
천문학 현장에서는 대상의 거리에 따라 단위를 나눠 씁니다. 태양계 안에서는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를 1로 놓은 천문단위(AU)를 쓰고, 별과 은하를 다룰 때 광년이나 파섹(parsec)을 씁니다. 논문에서는 파섹이 더 자주 쓰이지만, 일반 독자를 위한 설명에서는 광년이 직관적이라 널리 쓰입니다.
실제 관측에서 광년은 이렇게 등장합니다.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Gaia) 위성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동안 별의 위치가 미세하게 어긋나 보이는 현상을 측정해 수많은 별까지의 거리를 광년 단위로 정리했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아주 먼 은하를 촬영할 때도, 그 빛이 우리에게 닿기까지 걸린 시간이 곧 그 은하가 얼마나 오래된 모습인지를 알려 줍니다. 성간 탐사선인 보이저(Voyager) 1호는 태양계 밖으로 나갔지만, 아직 1광년의 아주 작은 일부만을 지났을 뿐입니다.
1\ \text{ly} = c \times 1\ \text{year}
함께 보기빛의 속도파섹천문단위적색편이연주시차
중급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광도곡선
Light Curve
천체의 밝기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
밤에 창밖의 어떤 불빛을 계속 지켜보면서 밝아지고 어두워지는 정도를 공책에 기록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가로축에 시간, 세로축에 밝기를 찍어 이어 놓으면 그 불빛이 규칙적으로 깜빡이는지, 한 번만 확 밝아졌다가 사그라드는지, 무언가가 앞을 가로막고 지나갔는지를 직접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습니다. 광도곡선(light curve)은 천체를 대상으로 똑같은 일을 한 결과물입니다.
관측자는 망원경으로 같은 천체를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 촬영하고, 각 영상에서 그 천체가 낸 빛의 양을 측정합니다. 이렇게 빛의 양을 수치로 재는 작업을 측광(photometry)이라고 합니다. 측정값을 시간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곡선이 되고, 이 곡선의 모양·주기·깊이·지속 시간이 천체의 물리적 성질을 알려주는 단서가 됩니다.
밝기는 보통 등급(magnitude) 또는 플럭스(flux, 단위 시간·단위 면적당 도달하는 빛의 양)로 표시합니다. 등급은 숫자가 작을수록 밝다는 점에 주의해야 하며, 그래서 등급으로 그린 광도곡선은 세로축을 뒤집어 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방식은 로그 관계로 이어져 있어 서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곡선의 형태는 원인에 따라 특징이 뚜렷합니다. 별 앞으로 행성이 지나가면(트랜싯, transit) 짧고 얕은 U자 모양의 밝기 감소가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됩니다. 두 별이 서로를 가리는 식쌍성은 깊이가 다른 두 종류의 감소가 번갈아 나타납니다. 초신성이나 감마선폭발처럼 한 번 터지고 마는 현상은 급격히 치솟았다가 서서히 꺼지는 비대칭 곡선을 그립니다. 회전하는 소행성은 울퉁불퉁한 모양 때문에 자전 주기에 맞춰 밝기가 오르내립니다.
실제 미션에서 광도곡선은 핵심 관측 수단입니다. NASA의 케플러(Kepler) 우주망원경과 후속인 TESS는 수많은 별의 밝기를 장기간 연속 측정해 광도곡선에서 반복되는 미세한 감소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외계행성을 발견했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트랜싯이 일어나는 동안의 광도곡선을 파장별로 나누어 측정해, 행성 대기를 통과한 빛에서 대기 성분의 흔적을 읽어냅니다. 소행성 탐사에서는 지상 망원경으로 얻은 광도곡선으로 자전 주기와 대략적인 형태를 미리 추정한 뒤 탐사선의 접근 계획을 세웁니다. 또 별빛이 잠시 사라지는 엄폐(occultation) 현상의 광도곡선은 명왕성 같은 먼 천체에 대기가 있는지, 고리 구조가 있는지를 판별하는 데 쓰입니다.
m_1 - m_2 = -2.5 \log_{10}\left(\frac{F_1}{F_2}\right)
함께 보기측광트랜싯식쌍성겉보기등급변광성
입문관측·천문현상
광해
Light Pollution
도시의 인공 불빛이 밤하늘을 밝게 만들어 별빛이 잘 보이지 않게 되는 현상.
밤에 방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바깥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방 안의 전등이 너무 밝아서 창유리에 방 안 풍경이 비치기 때문입니다. 불을 끄고 잠시 기다리면 그제야 바깥 풍경이 드러납니다. 도시에서 별이 보이지 않는 이유도 이와 비슷합니다. 별빛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불빛이 너무 밝아서 별빛이 묻혀버리는 것입니다.
가로등, 건물 조명, 간판, 자동차 불빛에서 나온 빛은 위쪽으로도 퍼져 나갑니다. 이 빛이 공기 중의 먼지나 물방울에 부딪혀 사방으로 흩어지면, 하늘 전체가 은은하게 밝아집니다. 이렇게 밝아진 하늘을 배경으로 별을 보면, 별과 배경의 밝기 차이가 줄어들어 어두운 별부터 차례로 보이지 않게 됩니다. 도시 한복판에서는 가장 밝은 별 몇 개와 달, 그리고 밝은 행성 정도만 남습니다.
광해(光害, light pollution)는 천문 관측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밤에도 밝은 환경은 야행성 동물의 활동과 이동, 곤충의 행동, 사람의 수면 리듬에도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불빛을 무조건 줄이기보다, 빛이 위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조명 갓의 방향을 조정하고 필요한 곳만 비추는 방식이 함께 논의됩니다.
천문대를 세울 때 광해는 위치를 정하는 핵심 기준입니다. 세계의 주요 대형 망원경들이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사막 고원이나 외딴 섬의 산 정상에 자리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공기가 건조하고 안정적인 데다, 주변에 인공 불빛이 거의 없는 곳을 고른 결과입니다. 우주망원경이 지구 대기 밖에서 관측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큰 이점을 가집니다. 대기의 흔들림과 함께 지상의 인공 불빛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한편 최근에는 저궤도를 도는 수많은 통신위성이 햇빛을 반사해 관측 사진에 밝은 줄무늬를 남기는 문제가 새로 제기되어, 위성 표면을 어둡게 처리하거나 관측 시간을 피해 가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함께 보기겉보기 등급시상천문대대기 산란우주망원경
입문위성·지구관측관측·천문현상
군집위성
Satellite Constellation
여러 대의 인공위성이 정해진 궤도에 나뉘어 배치되어, 하나의 팀처럼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위성 무리를 말합니다.
도시의 버스 노선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버스 한 대만 운행하면 그 버스가 지나간 직후에 정류장에 도착한 사람은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같은 노선에 여러 대를 일정한 간격으로 띄우면, 언제 정류장에 나가도 곧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군집위성(Satellite Constellation)도 같은 발상입니다. 위성 한 대는 지구 위 한 지점 위를 잠깐 지나갈 뿐이지만, 여러 대를 서로 다른 위치에 배치해 두면 지상의 어느 곳이든 항상 위성 하나가 머리 위에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위성은 지구를 계속 돌기 때문에, 한 대가 특정 지역 상공에 머무는 시간은 제한적입니다. 이 한계를 넘는 방법은 두 가지 축으로 위성을 흩뿌리는 것입니다. 하나는 궤도면을 여러 개 두는 것으로, 마치 지구를 감싸는 여러 개의 굴렁쇠를 서로 다른 각도로 기울여 놓는 것과 같습니다. 다른 하나는 같은 궤도면 안에서 위성들을 앞뒤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늘어놓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조합하면 지구 전체를 빈틈없이 덮는 그물망이 만들어집니다.
군집을 이루는 위성들은 대체로 크기가 작고 구조가 단순한 편입니다. 한 대에 모든 기능을 몰아넣은 대형 위성과 달리, 임무를 여러 대에 나눠 맡기기 때문입니다. 이 방식에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 대가 고장 나도 나머지가 임무를 이어가고, 고장 난 자리에는 새 위성을 채워 넣으면 됩니다. 반면 관리해야 할 대상이 수십에서 수천 대로 늘어나므로,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위치를 조정하고 수명이 다한 위성을 궤도에서 내리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실제 사례로는 위성항법 시스템이 대표적입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지도가 현재 위치를 알아내려면 여러 대의 위성 신호를 동시에 받아야 하는데, 이는 위성 한 대로는 불가능하고 지구 전역에 퍼진 군집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미국의 GPS, 유럽의 갈릴레오(Galileo),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S), 중국의 베이더우(BeiDou)가 모두 이런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최근에는 지구 저궤도에 많은 수의 통신 위성을 올려 인터넷을 제공하는 스타링크(Starlink)나 원웹(OneWeb) 같은 서비스, 그리고 지구 관측용으로 여러 대의 소형 위성을 띄워 같은 지역을 자주 촬영하는 플래닛(Planet)의 위성군도 군집위성의 사례입니다.
함께 보기지구 저궤도궤도면위성항법 시스템정지궤도우주 쓰레기
중급위성·지구관측행성과학·태양계
궤도 감쇠
Orbital Decay
지구를 도는 물체가 공기의 저항 때문에 조금씩 속도를 잃고 점점 낮게 내려오는 현상.
우주는 완전히 텅 빈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지구 위 수백 킬로미터 높이에도 아주 옅게 공기가 남아 있습니다.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과 달리 저항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희박하지만, 초속 수 킬로미터로 달리는 물체에게는 이 옅은 공기도 계속 뒤에서 잡아당기는 손처럼 작용합니다. 이렇게 조금씩 에너지를 잃으면서 궤도가 낮아지는 것이 궤도 감쇠(orbital decay)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대기가 만드는 항력(drag)은 물체의 운동 방향과 반대로 작용해 궤도 에너지를 빼앗습니다. 궤도가 낮아지면 그 높이의 대기는 더 짙어지고, 짙어진 대기는 더 큰 항력을 만듭니다. 즉 감쇠는 스스로를 가속시키는 성질이 있어서, 처음에는 매우 느리게 진행되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급격히 빨라집니다.
감쇠 속도는 물체의 모양과 무게에도 크게 좌우됩니다. 같은 높이에 있어도 넓고 가벼운 물체(예: 펼쳐진 태양전지판이나 얇은 판 형태의 파편)는 좁고 무거운 물체보다 훨씬 빨리 내려옵니다. 이 성질을 하나로 묶은 값이 탄도계수인데, 항력 계수와 단면적을 질량으로 나눈 형태로 표현됩니다. 여기에 태양 활동도 영향을 줍니다. 태양이 활발한 시기에는 상층 대기가 데워져 부풀어 오르고, 그러면 같은 고도의 공기 밀도가 올라가 감쇠가 빨라집니다.
그래서 낮은 지구 궤도(LEO, Low Earth Orbit)에서 오래 운용하려는 위성이나 우주정거장은 주기적으로 엔진을 점화해 고도를 다시 올리는 궤도 재상승(reboost)을 합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도 화물선이나 자체 추진 모듈을 이용해 이런 작업을 반복하며 고도를 유지합니다. 반대로 궤도 감쇠를 일부러 이용하기도 합니다. 임무를 마친 위성을 낮은 궤도에 두어 스스로 내려와 대기권에서 타 없어지도록 설계하면 우주 쓰레기를 줄일 수 있고, 대기권 재진입을 계획적으로 유도해 남은 조각이 넓은 바다 위에 떨어지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반면 궤도 감쇠의 예측은 태양 활동과 물체의 자세에 따라 오차가 커서, 통제되지 않은 대형 물체가 언제 어디로 떨어질지 정확히 맞히기 어렵다는 점이 재진입 감시의 오래된 과제입니다.
a_{drag} = -\frac{1}{2} \rho v^2 \frac{C_D A}{m}
함께 보기저궤도대기 항력대기권 재진입우주 쓰레기궤도 유지
중급위성·지구관측관측·천문현상
궤도 경사각
Orbital Inclination
인공위성이나 천체가 도는 길이 기준이 되는 평면에 대해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각도.
지구 주위를 도는 위성의 길을, 지구본 위에 고무줄을 둘러놓은 모습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고무줄을 적도에 딱 맞춰 두면 위성은 적도 위만 계속 지나갑니다. 고무줄의 한쪽을 위로, 반대쪽을 아래로 비틀어 기울이면 위성은 북쪽과 남쪽을 오가며 더 넓은 지역 위를 지나가게 됩니다. 이때 고무줄이 적도에서 얼마나 기울어졌는지를 각도로 나타낸 것이 궤도 경사각(orbital inclination)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궤도 경사각은 물체가 도는 궤도면(orbital plane)과 기준면(reference plane)이 이루는 각입니다. 지구를 도는 위성이라면 기준면은 보통 지구의 적도면이고, 태양을 도는 행성이나 소행성이라면 지구의 공전 궤도면인 황도면(ecliptic plane)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두 평면이 만나 생기는 교선을 교점선(line of nodes)이라 부르며, 경사각은 이 교선을 축으로 궤도면이 얼마나 젖혀져 있는지를 재는 값입니다.
경사각은 0도에서 180도 사이의 값을 가지며, 그 크기가 궤도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0도에 가까우면 기준면과 거의 나란한 궤도이고, 90도에 가까우면 극지방 위를 넘나드는 궤도(극궤도, polar orbit)가 됩니다. 90도를 넘는 값은 물체가 기준면의 자전 방향과 반대로 도는 역행 궤도(retrograde orbit)를 뜻합니다. 경사각이 클수록 위성이 지나갈 수 있는 위도의 범위가 넓어지지만, 대신 발사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구의 자전이 동쪽 방향으로 주는 도움을 덜 받기 때문입니다.
경사각은 임무의 목적에 따라 정해집니다. 특정 지역 상공에 계속 머물러야 하는 통신·기상 위성은 적도면에 가까운 낮은 경사각 궤도를 쓰고, 지구 전체 지표면을 빠짐없이 촬영해야 하는 지구관측 위성은 극궤도에 가까운 높은 경사각을 택합니다. 유인 우주정거장처럼 여러 나라의 발사장에서 우주선이 찾아와야 하는 경우에는, 참여국 발사장의 위도를 모두 고려한 중간 정도의 경사각을 선택합니다. 발사장의 위도보다 낮은 경사각의 궤도에는 곧바로 진입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발사장을 쓰느냐가 가능한 경사각의 범위를 사실상 제한합니다. 또 우주선이 이미 올라간 뒤에 경사각을 바꾸려면 속도의 방향 자체를 틀어야 해서 연료 소모가 매우 크므로, 경사각은 임무 설계 초기에 신중하게 확정하는 값입니다.
\Delta v = 2 v \sin\left(\frac{\Delta i}{2}\right)
함께 보기극궤도정지궤도황도면승교점 적경궤도 요소
입문행성과학·태양계관측·천문현상
근지구천체
Near-Earth Object (NEO)
태양을 도는 길이 지구 궤도 가까이까지 다가오는 소행성이나 혜성을 통틀어 부르는 말.
운동장 트랙을 여러 사람이 각자 다른 크기의 원을 그리며 뛰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대부분은 서로 멀찍이 떨어진 레인을 돌지만, 몇몇은 안쪽 레인 쪽으로 크게 휘어져 들어와 다른 사람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갑니다. 태양 주위를 도는 수많은 바위 덩어리와 얼음 덩어리 가운데, 이렇게 지구가 도는 길 근처까지 들어오는 것들을 **근지구천체(Near-Earth Object, NEO)**라고 부릅니다.
근지구천체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하나는 주로 돌과 금속으로 이루어진 **소행성(asteroid)**이고, 다른 하나는 얼음과 먼지가 섞여 있어 태양에 가까워지면 기체를 뿜어내며 꼬리를 만드는 **혜성(comet)**입니다. 수는 소행성 쪽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크기는 몇 미터짜리 돌덩이부터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것까지 다양하며, 작은 것일수록 훨씬 흔합니다.
'지구 가까이'라고 해서 곧 부딪힌다는 뜻은 아닙니다. 천문학에서 말하는 가까움은 일상적인 거리 감각보다 훨씬 큰 규모여서, 지구 옆을 지나간다는 천체도 대개 달보다 먼 곳을 통과합니다. 다만 그중 궤도가 지구 궤도와 실제로 교차하면서 어느 정도 이상 큰 천체는 따로 **잠재적 위험 천체(Potentially Hazardous Object, PHO)**로 분류해 더 자주 위치를 확인합니다. 위험 여부는 '지금 어디 있는가'가 아니라 '앞으로 궤도가 어떻게 이어지는가'로 판단하기 때문에, 새로 발견된 천체는 여러 날에 걸쳐 반복 관측해 궤도를 다듬어 나갑니다.
근지구천체가 주목받는 이유는 위험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들은 태양계가 만들어지던 시기의 물질을 크게 변형되지 않은 채 간직하고 있어, 행성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아볼 수 있는 표본 역할을 합니다. 또 지구에서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위치에 있다는 점 때문에, 탐사선을 보내 물질을 연구하기에도 유리한 대상입니다.
실제 우주 활동에서 근지구천체는 두 갈래로 다루어집니다. 하나는 감시입니다. 여러 나라의 지상 망원경이 밤하늘을 반복해서 훑으며 배경 별들 사이에서 위치가 움직이는 점을 찾아내고, 이렇게 모인 관측 자료는 국제적으로 공유되어 궤도 계산에 쓰입니다. 다른 하나는 직접 탐사입니다. 근지구 소행성에 탐사선을 보내 표면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되돌려 보내는 시료 회수 임무가 여러 차례 수행되었고, 소행성에 우주선을 일부러 충돌시켜 궤도를 아주 조금 바꿀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도 실제로 이루어졌습니다. 후자는 먼 미래에 위험한 천체가 발견될 경우에 대비해 대응 수단을 미리 검증해 두려는 시도입니다.
함께 보기소행성혜성잠재적 위험 천체소행성대시료 회수 임무
입문위성·지구관측행성과학·태양계
근지점과 원지점
Perigee and Apogee
지구 둘레를 도는 물체의 궤도에서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이 근지점, 가장 멀어지는 지점이 원지점입니다.
운동장 트랙을 완벽한 원이 아니라 살짝 눌린 타원 모양으로 그렸다고 생각해 봅시다. 트랙 한가운데가 아니라 약간 한쪽으로 치우친 곳에 지구가 놓여 있다면, 트랙을 도는 사람은 지구에 바짝 다가서는 구간과 멀찍이 떨어지는 구간을 번갈아 지나게 됩니다. 이때 가장 가까이 붙는 자리가 근지점(perigee), 가장 멀리 벗어나는 자리가 **원지점(apogee)**입니다. 달도, 인공위성도 지구 주위를 이렇게 돌고 있습니다.
지구 주위를 도는 물체의 길은 대부분 완전한 원이 아니라 조금씩 찌그러진 타원입니다. 이 찌그러진 정도를 나타내는 값을 이심률(eccentricity)이라고 하며, 0이면 완전한 원이고 값이 커질수록 길쭉해집니다. 원 궤도에 가까울수록 근지점과 원지점의 높이 차이가 작아지고, 길쭉한 궤도일수록 두 지점의 차이가 크게 벌어집니다.
두 지점에서는 속도도 달라집니다. 지구에 가까운 근지점에서는 잡아당기는 힘이 강해져 가장 빠르게 지나가고, 먼 원지점에서는 가장 느리게 움직입니다. 마치 그네가 가장 낮은 곳에서 제일 빠르고 가장 높이 올라간 순간 잠시 느려지는 것과 같습니다. 이 때문에 궤도를 바꾸려는 조작은 아무 데서나 하지 않고, 원하는 효과가 가장 잘 나오는 지점을 골라서 합니다. 참고로 태양을 도는 물체에는 근일점·원일점, 다른 천체 전반에는 근점·원점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실제 위성 발사에서 이 개념은 매우 자주 등장합니다. 통신위성은 흔히 근지점은 낮고 원지점은 목표 고도까지 올라가는 길쭉한 중간 궤도에 먼저 놓입니다. 그 뒤 위성이 원지점에 도달한 순간 엔진을 점화해 속도를 올리면, 낮았던 근지점이 끌어올려지면서 궤도 전체가 둥근 모양으로 다듬어집니다. 달 탐사선도 비슷하게 원지점을 조금씩 늘려 가며 달 근처까지 궤도를 키운 뒤 달 궤도에 진입합니다. 지구 관측 위성의 궤도를 소개할 때 "근지점 몇 km, 원지점 몇 km"라고 표기하는 것도, 그 위성이 얼마나 낮게 내려오고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지를 한눈에 보여 주기 위해서입니다.
r_p = a(1 - e), \quad r_a = a(1 + e)
함께 보기이심률타원 궤도정지궤도궤도 전이근일점과 원일점
고급발사체·로켓
다단연소 사이클
Staged Combustion Cycle
로켓 엔진에서 펌프를 돌리려고 미리 태운 가스를 밖으로 버리지 않고, 다시 주 연소실로 보내 끝까지 태우는 방식.
장작 난로를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보통 난로는 나무가 타면서 생긴 연기를 굴뚝으로 그냥 내보냅니다. 그런데 그 연기 안에는 아직 타지 않은 성분이 남아 있어서, 연기를 다시 불 속으로 돌려보내 한 번 더 태우면 같은 장작으로 더 많은 열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단연소 사이클(staged combustion cycle)은 로켓 엔진에서 이와 같은 일을 하는 구조입니다.
액체로켓엔진은 연료와 산화제를 아주 높은 압력으로 연소실에 밀어 넣어야 하고, 그 일을 터보펌프가 맡습니다. 터보펌프의 터빈을 돌리려면 뜨거운 가스가 필요한데, 이 가스는 추진제 일부를 **예연소기(preburner)**에서 미리 태워 만듭니다. 흔히 쓰이는 가스발생기 사이클(개방형)은 터빈을 돌리고 나온 이 가스를 그대로 바깥으로 배출합니다. 이륙하는 로켓 옆구리에서 검은 연기가 따로 뿜어져 나오는 장면이 바로 그것입니다. 배출된 만큼의 추진제는 추력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셈입니다.
다단연소 사이클은 이 배기가스를 버리지 않고 주 연소실로 다시 보내 완전히 태웁니다. 연소가 예연소기와 주 연소실 두 단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다단연소'라 부르며, 가스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아 폐쇄형(closed cycle)으로도 분류합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양의 추진제로 더 큰 추력을 얻어 **비추력(specific impulse)**이 높아지고, 이는 아래 식처럼 로켓이 낼 수 있는 속도 변화량을 직접 키웁니다. 예연소기에서 연료를 많이 넣어 태우면 연료 과잉, 산화제를 많이 넣어 태우면 산화제 과잉 방식이며, 연료·산화제 계통을 각각 따로 예연소시키는 전유량(full-flow) 방식도 있습니다.
대신 대가가 큽니다. 예연소기에서 나온 가스가 다시 주 연소실로 들어가야 하므로, 펌프와 예연소기는 연소실보다 훨씬 높은 압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부품이 견뎌야 하는 압력과 온도가 모두 올라가고, 특히 산화제 과잉 방식에서는 뜨거운 산소가 풍부한 가스가 금속 배관을 지나가기 때문에 산화에 견디는 특수 소재와 정밀한 냉각 설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다단연소 엔진은 개발 난도와 비용이 높고, 이를 자력으로 만들 수 있는 나라가 많지 않습니다.
실제로 러시아의 RD-180 계열 엔진은 산화제 과잉 다단연소 방식으로 아틀라스 V 로켓의 1단에 쓰였고, 미국의 RS-25(스페이스셔틀 주 엔진, 현재는 SLS에 사용)는 액체수소를 쓰는 연료 과잉 다단연소 엔진입니다. 스페이스X의 랩터(Raptor)는 메탄을 쓰는 전유량 다단연소 엔진으로 스타십에 장착됩니다. 한국의 경우 누리호(KSLV-II)의 주 엔진은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한 가스발생기 사이클이며,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단연소 사이클 엔진 개발이 차세대 발사체 계획의 핵심 과제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Delta v = I_{sp} \, g_0 \ln\frac{m_0}{m_f}
함께 보기비추력가스발생기 사이클터보펌프예연소기액체로켓엔진
입문발사체·로켓
단분리
Stage Separation
로켓이 날아가는 도중, 연료를 다 쓴 아래쪽 부분을 떼어내 버리는 것.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른다고 생각해 봅시다. 다 마신 물병을 계속 지고 가면 힘만 듭니다. 빈 물병을 버릴수록 걸음이 가벼워지겠죠. 로켓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료를 다 쓴 통은 이제 빈 껍데기일 뿐인데, 그걸 계속 밀고 올라가려면 엄청난 힘이 낭비됩니다. 그래서 다 쓴 부분을 도중에 떼어내 버립니다. 이것이 단분리입니다.
로켓은 보통 위아래로 여러 덩어리를 쌓아 만듭니다. 각 덩어리를 '단(段, stage)'이라고 부르며, 아래쪽 단부터 차례로 불을 뿜습니다. 아래쪽 단이 연료를 다 쓰면 엔진이 꺼지고, 연결 부위가 풀리면서 그 단이 떨어져 나갑니다. 그 직후 위쪽 단의 엔진에 불이 붙어 남은 여정을 이어갑니다. 떨어져 나간 단은 대개 바다로 떨어지거나 대기에 부딪히며 타 없어집니다.
왜 이렇게 번거로운 방식을 쓸까요? 로켓이 우주 속도에 도달하려면, 밀어내는 힘 대비 기체의 무게가 최대한 가벼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덩어리로 만든 로켓은 연료가 줄어들어도 텅 빈 연료통과 무거운 엔진을 끝까지 짊어지고 가야 합니다. 반면 여러 단으로 나누면, 필요 없어진 무게를 버려가며 점점 가벼운 몸으로 가속할 수 있습니다. 위쪽 단은 공기가 희박한 높은 곳에서만 일하므로, 그에 맞춰 엔진 모양도 다르게 설계합니다.
분리 방식도 여러 가지입니다. 연결 고리를 화약으로 순간적으로 끊는 방법, 볼트를 폭발로 풀어내는 방법, 위쪽 단 엔진의 화염을 아래쪽으로 뿜어 밀어내듯 떼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두 단이 서로 부딪히지 않게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깔끔하게 갈라져야 합니다. 로켓의 앞머리를 감싸 위성을 보호하는 덮개(페어링, fairing)를 떼어내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같은 원리의 분리 동작입니다.
실제 발사 중계를 보면 단분리 순간이 늘 주요 장면으로 잡힙니다. 한국의 누리호(KSLV-II)는 세 개의 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상승 도중 두 번의 단분리를 거쳐 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려놓습니다.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Falcon 9)은 분리된 1단을 버리지 않고 되돌려 착륙시켜 재사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폴로 계획처럼 달로 향하는 임무에서도 여러 단을 차례로 떼어내며 나아갔습니다. 단분리는 발사에서 가장 아슬아슬한 순간 중 하나라,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임무 전체가 실패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함께 보기다단로켓페어링추력발사체재사용 발사체
중급발사체·로켓위성·지구관측
델타-v
delta-v (Δv)
우주선이 속도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연료 예산과 같은 개념입니다.
우주 비행을 여행에 비유하면, 델타-v(delta-v)는 자동차의 남은 연료가 아니라 주행 가능 거리에 해당합니다. 지구에서는 목적지까지 몇 킬로미터인지를 따지지만, 우주에서는 공기 저항도 도로도 없기 때문에 "속도를 얼마나 바꿔야 하는가"가 곧 거리의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임무를 계획할 때 가장 먼저 계산하는 것이 이 값입니다.
델타-v는 말 그대로 속도(v)의 변화량(Δ)이며, 초속 몇 미터(m/s) 또는 초속 몇 킬로미터(km/s)로 표시합니다. 엔진을 켜서 속도를 올리는 것도, 반대로 역추진해서 속도를 줄이는 것도 모두 델타-v를 소모합니다. 방향만 바꾸는 기동 역시 속도 벡터가 달라지므로 델타-v가 듭니다. 즉 우주선이 궤도를 바꾸는 모든 행위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한 우주선이 낼 수 있는 총 델타-v는 치올콥스키 로켓 방정식(Tsiolkovsky rocket equation)으로 구합니다. 여기서 $v_e$는 추진제가 뿜어져 나오는 속도(유효 배기 속도), $m_0$는 추진제를 실은 출발 시점의 질량, $m_f$는 추진제를 다 쓴 뒤의 질량입니다. 이 식에서 중요한 것은 질량비가 로그 안에 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델타-v를 두 배로 늘리려면 연료를 두 배가 아니라 훨씬 더 많이 실어야 한다는 뜻이고, 이것이 우주선 설계가 늘 무게와 씨름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남은 델타-v가 바닥나면 우주선은 물리적으로 멀쩡해도 더 이상 궤도를 바꿀 수 없습니다.
실제 임무에서 델타-v는 예산처럼 항목별로 배분됩니다. 지상에서 지구 저궤도까지 올라가는 데 가장 큰 몫이 들어가고, 거기서 다시 달이나 화성 방향으로 향하는 기동, 목적지에 도착해 궤도에 붙잡히기 위한 감속, 그리고 착륙에 각각 별도의 몫이 필요합니다. 화성 탐사선이 대기의 저항으로 속도를 줄이는 에어로브레이킹(aerobraking)을 쓰는 것도, 목성 탐사선이 다른 행성 곁을 스쳐 지나가며 중력의 도움을 받는 스윙바이(swing-by)를 반복하는 것도 모두 연료로 내야 할 델타-v를 공짜로 얻어내려는 전략입니다. 인공위성의 수명 역시 마찬가지여서, 궤도 유지를 위해 조금씩 쓰다가 남은 델타-v가 다하면 임무 종료를 선언하고 마지막 남은 양으로 대기권 재진입이나 폐기 궤도 이동을 수행합니다.
\Delta v = v_e \ln \frac{m_0}{m_f}
함께 보기로켓 방정식비추력호만 전이 궤도스윙바이궤도 유지
중급행성과학·태양계관측·천문현상
뜨거운 목성
Hot Jupiter
목성처럼 크고 가벼운 기체 행성이지만, 별에 아주 가까이 붙어 돌면서 표면이 몹시 뜨거워진 행성.
우리 태양계에서 목성은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바깥쪽을 천천히 돕니다. 그런데 다른 별 주변에서는 목성만 한 덩치의 기체 행성이 별 바로 곁을, 그것도 며칠에 한 바퀴씩 빠르게 도는 경우가 발견됩니다. 난롯불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어야 할 커다란 풍선이 불 바로 앞까지 끌려와 있는 셈입니다. 이런 행성을 **뜨거운 목성(Hot Jupiter)**이라고 부릅니다.
뜨거운 목성은 대체로 목성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큰 질량을 가진 기체 거대 행성(gas giant)이면서, 공전 궤도가 중심별에 극단적으로 가깝습니다. 별빛을 정면으로 받기 때문에 대기 온도가 매우 높고, 뜨거워진 대기가 부풀어 오르면서 질량에 비해 반지름이 크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조석 고정(tidal locking) 입니다. 별에 가까울수록 중력이 행성을 붙잡아 자전과 공전 주기를 맞춰버리기 때문에, 한쪽 면은 영원한 낮, 반대쪽 면은 영원한 밤이 됩니다. 그 결과 낮면과 밤면 사이에 큰 온도 차가 생기고, 이 온도 차를 메우려는 강한 대기 흐름(제트류)이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별에 워낙 가까워 대기 바깥층이 서서히 우주로 빠져나가는 대기 이탈 현상도 관측됩니다.
이런 행성이 어떻게 별 곁까지 왔는지는 아직 논의 중입니다. 기체 행성은 물질이 얼음 상태로 뭉칠 수 있는 바깥쪽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원반 안에서 안쪽으로 이동했거나 다른 천체와의 중력 상호작용으로 궤도가 크게 변형된 뒤 별의 조석력에 붙잡혔다는 설명이 제시됩니다.
실제 관측에서 뜨거운 목성은 외계행성 연구의 주력 표적입니다. 덩치가 크고 공전 주기가 짧아,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별빛이 살짝 어두워지는 통과(transit) 현상을 며칠 안에 여러 번 반복해서 잡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케플러(Kepler)와 TESS 같은 통과 탐색 망원경이 이런 행성을 다수 찾아냈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통과 순간 별빛이 행성 대기를 통과하며 남긴 흡수 무늬를 분광으로 분석해 수증기·이산화탄소 등 대기 성분과 낮밤 온도 분포를 조사하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외계행성 대기를 실제로 '읽어낸' 첫 사례들이 대부분 뜨거운 목성이었던 것도 이런 관측상의 이점 때문입니다.
함께 보기외계행성통과관측법조석 고정기체 거대 행성투과 분광
중급천문·천체물리위성·지구관측
라그랑주점
Lagrange Point
두 천체가 서로 당기는 힘과 함께 도는 효과가 균형을 이뤄, 작은 물체가 두 천체와 같은 리듬으로 움직일 수 있는 다섯 개의 자리.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모습을 떠올려 봅시다. 이때 두 사람 주변에는 함께 회전하면서도 두 사람과의 거리가 계속 유지되는 특별한 위치들이 있습니다. 우주에서도 마찬가지로, 태양과 지구처럼 무거운 천체 두 개가 서로를 돌 때 그 주변에는 작은 물체가 끼어들어도 두 천체와 같은 속도로 함께 돌 수 있는 자리가 생깁니다. 이 자리를 라그랑주점(Lagrange Point)이라고 부르며, 흔히 L1부터 L5까지 다섯 개로 나눕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두 천체가 각각 잡아당기는 중력을 합친 결과가, 함께 회전하는 데 필요한 힘과 정확히 같아지는 지점이 라그랑주점입니다. 두 천체를 따라 회전하는 관점(회전 좌표계)에서 보면 이 지점의 물체는 밀리지도 끌려가지도 않고 가만히 멈춰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연료를 거의 쓰지 않고도 두 천체에 대한 위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어서, 우주 탐사에서 매우 유용한 주차 공간이 됩니다.
다섯 지점의 성격은 서로 다릅니다. L1, L2, L3는 두 천체를 잇는 직선 위에 놓이는데, 이 자리들은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조금만 밀려나도 점점 더 멀어지기 때문에 탐사선이 가끔씩 추력기를 켜서 자세와 위치를 다듬어 주어야 합니다(궤도 유지, station keeping). 반면 L4와 L5는 두 천체와 정삼각형을 이루는 위치에 있고, 조건이 맞으면 스스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두 곳에는 자연적으로 먼지나 소행성이 모여 있기도 합니다. 목성 궤도의 트로이 소행성군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실제 활용을 보면 각 지점의 장점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태양-지구 L1은 태양 쪽을 향해 있어 태양을 계속 감시하기 좋습니다. 태양풍과 태양 활동을 관측하는 탐사선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지구에 영향을 줄 태양 폭발을 미리 알려 주는 역할을 합니다. 태양-지구 L2는 태양의 반대편에 있어 태양·지구·달의 빛과 열을 한 방향으로 몰아 차폐할 수 있습니다. 차광막을 펼쳐 관측 장비를 극저온으로 유지해야 하는 적외선 우주망원경들이 이 자리를 즐겨 씁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L2 주변을 도는 궤도에 놓인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지구-달 라그랑주점은 달 뒷면과의 통신을 중계하거나 달 탐사의 중간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frac{GM_1}{r_1^2} + \frac{GM_2}{r_2^2} = \omega^2 r
함께 보기헤일로 궤도중력트로이 소행성궤도 유지삼체 문제
중급행성과학·태양계
레골리스
Regolith
천체의 표면을 덮고 있는, 잘게 부서진 돌가루와 돌조각의 층. 단단한 암반 위에 쌓여 있다.
달 사진에서 우주비행사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발자국이 찍힐 수 있다는 것은 그 표면이 단단한 바위가 아니라 밀가루처럼 고운 가루와 자갈이 쌓인 층이라는 뜻입니다. 이 층을 레골리스(regolith)라고 합니다. 지구의 흙과 비슷해 보이지만, 지구 흙에 들어 있는 썩은 식물이나 미생물 같은 유기물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레골리스는 기반암(基盤巖, bedrock)이 오랜 시간에 걸쳐 잘게 부서지면서 만들어집니다. 지구에서는 물과 바람, 기온 변화가 바위를 깎지만, 공기가 거의 없는 달이나 소행성에서는 다른 힘이 작용합니다. 크고 작은 운석이 끊임없이 표면에 부딪히면서 바위를 산산조각 내고, 그 조각이 또 다른 충돌로 더 잘게 부서지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태양에서 날아오는 하전 입자와 낮과 밤의 극심한 온도 차이도 암석 표면을 조금씩 약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입자는 물이나 바람에 씻기며 둥글게 다듬어질 기회가 없기 때문에, 모서리가 날카롭고 뾰족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합니다. 게다가 충돌 때 생긴 열로 녹았다 굳은 유리질 입자가 섞여 있어 서로 잘 엉겨붙습니다. 그래서 달 레골리스, 즉 월면토(月面土)는 우주복 관절과 장비 틈새로 파고들어 마모를 일으키고, 정전기 때문에 표면에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유인 탐사에서 먼지 대응이 중요한 기술 과제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동시에 레골리스는 귀중한 자원이자 기록물이기도 합니다. 표면에 오래 노출된 층은 태양에서 날아온 입자를 붙잡아 두기 때문에, 그 성분을 분석하면 태양의 과거 활동과 그 천체가 겪은 충돌의 역사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레골리스에서 산소나 금속을 뽑아내고 이를 방사선 차폐용 건축 재료로 쓰는 현지자원활용(ISRU, In-Situ Resource Utilization) 개념이 달 기지 설계에서 꾸준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실제 탐사에서 레골리스는 핵심 목표물입니다. 아폴로 계획의 우주비행사들은 월면토와 암석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가져왔고, 이 시료는 지금도 새로운 분석 장비로 재검토되고 있습니다. 소행성 탐사에서는 일본의 하야부사2가 소행성 류구(Ryugu)에서, 미국의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소행성 베누(Bennu)에서 표면 물질을 채취해 지구로 보냈습니다. 화성에서는 큐리오시티와 퍼시비어런스 로버가 표면 토양을 퍼서 분석하며 과거에 물이 있었는지, 유기물의 흔적이 남아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함께 보기기반암충돌구현지자원활용월면토우주 풍화
입문유인우주·탐사위성·지구관측
미세중력
Microgravity
우주선처럼 계속 떨어지는 상태에 있어서 안에 있는 물체에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상태.
높은 곳에서 엘리베이터의 줄이 끊어져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 안에 탄 사람은 순간적으로 몸이 붕 뜨는 느낌을 받습니다. 사람도 엘리베이터도 똑같은 속도로 떨어지고 있어서 발바닥이 바닥을 누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주정거장 안에서 사람과 물건이 떠다니는 이유도 똑같습니다. 중력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주정거장과 그 안의 모든 것이 함께 떨어지고 있어서 서로 누르는 힘이 없어진 것입니다.
흔히 "무중력"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말은 아닙니다. 지구 주위를 도는 우주정거장 위치에서도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은 지표면의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다만 우주정거장은 앞으로 아주 빠르게 나아가면서 동시에 계속 지구 쪽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떨어지는 궤적이 둥근 지구 표면을 따라 휘어져 결국 땅에 닿지 못하고 계속 돌게 됩니다. 이렇게 끝없이 떨어지는 상태를 자유낙하(free fall)라고 하며, 자유낙하 중인 공간 안에서 나타나는 것이 미세중력(microgravity)입니다.
완전한 0이 아니라 "미세(micro)"라는 말이 붙은 이유는, 실제로는 아주 작은 힘들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주정거장은 크기가 있어서 지구에 가까운 쪽과 먼 쪽이 받는 인력이 미세하게 다르고, 희박하게 남아 있는 대기와의 마찰, 자세 조정용 엔진 분사, 승무원이 벽을 발로 차는 움직임까지 모두 미약한 가속도를 만듭니다. 그래서 정밀 실험을 하는 장비는 진동을 흡수하는 받침대 위에 올려 두기도 합니다.
이 환경에서는 지상에서 늘 일어나던 일이 사라집니다. 무거운 것이 가라앉고 가벼운 것이 뜨는 대류가 거의 없어지고, 액체는 표면장력 때문에 둥근 방울 모양이 됩니다. 덕분에 금속을 그릇에 닿지 않게 공중에 띄운 채 녹이거나, 지상에서는 가라앉아 섞이지 않는 물질을 고르게 섞어 보는 실험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단백질 결정을 천천히 키워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실험, 불꽃이 대류 없이 어떻게 타는지 보는 연소 실험, 인체 세포를 배양하는 생명과학 실험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우주비행사가 장기간 체류하면 뼈와 근육이 약해지고 체액이 얼굴 쪽으로 몰리는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에, 달과 화성 유인 탐사를 준비하는 우주 의학 연구에서 미세중력은 핵심 관찰 대상입니다. 지상에서도 항공기를 포물선 궤도로 비행시키거나 낙하탑에서 시료를 떨어뜨려 짧은 시간 동안 같은 상태를 만들어 실험합니다.
함께 보기자유낙하지구 저궤도국제우주정거장궤도 속도우주 의학
입문발사체·로켓위성·지구관측
발사 윈도우
Launch Window
로켓을 목표 궤도나 목적지로 제대로 보내기 위해 발사가 허용되는, 미리 계산된 시간 구간을 말합니다.
기차를 타려면 정해진 시간에 승강장에 서 있어야 합니다. 1분 늦으면 기차는 이미 떠나 있고, 다음 기차를 기다려야 합니다. 발사 윈도우(Launch Window)도 이와 비슷합니다. 로켓은 아무 때나 쏘아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가 '올바른 자리'에 와 있는 짧은 시간 동안에만 떠날 수 있습니다.
이런 제약이 생기는 이유는 지구도, 목적지도 모두 계속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스스로 돌면서 동시에 태양 주위를 돌고, 달과 다른 행성들도 각자의 길을 따라 움직입니다. 발사장이 지구 자전을 따라 원하는 방향을 향하는 순간, 그리고 목적지가 로켓이 도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순간이 겹쳐야 비로소 출발이 가능합니다.
로켓이 실을 수 있는 연료의 양이 정해져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어긋난 시각에 출발하면 방향을 바로잡느라 연료를 더 써야 하는데, 그만큼 실을 수 있는 짐은 줄어듭니다. 그래서 발사 윈도우는 '연료를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출발해도 되는 시간'이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발사장 주변의 바람과 구름, 낙하 예정 구역에 배나 비행기가 없는지 같은 조건까지 더해지면, 실제로 쓸 수 있는 시간은 더 좁아집니다.
윈도우의 길이는 목적지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이라면 하루에도 여러 번 기회가 돌아오고, 그 폭도 비교적 넉넉한 편입니다. 반면 이미 하늘을 돌고 있는 우주정거장을 따라잡아야 하는 보급선이나 유인 우주선은, 정거장이 지나가는 궤도면에 정확히 올라타야 하기 때문에 윈도우가 사실상 한 순간으로 좁아지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순간 윈도우(instantaneous window)'라고 부릅니다.
가장 까다로운 것은 다른 행성으로 가는 탐사선입니다. 화성 탐사선은 지구와 화성이 서로 알맞은 각도에 놓이는 시기에만 떠날 수 있고, 그 기회를 놓치면 두 행성이 다시 같은 배치가 될 때까지 몇 해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 나라의 화성 탐사선이 비슷한 시기에 몰려서 발사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뉴스에서 발사가 '기상 악화로 연기되어 다음 윈도우를 기다린다'는 소식이 자주 들리는 것도, 이 시간 구간이 그만큼 좁고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함께 보기궤도면호만 전이 궤도발사각(방위각)랑데부지구정지궤도
입문유인우주·탐사발사체·로켓
발사 중단 시스템
Launch Abort System (LAS)
발사 도중 로켓에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이 탄 부분만 로켓에서 떼어내 빠르게 멀리 보내는 비상 탈출 장치입니다.
자동차의 에어백은 평소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다가, 사고가 나는 순간에만 순식간에 터져 사람을 보호합니다. 발사 중단 시스템(Launch Abort System, LAS)도 같은 성격의 장치입니다. 발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끝까지 한 번도 쓰이지 않고 버려지지만, 로켓에 이상이 생긴 그 짧은 순간에는 사람이 탄 부분만 떼어내 로켓에서 멀리 떨어뜨립니다.
로켓은 대부분이 연료와 산화제로 채워진 거대한 통입니다. 이 연료에 문제가 생기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불길이나 폭발로 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타는 우주선은 로켓 맨 위에 붙이고, 그 위나 옆에 별도의 탈출용 엔진을 답니다. 이상이 감지되면 우주선과 로켓을 잇는 연결부가 끊어지고, 탈출용 엔진이 강하게 점화되어 우주선을 위쪽 또는 옆쪽으로 밀어냅니다.
탈출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우주선 위에 뾰족한 탑처럼 생긴 탈출탑을 세우고 그 안의 고체 연료 엔진으로 우주선을 끌어올리는 방식(견인형)입니다. 다른 하나는 우주선 옆면에 엔진을 심어 아래에서 밀어내는 방식(추진형)으로, 이 경우 탈출 장치를 버리지 않고 착륙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판단과 작동이 사람의 반응 속도보다 빨라야 하므로, 이상 감지부터 점화까지는 자동 장치가 처리합니다.
탈출한 우주선은 곧 낙하산을 펴고 바다나 지상에 내려앉습니다. 즉 발사 중단 시스템은 탈출 엔진, 연결 분리 장치, 이상 감지 장치, 낙하산까지 하나로 묶인 체계이며, 사람이 타지 않는 화물용 로켓에는 대체로 달리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 장치는 시험대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러시아 소유즈(Soyuz) 우주선은 발사 직후 로켓 이상이 발생하자 탈출 체계가 작동해 승무원이 무사히 지상으로 돌아왔고, 이보다 앞서 발사대 위에서 불이 났을 때도 탈출탑이 승무원을 화염 밖으로 끌어냈습니다. 미국의 오리온(Orion) 우주선과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Crew Dragon) 역시 유인 비행 전에 일부러 비행 중 로켓과 우주선을 분리시키는 비상 탈출 시험을 거쳐, 실제 상황에서 승무원을 살릴 수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함께 보기유인 우주선탈출탑페이로드 페어링낙하산 감속발사체 단분리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백색왜성
White Dwarf
태양 정도 무게의 별이 연료를 다 쓴 뒤 남긴, 지구만 한 크기로 압축된 뜨거운 별의 잔해입니다.
타다 남은 숯불을 떠올려 보세요. 불꽃은 이미 꺼졌지만 숯은 한동안 벌겋게 달아올라 열을 내놓습니다. 백색왜성(White Dwarf)도 마찬가지입니다. 별 내부에서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이미 끝났고, 남은 것은 예전에 뜨거워진 몸체가 천천히 식으며 내보내는 빛뿐입니다. 다만 그 숯덩이가 아주 작게 뭉쳐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태양만 한 무게가 지구만 한 공 안에 눌려 들어가 있어서, 한 숟갈만 떠도 자동차 여러 대만큼 무겁습니다.
태양과 비슷한 질량의 별은 중심부에서 수소를 헬륨으로, 이어서 헬륨을 탄소와 산소로 바꾸는 핵융합을 거칩니다. 그러나 이런 별의 중심 온도는 탄소를 더 무거운 원소로 태울 만큼 올라가지 못합니다. 연료가 바닥나면 바깥층은 우주 공간으로 흩어져 나가고, 중심에 남은 탄소·산소 덩어리만 자기 중력에 눌려 극단적으로 압축됩니다.
이때 별을 더 이상 찌그러지지 않게 떠받치는 것은 열의 압력이 아니라 **전자 축퇴압(electron degeneracy pressure)**입니다. 양자역학에서 전자는 같은 상태에 겹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눌러도 더 이상 밀집되기를 거부하는 압력이 생깁니다. 이 힘 덕분에 백색왜성은 식어가면서도 크기를 유지합니다. 특이하게도 질량이 클수록 반지름은 오히려 작아지며, 이 지지력이 감당할 수 있는 질량에는 상한(찬드라세카르 한계, Chandrasekhar limit)이 존재합니다. 한계를 넘어서면 붕괴가 시작되고, 짝별에서 물질을 받아 이 문턱에 도달한 백색왜성은 Ia형 초신성으로 폭발한다고 여겨집니다.
백색왜성은 표면 온도가 높아 자외선 영역에서 밝게 보이므로, 허블 우주망원경(HST)처럼 자외선과 가시광을 함께 관측하는 망원경이 구상성단 속에서 이들을 찾아내는 데 활용되어 왔습니다. 백색왜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조롭게 식기 때문에, 성단에서 가장 차가운 백색왜성의 밝기를 재면 그 성단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가늠하는 '우주 시계'로 쓸 수 있습니다. 또한 가이아(Gaia) 위성이 수많은 별의 거리와 밝기를 정밀 측정하면서, 관측된 백색왜성의 수가 크게 늘어 이들의 냉각 과정을 통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적외선 감도를 살려 백색왜성 주위에 남은 행성 잔해나 동반 천체를 조사하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P_{\mathrm{deg}} \propto \rho^{5/3}, \qquad R \propto M^{-1/3}
함께 보기초신성중성자별찬드라세카르 한계행성상성운핵융합
중급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분광학
Spectroscopy
빛을 색깔별로 잘게 나눠서, 그 빛을 낸 물질이 무엇이고 어떤 상태인지 알아내는 방법입니다.
프리즘에 햇빛을 통과시키면 무지개처럼 여러 색으로 펼쳐집니다. 분광학(spectroscopy)은 바로 이 펼쳐진 빛을 아주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펼친 빛을 자세히 보면 색의 띠가 매끈하지 않고, 군데군데 검은 줄이 나 있거나 반대로 특정 색만 유난히 밝게 빛나기도 합니다. 이 줄무늬의 위치가 일종의 지문 역할을 해서, 빛을 낸 물질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이런 줄무늬가 생기는 이유는 원자와 분자가 아무 빛이나 흡수하거나 내보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각 원소는 자기에게 정해진 특정 에너지의 빛만 주고받습니다. 빛의 에너지는 파장에 따라 정해지므로, 원소마다 고유한 파장 자리에만 흔적이 남습니다. 별빛이 그 별의 바깥층 기체를 통과해 나올 때 해당 파장의 빛이 깎여 나가면 어두운 선(흡수선)이 되고, 뜨거운 기체구름이 스스로 빛을 낼 때는 그 파장만 밝게 도드라지는 선(방출선)이 됩니다.
분광학이 알려주는 것은 성분만이 아닙니다. 선의 위치가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붉은 쪽으로 밀려 있으면 그 천체가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고, 푸른 쪽으로 밀려 있으면 다가오고 있다는 뜻입니다(도플러 효과). 선이 얼마나 두껍게 번져 있는지는 기체의 온도나 밀도, 압력을 짐작하게 해 주고, 선의 세기는 그 원소가 얼마나 많은지를 말해 줍니다. 사진 한 장은 천체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여주지만, 스펙트럼 한 줄은 천체가 '무엇으로 되어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줍니다.
실제 관측에서 분광학은 거의 모든 곳에 쓰입니다. 외계행성이 자기 별 앞을 지나갈 때 행성 대기를 스치고 온 별빛을 분광하면, 대기에 어떤 기체가 있는지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투과 분광). 화성 표면을 도는 궤도선과 로버는 암석에 반사된 빛을 분광해 어떤 광물인지, 물이 관여한 흔적이 있는지 판별합니다. 은하를 대량으로 분광 관측해 각 은하가 얼마나 붉은쪽으로 밀렸는지 재면 거리를 추정할 수 있고, 이를 모아 우주의 3차원 지도를 만듭니다. 적외선 우주망원경들이 특히 분광 기능을 중요하게 갖추는 것도, 먼지에 가려진 별 탄생 지역이나 차가운 대기의 분자 흔적이 주로 적외선 영역의 선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E = \frac{hc}{\lambda}
함께 보기스펙트럼적색편이도플러 효과흡수선외계행성 대기
입문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블랙홀
Black Hole
중력이 너무 강해서 한번 안으로 들어간 것은 빛조차 다시 빠져나올 수 없는 천체.
공을 하늘로 던지면 다시 떨어집니다. 더 세게 던지면 더 높이 올라가고, 아주 세게 던지면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날아갑니다. 어떤 천체를 벗어나는 데 필요한 최소 속도를 **탈출 속도(escape velocity)**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천체는 질량이 좁은 공간에 극단적으로 몰려 있어서, 탈출 속도가 우주에서 가장 빠른 속도인 빛의 속도보다 커집니다. 그러면 빛조차 밖으로 나올 수 없고, 우리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영역이 됩니다. 이것이 블랙홀입니다.
블랙홀의 경계면을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부릅니다. 이 선은 어떤 물리적인 표면이나 벽이 아니라 "여기를 넘어가면 되돌아 나올 수 없다"는 되돌이킬 수 없는 경계일 뿐입니다. 사건의 지평선의 반지름은 **슈바르츠실트 반지름(Schwarzschild radius)**으로 계산하며, 오직 블랙홀의 질량에만 비례합니다. 즉 질량이 클수록 검은 영역도 넓어집니다.
블랙홀 자체는 빛을 내지 않지만,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 덕분에 찾아낼 수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가스는 곧바로 빨려 들어가지 않고 소용돌이치며 원반 모양으로 회전하는데, 이때 서로 마찰하며 매우 뜨거워져 강한 빛과 X선을 냅니다. 또 블랙홀 곁을 도는 별의 움직임을 오래 추적하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무거운 무언가가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궤도로부터 알아낼 수 있습니다. 두 블랙홀이 서로 돌다가 합쳐질 때는 시공간이 출렁이는 **중력파(gravitational wave)**가 퍼져 나가고, 이를 지상의 검출기가 잡아냅니다.
실제 관측 사례로는 전 세계 여러 전파망원경을 하나로 묶어 지구만 한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드는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EHT는 은하 M87의 중심과 우리 은하 중심의 궁수자리 A*를 관측해, 뜨거운 가스가 만드는 밝은 고리와 그 가운데의 어두운 그림자를 담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또한 중력파 검출기 LIGO와 Virgo는 멀리서 두 블랙홀이 합쳐지며 만든 시공간의 떨림을 포착해, 빛이 아닌 방법으로도 블랙홀을 관측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우주 X선 망원경들은 블랙홀에 빨려드는 가스가 내는 X선을 감시하며 블랙홀 후보 천체를 찾고 있습니다.
r_s = \frac{2GM}{c^2}
함께 보기사건의 지평선중력파강착원반중성자별일반상대성이론
중급발사체·로켓위성·지구관측
비추력
Specific Impulse (Isp)
연료를 얼마나 알뜰하게 쓰면서 밀어내는 힘을 얻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로켓 엔진의 연비에 해당한다.
자동차를 고를 때 우리는 "리터당 몇 킬로미터를 가는가"를 따집니다. 로켓에도 비슷한 잣대가 필요합니다. 다만 로켓은 거리를 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스스로를 밀어내는 것이 목적이므로, "연료 한 덩어리를 태워서 얼마나 오래, 얼마나 세게 밀 수 있는가"를 봅니다. 이 값이 바로 비추력(Specific Impulse)입니다. 같은 양의 연료를 실었을 때 비추력이 높은 엔진은 더 오래 밀어주고, 그만큼 더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비추력은 엔진이 내는 밀어내는 힘(추력, Thrust)을 단위 시간당 소모하는 추진제의 양으로 나눈 값입니다. 이때 추진제 소모량을 질량으로 재느냐 무게로 재느냐에 따라 단위가 달라집니다. 무게 기준으로 정의하면 단위가 초(s)가 되어 흔히 "비추력 몇 초"라는 표현을 쓰고, 질량 기준으로 정의하면 속도 단위(m/s)가 되며 이를 유효 배기속도(effective exhaust velocity)라고 부릅니다. 두 값은 지구 표준중력가속도를 곱하거나 나누어 서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비추력의 물리적 의미는 결국 "배기가스를 얼마나 빠르게 뒤로 내뿜는가"입니다. 로켓은 뒤로 내던진 물질의 반작용으로 앞으로 나아가므로, 같은 질량을 내던지더라도 더 빠르게 내던질수록 이득입니다. 이 관계는 치올콥스키 로켓 방정식에 그대로 드러나며, 로켓이 최종적으로 얻을 수 있는 속도 변화량(델타 브이, Δv)은 유효 배기속도에 비례하고 초기 질량과 최종 질량의 비의 로그에 비례합니다. 즉 비추력을 조금만 올려도 필요한 연료량은 크게 줄어듭니다.
다만 비추력이 높다고 항상 좋은 엔진은 아닙니다. 비추력과 추력은 서로 다른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전기추진 계열은 배기가스를 아주 빠르게 내뿜어 비추력이 매우 높지만, 한 번에 내는 힘은 손바닥에 종이 한 장을 얹은 정도로 약합니다. 반대로 고체 로켓 부스터는 비추력이 낮은 대신 짧은 시간에 거대한 추력을 냅니다.
실제 미션 설계는 이 차이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지상에서 발사체를 들어 올리는 1단에는 중력을 이겨야 하므로 비추력이 다소 낮더라도 추력이 큰 엔진이나 고체 부스터를 씁니다. 반면 이미 우주에 올라온 뒤 궤도를 바꾸거나 행성 간 항행을 하는 단계에서는 시간이 넉넉하므로 비추력이 높은 쪽이 유리합니다.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와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가 이온 엔진을 달고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가속하는 방식을 택한 것, 상단 로켓에 액체수소와 액체산소 조합을 쓰는 것, 인공위성이 임무 수명을 늘리기 위해 궤도 유지용 추진 시스템의 비추력을 중시하는 것 모두 같은 이유에서 나온 선택입니다.
I_{sp} = \frac{F}{\dot{m} g_0}, \qquad \Delta v = I_{sp} \, g_0 \ln\frac{m_0}{m_f}
함께 보기추력델타 브이치올콥스키 로켓 방정식이온 엔진추진제
고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상대론적 제트
Relativistic Jet
블랙홀이나 갓 태어난 별 같은 천체의 양극 방향으로, 빛의 속도에 가깝게 뿜어져 나오는 가늘고 긴 물질 줄기.
정원용 호스의 물이 사방으로 퍼지지 않고 한 줄기로 멀리 뻗어 나가듯, 어떤 천체는 주변에서 빨아들인 물질의 일부를 회전축 양쪽 방향으로 아주 가늘게 모아 내뿜습니다. 이 줄기가 빛의 속도에 근접할 만큼 빠를 때 이를 상대론적 제트라고 부릅니다. 옆으로 퍼지지 않고 수천 광년, 때로는 수십만 광년 밖까지 곧게 뻗는 것이 특징입니다.
제트는 보통 강착 원반(accretion disk)과 짝을 이룹니다.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같은 밀집 천체 주위로 물질이 소용돌이치며 떨어질 때, 그 물질이 전부 천체 안으로 빨려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원반과 함께 감겨 올라간 자기장이 회전에 의해 꼬이면서 나선형 통로를 만들고, 이온화된 기체(플라스마)가 그 통로를 따라 회전축 방향으로 가속·집속됩니다. 블랙홀 자체의 회전 에너지를 자기장이 뽑아내 제트에 실어 보내는 과정도 주요 후보 기구로 논의됩니다.
속도가 빛에 가까워지면 특수 상대성이론의 효과가 관측에 직접 드러납니다. 제트가 관측자 쪽을 향할 때는 밝기가 크게 증폭되어 보이고(도플러 부스팅, Doppler boosting), 반대쪽 제트는 어둡게 눌려 잘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제트 안의 덩어리가 하늘에서 겉보기로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측정되는 겉보기 초광속 운동(superluminal motion)도 나타납니다. 이는 실제로 빛보다 빠른 것이 아니라, 제트가 관측자 쪽으로 비스듬히 다가오면서 빛이 도달하는 시간 차가 줄어들어 생기는 착시입니다.
제트에서 나오는 빛의 상당 부분은 싱크로트론 복사(synchrotron radiation)입니다. 자기장에 붙들려 나선 운동을 하는 고에너지 전자가 전파에서 X선까지 폭넓은 파장의 빛을 내며, 이 빛이 강하게 편광되어 있다는 점이 자기장의 존재를 보여 주는 증거로 쓰입니다.
실제 관측에서 상대론적 제트는 여러 방식으로 확인되어 왔습니다. 전파망원경을 대륙 규모로 연결하는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는 활동은하핵에서 뻗어 나오는 제트를 여러 시기에 걸쳐 촬영해, 덩어리가 밖으로 밀려 나가는 모습을 영상으로 추적합니다. 사건지평선망원경(EHT)은 거대 타원은하 M87 중심 블랙홀의 그림자를 찍으면서, 같은 천체에서 뻗어 나온 제트의 뿌리 부분과 연결 지어 해석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허블우주망원경은 M87 제트를 가시광에서 직접 촬영해 밝은 매듭 구조를 보여 주었고, 찬드라 X선 관측선은 같은 제트를 X선으로 잡아내 그 안의 전자가 매우 높은 에너지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였습니다.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은 제트가 우리 시선 방향에 거의 정렬된 블레이자(blazar)를 감시하며 감마선이 급격히 밝아지는 폭발 현상을 기록해 왔습니다. 은하 밖 천체뿐 아니라, 우리 은하 안의 블랙홀 쌍성에서 나타나는 소형 제트(마이크로퀘이사)도 전파와 X선 동시 관측으로 연구됩니다.
\beta_{\rm app} = \frac{\beta \sin\theta}{1 - \beta \cos\theta}
함께 보기강착 원반활동은하핵블레이자싱크로트론 복사초장기선 전파간섭계
입문유인우주·탐사
생명유지장치
Life Support System
우주선이나 우주복 안에서 사람이 숨 쉬고 살 수 있도록 공기·물·온도를 계속 관리해 주는 장치입니다.
우주는 사람이 그냥은 단 몇 초도 버틸 수 없는 곳입니다. 숨 쉴 공기가 없고, 햇빛이 닿는 쪽과 그늘진 쪽의 온도 차이도 아주 큽니다. 생명유지장치(Life Support System)는 이런 바깥 환경과 사람 사이에 놓인 작은 지구를 만들어 주는 장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방 안에 공기청정기, 에어컨, 정수기, 환풍기를 한꺼번에 넣고 한 번도 끄지 않고 돌리는 셈입니다.
하는 일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사람이 숨 쉴 때 필요한 산소를 공급합니다. 둘째, 사람이 내쉰 이산화탄소를 걸러 냅니다. 좁은 공간에서는 이산화탄소가 금방 쌓여 두통과 판단력 저하를 일으키기 때문에, 산소를 넣는 일만큼이나 이산화탄소를 빼는 일이 중요합니다. 셋째,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사람의 몸과 각종 기계에서 나오는 열은 진공 상태에서는 저절로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에, 열을 모아 바깥으로 버리는 장치가 따로 필요합니다. 넷째, 마실 물을 공급하고 생활에서 나오는 오수를 처리합니다.
지구에서 물자를 실어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오래 머무는 우주 시설일수록 자원을 순환시키는 방식을 씁니다. 사용한 물을 정화해 다시 마실 물로 되돌리고, 그 물을 전기로 분해해 산소를 만드는 식입니다. 이렇게 자원을 회수해 다시 쓰는 비율을 얼마나 높이느냐가 장기 체류의 핵심 과제입니다. 반대로 며칠짜리 짧은 비행에서는 순환 장치 없이 산소통과 필터를 필요한 만큼만 싣고 가는 단순한 방식을 쓰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하나가 멈추면 곧바로 위험해지므로 같은 기능을 하는 장치를 두 벌 이상 갖추는 것이 원칙입니다.
실제 사례로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 대표적입니다. ISS는 물을 재생하는 장치와 물을 전기분해해 산소를 만드는 장치를 함께 운용하며, 승무원의 땀과 호흡에서 나온 수분, 생활용수까지 모아 정화해 다시 씁니다. 이산화탄소는 흡착제를 이용해 걸러 낸 뒤 진공으로 배출하거나 회수해 재활용합니다. 선외활동(EVA)에 쓰는 우주복도 그 자체가 하나의 작은 생명유지장치여서, 등에 멘 배낭 모양 장비 안에 산소 공급, 이산화탄소 제거, 냉각 기능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달과 화성처럼 지구에서 보급을 받기 어려운 목적지를 목표로 하는 계획에서는 자원 순환율을 더 끌어올린 생명유지장치가 필수 기술로 꼽힙니다.
함께 보기선외활동국제우주정거장우주복폐쇄생태계여압
입문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성운
Nebula
우주 공간에 가스와 먼지가 구름처럼 넓게 모여 있는 곳으로, 별이 태어나거나 별이 남긴 흔적이다.
밤하늘 사진에서 색색의 안개나 연기처럼 번져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이 성운(Nebula)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운'이라는 말 자체가 라틴어에서 '구름'을 뜻하는 단어에서 왔습니다. 다만 지구의 구름이 물방울로 이루어진 것과 달리, 성운은 대부분 수소 같은 가벼운 기체와 아주 작은 먼지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크기는 구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서, 하나의 성운 안에 별이 수천 개 만들어질 재료가 들어 있기도 합니다.
성운은 지구의 공기보다 훨씬 텅 빈 상태입니다. 같은 부피를 놓고 보면 우리가 실험실에서 만드는 진공보다도 물질이 적습니다. 그런데도 밝게 보이는 이유는 규모가 워낙 커서 빛을 내거나 가리는 물질의 총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성운이 보이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근처의 뜨거운 별에서 나온 빛을 받아 가스 자체가 빛을 내는 경우, 별빛을 먼지가 반사해 파랗게 보이는 경우, 그리고 뒤쪽에서 오는 빛을 먼지가 가로막아 검은 실루엣으로 보이는 경우입니다. 마지막 유형은 '암흑성운'이라 부르며, 빛나지 않아도 그 안에 별의 재료가 가장 많이 숨어 있습니다.
성운은 별의 삶에서 시작과 끝 양쪽에 걸쳐 있습니다. 차갑고 밀도가 높은 성운의 일부가 자기 무게로 무너져 내리면 중심이 뜨거워지면서 별이 태어납니다. 반대로 다 늙은 별이 겉껍질을 우주로 흘려보내거나 폭발하면, 그 물질이 다시 성운이 됩니다. 이때 별 내부에서 만들어진 무거운 원소들이 함께 퍼져 나가기 때문에, 다음 세대의 성운은 이전보다 다양한 원소를 품게 됩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도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거쳐 왔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과거에는 망원경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천체를 모두 성운이라 불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안드로메다처럼 실제로는 우리 은하 밖의 다른 은하인 대상도 오랫동안 '성운'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지금은 은하와 성운을 구분하며, 성운은 은하 안에 있는 가스와 먼지 구름을 가리키는 말로 쓰입니다.
실제 관측에서 성운은 우주망원경의 대표적인 관측 대상입니다. 허블우주망원경은 가시광선으로 성운의 기둥 같은 구조와 그 안에서 형성되는 별들을 촬영해 왔고,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적외선으로 관측하기 때문에 먼지를 뚫고 그 속에 감춰진 어린 별까지 볼 수 있습니다. 전파와 밀리미터파로 관측하는 지상 망원경들은 성운 속 차가운 가스가 어떤 분자로 이루어져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조사해, 별이 만들어지기 직전의 단계를 추적합니다.
함께 보기별 형성초신성성간물질적외선 관측은하
입문행성과학·태양계
소행성대
Asteroid Belt
화성 궤도와 목성 궤도 사이에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들이 넓게 흩어져 태양 주위를 도는 영역.
태양계를 도시에 비유하면, 소행성대는 큰 건물들 사이에 남겨진 공터에 자갈이 흩뿌려진 것과 비슷합니다. 안쪽에는 화성이, 바깥쪽에는 목성이 있고 그 사이의 넓은 띠 모양 공간에 지름이 수 미터에서 수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바위와 금속 덩어리들이 태양 주위를 함께 돌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바위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서로 부딪치는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실제로는 이웃한 덩어리 사이의 거리가 매우 멀어서 그 안을 지나가는 탐사선이 무언가와 부딪칠 걱정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이 덩어리들을 소행성(asteroid)이라고 부릅니다.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먼지와 알갱이가 뭉쳐 행성이 되었는데, 이 구역에서는 목성의 강한 중력이 계속 휘저은 탓에 재료들이 하나의 큰 행성으로 합쳐지지 못하고 조각난 채 남았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소행성대는 '실패한 행성'이라기보다 행성이 되다 만 재료가 그대로 보관된 창고에 가깝습니다.
소행성들은 생김새도 성분도 제각각입니다. 어떤 것은 탄소가 많아 아주 어둡고, 어떤 것은 돌 성분이, 또 어떤 것은 철과 니켈 같은 금속이 많습니다. 대부분은 중력이 약해 공처럼 둥글어지지 못하고 감자나 부서진 돌덩이처럼 울퉁불퉁한 모양입니다. 이 구역에서 가장 큰 천체인 세레스(Ceres)는 예외적으로 둥근 모양을 갖출 만큼 커서, 소행성이 아니라 왜소행성(dwarf planet)으로 따로 분류합니다.
소행성대가 중요한 이유는 이곳의 물질이 태양계 초기의 상태를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처럼 큰 천체는 내부가 녹고 지질 활동이 일어나면서 처음의 흔적이 지워졌지만, 작은 소행성은 그런 변화를 겪지 않아 태양계가 갓 만들어졌을 때의 화학 성분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 상당수도 이 구역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으로 여겨집니다.
실제 탐사에서 소행성대는 여러 번 목적지가 되었습니다. 목성이나 그 너머로 향하는 탐사선들은 이 구역을 통과하면서 지나치는 소행성을 근접 촬영해 왔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던(Dawn) 탐사선은 이 구역의 큰 천체인 베스타(Vesta)와 세레스를 차례로 찾아가 궤도를 돌며 표면 지형과 성분을 조사했습니다. 최근에는 금속이 많은 소행성 프시케(Psyche)를 목표로 한 탐사가 진행 중인데, 행성 중심부와 비슷한 물질을 직접 관측해 행성이 어떻게 층을 이루며 만들어지는지 알아내려는 시도입니다. 또한 소행성대는 장차 금속 자원 채굴 후보지로도 거론됩니다.
함께 보기소행성왜소행성운석카이퍼 대근지구천체
입문행성과학·태양계관측·천문현상
슈퍼지구
Super-Earth
지구보다는 무겁고 해왕성보다는 가벼운, 태양계 밖에서 발견되는 행성들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우리 태양계에는 지구 같은 단단한 암석 행성이 있고, 그보다 훨씬 크고 두꺼운 기체로 둘러싸인 행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간 크기에 해당하는 행성은 태양계에 하나도 없습니다. 옷 가게에 S 사이즈와 L 사이즈만 있고 M 사이즈가 빠져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다른 별을 도는 행성들을 살펴보기 시작하자, 바로 그 비어 있던 중간 크기의 행성들이 아주 흔하게 발견되었습니다. 이들에게 붙은 이름이 슈퍼지구(Super-Earth)입니다.
슈퍼지구는 지구보다 무겁고 해왕성보다는 가벼운 행성을 가리킵니다. 이름에 '지구'가 들어가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질량과 크기를 기준으로 붙인 이름일 뿐입니다. 지구처럼 바다가 있다거나 생명이 살 수 있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실제로 슈퍼지구 중에는 별에 바짝 붙어 돌면서 표면이 녹아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고, 두꺼운 대기에 감싸여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행성의 정체를 추정할 때 천문학자들이 보는 것은 주로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별빛이 살짝 어두워지는 정도로 알아내는 반지름이고, 다른 하나는 행성의 중력이 별을 미세하게 흔드는 정도로 알아내는 질량입니다. 이 둘을 알면 평균 밀도를 구할 수 있습니다. 밀도가 높으면 주로 암석과 금속으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고, 밀도가 낮으면 물이나 두꺼운 기체층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밀도만으로 내부 구조를 하나로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암석에 얇은 기체층'과 '물이 많은 조성'이 비슷한 밀도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대기를 통과해 나온 별빛을 파장별로 나누어 분석하는 방법으로, 대기에 어떤 성분이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관측에서 슈퍼지구는 우주망원경이 여러 해 동안 같은 별들을 계속 지켜보며 별빛의 주기적인 밝기 변화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대량 발견되었습니다. 이렇게 후보가 확보되면 지상의 대형 망원경이 별빛의 흔들림을 정밀 측정해 질량을 확인하고, 그중에서도 밝고 가까운 별을 도는 몇몇 대상은 적외선 우주망원경의 관측 시간을 배정받아 대기 성분 분석에 들어갑니다. 발견 → 질량 확인 → 대기 분석으로 이어지는 이 단계별 흐름이 오늘날 슈퍼지구 연구의 기본 방식입니다.
\rho = \dfrac{M}{\frac{4}{3}\pi R^{3}}
함께 보기외계행성통과 관측법시선속도법생명체 거주가능 영역미니 해왕성
입문발사체·로켓유인우주·탐사
스크럽
Scrub
발사 직전에 날씨나 기계 문제 때문에 로켓 쏘아 올리기를 미루고 다음 기회로 넘기는 것.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갔는데 폭우가 쏟아져 출발이 다음 날로 미뤄지는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승객도 비행기도 멀쩡하지만, 안전하게 뜰 수 없는 조건이라 일단 세워 두는 겁니다. 로켓 발사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데, 이렇게 예정된 발사를 취소하고 뒤로 미루는 것을 스크럽(scrub)이라고 부릅니다.
스크럽은 실패가 아니라 정해진 절차에 따른 판단입니다. 발사장에서는 카운트다운이 진행되는 동안 로켓의 연료 상태, 밸브, 전기 계통, 통신 신호 등 수많은 항목을 계속 확인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미리 정해 둔 안전 기준을 벗어나면 발사 책임자가 카운트다운을 멈춥니다. 바람이 너무 세거나, 번개가 칠 가능성이 있거나, 로켓이 지나갈 하늘길과 바다 위에 배나 항공기가 들어와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슷한 말로 홀드(hold)와 어보트(abort)가 있습니다. 홀드는 카운트다운 시계를 잠깐 멈춰 두고 문제를 확인한 뒤 그날 안에 다시 이어갈 수 있는 상태이고, 스크럽은 그날의 시도를 아예 접고 날짜를 다시 잡는 것입니다. 어보트는 이미 엔진에 불이 붙은 뒤 컴퓨터가 이상을 감지해 발사를 강제로 중단시키는 것으로, 스크럽보다 훨씬 급박한 상황입니다.
스크럽이 잦은 이유 중 하나는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 시간대가 짧기 때문입니다. 우주정거장처럼 빠르게 도는 목표물을 따라잡으려면 정해진 몇 분, 때로는 몇 초의 창에 정확히 맞춰 떠야 하고, 그 순간을 놓치면 기다리기보다 다음 날로 넘기는 편이 낫습니다.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하는 유인·화물 수송선 발사는 기상 악화나 밸브 누설로 스크럽된 뒤 며칠 안에 다시 시도해 성공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습니다. 대형 탐사선 발사에서도 연료 주입 중 수소 누출이 감지되어 스크럽하고, 지상에서 배관을 손본 뒤 재도전하는 일이 반복되곤 합니다. 발사 중계를 보다가 "오늘은 스크럽되었습니다"라는 안내가 나오면, 로켓이 망가졌다는 뜻이 아니라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함께 보기카운트다운발사 윈도우홀드어보트발사체
중급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시상
Seeing
공기의 흔들림 때문에 망원경으로 본 별빛이 번지거나 반짝여 보이는 정도를 말합니다.
여름날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보면 저 멀리 풍경이 아른아른 흔들려 보입니다. 뜨거운 공기와 찬 공기가 섞이면서 빛이 지나가는 길이 조금씩 휘기 때문입니다. 밤하늘의 별빛도 똑같은 일을 겪습니다. 별에서 출발한 빛은 우주를 가로질러 오는 동안에는 거의 흔들리지 않다가, 마지막 수십 킬로미터의 공기층을 지나면서 이리저리 휘어집니다. 그래서 망원경으로 보면 별이 점이 아니라 부글거리는 작은 얼룩처럼 보이고, 맨눈으로는 반짝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흔들림이 얼마나 심한지를 나타내는 말이 시상(seeing)입니다.
원인은 대기의 난류(turbulence)입니다. 공기는 층마다 온도와 밀도가 다르고, 그 경계에서 소용돌이가 끊임없이 생겼다 사라집니다. 빛은 밀도가 다른 공기를 지날 때마다 굴절률이 달라져 진행 방향이 미세하게 꺾입니다. 망원경 입구에 도착할 무렵에는 원래 나란히 오던 빛의 파면이 구겨진 상태가 되고, 그 결과 한 점으로 모여야 할 상이 넓게 퍼집니다.
시상은 보통 별의 상이 퍼진 겉보기 크기를 각도로 재서 표현하며, 단위는 각초(arcsecond)입니다. 숫자가 작을수록 상이 또렷하다는 뜻이라 '시상이 좋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시상이 나쁘면 망원경을 아무리 크게 만들어도 해상도가 더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상 망원경의 실제 분해능은 거울 지름이 아니라 그날 밤 공기 상태가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천문대는 공기 흐름이 안정적인 높은 산 위, 건조한 지역, 바다 바람이 매끄럽게 넘어오는 섬 같은 곳에 짓습니다.
시상을 극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대기 위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대기권 밖에 있는 우주망원경은 시상의 영향을 아예 받지 않기 때문에, 지름이 지상 최대급 망원경보다 훨씬 작아도 훨씬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적응광학(adaptive optics)입니다. 밝은 기준별이나 레이저로 만든 인공별을 관측해 파면이 얼마나 구겨졌는지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얇은 변형거울을 초당 수백 번 휘어 그 구겨짐을 되돌려 펴는 방식입니다.
실제 관측에서 시상은 계획 단계부터 따집니다. 대형 지상 천문대는 밤새 시상을 자동으로 측정해 기록하고, 시상이 좋은 시간대에는 은하 중심의 별 하나하나를 구분하거나 외계행성을 직접 촬영하는 것처럼 해상도가 생명인 관측을 배치합니다. 반대로 시상이 나쁜 밤에는 상이 조금 번져도 상관없는 관측, 예를 들어 밝기 변화를 시간에 따라 측정하거나 분광 자료를 모으는 작업으로 일정을 바꿉니다. 적응광학을 갖춘 망원경이 목성이나 토성의 대기 무늬, 소행성의 형태를 지상에서 또렷하게 잡아내는 것도 이 시상 문제를 실시간으로 보정한 결과입니다.
함께 보기적응광학각분해능대기 난류각초우주망원경
중급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시선속도법
Radial Velocity Method
별빛의 색이 아주 미세하게 밀렸다 당겨지는 것을 재서, 별 곁을 도는 행성의 존재를 알아내는 방법.
구급차가 다가올 때 사이렌 소리가 높아지고 멀어질 때 낮아지는 것을 누구나 경험해 봤습니다. 빛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빛을 내는 물체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면 빛의 색이 파란 쪽으로, 멀어지면 붉은 쪽으로 아주 조금 치우칩니다. 시선속도법(Radial Velocity Method)은 바로 이 색의 치우침을 재서 별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멀어지기를 반복하는지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왜 별이 왔다 갔다 할까요? 흔히 행성이 별을 돈다고 말하지만, 정확히는 별과 행성이 서로를 끌어당기며 공통 질량중심(barycenter) 둘레를 함께 돕니다. 행성이 무거울수록, 그리고 별에 가까이 붙어 돌수록 별이 그리는 작은 원은 커집니다. 그래서 별빛의 색 변화가 일정한 주기로 반복된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동반 천체가 별을 흔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측정은 **분광기(spectrograph)**로 합니다. 별빛을 무지개처럼 펼치면 특정 파장에 원소들이 만든 어두운 흡수선이 촘촘히 나타나는데, 이 선들이 통째로 좌우로 밀리는 정도가 곧 별이 우리 시선 방향으로 움직이는 속도(시선속도)입니다. 파장의 변화량 Δλ와 원래 파장 λ의 비가 속도 v와 광속 c의 비와 같다는 관계를 씁니다. 시선속도를 시간에 따라 그린 곡선의 주기에서 행성의 공전 주기를, 진폭에서 행성 질량에 대한 정보를 얻습니다.
다만 한계가 있습니다. 이 방법은 시선 방향 성분만 재기 때문에, 행성 궤도가 하늘에 어떻게 기울어져 있는지(궤도 경사각)를 모르면 질량을 정확히 확정할 수 없고 최소 질량만 알 수 있습니다. 또 별 표면의 흑점이나 대류 운동도 흡수선을 흔들어 행성 신호를 흉내 낼 수 있어, 오랜 기간 반복 관측으로 진짜 신호인지 걸러 냅니다.
실제로 시선속도법은 태양 아닌 별을 도는 행성을 처음 찾아낸 방법이며, 지금도 지상 대형 망원경에 붙은 고정밀 분광기(예: 유럽남방천문대의 HARPS, ESPRESSO)들이 이 방식으로 외계행성을 탐색합니다. 또 우주망원경이 **통과법(Transit Method)**으로 발견한 행성 후보를 지상 시선속도 관측으로 다시 확인해 질량을 재는 식으로, 두 방법을 짝지어 쓰는 것이 표준 절차입니다. 반지름은 통과법에서, 질량은 시선속도법에서 얻으면 행성의 밀도를 계산할 수 있고, 그래야 그 행성이 암석형인지 가스형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frac{\Delta\lambda}{\lambda_0} = \frac{v_r}{c}
함께 보기도플러 효과통과법외계행성분광기질량중심
중급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시차
Parallax
보는 위치를 옮겼을 때 가까운 물체가 먼 배경에 대해 옆으로 움직여 보이는 현상. 이 움직임의 크기로 거리를 잰다.
손가락을 눈앞에 세우고 왼쪽 눈, 오른쪽 눈을 번갈아 감아 보세요. 손가락이 뒤쪽 벽에 대해 좌우로 껑충 뛰는 것처럼 보입니다. 손가락을 팔 길이만큼 멀리 두면 뛰는 폭이 줄어들죠. **시차(Parallax)**는 바로 이 현상입니다. 관측자가 자리를 옮겼을 때 대상이 배경에 대해 움직여 보이는 각도의 변화이고, 그 폭이 작을수록 대상이 멀리 있다는 뜻입니다.
천문학에서는 두 눈 대신 지구의 공전 궤도를 이용합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기 때문에 반년 간격으로 관측하면 관측 지점이 크게 달라지고, 가까운 별은 훨씬 먼 배경 별들에 대해 아주 작은 타원을 그리며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왕복 폭의 절반을 각도로 나타낸 값을 연주시차(annual parallax)라고 부릅니다.
거리와 시차의 관계는 단순한 반비례입니다. 연주시차를 각초(arcsecond) 단위로 잰 값 $p$의 역수가 곧 거리이며, 이때 나오는 거리 단위가 파섹(parsec)입니다. 즉 시차가 절반으로 줄면 거리는 두 배가 됩니다. 다만 별까지의 거리는 워낙 멀어서 시차 각도는 매우 작고, 지구 대기의 흔들림이나 망원경의 미세한 흔들림만으로도 측정값이 묻혀 버립니다. 그래서 시차 측정은 정밀한 각도 측정 기술 그 자체가 핵심 과제입니다.
시차가 중요한 이유는, 별의 밝기나 색 같은 간접적인 성질에 의존하지 않고 기하학만으로 거리를 구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거리 측정법들은 대부분 "이 종류의 천체는 원래 이만큼 밝다"는 가정을 깔고 있는데, 그 가정을 처음에 눈금 맞춤(보정)해 주는 기준이 바로 시차로 잰 가까운 별들입니다. 그래서 시차는 우주 거리 사다리의 맨 아래 가로대 역할을 합니다.
실제 활용을 보면, 유럽우주국의 히파르코스(Hipparcos) 위성과 그 뒤를 이은 가이아(Gaia) 위성이 대기의 방해가 없는 우주에서 수많은 별의 위치를 반복 측정해 시차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이 자료로 별들의 실제 거리와 밝기가 정해지면서 우리 은하의 3차원 지도가 그려졌고, 성단까지의 거리나 별의 나이 추정 같은 후속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태양계 안에서도 같은 원리가 쓰입니다. 지구상 멀리 떨어진 두 관측소에서 소행성을 동시에 촬영해 배경 별에 대한 위치 차이를 재면 그 소행성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고, 이는 지구 접근 천체를 추적하는 데 활용됩니다.
d\,[\mathrm{pc}] = \frac{1}{p\,[\mathrm{arcsec}]}
함께 보기파섹각초우주 거리 사다리고유운동천문단위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암흑물질
Dark Matter
빛을 내지도 가리지도 않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주변 물체를 끌어당기는 힘으로만 존재가 확인되는 물질입니다.
밤에 잔잔한 호수 위로 무언가가 지나가면, 그 자체는 보이지 않아도 물결이 퍼지는 모습으로 무언가 지나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암흑물질(Dark Matter)도 비슷합니다.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주변의 별과 은하가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물질만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기 때문에 "무언가 더 있다"고 판단하게 된 대상입니다. 이름의 '암흑'은 검다는 뜻이 아니라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아 보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존재를 알게 된 가장 대표적인 단서는 나선은하의 회전 속도입니다. 태양계에서 바깥쪽 행성일수록 천천히 도는 것처럼, 은하도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별의 공전 속도가 느려져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관측해 보면 은하 바깥쪽 별들의 속도가 잘 떨어지지 않고 거의 평평하게 유지됩니다. 이는 눈에 보이는 별과 가스보다 훨씬 넓게 퍼진 질량이 은하를 감싸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렇게 은하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질량 분포를 '헤일로(halo)'라고 부릅니다.
또 다른 단서는 중력렌즈(gravitational lensing)입니다. 질량이 큰 천체는 주변 공간을 휘게 만들어, 그 뒤쪽에서 오는 빛의 경로를 굽힙니다. 은하단 뒤편 은하들의 상이 휘어지거나 여러 개로 늘어난 정도를 재면, 앞에 놓인 은하단의 총질량을 빛과 무관하게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얻은 질량은 은하단에서 실제로 빛나는 부분의 질량보다 훨씬 큽니다. 암흑물질은 전자기파를 내지도 흡수하지도 않고 오직 중력으로만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것으로 여겨지며, 그 정체가 어떤 입자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실제 관측에서 암흑물질은 '찾아 나서는 대상'이자 '지도로 그리는 대상'입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은하단의 중력렌즈 상을 정밀하게 찍어 질량이 어디에 얼마나 몰려 있는지 지도를 만드는 데 쓰였고, 유럽우주국(ESA)의 유클리드(Euclid) 우주망원경은 넓은 하늘의 은하 모양이 미세하게 일그러진 정도를 통계적으로 재서 우주 전체의 질량 분포를 그리는 것을 주요 임무로 삼고 있습니다. 지상에서는 지하 깊은 곳에 검출기를 두고 암흑물질 입자가 원자핵과 부딪히는 순간을 잡으려는 실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직접 검출에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이런 관측과 실험이 쌓이면서 암흑물질이 어떤 성질을 가질 수 없는지가 하나씩 좁혀지고 있습니다.
v(r) = \sqrt{\frac{GM(r)}{r}}
함께 보기중력렌즈은하 회전곡선암흑에너지은하단우주배경복사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암흑에너지
Dark Energy
우주가 점점 더 빠르게 팽창하도록 밀어내는, 정체를 아직 모르는 에너지를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공중으로 공을 던지면 중력이 잡아당겨 점점 느려지다가 떨어집니다. 우주도 그럴 것이라고 오래 생각했습니다. 우주 안의 물질이 서로 잡아당기니, 팽창이 조금씩 느려지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먼 곳을 관측해 보니 반대였습니다. 던진 공이 느려지기는커녕 점점 더 빨라지며 멀어지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이 가속을 일으키는 원인에 붙인 이름이 암흑에너지(Dark Energy)입니다. '암흑'은 어둡다는 뜻이 아니라 정체를 모른다는 뜻입니다.
암흑에너지는 물질과 결정적으로 다른 성질을 가집니다. 보통의 물질이나 암흑물질(Dark Matter)은 공간이 팽창하면 같은 양이 더 넓은 공간에 퍼지므로 밀도가 묽어집니다. 반면 암흑에너지는 공간이 늘어나도 밀도가 거의 줄지 않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래서 우주가 커질수록 물질의 영향력은 약해지고 암흑에너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지며, 어느 시점부터 팽창이 감속에서 가속으로 바뀝니다.
이론적으로 가장 단순한 후보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들어가는 우주상수(Cosmological Constant, Λ)입니다. 이는 진공 자체가 일정한 에너지 밀도를 가진다고 보는 설명입니다. 여기서 핵심 지표가 상태방정식 변수 $w$로, 압력과 에너지 밀도의 비율입니다. 우주상수라면 $w$는 정확히 $-1$로 고정되고, 시간에 따라 변하는 다른 종류의 에너지장이라면 $-1$에서 벗어나거나 시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관측의 목표는 대개 '$w$가 $-1$인가, 아닌가'로 요약됩니다.
측정 방법은 우주의 팽창 이력을 되짚는 것입니다. 밝기가 일정하게 알려진 초신성을 표준 촛불로 삼아 거리와 후퇴 속도를 비교하거나, 은하들이 공간에 분포한 규칙적인 간격 패턴(바리온 음향 진동)을 자로 삼아 시대별 우주 크기를 재고, 중력렌즈로 구조가 자라난 속도를 봅니다. 서로 다른 방법이 같은 답을 주는지가 신뢰의 근거가 됩니다.
실제 미션으로는 유럽우주국(ESA)의 유클리드(Euclid) 우주망원경이 넓은 하늘의 은하 형태와 분포를 측량해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의 영향을 나누어 보려 하고, NASA의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은 넓은 시야의 적외선 관측으로 먼 초신성과 은하를 대량으로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상에서는 DESI 같은 분광 관측 장비가 수많은 은하의 거리를 한꺼번에 측정해 시대별 팽창 속도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작업이 겨냥하는 질문은 결국 하나입니다. 암흑에너지가 변하지 않는 상수인지, 아니면 우주 역사와 함께 달라져 왔는지입니다.
w = \frac{p}{\rho c^2}
함께 보기암흑물질우주상수허블 상수적색편이표준 촛불
입문발사체·로켓
액체 산소
Liquid Oxygen (LOX)
공기 중의 산소를 아주 차갑게 식혀 액체로 만든 물질로, 로켓이 연료를 태울 때 쓰는 재료입니다.
장작을 태우려면 불쏘시개만으로는 부족하고 바람, 즉 공기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공기 속에 산소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로켓이 날아가는 곳에는 공기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습니다. 그래서 로켓은 태울 연료뿐 아니라 "태우는 데 필요한 공기 역할"까지 직접 싣고 갑니다. 이때 산소를 기체 그대로 실으면 부피가 너무 커서, 아주 차갑게 식혀 물처럼 액체 상태로 만든 뒤 탱크에 담습니다. 이것이 액체 산소(Liquid Oxygen), 줄여서 록스(LOX)입니다.
산소는 평소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체이지만, 온도를 크게 낮추면 옅은 하늘색을 띤 액체로 바뀝니다. 액체가 되면 같은 양의 산소를 훨씬 작은 공간에 담을 수 있어서, 로켓처럼 크기와 무게가 곧 성능인 기계에는 큰 이점이 됩니다. 다만 매우 차갑기 때문에 이런 물질을 다루는 기술을 따로 극저온(cryogenic) 기술이라고 부릅니다.
로켓에서 액체 산소는 연료와 짝을 이뤄 쓰입니다. 연료 자체는 타는 쪽이고, 액체 산소는 그 연소를 가능하게 하는 쪽이어서 산화제(oxidizer)라고 부릅니다. 등유 계열 연료, 액체 수소, 액화 메탄 등 여러 연료와 함께 쓰이며, 어떤 조합을 고르느냐에 따라 엔진의 성능과 탱크 설계가 달라집니다. 액체 산소는 연소 후 대체로 물이나 이산화탄소 같은 비교적 단순한 물질을 남겨, 다루기 까다로운 다른 산화제에 비해 취급 부담이 적은 편입니다.
액체 산소가 아주 차갑다는 점은 장점이자 제약입니다. 탱크에 담아두면 주변 열 때문에 조금씩 증발하므로, 발사 직전까지 계속 보충해 주어야 합니다. 발사대에 선 로켓의 옆면에 하얀 서리가 끼고 위쪽에서 김 같은 흰 연기가 계속 흘러나오는 장면이 바로 이 과정입니다. 또한 액체 산소가 닿은 재료는 불이 아주 잘 붙게 되기 때문에, 배관과 밸브는 기름기 하나 없이 세척해 사용합니다.
실제로 액체 산소는 오늘날 궤도에 화물을 올리는 대형 로켓 대부분의 1단에서 쓰입니다. 미국의 팰컨9와 스페이스X의 스타십, 유럽의 아리안 계열, 한국의 누리호가 모두 액체 산소를 산화제로 사용합니다. 우주에서의 쓰임도 있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과 유인 우주선에서는 승무원이 숨 쉴 산소를 저장하고 우주유영 준비 과정에서 공급하는 데 산소를 활용하며, 앞으로 달이나 화성에서 현지 자원으로 추진제를 직접 만들려는 계획에서도 액체 산소 생산이 핵심 목표로 꼽힙니다.
함께 보기산화제극저온 추진제액체 수소추진제비추력
중급관측·천문현상행성과학·태양계
엄폐
Occultation
가까운 천체가 우리 눈앞을 지나가면서 그 뒤에 있는 더 먼 천체를 가려 잠시 보이지 않게 하는 현상.
밤하늘에서 손을 들어 멀리 있는 가로등을 가리면 불빛이 사라졌다가, 손을 치우면 다시 나타납니다. 엄폐(Occultation)는 이와 똑같은 일이 하늘에서 벌어지는 것입니다. 달이나 행성처럼 우리에게 가까운 천체가 시야를 가로질러 가면서, 그 뒤에 놓인 별을 잠깐 덮어버립니다. 별이 실제로 사라진 것은 아니고, 앞의 천체가 길을 막고 있을 뿐입니다.
엄폐가 일어나려면 관측자와 앞의 천체, 뒤의 천체가 거의 일직선에 놓여야 합니다. 이 조건은 지구 위 어느 지점에 서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엄폐라도 어떤 지역에서는 보이고 다른 지역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앞의 천체가 별을 가리는 순간(입몰)과 다시 드러나는 순간(출몰) 사이의 시간을 재는 것이 관측의 핵심입니다.
비슷해 보이는 현상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의 천체가 뒤의 천체보다 겉보기 크기가 작아서 완전히 가리지 못하고 작은 점처럼 지나가면 통과(Transit), 지구·달·태양처럼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배치는 식(Eclipse)이라고 부릅니다. 엄폐는 앞의 천체가 뒤의 천체를 완전히 덮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엄폐가 특별히 유용한 이유는, 가려지는 별빛의 밝기 변화가 앞 천체의 윤곽을 그려주기 때문입니다. 별빛이 뚝 끊기지 않고 서서히 어두워졌다가 회복되면, 앞의 천체 주위에 빛을 흡수하는 기체층, 즉 대기가 있다는 신호입니다.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관측한 입몰·출몰 시각을 모으면 앞 천체의 그림자 자국을 재구성해 크기와 모양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실제 활용 사례로, 소행성이 별을 가리는 항성엄폐 관측은 망원경으로 점으로만 보이는 소행성의 지름과 형태를 알아내는 표준적인 방법입니다. 여러 관측자가 서로 다른 위치에서 별이 사라진 시간을 기록해 합치면 소행성의 단면 윤곽이 나옵니다. 뉴호라이즌스(New Horizons) 탐사선이 카이퍼대 천체를 근접 통과하기 전에도, 지상에서 그 천체의 항성엄폐를 관측해 크기와 궤도를 다듬은 뒤 접근 경로를 결정했습니다. 또 해왕성 바깥 천체 주위의 고리와 천왕성의 고리는 모두 항성엄폐 중 별빛이 예상보다 여러 번 깜빡인 것을 계기로 발견되었습니다. 탐사선이 행성 뒤로 들어가며 전파 신호가 대기를 스치도록 하는 전파엄폐(Radio Occultation) 기법은 화성과 금성 대기의 온도·밀도 구조를 측정하는 데 쓰입니다.
함께 보기통과식항성엄폐카이퍼대겉보기 등급
중급행성과학·태양계유인우주·탐사
영구 음영지
Permanently Shadowed Region (PSR)
달이나 수성의 극지방에서 깊은 구덩이 바닥처럼 햇빛이 한 번도 닿지 않는, 아주 차가운 상태로 유지되는 땅.
깊은 우물 바닥을 떠올려 보면 쉽습니다. 우물 입구 위로는 해가 하루 종일 지나가지만, 바닥에는 햇빛이 끝내 내려오지 않습니다. 달의 극지방에 있는 어떤 구덩이(크레이터)들은 벽이 높고 바닥이 깊어서, 태양이 아무리 움직여도 그 바닥에 빛이 닿지 않습니다. 이렇게 햇빛이 영원히 들지 않는 땅을 영구 음영지(Permanently Shadowed Region, PSR)라고 부릅니다.
이런 곳이 생기는 이유는 달의 자전축이 공전면에 대해 거의 기울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자전축이 크게 기울어 있어서 계절에 따라 극지방에도 백야가 찾아오지만, 달은 기울기가 매우 작아 극지방에서 태양이 늘 지평선 근처에 낮게 걸려 있습니다. 그래서 태양빛은 항상 옆에서 비스듬히 들어오고, 크레이터 벽이 그 빛을 가로막아 바닥에 영구적인 그림자를 만듭니다. 수성의 극지방에서도 같은 원리로 영구 음영지가 만들어집니다.
햇빛이 전혀 들지 않으므로 이곳의 온도는 태양계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할 정도로 내려갑니다. 이 정도로 차가우면 물 분자가 진공 상태에서도 기체로 날아가지 못하고 얼음 상태로 그 자리에 붙잡힙니다. 이런 성질을 콜드 트랩(cold trap), 즉 '차가운 덫'이라고 합니다. 혜성이나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가져온 물, 혹은 태양풍이 만들어낸 물 분자가 달 표면을 떠돌다가 극지방으로 흘러들면, 영구 음영지에 갇혀 수십억 년 동안 축적될 수 있습니다. 다만 얼음이 두꺼운 층을 이루고 있는지, 흙 알갱이 사이에 섞여 있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관측이 까다롭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빛이 없으니 일반 카메라로는 바닥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탐사선들은 레이저 고도계로 지형의 높낮이를 재거나, 레이더 전파를 쏘아 되돌아오는 신호의 성질로 얼음 존재를 추정하거나, 중성자 검출기로 수소가 많은 지역을 찾아내는 방식을 씁니다. 주변 지형에서 반사된 미약한 빛만으로 촬영하는 고감도 카메라도 쓰입니다.
영구 음영지는 최근 달 탐사 계획에서 착륙 후보지가 몰리는 곳입니다. 물 얼음은 마시는 물뿐 아니라 산소와 로켓 추진제(수소·산소)의 원료가 될 수 있어서, 지구에서 무거운 보급품을 실어 나르는 대신 현지에서 자원을 조달하는 방식(현지자원활용, ISRU)의 핵심 자원으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아르테미스 계획이 달 남극권을 목표로 삼은 것, 인도의 찬드라얀 3호가 남극 부근에 착륙한 것, 그리고 극지 얼음 탐사를 목표로 한 소형 로버·충돌 실험들이 모두 이 지역을 겨냥합니다. 동시에 영하 수백 도의 환경과 통신·태양전지 문제 때문에, 음영지 안에서 오래 버티는 탐사 장비를 만드는 것 자체가 난제로 남아 있습니다.
함께 보기콜드 트랩현지자원활용(ISRU)달 남극크레이터레골리스
입문행성과학·태양계관측·천문현상
외계행성
Exoplanet
태양이 아닌 다른 별 주위를 도는 행성.
우리 태양계에는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 화성, 목성 같은 행성들이 돌고 있습니다. 그런데 밤하늘에 보이는 별들도 대부분 태양과 같은 종류의 별입니다. 그렇다면 그 별들 주위에도 행성이 돌고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그런 행성들이 있고, 이를 **외계행성(Exoplanet)**이라고 부릅니다. '태양계 바깥의 행성'이라는 뜻입니다.
외계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고, 자기가 도는 별의 빛을 반사할 뿐입니다. 게다가 그 별은 아주 멀리 있으면서 행성보다 훨씬 밝습니다. 등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반딧불이를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 찾아내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 망원경으로 직접 사진을 찍어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주로 간접적인 방법을 씁니다. 대표적인 것이 두 가지입니다. 첫째, 행성이 별 앞을 가로질러 지나가면 별빛이 아주 조금 어두워집니다. 이 밝기 변화를 반복적으로 포착해 행성의 존재와 크기를 알아내는 방법을 통과(트랜싯, transit)법이라고 합니다. 둘째, 행성이 별을 당기는 힘 때문에 별도 아주 미세하게 흔들립니다. 이 흔들림이 별빛의 색(파장)에 남기는 변화를 읽어내는 방법을 시선속도(radial velocity)법이라고 하며, 행성의 질량을 추정하는 데 쓰입니다.
외계행성은 종류가 다양합니다. 목성처럼 가스로 이루어진 거대한 행성, 지구보다 조금 큰 암석 행성, 별에 바짝 붙어 표면이 매우 뜨거운 행성 등이 발견되었습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별에서 적당한 거리에 있어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구역, 이른바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habitable zone)**에 놓인 행성들입니다.
실제 관측에서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케플러(Kepler) 우주망원경과 후속 임무인 TESS가 통과법으로 수많은 외계행성 후보를 찾아냈고, 유럽우주국(ESA)의 **케옵스(CHEOPS)**는 이미 알려진 행성의 크기를 정밀하게 다시 측정했습니다. 최근에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대기를 통과한 별빛을 분석해, 그 대기에 어떤 기체가 들어 있는지를 조사하는 관측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발견 단계를 넘어 '어떤 행성인지'를 알아내는 쪽으로 연구가 옮겨가고 있는 셈입니다.
함께 보기통과법(트랜싯)시선속도법생명체 거주가능 영역적색왜성분광 관측
입문위성·지구관측유인우주·탐사
우주 쓰레기
Space Debris
지구 둘레를 계속 돌고 있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인공 물체와 그 부스러기를 말합니다.
고속도로 한복판에 고장 난 차가 그대로 버려져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치우는 사람도 없고, 차는 멈추지도 않고 계속 달립니다. 지구 위 하늘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수명이 끝난 인공위성, 위성을 올려놓고 버려진 로켓의 윗부분, 그리고 이런 것들이 서로 부딪히거나 부서지면서 생긴 조각들이 지구 둘레를 계속 돌고 있습니다. 이것을 우주 쓰레기(Space Debris) 또는 궤도 잔해라고 부릅니다.
땅 위의 쓰레기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속도입니다. 지구 둘레를 도는 물체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매우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서 나사못 하나, 페인트 조각 하나도 총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게 됩니다. 무게가 가볍더라도 부딪히는 순간의 힘은 무게가 아니라 속도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작은 조각도 위성의 벽을 뚫거나 태양전지판을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쓰레기가 쓰레기를 낳는다는 점입니다. 조각 하나가 멀쩡한 위성에 부딪히면 그 위성이 부서지면서 수백, 수천 개의 새로운 조각이 생깁니다. 그 조각들이 또 다른 위성에 부딪히면 연쇄적으로 조각이 불어납니다. 이런 연쇄 충돌 시나리오를 **케슬러 증후군(Kessler Syndrome)**이라고 부릅니다. 최악의 경우 특정 높이의 궤도가 조각으로 가득 차서 한동안 새 위성을 올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낮은 높이에서는 아주 희박하게 남아 있는 공기가 물체를 조금씩 붙잡아 속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내려와 대기권에서 타 없어집니다. 하지만 높은 궤도일수록 공기가 거의 없어서 이 자연 청소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물체가 아주 오랫동안 남습니다.
실제 우주 운영에서 우주 쓰레기는 매일 다루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조각이 가까이 접근한다는 예보가 나오면 엔진을 잠깐 켜서 궤도를 살짝 옮기는 **회피 기동(collision avoidance maneuver)**을 수행하며, 대응할 시간이 부족하면 승무원이 도킹된 우주선으로 대피하는 절차를 밟습니다. 지상에서는 레이더와 광학 망원경으로 궤도를 도는 물체들을 추적해 목록으로 관리하고, 위성 운영자에게 충돌 위험을 미리 알려 줍니다. 최근 위성 설계·운영에서는 임무가 끝나면 스스로 궤도를 낮춰 대기권에서 태워 없애거나, 통신위성이 많이 쓰는 높은 궤도에서는 조금 더 높은 빈 궤도로 옮겨 두는 방식(무덤 궤도)이 표준 관행으로 자리 잡았고, 그물이나 작살로 큰 잔해를 붙잡아 끌어내리는 능동적 제거 기술도 시험되고 있습니다.
함께 보기케슬러 증후군저궤도정지궤도궤도 이탈(디오빗)회피 기동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우주배경복사
Cosmic Microwave Background (CMB)
온 하늘 모든 방향에서 고르게 들어오는, 우주가 아주 뜨겁고 빽빽했던 시절에서 남은 빛.
밤하늘을 아무리 어두운 곳에서 올려다봐도 별과 별 사이는 그냥 캄캄해 보입니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파장까지 감지하는 장비로 그 '빈 곳'을 들여다보면, 하늘 전체가 아주 약한 빛으로 균일하게 차 있습니다. 방금 불을 끈 오븐 속처럼, 뜨거웠던 시절의 열기가 아직 식지 않고 남아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 빛이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CMB)입니다.
초기 우주는 원자가 온전히 만들어지지 못할 만큼 뜨거웠습니다. 전자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상태에서는 빛이 조금만 나아가도 전자와 부딪혀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우주는 안개 속처럼 불투명했습니다. 우주가 팽창하며 충분히 식자 전자가 원자핵에 붙잡혀 원자가 되었고, 그 순간 빛은 가로막는 것 없이 직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때 풀려난 빛이 그 뒤로 계속 우주를 가로질러 오다가 지금 우리에게 도달한 것입니다. 천문학에서는 이 시점을 '최종 산란면'이라고 부릅니다.
풀려날 당시 이 빛은 뜨거운 물체가 내는 빛이었지만, 우주가 팽창하는 동안 파장이 함께 늘어나 지금은 마이크로파 영역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에 '마이크로파'가 붙습니다. 이 복사는 특정 온도의 물체가 내는 빛의 스펙트럼(플랑크 분포)과 매우 잘 맞아떨어지며, 이는 초기 우주가 실제로 뜨겁고 균일한 상태였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쓰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빛이 완벽하게 균일하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방향에 따라 아주 미세한 온도 차이가 있는데, 이 얼룩은 초기 우주에서 물질이 조금 더 몰려 있던 곳과 덜 몰려 있던 곳의 흔적입니다. 그 씨앗이 중력으로 자라 오늘날의 은하와 은하단이 되었으므로, 우주배경복사의 얼룩 무늬는 우주의 물질 구성과 기하학적 성질을 추정하는 자료가 됩니다.
실제 관측에서는 이 복사를 온 하늘 지도로 만드는 작업이 핵심입니다. NASA의 COBE와 WMAP, 유럽우주국(ESA)의 플랑크(Planck) 위성이 차례로 전 하늘 온도 지도를 작성했고, 대기 중 수증기의 방해를 피하려고 남극에 세운 남극점 망원경(South Pole Telescope)이나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관측 장비들은 더 작은 각도 규모의 얼룩과 편광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있습니다. 지상 전파 관측에서도 이 복사는 항상 배경에 깔려 있어, 다른 천체를 관측할 때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성분으로 다뤄집니다.
1 + z = \frac{\lambda_{\text{관측}}}{\lambda_{\text{방출}}}
함께 보기적색이동빅뱅재결합암흑물질허블 상수
입문위성·지구관측관측·천문현상
위성항법시스템
GNSS,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하늘에 떠 있는 여러 대의 인공위성이 보내는 신호를 받아 지상에서 내 위치를 알아내는 시스템.
밤중에 넓은 운동장 한가운데 서 있다고 해봅시다. 운동장 구석구석에 세워진 등대 몇 개가 각각 "지금 몇 시"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소리가 나에게 닿기까지 걸린 시간을 재면 각 등대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고, 여러 등대까지의 거리를 동시에 알면 내가 정확히 어디 서 있는지 그려낼 수 있습니다. 위성항법시스템(GNSS)은 이 등대를 하늘 높이 올려둔 것입니다. 소리 대신 전파를 쓰고, 등대 대신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을 씁니다.
각 위성은 자기 위치와 신호를 보낸 시각을 계속 방송합니다. 수신기(스마트폰, 자동차 내비게이션, 측량 장비 등)는 신호가 도착한 시각과 위성이 보낸 시각의 차이를 재서 전파가 날아온 시간을 구하고, 여기에 빛의 속도를 곱해 위성까지의 거리를 계산합니다. 이렇게 구한 거리를 의사거리(pseudorange)라고 부릅니다. '의사(疑似)'라는 말이 붙는 이유는 수신기의 시계가 위성의 시계만큼 정확하지 않아서 계산된 거리에 시계 오차가 섞여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위치를 알려면 위성이 최소 네 개 필요합니다. 알아내야 할 값이 위도·경도·고도 세 개에 수신기 시계 오차까지 네 개이기 때문입니다. 위성이 네 개 이상 보이면 방정식을 풀어 위치와 시각을 동시에 확정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위성항법 수신기는 위치 측정 장치인 동시에 아주 정확한 시계이기도 합니다.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은 전파가 지구 대기를 지나면서 속도가 미세하게 달라지는 것, 그리고 건물이나 산에 반사된 신호가 섞여 들어오는 현상(다중경로)입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 서로 다른 주파수의 신호를 함께 받아 대기의 영향을 상쇄하거나, 위치를 정확히 아는 지상 기준국이 관측한 오차를 실시간으로 내려보내 보정하는 방식을 씁니다. 이런 보정 방식을 쓰면 오차를 센티미터 단위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GPS,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S), 유럽의 갈릴레오(Galileo), 중국의 베이더우(BeiDou)가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운용되고 있고, 이들을 통칭하는 말이 GNSS입니다. 우주 분야에서의 쓰임새도 넓습니다. 지구 저궤도 위성은 GNSS 수신기로 자기 궤도를 스스로 파악하고, 지구관측 위성이 찍은 영상에 정확한 좌표를 입히는 데도 쓰입니다. 발사체는 비행 중 자기 위치와 속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데 GNSS 신호를 활용하며, 위성이 대기를 스치듯 지나가는 GNSS 신호의 휘어짐을 측정해 대기의 온도와 습도 분포를 알아내는 관측 기법(전파엄폐)도 기상 예보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한반도 주변을 담당하는 자체 위성항법 체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rho = c \cdot (t_{\text{수신}} - t_{\text{송신}})
함께 보기의사거리정지궤도지구 저궤도궤도결정전파엄폐
입문행성과학·태양계관측·천문현상
유성우
Meteor Shower
밤하늘 한 지점에서 별똥별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듯 여럿 쏟아지는 현상.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앞유리에 눈송이가 부딪히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눈은 사실 사방에서 오지만, 운전자 눈에는 모두 정면 한 점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유성우도 똑같습니다. 지구가 우주 공간을 달리며 자잘한 먼지 알갱이 무리 속으로 들어가면, 그 알갱이들이 하늘의 한 지점에서 퍼져 나오는 것처럼 보이며 잇달아 빛줄기를 그립니다.
이 먼지 알갱이는 대부분 혜성이 태양 가까이 지나갈 때 흘리고 간 부스러기입니다. 혜성은 얼음과 티끌이 뭉친 천체라서, 태양열에 표면이 녹으면 모래알만 한 알갱이들이 궤도를 따라 길게 흩뿌려집니다. 지구가 해마다 같은 시기에 이 부스러기 띠를 가로지르기 때문에, 유성우는 매년 비슷한 날짜에 다시 나타납니다.
알갱이가 빛나는 이유는 불에 타서가 아니라 속도 때문입니다. 초속 수십 킬로미터로 대기에 뛰어든 알갱이는 앞쪽 공기를 급격히 압축시키고, 그 열로 자신과 주변 공기가 이온화되면서 밝게 빛납니다. 알갱이 크기는 보통 쌀알 이하지만 운동에너지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커지므로 맨눈에 보일 만큼 밝아집니다. 대부분은 지표에 닿기 훨씬 전에 사라지고, 드물게 큰 덩어리가 남아 땅에 떨어지면 그것을 운석이라 부릅니다.
유성이 뻗어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하늘의 지점을 복사점(radiant)이라 하고, 그 지점이 놓인 별자리 이름을 따서 유성우 이름을 붙입니다.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처럼 부르는 방식이 그것입니다. 복사점은 관측자의 착시일 뿐, 실제로 알갱이들은 서로 나란히 날아옵니다.
실제 관측에서 유성우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여러 곳에 쓰입니다. 전 세계 아마추어·전문 관측자가 시간당 유성 개수를 세어 보고하면, 그 자료로 혜성이 남긴 먼지 띠가 어디에 얼마나 짙게 깔려 있는지 지도를 그릴 수 있습니다. 레이더로 낮 시간대 유성의 흔적을 잡아 상층 대기의 바람과 밀도를 재는 관측도 이뤄집니다. 또 인공위성 운용 기관은 유성우가 강하게 예상되는 시기에 위성의 태양전지판 각도를 돌려 충돌 면적을 줄이거나 민감한 기기를 잠시 꺼 두는 식으로 대비합니다. 작은 알갱이라도 위성 속도와 겹치면 표면을 파거나 전기적 방전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보기혜성유성운석복사점우주먼지
중급천문·천체물리위성·지구관측
이심률
Eccentricity
천체가 도는 길이 얼마나 동그란지 아니면 길쭉한지를 0부터 시작하는 숫자 하나로 나타낸 값입니다.
운동장 트랙을 떠올려 봅시다. 완전한 원 모양 트랙이 있는가 하면, 양쪽으로 길게 늘어난 타원 트랙도 있습니다. 이심률은 바로 이 "얼마나 늘어났는가"를 숫자 하나로 요약한 값입니다. 값이 0이면 완벽한 원, 값이 커질수록 점점 길쭉해집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이심률(eccentricity)은 궤도(orbit)의 모양을 결정하는 값입니다. 타원 궤도에서는 중심에서 초점까지의 거리를 긴반지름(장반경, semi-major axis)으로 나눈 값으로 정의합니다. 0보다 크고 1보다 작으면 타원이며, 값이 1에 가까워질수록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늘어난 가늘고 긴 궤도가 됩니다.
이심률이 정확히 1이면 포물선(parabola), 1보다 크면 쌍곡선(hyperbola) 궤도가 됩니다. 이 두 경우는 닫힌 궤도가 아니어서 천체가 한 번 지나간 뒤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태양계 밖에서 들어온 천체가 태양 근처를 스쳐 지나 다시 성간 공간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타원 궤도에서 이심률은 근점(가장 가까운 지점)과 원점(가장 먼 지점)의 거리 차이로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이심률이 클수록 두 지점의 거리 차이가 커지고, 그만큼 천체의 속도 변화도 커집니다. 근점 부근에서는 빠르게 지나가고 원점 부근에서는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우주 활동에서 이심률은 설계 변수 그 자체입니다. 정지궤도 위성을 올릴 때는 발사체가 먼저 이심률이 큰 길쭉한 천이궤도(GTO, Geostationary Transfer Orbit)에 위성을 투입하고, 위성이 원점 부근에서 자체 엔진을 점화해 이심률을 0에 가깝게 낮추면서 원형 궤도로 자리를 잡습니다. 행성 탐사선이 목적지 행성에 도착할 때도 처음에는 연료를 아끼기 위해 이심률이 큰 궤도에 진입한 뒤, 여러 차례에 걸쳐 서서히 궤도를 다듬습니다. 한편 관측 분야에서는 외계행성(exoplanet)이 만드는 별의 흔들림 패턴이나 밝기 변화 곡선의 모양을 분석해 그 행성 궤도의 이심률을 역으로 추정하는데, 이 값은 그 행성계가 과거에 어떤 중력적 상호작용을 겪었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e = \frac{r_{\text{apo}} - r_{\text{peri}}}{r_{\text{apo}} + r_{\text{peri}}}
함께 보기궤도 요소장반경근지점과 원지점케플러의 법칙정지 천이 궤도
입문행성과학·태양계관측·천문현상
일식과 월식
Solar and Lunar Eclipse
해와 지구와 달이 거의 일직선에 놓일 때, 달이 해를 가리거나 지구 그림자가 달을 덮는 현상.
손전등 앞에 공을 하나 놓으면 벽에 그림자가 생깁니다. 공을 눈앞으로 바짝 당기면 불빛 자체가 보이지 않게 되고, 반대로 공을 내 뒤쪽 그림자 속에 넣으면 공이 어두워집니다. 해와 지구와 달도 똑같습니다. 달이 우리 눈과 해 사이를 지나가면 해가 가려지는 일식(solar eclipse), 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면 달이 어두워지는 **월식(lunar eclipse)**입니다.
일식은 달이 해와 지구 사이에 오는 삭(new moon) 무렵에, 월식은 지구가 해와 달 사이에 오는 보름(full moon) 무렵에 일어납니다. 그런데 삭과 보름은 한 달에 한 번씩 오는데도 일식과 월식은 그때마다 일어나지 않습니다. 달이 지구를 도는 길이 지구가 해를 도는 길과 조금 기울어져 있어서, 대개는 달이 해나 지구 그림자보다 위나 아래로 비껴가기 때문입니다. 세 천체가 충분히 일직선에 가까워지는 시기에만 식이 생깁니다.
그림자는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빛이 완전히 막히는 짙은 안쪽 그림자(본影, umbra)와, 빛이 일부만 막히는 옅은 바깥 그림자(반影, penumbra)입니다. 관측자가 달의 짙은 그림자 안에 들어가면 해가 완전히 가려진 개기일식, 옅은 그림자에 들어가면 해의 일부만 가려진 부분일식이 됩니다. 달이 지구에서 조금 멀리 있어 겉보기 크기가 해보다 작을 때는 해의 가장자리가 고리처럼 남는 금환일식이 됩니다. 개기월식 때 달이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고 붉게 보이는 것은, 지구 대기를 스치며 휘어 들어온 빛 가운데 붉은 빛이 상대적으로 잘 통과해 달 표면에 닿기 때문입니다.
일식과 월식은 볼거리를 넘어 실제 관측 수단으로 쓰입니다. 개기일식 때는 평소 해의 밝은 표면 빛에 묻혀 보이지 않던 바깥 대기층인 코로나(corona)가 드러나기 때문에, 태양 연구자들은 개기일식이 지나가는 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코로나를 촬영해 왔습니다. 이 원리를 인공적으로 재현한 것이 태양 관측 위성에 실리는 코로나그래프(coronagraph)로, 기기 안에서 태양 원반을 가려 인공 일식을 만들어 바깥 대기와 태양풍의 흐름을 계속 감시합니다. 또한 어떤 천체가 다른 천체를 가릴 때 밝기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읽는 이 방식은 외계행성 탐색에도 그대로 이어져, 행성이 자기 별 앞을 지날 때 별빛이 살짝 줄어드는 것을 재는 통과(transit) 관측의 바탕이 됩니다.
함께 보기삭과 보름본영과 반영코로나코로나그래프통과(트랜싯) 관측
중급위성·지구관측관측·천문현상
재방문 주기
Revisit Time
인공위성이 지구의 같은 지점을 다시 관측할 수 있게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입니다.
동네를 순찰하는 경비원을 떠올려 보세요. 정해진 길을 따라 한 바퀴 돌고 나서야 처음 출발한 골목으로 되돌아옵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경비원은 알 수 없고, 다시 그 골목에 도착해야만 변화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인공위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성은 정해진 궤도를 따라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어떤 지역을 한 번 찍고 나면 한동안 다른 곳 위를 지나갑니다. 그 지역을 다시 찍을 수 있게 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바로 재방문 주기입니다.
재방문 주기를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궤도 높이입니다. 위성이 낮게 날수록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지만, 대신 한 번에 내려다보는 범위가 좁아집니다. 둘째는 관측 폭(swath width)입니다. 카메라가 한 번에 촬영하는 지표면의 띠가 넓을수록 지구 전체를 빠짐없이 덮는 데 필요한 궤도 바퀴 수가 줄어듭니다. 셋째는 위성이 카메라를 옆으로 기울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관측 장비를 좌우로 돌릴 수 있는 위성은 바로 머리 위가 아닌 지점도 비스듬히 촬영할 수 있어, 궤도가 목표 지점에서 다소 벗어나도 관측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두 가지 값을 구분해서 씁니다. 하나는 위성이 목표 지점의 정확히 같은 상공을 다시 지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 즉 궤도가 반복되는 주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비스듬히 보는 것까지 허용했을 때 실제로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간격입니다. 후자가 훨씬 짧으며, 사용자가 체감하는 값도 보통 이쪽입니다. 또한 광학 카메라를 쓰는 위성은 구름이 끼면 지표면이 보이지 않으므로, 계산상의 재방문 주기와 실제로 쓸 만한 영상을 얻는 간격이 크게 벌어질 수 있습니다.
재방문 주기를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같은 종류의 위성을 여러 대 띄워 서로 다른 위치에서 궤도를 돌게 하는 것입니다. 위성 두 대가 궤도면에서 서로 반대편에 놓이면 재방문 간격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이런 구성을 위성군(constellation)이라고 부릅니다.
실제 활용을 보면 이 값이 왜 중요한지 분명해집니다. 산불이나 홍수처럼 빠르게 번지는 재해에서는 하루 전 영상이 이미 쓸모없을 수 있어, 짧은 재방문 주기가 대응 속도를 좌우합니다. 반대로 농작물의 생육 상태나 빙하의 후퇴처럼 천천히 진행되는 변화를 추적할 때는 며칠에서 몇 주 간격이어도 충분하며, 오히려 매번 같은 조명 조건에서 촬영되어 영상끼리 비교하기 쉬운 규칙적인 궤도가 더 유용합니다. 구름의 방해를 받지 않는 레이더 관측 위성은 날씨와 밤낮에 상관없이 촬영할 수 있어, 계산된 재방문 주기가 실제 관측 간격과 거의 일치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함께 보기궤도 주기태양동기궤도관측 폭위성군지상 분해능합성개구레이더
입문발사체·로켓
재사용 발사체
Reusable Launch Vehicle (RLV)
우주로 화물을 올린 뒤 버려지지 않고 지상으로 돌아와 다시 발사에 쓰이는 로켓.
비행기를 한 번 타고 나서 버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서울에서 제주까지 한 번 날아간 뒤 그 비행기를 통째로 폐기한다면, 표값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비싸질 겁니다. 오랫동안 로켓은 정확히 그런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한 번 쏘아 올리면 로켓의 몸통은 바다에 떨어지거나 대기권에서 타 버렸습니다. **재사용 발사체(Reusable Launch Vehicle, RLV)**는 이 낭비를 줄이려는 시도입니다. 쏘아 올린 뒤 로켓의 일부 또는 전체를 온전한 상태로 되찾아, 점검과 정비를 거쳐 다시 발사에 쓰는 것입니다.
로켓은 보통 여러 단(stage)이 층층이 쌓인 구조입니다. 아래쪽 단이 먼저 연료를 태우며 로켓을 밀어 올리고, 연료가 떨어지면 분리되어 떨어져 나갑니다. 그 위의 단이 이어받아 마지막까지 화물을 밀어 올립니다. 재사용은 주로 가장 아래쪽 단부터 시도됩니다. 이 부분이 크고 비싼 엔진을 여러 개 달고 있어 되찾았을 때 이득이 가장 크고, 아직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은 상태에서 분리되기 때문에 되돌아오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되돌아오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엔진을 다시 켜서 속도를 줄이며 다리를 펴고 수직으로 내려앉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낙하산이나 날개를 이용해 속도를 죽인 뒤 바다나 활주로에 회수하는 방식입니다. 어느 쪽이든 어려움의 핵심은 같습니다. 되돌아오는 데 필요한 연료와 착륙 장치, 열을 견디는 구조물이 모두 무게이고, 그 무게만큼 우주로 올릴 수 있는 화물이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재사용은 언제나 '화물을 조금 포기하는 대신 기체를 되찾는' 맞바꿈입니다.
또 하나 자주 오해되는 지점은 '회수 = 절약'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돌아온 기체는 극심한 진동과 열, 압력을 겪은 상태이므로 분해 점검과 부품 교체가 필요합니다. 이 정비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새로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면 재사용의 의미가 사라집니다. 따라서 실제 목표는 단순한 회수가 아니라, 점검을 최소화하고 짧은 기간 안에 다시 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실제 사례로는 우주왕복선(Space Shuttle)이 대표적입니다. 궤도선이 활주로에 착륙해 여러 차례 다시 비행했고, 양옆의 고체 부스터도 낙하산으로 바다에서 건져 재사용했습니다. 다만 비행마다 방열 타일을 비롯한 광범위한 정비가 필요해, 기대만큼 비용이 내려가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등장한 팰컨 9(Falcon 9)은 1단이 엔진을 재점화해 지상 착륙장이나 해상 드론십 위에 수직으로 내려앉은 뒤 같은 기체를 반복해서 발사하는 운용을 정착시켰고, 위성 인터넷망 구축처럼 같은 로켓을 자주 쏘아야 하는 임무에서 재사용의 이점을 보여 주었습니다. 화물을 감싸는 덮개인 페어링(fairing)을 바다에서 건져 다시 쓰는 시도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함께 보기다단 로켓페이로드역추진 착륙대기권 재진입발사 비용
중급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적경과 적위
Right Ascension and Declination
하늘에서 별이나 천체가 어디 있는지 가리키기 위해 쓰는 두 개의 각도 값으로, 지구의 위도·경도에 해당합니다.
지구 위의 장소를 찾을 때 우리는 위도와 경도를 씁니다. 서울은 북위 몇 도, 동경 몇 도 하는 식이죠. 하늘도 마찬가지입니다. 밤하늘을 지구를 감싸는 거대한 공의 안쪽 면이라고 상상하면, 별들은 그 공의 안쪽에 붙어 있는 점처럼 보입니다. 이 상상의 공을 천구(celestial sphere)라고 부르고, 그 위에 위도·경도와 똑같은 방식으로 그어 놓은 눈금이 바로 적위와 적경입니다.
**적위(Declination, 기호 δ)**는 위도에 해당합니다. 지구의 적도를 하늘까지 그대로 늘려 놓은 선을 천구의 적도라 하는데, 여기서 얼마나 북쪽 또는 남쪽으로 떨어져 있는지를 각도로 나타냅니다. 천구 적도 위가 0도, 북쪽 끝(북극성 근처)이 +90도, 남쪽 끝이 -90도이고, 도(°)·분(′)·초(″) 단위로 씁니다.
**적경(Right Ascension, 기호 α)**은 경도에 해당합니다. 다만 각도(0~360도) 대신 시간 단위인 시(h)·분(m)·초(s)로 쓰는 것이 관례입니다. 하늘이 하루에 한 바퀴 도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한 바퀴를 24시간으로 나눠 표시하는 편이 관측에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1시간이 15도에 해당합니다. 경도에 그리니치 기준선이 필요하듯 적경에도 출발점이 필요한데, 태양이 지나는 길과 천구 적도가 만나는 지점 중 하나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두 값을 함께 쓰면 하늘의 한 점이 유일하게 정해집니다. 다만 지구 자전축이 아주 천천히 흔들리기 때문에 기준선 자체가 조금씩 이동합니다. 그래서 좌표를 적을 때는 "어느 시점의 기준을 썼는지"를 함께 밝히는데, 이를 분점(epoch)이라 하며 현재는 J2000.0 기준이 널리 쓰입니다.
실제 관측에서는 이 좌표가 곧 망원경에 입력하는 주소입니다. 지상 망원경은 목표 천체의 적경·적위를 넣으면 자동으로 그 방향을 향하고, 지구 자전에 맞춰 따라가며 추적합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에 관측을 신청할 때도 관측자는 대상의 적경·적위를 제출하며, 망원경은 그 좌표를 향해 자세를 잡습니다. 감마선 폭발이나 중력파처럼 갑작스러운 현상이 검출되면, 전 세계 관측소에 가장 먼저 전달되는 정보도 "이 적경·적위 부근을 보라"는 위치 정보입니다. 성도와 천체 목록(카탈로그) 역시 모든 천체를 이 두 값으로 정리해 둡니다.
1^{\mathrm{h}} = 15^{\circ}
함께 보기천구황도세차운동분점(Epoch)지평좌표계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적색편이
Redshift
멀어지는 천체에서 오는 빛의 색이 원래보다 붉은 쪽으로 밀려 보이는 현상.
구급차가 멀어질 때 사이렌 소리가 낮게 늘어지는 것처럼 들린 적이 있을 것입니다. 소리를 내는 것이 멀어지면 귀에 도착하는 소리의 파동이 길게 늘어지기 때문입니다. 빛도 파동이어서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빛을 내는 천체가 우리에게서 멀어지면 그 빛의 파장이 길어지고, 색은 붉은 쪽으로 밀립니다. 이것이 적색편이(redshift)입니다. 반대로 가까워지는 천체의 빛은 파란 쪽으로 밀리며, 이를 청색편이(blueshift)라고 합니다.
적색편이의 크기는 보통 기호 $z$로 나타냅니다. 별이나 은하의 빛을 파장별로 펼치면(분광, spectroscopy) 특정 원소가 흡수하거나 방출한 자리에 어두운 선 또는 밝은 선이 나타납니다. 이 선들이 실험실에서 측정한 위치보다 얼마나 긴 파장 쪽으로 옮겨져 있는지를 재면 $z$를 얻습니다. 선의 패턴 자체는 그대로 유지된 채 통째로 이동하기 때문에, 아무리 멀고 어두운 천체라도 그 정체와 이동 정도를 함께 알아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구분이 하나 있습니다. 천체가 공간 속을 실제로 이동해서 생기는 도플러 적색편이와, 우주 공간 자체가 팽창하면서 빛의 파장이 함께 늘어나 생기는 우주론적 적색편이(cosmological redshift)는 원인이 다릅니다. 먼 은하에서 관측되는 큰 $z$ 값은 대부분 후자입니다. 이 경우 $z$는 빛이 출발한 뒤 우주가 얼마나 더 커졌는지를 알려주는 값이므로, 곧 그 빛이 얼마나 오래 여행했는지를 재는 잣대가 됩니다. 또 강한 중력을 빠져나온 빛도 에너지를 잃으며 파장이 길어지는데, 이는 중력 적색편이(gravitational redshift)라고 부릅니다.
실제 관측에서 적색편이는 거의 모든 우주론 연구의 출발점입니다. 지상의 대형 분광 탐사 망원경들은 수백만 개 은하의 $z$를 한꺼번에 측정해 우주의 3차원 지도를 만듭니다. 하늘에서의 위치는 두 방향을, 적색편이는 나머지 한 방향(거리)을 채워 주기 때문입니다. 또 아주 먼 초기 은하의 빛은 파장이 크게 늘어나 가시광선을 벗어나 적외선 영역에 도달하는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적외선 관측에 특화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태양계 안에서도 원리는 같아서, 탐사선이 보내오는 전파의 미세한 파장 변화를 측정해 탐사선의 속도를 정밀하게 추적합니다.
z = \frac{\lambda_{\text{obs}} - \lambda_{\text{emit}}}{\lambda_{\text{emit}}}
함께 보기도플러 효과분광허블-르메트르 법칙우주 팽창광년
고급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적응광학
Adaptive Optics
흔들리는 공기 때문에 흐려진 별빛을, 거울 모양을 아주 빠르게 바꿔가며 다시 또렷하게 되돌리는 망원경 기술.
여름날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면 건너편 풍경이 일렁여 보입니다. 수영장 바닥에 놓인 동전도 물결이 지나갈 때마다 모양이 흔들리죠. 지상 망원경이 별을 볼 때도 똑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별빛은 우주를 곧게 가로질러 오지만, 마지막 몇 십 킬로미터의 지구 대기를 통과하는 동안 온도가 다른 공기 덩어리들 사이를 지나며 이리저리 휘어집니다. 그래서 아무리 큰 망원경을 지어도 상이 뭉개집니다. 적응광학(Adaptive Optics, AO)은 이 일렁임을 실시간으로 측정해서, 그만큼 반대로 휜 거울로 되돌려 상쇄하는 기술입니다.
원리는 세 부품의 반복 순환입니다. 먼저 **파면 센서(wavefront sensor)**가 망원경에 들어온 빛의 파면 — 빛 마루가 이루는 면의 모양 — 이 얼마나 일그러졌는지 잽니다. 다음으로 제어 컴퓨터가 그 일그러짐을 상쇄할 거울 모양을 계산합니다. 마지막으로 뒷면에 수백~수천 개의 작은 밀대(actuator)가 붙은 **변형 거울(deformable mirror)**이 그 모양대로 미세하게 휘어집니다. 대기의 일렁임은 눈 깜짝할 사이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므로, 이 순환은 1초에 수백 번 이상 돌아가야 합니다.
보정의 기준이 되려면 시야 안에 밝은 별이 하나 있어야 하는데, 하늘 아무 데나 그런 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레이저 가이드별(laser guide star)**을 씁니다. 대기 상층에 떠 있는 나트륨 원자 층을 향해 레이저를 쏘면 그 지점이 빛나면서 인공 별 역할을 하고, 망원경은 이 인공 별의 일그러짐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보정이 잘 되면 망원경의 성능은 대기가 아니라 거울 크기 자체가 정하는 한계, 즉 회절한계에 가까워집니다.
$$\theta \approx 1.22,\frac{\lambda}{D}$$
여기서 $\theta$는 구분해 낼 수 있는 최소 각도, $\lambda$는 빛의 파장, $D$는 주경(주된 거울)의 지름입니다. 보정이 얼마나 성공했는지는 보통 스트렐 비(Strehl ratio) — 실제 상의 뾰족함을 이상적인 상과 비교한 값 — 로 나타냅니다. 파장이 길수록 대기의 방해가 덜해서, 적외선 영역에서 적응광학이 특히 잘 듣습니다.
실제 활용은 지상 대형 망원경 관측의 핵심입니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과 하와이 마우나케아의 대형 망원경들은 레이저 가이드별 적응광학으로 우리 은하 중심을 들여다보며, 두꺼운 먼지 뒤에 가려진 별들이 보이지 않는 무거운 천체 주위를 도는 궤도를 한 해 한 해 추적해 왔습니다. 외계행성 직접 촬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심별 바로 옆의 희미한 행성을 보려면 별빛이 번지지 않고 한 점에 모여야 하는데, 적응광학이 그 조건을 만들어 주고 그 위에 별빛 가리개(코로나그래프)를 얹습니다. 목성의 폭풍이나 해왕성의 구름대를 지상에서 추적하는 행성 관측, 태양 표면의 자기 구조를 잡아내는 태양 망원경에도 쓰입니다. 반대로 대기 밖의 우주망원경은 일렁임을 겪지 않으므로 적응광학이 필요 없고, 대신 거울 조각들의 위치를 맞추는 다른 방식의 보정을 씁니다. 건설 중인 차세대 초대형 지상 망원경들은 설계 단계부터 적응광학을 구조 안에 넣어, 이 기술 없이는 제 성능을 낼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theta \approx 1.22\,\frac{\lambda}{D}
함께 보기파면시상(seeing)회절한계레이저 가이드별외계행성 직접 촬영
입문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전파망원경
Radio Telescope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를 모아서 우주의 모습을 그려내는, 거대한 접시 모양의 망원경입니다.
보이지 않는 빛을 듣는 귀
우리 눈은 우주에서 오는 신호 중 아주 좁은 범위만 볼 수 있습니다. 라디오 방송을 귀로는 들을 수 없지만 라디오 수신기를 켜면 소리가 나오는 것처럼, 우주에서도 우리 눈이 놓치는 신호가 끊임없이 날아옵니다. 전파망원경(radio telescope)은 바로 그 신호를 받아내는 커다란 수신기입니다. 흔히 보는 접시 모양은 위성 방송용 안테나를 아주 크게 키운 것과 같은 구조로, 넓은 면적으로 신호를 모아 가운데 한 점에 집중시킵니다.
왜 접시가 그렇게 큰가
우주에서 오는 전파 신호는 대단히 약합니다. 그래서 접시가 클수록 더 많은 신호를 모을 수 있고, 희미한 대상까지 잡아낼 수 있습니다. 크기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해상도입니다. 같은 신호라도 관측 장비가 작으면 대상이 뭉개져 보이고, 클수록 세밀하게 구분됩니다. 전파는 우리 눈이 보는 빛보다 파장이 훨씬 길기 때문에, 같은 정도로 선명한 상을 얻으려면 광학망원경보다 훨씬 큰 장비가 필요합니다.
다만 접시 하나를 무한정 크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널리 쓰이는 방법이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을 멀리 떨어뜨려 놓고 같은 대상을 동시에 관측한 뒤, 각 장비가 받은 신호를 정밀하게 합치는 것입니다. 이 기법을 간섭계(interferometry)라고 하며, 이렇게 하면 망원경들이 흩어져 있는 전체 범위만큼 큰 장비를 쓴 것과 비슷한 선명도를 얻습니다. 대륙 여러 곳의 관측소를 묶으면 사실상 지구만 한 망원경이 되는 셈입니다.
전파망원경은 낮에도, 구름이 껴도 관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신 휴대전화, 전자레인지, 자동차 같은 일상 기기가 내는 전파에 방해받기 때문에, 관측소는 대개 인적이 드문 산간이나 사막에 짓고 주변을 전파 보호 구역으로 지정합니다.
실제 관측에서
블랙홀의 그림자를 담은 사진은 전 세계에 흩어진 전파망원경들을 간섭계로 묶어 얻은 결과였습니다. 짧고 규칙적인 전파 신호를 반복해 내보내는 펄서(pulsar)도 전파망원경으로 처음 발견됐고, 지금도 여러 펄서의 신호 도착 시각을 오랫간 재어 중력파를 찾는 연구에 쓰입니다. 이 밖에도 우리 은하 속 별이 태어나는 가스 구름의 분포를 그리거나, 태양계 밖 행성계에서 나오는 신호를 살피거나, 외계 지적 생명체가 보냈을 법한 인공적인 전파를 탐색하는 데에도 활용됩니다. 우주 탐사선이 보내오는 미약한 통신 신호를 받는 지상 안테나 역시 같은 원리로 동작합니다.
함께 보기간섭계전자기파 스펙트럼광학망원경펄서각분해능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절대 등급
Absolute Magnitude
모든 별을 똑같은 거리에 옮겨 놓았다고 가정했을 때의 밝기로, 별이 실제로 얼마나 밝은지를 비교하기 위한 값입니다.
밤하늘에서 아주 밝게 보이는 별이 반드시 실제로 밝은 별은 아닙니다. 가까이 있는 손전등이 멀리 있는 등대보다 눈부시게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천문학에서는 모든 별을 똑같은 거리에 나란히 세워 두었다고 상상하고, 그 상태에서 얼마나 밝은지를 비교합니다. 이렇게 거리 조건을 통일해서 매긴 밝기가 **절대 등급(Absolute Magnitude)**입니다.
이와 대비되는 개념이 **겉보기 등급(Apparent Magnitude)**으로, 지구에서 실제로 관측되는 밝기를 말합니다. 겉보기 등급은 천체가 내는 빛의 양뿐 아니라 거리에도 좌우되기 때문에, 천체 자체의 성질을 비교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절대 등급은 거리라는 변수를 제거해 천체가 방출하는 에너지의 양, 즉 **광도(Luminosity)**를 등급이라는 척도로 표현한 값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등급 체계는 숫자가 작을수록 밝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등급은 로그 척도이므로, 등급 차이가 일정하면 밝기의 '배율'이 일정하게 차이 납니다. 겉보기 등급 $m$, 절대 등급 $M$, 거리 $d$(파섹 단위) 사이에는 아래 관계식이 성립하며, $m - M$ 값을 **거리 지수(Distance Modulus)**라고 부릅니다. 이 관계 덕분에 셋 중 둘을 알면 나머지 하나를 구할 수 있습니다.
성간 물질에 의한 **성간 소광(Interstellar Extinction)**이 있으면 천체가 실제보다 어둡게 관측되므로, 정밀한 계산에서는 소광에 의한 감광량을 따로 보정해 줍니다. 또한 태양계 소천체(소행성·혜성)에는 별과 다른 방식으로 정의된 절대 등급을 사용하는데, 스스로 빛을 내지 않고 햇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태양과 관측자로부터의 거리 조건을 별도로 정해 놓고 밝기를 매깁니다.
실제 활용 사례를 보면, 유럽우주국의 가이아(Gaia) 위성은 수많은 별의 위치 변화를 정밀 측정해 거리를 구했고, 이 거리와 겉보기 등급을 결합해 별들의 절대 등급을 대량으로 산출했습니다. 그 결과를 온도와 밝기 축에 뿌린 **헤르츠스프룽-러셀도(HR도)**는 별의 진화 단계를 구분하는 기본 도구가 되었습니다. 또 허블 우주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절대 등급이 대체로 일정하다고 알려진 Ia형 초신성이나 세페이드 변광성을 먼 은하에서 찾아내, 겉보기 등급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그 은하까지의 거리를 재는 데 사용합니다.
m - M = 5 \log_{10}\left(\frac{d}{10\,\mathrm{pc}}\right)
함께 보기겉보기 등급광도거리 지수파섹헤르츠스프룽-러셀도
입문발사체·로켓
정적 연소시험
Static Fire Test
로켓을 발사대에 단단히 붙들어 맨 상태에서 엔진에만 불을 붙여, 날려 보내지 않고 작동을 확인하는 시험입니다.
새 차를 사면 곧바로 고속도로에 올리지 않고, 주차장에 세워 둔 채 시동을 걸어 엔진 소리와 계기판을 먼저 살펴봅니다. 정적 연소시험(Static Fire Test)은 로켓에 대해 이와 똑같은 일을 하는 절차입니다. 로켓을 발사대 위에 강한 고정 장치로 붙들어 맨 뒤, 실제 발사 때와 같은 연료를 넣고 엔진에 불을 붙입니다. 엔진은 온 힘을 다해 밀어내지만 로켓은 제자리에 그대로 서 있고,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불을 끕니다.
로켓이 날아가지 않는 이유는 발사대의 고정 장치(hold-down clamp)가 엔진이 만들어내는 추력보다 더 큰 힘으로 기체를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상태에서 엔진이 내는 힘의 크기, 연료가 공급되는 흐름, 각 부품의 온도와 진동, 자세를 잡기 위해 엔진 노즐이 좌우로 기울어지는 동작 등이 모두 센서로 기록됩니다. 시험 시간은 몇 초에 그치기도 하고, 비행 시간 전체에 가깝게 길게 잡기도 합니다.
이 시험이 중요한 까닭은, 로켓에서 문제가 생기기 가장 쉬운 순간이 바로 엔진에 처음 불이 붙는 때이기 때문입니다. 배관이 새거나, 밸브가 늦게 열리거나, 연소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문제는 부품을 따로 놓고 검사해서는 잘 드러나지 않고 실제로 태워 봐야 보입니다. 발사 후 하늘에서 이런 문제가 나타나면 기체와 위성을 모두 잃지만, 지상에서 붙잡아 둔 채 발견하면 불을 끄고 고치면 됩니다. 시험 결과가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발사 일정을 미루고 원인을 찾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실제로 여러 발사체 운용 기관은 발사 며칠 전 같은 발사대에서 정적 연소시험을 치르는 절차를 표준으로 두고 있습니다. 한국의 누리호 역시 개발 과정에서 나로우주센터의 전용 연소시험 설비에서 엔진 단품 시험과 1단 기체 전체를 묶은 종합 연소시험을 거친 뒤에야 실제 발사에 나섰습니다. 재사용 발사체의 경우에는 이미 한 번 날았다 돌아온 1단을 다시 세워 놓고 연소시험을 해서, 그 기체를 또 쓸 수 있는지 판단하는 용도로도 활용합니다. 또 우주왕복선처럼 사람이 타는 기체나 대형 고체 부스터는 옆으로 눕힌 전용 시험대에 고정해 놓고 태우는 방식으로 같은 시험을 수행해 왔습니다.
함께 보기추력발사체액체연료 로켓엔진카운트다운재사용 발사체
입문위성·지구관측관측·천문현상
정지궤도
Geostationary Orbit (GEO)
위성이 지구가 도는 속도와 똑같이 돌아, 땅에서 보면 하늘 한 곳에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길입니다.
회전목마 위에 앉아 옆 사람을 바라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목마가 아무리 빠르게 돌아도 같은 목마에 탄 옆 사람은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지궤도(Geostationary Orbit, GEO)에 있는 위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성은 사실 엄청난 속도로 지구 둘레를 돌고 있지만, 지구가 스스로 한 바퀴 도는 것과 정확히 발을 맞춰 돌기 때문에 땅 위에서 올려다보면 하늘의 한 지점에 붙박여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합니다. 첫째, 위성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지구가 스스로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과 같아야 합니다.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한 바퀴 도는 데 오래 걸리므로, 이 조건을 만족하는 높이는 딱 하나로 정해집니다. 둘째, 위성이 도는 면이 적도와 나란해야 하고 방향도 지구가 도는 방향과 같아야 합니다.
두 번째 조건이 빠지고 도는 시간만 맞으면 정지궤도가 아니라 '지구동기궤도(Geosynchronous Orbit)'라고 부릅니다. 이 경우 위성은 하루에 제자리로 돌아오기는 하지만, 하늘에서 보면 남북으로 8자를 그리며 움직입니다. 정지궤도는 지구동기궤도 중에서 적도 바로 위를 도는 특별한 경우인 셈입니다.
이 궤도가 쓸모 있는 이유는 지상 안테나를 한 방향으로 고정해 두어도 계속 통신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송·통신 위성이 이 궤도를 많이 씁니다. 기상위성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기상·해양 관측 위성인 천리안 위성들이 정지궤도에 올라가 있어서, 한반도와 주변 지역을 늘 같은 시야로 내려다보며 구름의 움직임을 짧은 간격으로 연속 촬영할 수 있습니다. 저궤도 위성이 지구를 빙빙 돌며 같은 지역을 하루 몇 번밖에 못 보는 것과 대비되는 장점입니다. 다만 자리가 적도 위 한 줄로 한정되어 있어 어느 경도에 위성을 놓을지는 국제적으로 조정해서 배정합니다.
T = 2\pi\sqrt{\dfrac{a^3}{GM}}
함께 보기지구동기궤도저궤도정지천이궤도궤도경사각케플러의 제3법칙
중급행성과학·태양계천문·천체물리
조석 고정
Tidal Locking
한쪽 천체가 도는 속도와 상대를 도는 속도가 같아져서, 언제나 같은 면만 상대를 향하게 된 상태.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도는 두 사람을 떠올려 봅시다. 서로 마주 본 채로 원을 그리며 돌면, 바깥에서 보기에 각자는 제자리에서도 한 바퀴를 돈 셈입니다. 하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언제나 같은 얼굴만 보입니다. 조석 고정은 이와 비슷하게, 한 천체가 상대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스스로도 정확히 한 바퀴를 돌아서 늘 같은 면만 보여주는 상태입니다. 달이 지구에게 언제나 같은 면만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런 상태가 만들어지는 원인은 중력이 천체 전체에 똑같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상대에게 가까운 쪽은 더 세게, 먼 쪽은 더 약하게 당겨집니다. 이 세기 차이를 조석력(tidal force)이라고 부르며, 천체를 상대 방향으로 길쭉하게 늘이는 효과를 냅니다. 조석력은 거리가 가까울수록 급격히 커지는데, 두 천체 사이 거리 $r$에 대해 대략 $1/r^3$에 비례합니다.
천체가 자전하고 있으면 이 길쭉해진 부분(조석 팽대부)이 상대를 정확히 향하지 못하고 조금씩 앞서거나 뒤처집니다. 그러면 상대의 중력이 이 어긋난 부분을 잡아당겨 자전을 늦추거나 빠르게 하는 힘을 계속 가합니다. 이 과정이 오랜 시간 이어지면 자전 주기가 공전 주기와 맞아떨어지는 지점에서 안정되고, 그 뒤로는 같은 면만 보여주게 됩니다. 가볍고 가까운 쪽이 먼저 고정되는 것이 보통이며, 시간이 더 흐르면 양쪽 모두 고정되기도 합니다.
다만 언제나 자전과 공전이 1대 1로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궤도가 원에서 많이 벗어난 타원일 경우, 자전과 공전이 3대 2 같은 다른 정수비에서 안정되기도 합니다. 이런 상태를 통틀어 자전-공전 공명(spin-orbit resonance)이라고 부르며, 조석 고정은 그중 1대 1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실제 탐사에서 조석 고정은 임무 설계를 좌우하는 조건입니다. 달 뒷면은 지구에서 직접 보이지 않고 전파도 닿지 않기 때문에, 뒷면에 착륙선을 보내려면 통신을 중계할 별도의 위성을 미리 궤도에 올려야 합니다. 중국의 창어 4호가 달 뒷면에 착륙할 때 이 방식을 썼습니다. 또한 적색왜성 주위를 가까이 도는 외계행성은 조석 고정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데, 그 경우 한쪽은 영원한 낮, 반대쪽은 영원한 밤이 되어 대기가 열을 얼마나 옮겨주는지가 생명 가능성을 판단하는 핵심 쟁점이 됩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런 행성이 항성 뒤로 숨었다 나오는 순간의 밝기 변화를 관측해 낮면과 밤면의 온도 차이를 추정하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F_{\text{tidal}} \propto \frac{GMm\,R}{r^3}
함께 보기조석력자전-공전 공명로슈 한계공전 주기달 뒷면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주계열성
Main Sequence Star
중심에서 수소를 태워 빛을 내며, 스스로 안정된 크기를 오래 유지하는 별. 밤하늘 별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밤하늘의 별들을 밝기와 색깔에 따라 표에 점으로 찍어 보면, 점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지지 않고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이어지는 굵은 띠를 이룹니다. 이 띠를 주계열(main sequence) 이라 하고, 그 위에 놓인 별을 주계열성이라고 부릅니다. 별의 일생을 사람의 일생에 비유하면 주계열 단계는 가장 길고 안정된 '장년기'에 해당합니다. 태양도 지금 이 단계에 있습니다.
별이 안정을 유지하는 이유는 두 힘의 균형입니다. 별을 이루는 막대한 양의 기체는 자기 무게 때문에 안쪽으로 무너지려 하고, 중심부에서 만들어진 열과 빛은 바깥으로 밀어냅니다. 이 두 힘이 서로 맞서 팽팽하게 버티는 상태를 정역학적 평형(hydrostatic equilibrium) 이라 합니다. 안쪽으로 미는 힘이 이기면 별은 수축하고, 바깥으로 미는 힘이 이기면 부풀어 오르는데, 주계열 단계에서는 두 힘이 균형을 이루므로 크기가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바깥으로 미는 힘의 원천은 중심부의 수소 핵융합(hydrogen fusion) 입니다. 수소 원자핵 네 개가 합쳐져 헬륨 원자핵 하나가 될 때, 결과물의 질량은 원래 재료보다 아주 조금 가볍습니다. 사라진 질량은 질량-에너지 등가 관계에 따라 에너지로 바뀌어 빛과 열이 됩니다. 중심에서 수소를 태우는 동안 별은 주계열에 머물고, 중심부 수소가 바닥나면 주계열을 떠나 적색거성 같은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주계열에서의 위치는 대체로 별의 질량이 결정합니다. 질량이 큰 별은 중심 압력과 온도가 높아 연료를 훨씬 빠르게 소모하므로, 밝고 푸르지만 주계열에 머무는 기간이 짧습니다. 반대로 질량이 작은 별은 어둡고 붉으며 연료를 아껴 써서 매우 오래 머뭅니다. "질량이 크면 오래 산다"가 아니라 그 반대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실제 관측에서 주계열은 기준자 역할을 합니다. 유럽우주국의 가이아(Gaia) 위성은 수많은 별의 위치와 거리, 밝기를 측정해 주계열 띠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색-등급도를 만들었고, 이는 별의 성질과 우리 은하의 구조를 파악하는 기본 자료가 되었습니다. 또한 성단에 속한 별들을 같은 표에 찍으면 무거운 별부터 차례로 주계열을 떠나기 때문에, 어느 지점에서 띠가 꺾이는지를 보고 그 성단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외계행성 탐색에서도 대상 선정의 기준이 됩니다. 케플러(Kepler)와 테스(TESS) 같은 망원경은 밝기가 안정적인 주계열성을 주로 관측했는데, 별빛이 일정해야 행성이 앞을 지나며 만드는 미세한 밝기 감소를 잡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둡고 오래 사는 작은 주계열성은 상대적으로 행성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 집중 관측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4\,^{1}\mathrm{H} \rightarrow\ ^{4}\mathrm{He} + 2e^{+} + 2\nu_{e} + \gamma
함께 보기핵융합헤르츠스프룽-러셀도(H-R도)적색거성백색왜성광도
중급행성과학·태양계위성·지구관측
중력도움
Gravity Assist
우주선이 행성 옆을 지나며 그 행성의 움직임에서 속도를 얻거나 잃어 연료 없이 진로와 빠르기를 바꾸는 방법.
달리는 기차 옆으로 공을 던졌다가 튕겨 나오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기차에 탄 사람이 보기에 공은 던진 속도 그대로 되돌아오지만, 땅에 서서 보는 사람에게는 기차의 속도까지 얹혀 훨씬 빠르게 날아갑니다. 우주선이 행성 곁을 스쳐 지나갈 때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행성이 태양 주위를 돌며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그 곁을 잘 골라 지나가면 우주선은 연료를 거의 쓰지 않고도 빨라집니다. 이것을 중력도움(Gravity Assist), 또는 스윙바이(swingby)·플라이바이(flyby)라고 부릅니다.
조금 더 정확히 보면, 행성을 기준으로 삼은 좌표계에서 우주선은 행성의 중력에 끌려 휘어진 뒤 들어올 때와 같은 빠르기로 빠져나갑니다. 즉 행성 입장에서는 속도의 크기가 그대로이고 방향만 바뀝니다. 그런데 우리가 실제로 관심 있는 것은 태양을 기준으로 한 속도입니다. 태양 기준 속도는 '행성 기준 속도 + 행성 자신의 공전 속도'를 벡터로 더한 값이므로, 방향이 바뀐 것만으로도 합쳐진 결과의 크기가 달라집니다. 행성이 나아가는 쪽 뒤편을 지나가면 속도를 얻고, 앞쪽을 지나가면 속도를 잃습니다.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지 궁금할 수 있는데, 우주선이 얻은 만큼 행성은 공전 운동에서 정확히 그만큼을 잃습니다. 다만 행성의 질량이 우주선보다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행성 궤도의 변화는 사실상 측정되지 않을 정도로 작습니다. 얻을 수 있는 속도의 최대치는 그 행성의 공전 속도와 중력의 세기에 묶여 있어서, 원하는 만큼 무한정 늘릴 수는 없습니다. 통과 시점과 고도를 아주 정밀하게 맞춰야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반대로 속도를 줄이는 데에도 쓰입니다. 태양이나 안쪽 궤도를 향해 가는 탐사선은 오히려 속도를 깎아야 하는데, 이때 금성이나 지구 앞쪽을 지나가며 감속하는 방식을 씁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보이저 탐사선들은 목성·토성 등 바깥 행성을 차례로 스쳐 지나가며 속도를 계속 더해 태양계 바깥으로 빠져나갔습니다. 목성의 위성들을 관측한 갈릴레오 탐사선은 금성과 지구를 여러 차례 활용해 목성까지 갔고, 토성으로 향한 카시니 탐사선도 금성·지구·목성을 거치는 경로를 택했습니다. 수성 탐사선들은 반대로 감속을 위한 중력도움을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이런 경로는 직행보다 비행 기간이 길어지지만, 그만큼 연료를 크게 아낄 수 있어 더 무거운 관측 장비를 실을 수 있게 해 줍니다.
\vec{v}_{\text{태양기준}} = \vec{v}_{\text{행성기준}} + \vec{v}_{\text{행성공전}}
함께 보기플라이바이궤도전이델타브이탈출속도호만전이궤도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중력렌즈
Gravitational Lensing
무거운 천체 주변에서 빛의 진행 경로가 휘어져, 그 뒤에 있는 먼 천체가 확대되거나 여러 개로 보이는 현상.
유리 렌즈를 통과한 빛이 꺾이면서 뒤에 있는 글자가 커 보이거나 일그러져 보이는 것을 떠올려 봅시다. 우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납니다. 다만 여기서 렌즈 역할을 하는 것은 유리가 아니라 질량이 아주 큰 천체입니다. 은하나 은하단처럼 무거운 덩어리 근처를 지나가는 빛은 진행 방향이 살짝 휘어지고, 그 결과 훨씬 더 먼 곳에 있는 천체의 모습이 확대되거나, 늘어나거나, 심지어 여러 개로 겹쳐 보이게 됩니다. 이것을 중력렌즈(gravitational lensing)라고 부릅니다.
이 현상의 근거는 일반상대성이론(general relativity)입니다. 질량은 주변의 시공간(spacetime)을 휘게 만들고, 빛은 그 휘어진 시공간을 따라 가장 곧은 경로로 나아갑니다. 관측자 입장에서는 빛이 '꺾인' 것처럼 보이지요. 중요한 점은 빛이 어떤 힘에 끌려간 것이 아니라, 빛이 지나가는 무대 자체가 휘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휘어지는 정도는 렌즈 역할을 하는 천체의 질량이 클수록, 그리고 빛이 그 천체에 가깝게 지나갈수록 커집니다.
중력렌즈는 보이는 모습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눕니다. **강한 렌즈(strong lensing)**는 배경 천체가 여러 개의 상(image)으로 갈라지거나, 렌즈 천체를 둘러싸는 고리 모양으로 늘어나 보이는 경우입니다. 이 고리를 아인슈타인 고리(Einstein ring)라고 부릅니다. **약한 렌즈(weak lensing)**는 개별 천체의 변형이 너무 작아 눈으로 구분할 수 없고, 수많은 배경 은하의 모양을 통계적으로 모아 분석해야 비로소 드러나는 경우입니다. **미시렌즈(microlensing)**는 상이 갈라지는 것은 보이지 않고 대신 배경 별이 잠시 밝아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밝기 변화로만 확인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관측자가 실제로 보게 되는 것은 배경 천체, 렌즈 천체, 관측자가 얼마나 잘 정렬되어 있는지에 크게 좌우됩니다. 세 대상이 거의 일직선에 놓이면 아인슈타인 고리에 가까운 대칭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정렬이 어긋날수록 밝기가 다른 여러 개의 조각난 상으로 보입니다. 또 상마다 빛이 지나온 경로의 길이가 다르기 때문에, 배경 천체의 밝기가 변할 때 그 변화가 각 상에 도달하는 시각이 서로 달라지기도 합니다.
중력렌즈는 오늘날 관측 천문학에서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됩니다. 첫째는 자연의 망원경입니다. 은하단이 만드는 확대 효과를 이용하면 망원경 성능만으로는 너무 어두워 보이지 않을 초기 우주의 은하까지 관측할 수 있어, 허블 우주망원경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모두 은하단을 겨냥한 심우주 관측 프로그램을 수행해 왔습니다. 둘째는 보이지 않는 질량을 재는 저울입니다. 빛을 내지 않는 암흑물질(dark matter)은 직접 볼 수 없지만, 배경 은하들의 일그러진 모양을 분석하면 질량이 어디에 얼마나 분포하는지 지도로 그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미시렌즈에 의한 별의 일시적 밝기 변화는 외계행성(exoplanet)을 찾는 방법 중 하나로도 쓰이며, 로만 우주망원경(Nancy Grace Roman Space Telescope)이 이 방식의 탐사를 주요 임무 중 하나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theta_E = \sqrt{\frac{4GM}{c^2}\frac{D_{LS}}{D_L D_S}}
함께 보기일반상대성이론암흑물질아인슈타인 고리적색편이은하단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중력파
Gravitational Wave
무거운 물체가 빠르게 움직일 때 공간 자체가 늘어났다 줄어들며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떨림.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동그랗게 퍼져 나갑니다. 중력파(gravitational wave)는 이 물결의 '공간판'입니다. 다만 흔들리는 것이 물이 아니라 공간 그 자체라는 점이 다릅니다. 아주 무거운 물체가 빠르게 움직이면 그 주변의 공간이 늘어났다 줄어드는 떨림이 생기고, 이 떨림이 빛과 같은 속도로 사방으로 퍼져 나갑니다.
일반상대성이론(general relativity)에서 중력은 힘이라기보다 시공간(spacetime)의 휘어짐입니다. 질량이 있는 물체는 자기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만들고, 그 물체가 가속운동을 하면 휘어짐의 변화가 즉시 전달되지 못하고 파동의 형태로 퍼져 나갑니다. 이것이 중력파입니다. 단, 완벽한 구형으로 대칭인 운동은 파동을 만들지 못합니다. 두 별이 서로를 도는 것처럼 질량 분포가 비대칭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중력파가 지나가면 그 방향과 직각인 평면에서 한쪽 길이는 늘어나고 다른 쪽은 줄어듭니다. 이 변형의 정도를 '변형률(strain)'이라 하며, 원래 길이 대비 길이 변화의 비율로 나타냅니다. 문제는 이 값이 극도로 작다는 점입니다. 지구에 도달하는 중력파는 긴 거리를 재도 원자보다 훨씬 작은 길이 변화만 일으키므로, 검출하려면 매우 정밀한 장치가 필요합니다.
검출에는 주로 레이저 간섭계(laser interferometer)가 쓰입니다. 서로 직각인 두 개의 긴 팔에 레이저를 나눠 보내고 되돌아온 빛을 겹쳐서, 두 팔의 길이 차이를 빛의 간섭무늬 변화로 읽어 내는 방식입니다. 지상에서는 라이고(LIGO)와 비르고(Virgo), 일본의 가스라(KAGRA)가 이런 방식으로 관측을 하고 있으며, 실제로 블랙홀끼리 합쳐지는 사건과 중성자별끼리 합쳐지는 사건에서 나온 중력파가 검출되었습니다. 특히 중성자별 병합 사건에서는 중력파와 함께 빛(감마선·가시광선 등)도 관측되어, 두 가지 신호를 함께 쓰는 '다중신호 천문학(multi-messenger astronomy)'의 대표 사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유럽우주국(ESA)이 준비 중인 우주 간섭계 리사(LISA)처럼 인공위성 여러 대를 멀리 떨어뜨려 놓고 그 사이 거리를 재는 방식으로, 지상에서는 지면 진동에 묻혀 볼 수 없는 낮은 진동수의 중력파를 관측하려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h = \frac{\Delta L}{L}
함께 보기일반상대성이론시공간블랙홀중성자별레이저 간섭계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중성자별
Neutron Star
무거운 별이 수명을 다하고 스스로 짜부라진 뒤 남는, 도시 크기만 한 아주 무겁고 단단한 천체입니다.
설탕 한 스푼을 떠서 저울에 올렸는데 산 하나만큼 무겁다고 상상해 보세요. 중성자별(neutron star)은 그런 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무거운 별이 연료를 다 쓰고 나면 스스로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중심부가 급격히 안쪽으로 무너집니다. 그 결과 태양만 한 질량이 도시 하나 정도 크기의 공 안에 갇히게 됩니다.
별의 중심이 짜부라지는 과정에서 원자를 이루던 전자와 양성자가 서로 눌려 대부분 중성자로 바뀝니다. 이름은 여기서 왔습니다. 보통의 별은 핵융합이 만들어내는 바깥쪽 압력으로 중력과 균형을 이루지만, 중성자별을 지탱하는 것은 핵융합이 아니라 축퇴압(degeneracy pressure) 입니다. 이는 같은 상태에 여러 입자가 겹쳐 있을 수 없다는 양자역학의 성질에서 나오는 압력으로, 중성자를 더 이상 밀어 넣을 수 없게 버텨 줍니다.
중성자별은 붕괴 과정에서 회전과 자기장이 함께 압축됩니다. 피겨 선수가 팔을 몸에 붙이면 회전이 빨라지듯, 반지름이 크게 줄어들면서 회전 속도가 극적으로 빨라집니다(각운동량 보존). 자기장도 같은 이유로 매우 강해집니다. 이 때문에 자기극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파 빔이 등대처럼 회전하며 지구를 규칙적으로 스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관측되는 중성자별을 펄서(pulsar) 라고 부릅니다. 자기장이 특히 강한 부류는 마그네타(magnetar) 로 분류합니다.
중성자별의 표면 중력은 대단히 강해서, 빛조차 경로가 휘어 보통이라면 가려져 있어야 할 뒷면 일부까지 보이게 만듭니다. 다만 블랙홀과 달리 빛이 완전히 갇히지는 않으므로 표면을 직접 관측할 수 있습니다.
실제 관측에서는 여러 방식으로 활용됩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X선 관측 장비 NICER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실려 중성자별 표면의 뜨거운 반점에서 나오는 X선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이를 통해 중성자별의 반지름과 내부 물질 상태를 추정합니다. 또 중성자별 두 개가 서로를 돌다 충돌하는 사건은 LIGO·Virgo 같은 중력파 검출기가 포착하는 주요 관측 대상이며, 이때 함께 방출되는 빛을 여러 망원경이 동시에 추적해 금이나 백금처럼 무거운 원소가 우주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조사합니다. 한편 펄서의 규칙적인 신호는 시간 기준이 정확해서, 여러 펄서를 동시에 감시해 우주를 지나는 긴 파장의 중력파를 찾는 관측에도 쓰입니다.
R_s = \frac{2GM}{c^2}
함께 보기펄서초신성블랙홀중력파백색왜성
입문위성·지구관측유인우주·탐사
지구 저궤도
Low Earth Orbit (LEO)
지구에 가장 가까이 붙어 도는 길로, 인공위성과 우주정거장 대부분이 여기서 지구를 빠르게 돌고 있습니다.
운동장 트랙을 도는 모습을 떠올려 봅시다. 안쪽 레인을 도는 사람은 바깥 레인을 도는 사람보다 한 바퀴를 훨씬 빨리 끝냅니다. 지구 저궤도(Low Earth Orbit, LEO)는 지구 둘레를 도는 여러 레인 가운데 가장 안쪽에 해당합니다. 지구 표면에서 가장 가까운 이 길에서는 한 바퀴 도는 데 몇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하루에도 여러 번 지구를 돌게 됩니다.
지구 저궤도에 있는 물체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중력이 사라져서가 아닙니다. 이 높이에서도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은 지상과 크게 다르지 않게 작용합니다. 다만 옆 방향으로 아주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서, 아래로 떨어지는 만큼 지구 표면이 둥글게 휘어 멀어집니다. 결과적으로 계속 떨어지면서도 영원히 땅에 닿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데, 이것이 궤도 운동입니다. 안에 탄 사람이 둥둥 뜨는 것도 중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주선과 사람이 함께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쪽 레인일수록 빠르게 돌아야 한다는 점은 수식으로도 확인됩니다. 궤도 반지름이 작을수록 필요한 속도는 커집니다. 대신 지구와 가깝기 때문에 여기까지 물체를 올리는 데 드는 연료가 상대적으로 적고, 지상과 신호를 주고받을 때 걸리는 시간도 짧습니다. 반면 아주 옅게나마 남아 있는 공기가 물체를 계속 붙잡아 속도를 조금씩 깎아내리기 때문에, 오래 머물려면 이따금 엔진을 켜서 고도를 다시 끌어올려야 합니다. 임무를 마친 위성이 결국 대기권으로 내려와 타 없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실제로 사람이 상주하는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 ISS)과 중국의 톈궁(Tiangong) 정거장이 모두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습니다. 지구를 촘촘히 찍는 지구관측위성, 허블 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 그리고 스타링크(Starlink)처럼 수많은 소형 위성을 촘촘히 배치해 인터넷을 제공하는 위성군도 이 영역을 사용합니다. 특히 허블은 저궤도에 있었기에 우주왕복선이 직접 찾아가 부품을 교체하고 수리하는 일이 가능했는데, 이는 더 먼 궤도의 망원경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방식입니다.
v = \sqrt{\frac{GM}{r}}
함께 보기궤도 속도정지궤도무중력(미소중력)대기 항력국제우주정거장
입문위성·지구관측관측·천문현상
지상국
Ground Station
우주에 떠 있는 물체와 전파를 주고받기 위해 땅 위에 세운 안테나 시설.
지상국(Ground Station)은 하늘에 떠 있는 기계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땅에 세운 '전화기'입니다. 우주로 올라간 인공위성이나 탐사선은 스스로 지구에 내려올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찍은 사진과 측정한 값을 전파에 실어 보냅니다. 그 전파를 받아내고, 반대로 "이제 카메라를 켜라" 같은 지시를 올려보내는 곳이 바로 지상국입니다. 흔히 사진에서 보는 거대한 접시 모양 안테나가 지상국의 대표적인 모습입니다.
지상국이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내려받기로, 위성이 보낸 관측 자료를 받는 일입니다. 둘째는 올려보내기로, 위성의 자세를 바꾸거나 소프트웨어를 고치는 명령을 전송하는 일입니다. 셋째는 위치 확인으로, 전파가 오가는 데 걸린 시간과 주파수의 미세한 변화를 재서 그 물체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계산합니다.
지상국이 아무 때나 위성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파는 대체로 직선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위성이 그 지상국의 지평선 위로 올라와 있는 동안에만 연결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연결이 유지되는 시간을 '가시 시간' 또는 '패스(pass)'라고 부르며, 지구 가까이를 도는 위성의 경우 한 번 지나갈 때 짧게만 열립니다. 그래서 여러 나라 여러 대륙에 지상국을 흩어 놓고 릴레이하듯 이어받아, 끊김 없이 위성을 따라갑니다. 또 거리가 멀어질수록 전파는 약해지므로, 먼 곳의 탐사선을 상대하려면 접시가 더 크고 주변 전파 잡음이 적은 조용한 곳에 지상국을 둡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화성이나 태양계 바깥으로 나간 탐사선과의 통신은 지구 곳곳에 경도를 크게 벌려 배치한 대형 안테나망이 담당합니다. 지구가 자전해 한 안테나가 탐사선을 놓치면 다른 대륙의 안테나가 곧바로 이어받는 구조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전의 위성운영 시설과 남극 세종기지 인근의 안테나를 함께 활용해 지구관측 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받아 처리합니다. 발사 직후에도 지상국의 역할은 결정적인데, 로켓이 예정된 궤도에 제대로 들어갔는지, 위성이 태양전지판을 펼치고 정상적으로 깨어났는지를 확인하는 첫 신호를 받아내는 곳이 바로 지상국이기 때문입니다.
함께 보기원격측정궤도안테나저궤도심우주통신망
입문천문·천체물리행성과학·태양계
천문단위
Astronomical Unit (AU)
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를 1로 삼아 정한 길이 단위로, 태양계 안의 거리를 재는 데 쓴다.
방 안의 물건을 잴 때는 센티미터를 쓰고, 도시 사이의 거리를 잴 때는 킬로미터를 씁니다. 그런데 태양계는 너무 넓어서 킬로미터로 적으면 0이 줄줄이 붙어 한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아예 자의 눈금 자체를 크게 만들었습니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를 '1'로 정해 놓고, 다른 천체까지의 거리를 그 몇 배인지로 말하는 것입니다. 이 눈금이 바로 천문단위(Astronomical Unit, AU)입니다.
1 AU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에 해당합니다. '평균'이라는 말이 붙는 이유는 지구의 공전 궤도가 완벽한 원이 아니라 살짝 찌그러진 타원이어서, 태양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때와 조금 더 멀어지는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1 AU는 이런 관측값에 매이지 않고 국제적으로 합의된 고정된 미터 값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즉 지구 궤도가 조금씩 변하더라도 1 AU라는 길이 자체는 변하지 않는 상수입니다.
천문단위가 편리한 이유는 숫자가 직관적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천체가 태양에서 몇 AU 떨어져 있다고 하면, 그것이 지구보다 태양에 가까운지 먼지가 곧바로 드러납니다. 태양 빛의 세기나 표면 온도, 궤도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 같은 값들도 태양으로부터의 거리와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AU로 표현하면 서로 다른 천체를 비교하기가 쉬워집니다.
다만 천문단위는 태양계 규모에 맞춘 눈금입니다. 태양계를 벗어나 다른 별까지의 거리를 재려면 AU로도 숫자가 너무 커져서,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인 광년(light-year)이나 시차를 이용해 정의한 파섹(parsec) 같은 더 큰 단위를 씁니다. 단위를 상황에 맞게 갈아 끼우는 셈입니다.
실제 우주 미션에서 천문단위는 임무 설계의 기본 언어로 쓰입니다. 태양 가까이 접근하는 탐사선의 근접 거리, 화성이나 목성으로 향하는 탐사선의 비행 경로, 태양계 바깥으로 나아가는 탐사선이 현재까지 도달한 거리는 모두 AU로 표기됩니다. 특히 탐사선과 지구 사이의 통신을 계획할 때 이 거리가 결정적인데, 전파도 빛의 속도로 움직이므로 거리가 멀어질수록 명령을 보내고 응답을 받기까지의 지연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또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얻는 탐사선은 태양에서 멀어질수록 받을 수 있는 빛이 급격히 줄어들어, 몇 AU 밖까지 가는 임무인지에 따라 태양전지를 쓸지 다른 전원을 쓸지가 갈립니다. 외계행성 관측에서도 발견된 행성이 자기 별로부터 몇 AU 거리에 있는지를 따져, 그 행성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온도 범위에 드는지를 판단합니다.
함께 보기광년파섹공전 궤도생명체 거주가능 영역태양계
중급발사체·로켓
최대 동압점
Max Q (Maximum Dynamic Pressure)
발사된 로켓이 올라가는 동안 공기에 부딪히는 힘이 가장 세지는 순간을 말한다.
달리는 자동차 창문 밖으로 손을 내밀면 공기가 손바닥을 세게 밀어냅니다. 빠를수록 더 세게 밀리죠. 그런데 높은 산에 올라가면 공기가 희박해서, 같은 속도로 손을 흔들어도 밀리는 느낌이 약합니다. 로켓도 똑같은 두 가지 조건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빨라지지만, 동시에 공기는 점점 옅어집니다. 그래서 로켓이 공기에 부딪히는 힘은 처음엔 커지다가 어느 순간 정점을 찍고 다시 줄어듭니다. 그 정점이 바로 최대 동압점(Max Q)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딪히는 힘'을 동압(dynamic pressure)이라고 하며, 공기의 밀도와 속도로 결정됩니다. 밀도에 비례하고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속도가 두 배가 되면 동압은 네 배가 됩니다. 발사 초반에는 속도가 빠르게 붙는 효과가 밀도 감소 효과를 앞질러 동압이 계속 올라갑니다. 하지만 고도가 충분히 높아지면 대기가 희박해지는 쪽이 우세해지고, 동압은 꺾여 내려갑니다.
이 순간이 중요한 이유는 로켓 기체에 걸리는 공기역학적 하중이 이때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로켓이 진행 방향과 조금이라도 어긋난 자세로 날면, 옆에서 받는 힘이 기체를 휘게 만듭니다. 그래서 설계자들은 동체와 페어링(fairing, 위성을 감싸는 덮개)이 견뎌야 할 구조 강도의 기준을 최대 동압점에 맞춰 잡습니다. 자세 제어 역시 이 구간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이뤄집니다.
실제 발사에서는 최대 동압점을 무사히 넘기기 위한 조치가 미리 계획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스로틀 다운(throttle down)**으로, 엔진 출력을 잠시 낮춰 속도가 너무 빨리 붙지 않게 억제해 동압의 정점 자체를 낮추는 방법입니다. 스페이스X 팰컨 9이나 우주왕복선 발사 중계에서 관제사가 "엔진 출력을 낮춥니다", 잠시 뒤 "Max Q 통과"라고 알리는 장면이 이 절차입니다. 또 기상 조건도 함께 따집니다. 이 구간의 고도에서 상층 바람(high-altitude wind)이 강하면 로켓이 받는 옆방향 하중이 커지므로, 발사 전에 기구를 띄워 바람을 측정하고 필요하면 비행 경로나 발사 시각을 조정합니다. 한국의 누리호 발사 때도 상층풍 측정 결과가 발사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항목에 포함됩니다.
q = \frac{1}{2} \rho v^2
함께 보기동압페어링중력 손실단 분리상층풍
중급행성과학·태양계관측·천문현상
최대 이각
Greatest Elongation
지구에서 볼 때 수성이나 금성이 태양에서 하늘 위로 가장 멀리 떨어져 보이는 시기로, 이 무렵 관측 조건이 가장 좋다.
운동장 안쪽 트랙을 도는 친구를 바깥쪽 관중석에서 바라본다고 생각해 봅시다. 친구가 트랙 위 어디에 있든, 우리 눈에는 트랙의 중심에서 좌우로 일정 거리 이상 벗어나 보이지 않습니다. 트랙 중심을 태양, 안쪽을 도는 친구를 수성이나 금성이라고 바꾸면 그대로 최대 이각(greatest elongation)의 상황이 됩니다. 하늘에서 태양과 가장 크게 벌어져 보이는 그 한계 지점이 바로 최대 이각입니다.
이각(elongation)은 지구에서 본 태양과 어떤 천체 사이의 겉보기 각거리를 말합니다. 지구보다 안쪽 궤도를 도는 내행성(inferior planet), 즉 수성과 금성은 이 각거리가 아무리 커져도 넘을 수 없는 상한이 있습니다. 지구에서 그은 시선이 그 행성의 궤도에 접할 때 각거리가 최대가 되고, 이때가 최대 이각입니다. 반면 지구 바깥을 도는 행성은 태양 반대편까지 갈 수 있으므로 이런 상한이 없습니다.
궤도를 원으로 단순화하면 최대 이각은 두 궤도의 반지름 비만으로 정해집니다. 궤도가 작을수록 각거리의 상한도 작아지므로, 태양에 더 가까이 붙어 도는 수성이 금성보다 최대 이각이 작습니다. 실제 궤도는 타원이어서 최대 이각의 크기는 시기마다 조금씩 달라집니다.
최대 이각은 방향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뉩니다. 행성이 태양의 동쪽으로 가장 멀어지는 동방 최대 이각(greatest eastern elongation) 때는 해가 진 뒤 서쪽 하늘에서 '초저녁 별'로 보이고, 서쪽으로 가장 멀어지는 서방 최대 이각(greatest western elongation) 때는 해 뜨기 전 동쪽 하늘에서 '새벽 별'로 보입니다. 금성을 두고 개밥바라기와 샛별이라는 두 이름이 생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 관측에서는 이 시기가 곧 관측 창(observing window)이 됩니다. 수성은 태양과 각거리가 작아 대부분의 기간에 박명 속에 묻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지상 망원경이나 촬영 계획은 최대 이각 전후 며칠에 맞춰 잡습니다. 금성 역시 최대 이각 무렵에 반달 모양에 가까운 위상으로 보여, 망원경으로 위상 변화를 확인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반대로 행성이 태양과 겹쳐 보이는 합(conjunction) 시기에는 그 방향에 있는 탐사선과의 전파 통신이 태양 잡음에 방해받아 운용을 미리 제한하기도 하므로, 이각은 관측뿐 아니라 임무 운용 일정을 짤 때도 함께 고려되는 값입니다.
\sin \theta_{\max} = \frac{a_{\text{행성}}}{a_{\text{지구}}}
함께 보기내행성합충행성의 위상회합주기
중급발사체·로켓위성·지구관측
추력 대 중량비
Thrust-to-Weight Ratio
로켓이나 항공기가 내는 미는 힘을, 그 물체가 받는 무게로 나눈 값. 1보다 커야 스스로 떠오를 수 있다.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려는 상황을 떠올려 봅시다. 내가 낼 수 있는 힘이 짐의 무게보다 크면 짐은 위로 올라가고, 작으면 아무리 애를 써도 바닥에 붙어 있습니다. 로켓도 똑같습니다. 엔진이 아래로 뿜어내며 만들어내는 미는 힘이 로켓 전체의 무게보다 크면 발사대를 떠나 위로 올라가고, 작으면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습니다. 이 두 값을 나눈 비율이 추력 대 중량비(Thrust-to-Weight Ratio, TWR)입니다.
식으로 쓰면 엔진이 내는 힘인 추력(thrust)을 로켓의 질량과 중력가속도를 곱한 값, 즉 무게로 나눈 것입니다. 두 값 모두 힘의 단위를 가지므로 나눈 결과에는 단위가 없습니다. 그래서 서로 크기가 전혀 다른 로켓끼리도 이 숫자 하나로 성능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지상에서 수직으로 발사하려면 이 값이 반드시 1보다 커야 합니다. 정확히 1이면 무게와 힘이 균형을 이뤄 공중에 떠 있기만 하고 가속하지 못하며, 이 상태로 연료만 태우는 것을 중력 손실(gravity loss)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크면 좋은 것도 아닙니다. 값이 지나치게 크면 대기가 두꺼운 저고도에서 속도가 너무 빨리 붙어 공기 저항과 기체 구조에 걸리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 설계에서는 적당한 범위를 목표로 잡습니다.
주의할 점은 이 값이 비행 중에 계속 변한다는 것입니다. 연료를 태울수록 로켓은 가벼워지는데 엔진의 추력은 크게 줄지 않으므로, 비율은 이륙 직후가 가장 낮고 단(stage) 연소가 끝날 무렵 가장 높아집니다. 또 무게는 그 천체의 중력에 따라 달라지므로, 같은 기체라도 지구에서 잰 값과 달이나 화성에서 잰 값이 서로 다릅니다.
실제 미션에서는 이 개념이 설계 판단의 출발점이 됩니다. 대형 발사체의 1단은 무거운 기체를 지상에서 들어 올려야 하므로 추력이 큰 엔진을 여러 개 묶어 값을 1 이상으로 확보합니다. 반대로 이미 우주 공간에 도달한 상단(upper stage)이나 인공위성의 궤도 조정용 엔진은 들어 올릴 필요가 없어 값이 1보다 훨씬 작아도 충분하고, 대신 연료를 아끼는 쪽으로 설계합니다. 달 착륙선처럼 중력이 약한 천체에 내렸다가 다시 떠올라야 하는 기체 역시, 그 천체 기준의 값이 1을 넘도록 착륙선의 무게와 엔진을 함께 정합니다.
\mathrm{TWR} = \frac{F_{thrust}}{m \cdot g}
함께 보기추력비추력중력 손실단 분리델타 브이
중급위성·지구관측유인우주·탐사
충돌 회피 기동
Collision Avoidance Maneuver
위성이나 우주정거장이 다른 물체와 부딪힐 위험이 예측될 때, 엔진을 잠깐 켜서 지나가는 길을 살짝 바꾸는 일.
고속도로에서 앞차가 갑자기 끼어들 것 같으면 운전자는 미리 차선을 살짝 옮깁니다. 우주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다만 우주에서는 브레이크가 없고, 방향을 트는 데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립니다. 그래서 위험을 미리 계산해 두고, 여유를 두고 아주 조금만 밀어 주는 방식으로 피합니다.
지구 주위를 도는 물체들은 각각 정해진 궤도(orbit)를 따라 움직입니다. 지상의 레이더와 망원경 네트워크가 이 물체들의 위치를 추적하고, 앞으로 며칠간의 위치를 예측해 서로 얼마나 가까워지는지를 계산합니다. 이렇게 두 물체가 가까이 스쳐 지나가는 사건을 근접 통과(conjunction)라고 부르며, 운영자에게는 예상 최근접 거리와 충돌 확률(probability of collision)이 담긴 경보가 전달됩니다.
충돌 확률이 기관마다 정해 둔 기준선을 넘으면 기동을 결정합니다. 방법은 대체로 추력기를 짧게 분사해 속도를 아주 조금 바꾸는 것입니다. 이때의 속도 변화량을 델타브이(delta-v, Δv)라고 하며, 궤도 운동에서는 속도를 조금만 바꿔도 시간이 지나면서 위치 차이가 크게 벌어지기 때문에, 초속 몇 센티미터 수준의 아주 작은 분사만으로도 예정된 만남 시점에는 충분히 먼 거리를 벌 수 있습니다. 대신 궤도가 바뀌므로 관측 일정이나 지상국 교신 계획도 함께 조정해야 하고, 연료는 한 번 쓰면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위성의 남은 수명을 갉아먹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ISS)은 파편이 접근할 때 화물선이나 정거장 자체의 추력기를 이용해 궤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기동을 반복해 왔습니다. 시간이 부족해 기동을 못 할 때는 승무원이 도킹해 있는 우주선 안으로 대피해 통과를 기다리기도 합니다. 지구관측 위성이나 대형 군집위성(constellation)을 운용하는 기관들도 근접 통과 경보를 상시로 받아 처리하며, 위성 수가 늘면서 이 작업은 상당 부분 자동화되는 추세입니다.
\Delta v = v_2 - v_1
함께 보기우주 쓰레기궤도델타브이근접 통과궤도 이탈
입문발사체·로켓유인우주·탐사
카운트다운 홀드
Countdown Hold
발사 준비 시계를 잠시 멈추고, 문제를 확인하거나 조건이 맞을 때까지 기다리는 일을 말합니다.
발사장에서는 발사 시각까지 남은 시간을 거꾸로 세는 시계가 돌아갑니다. 이 시계를 잠시 멈추는 것이 카운트다운 홀드(countdown hold)입니다. 시험이 예정보다 오래 걸릴 때 감독관이 스톱워치를 눌러 세워두는 것과 비슷합니다. 시계가 멈춘 동안에도 준비 작업은 계속되며, 문제가 풀리면 멈췄던 지점에서 시계를 다시 돌립니다.
홀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처음부터 일정표에 넣어둔 계획된 홀드입니다. 발사 절차는 연료 주입, 점검 항목 확인, 관제팀의 최종 승인처럼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일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미리 여유 시간을 시계 안에 넣어두고, 모든 준비가 예정보다 빨리 끝나면 남은 여유를 그대로 흘려보내는 대신 시계를 세워둔 채 정해진 발사 순간을 기다립니다. 이 방식 덕분에 앞 단계에서 생긴 작은 지연이 발사 시각 전체를 밀어내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예상치 못한 비계획 홀드입니다. 로켓의 밸브 하나가 신호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거나, 지상 장비의 수치가 허용 범위를 벗어나거나, 발사장 상공에 번개 위험이 있거나, 바다에 배 한 척이 들어와 있는 경우입니다. 관제실의 담당자는 누구든 자기 담당 항목에 이상이 있으면 홀드를 요청할 수 있고, 발사 책임자가 이를 받아들이면 시계가 멈춥니다.
홀드가 항상 발사 취소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원인이 금방 해결되면 시계를 다시 돌려 그날 발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날 로켓을 쏠 수 있는 시간대(발사 윈도)는 목표 궤도나 목적지의 위치 때문에 정해져 있어서, 홀드가 길어져 그 시간대를 넘기면 발사는 다음 기회로 미뤄집니다. 이렇게 미루는 것은 **스크럽(scrub)**이라고 따로 부릅니다.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향하는 유인 우주선 발사는 정거장이 발사장 상공을 지나가는 짧은 순간에 맞춰야 해서, 계획된 홀드에서 시계를 세워둔 채 그 순간을 기다리다가 정확히 재개합니다. 반대로 우주왕복선 시절에는 발사 몇 초 전 엔진이 점화된 뒤 컴퓨터가 이상을 감지해 스스로 중단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고, 화성 탐사선처럼 지구와 화성의 위치가 맞는 시기에만 떠날 수 있는 임무에서는 홀드가 길어질 경우의 부담이 훨씬 큽니다.
함께 보기발사 윈도스크럽T-마이너스발사 관제 센터터미널 카운트
중급행성과학·태양계천문·천체물리
카이퍼 벨트
Kuiper Belt
해왕성 궤도 바깥에 얼음과 암석으로 된 작은 천체들이 넓은 고리 모양으로 흩어져 있는 영역.
태양계를 하나의 도시라고 상상해 보면, 행성들은 중심가에 모여 있는 건물들이고 카이퍼 벨트(Kuiper Belt)는 도시 외곽에 남겨진 넓은 공터입니다. 이 공터에는 도시를 지을 때 쓰고 남은 자재들이 그대로 흩어져 있습니다.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행성으로 뭉치지 못하고 남은 얼음덩어리와 암석 조각들이 바로 그 자재에 해당합니다.
카이퍼 벨트는 해왕성 궤도 바깥쪽에서 시작해 태양으로부터 훨씬 먼 곳까지 도넛처럼 납작하게 펼쳐진 영역입니다. 이곳의 천체들을 통틀어 카이퍼 벨트 천체(Kuiper Belt Object, KBO) 또는 넓게는 **해왕성 바깥 천체(Trans-Neptunian Object, TNO)**라고 부릅니다. 태양에서 멀어 온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물, 메탄, 암모니아 등이 얼음 상태로 남아 있고, 이 얼음은 태양계 초기의 물질 조성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명왕성(Pluto)이 이 영역에 속하는 대표적인 천체이며, 명왕성처럼 스스로 둥근 모양을 유지할 만큼 큰 천체를 **왜소행성(dwarf planet)**으로 분류합니다.
소행성대와 혼동하기 쉽지만 성격이 다릅니다. 소행성대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고 암석·금속 성분이 많은 반면, 카이퍼 벨트는 훨씬 멀고 훨씬 넓으며 얼음 성분이 우세합니다. 또한 카이퍼 벨트 천체 중 상당수는 해왕성의 중력에 영향을 받아 공전 주기가 해왕성과 일정한 비율로 맞물리는 궤도 공명(orbital resonance) 상태에 있습니다. 이 공명 덕분에 해왕성과 가까워지는 일 없이 안정적으로 궤도를 유지합니다. 짧은 주기로 돌아오는 혜성 중 일부도 이 영역에서 안쪽으로 밀려 들어온 것으로 여겨집니다.
실제 관측에서 카이퍼 벨트는 어둡고 멀어서 지상 망원경으로는 점 하나로만 보입니다. 그래서 근접 탐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NASA의 뉴호라이즌스(New Horizons) 탐사선은 명왕성을 근접 통과하며 질소 얼음 평원과 얼음 산맥 등 예상보다 활발한 지형을 촬영했고, 이후 더 멀리 있는 작은 카이퍼 벨트 천체 아로코스(Arrokoth)까지 접근해 두 개의 둥근 덩어리가 부드럽게 맞붙은 형태를 확인했습니다. 이는 초기 태양계에서 미행성체가 격렬한 충돌이 아니라 비교적 천천히 합쳐지며 자랐다는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관측 증거로 쓰이고 있습니다. 지상에서는 별빛이 천체에 가려지는 순간을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관측하는 엄폐(occultation) 기법으로 크기와 형태를 추정하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적외선으로 표면 얼음의 성분을 분석합니다.
함께 보기해왕성 바깥 천체왜소행성오르트 구름궤도 공명소행성대
중급위성·지구관측관측·천문현상
케슬러 증후군
Kessler Syndrome
지구 궤도의 물체들이 서로 부딪히며 생긴 파편이 다시 충돌을 일으켜, 충돌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말합니다.
당구대 위에 공이 빽빽하게 놓여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공 하나를 세게 굴리면 다른 공을 때리고, 그 공이 또 다른 공을 때립니다. 다만 궤도에서는 부딪힌 공이 튕겨 나가는 데 그치지 않고 산산조각이 나면서, 조각 하나하나가 다시 새로운 당구공이 됩니다. 부딪힐수록 부딪힐 것이 늘어나는 셈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도널드 케슬러(Donald Kessler)가 제시한 이 시나리오를 그의 이름을 따 케슬러 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핵심은 속도입니다. 지구 저궤도(LEO, Low Earth Orbit)를 도는 물체는 초속 수 킬로미터로 움직이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도는 두 물체가 만나면 상대 속도는 그보다 더 커집니다. 이 속도에서는 나사 하나 크기의 파편도 위성 본체를 관통할 만한 운동 에너지를 가집니다. 충돌 에너지는 질량에 비례하고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작고 가벼운 파편이라도 위협이 됩니다.
연쇄 반응이 되는 조건은 '파편 생성 속도'가 '파편 소멸 속도'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낮은 고도에서는 희박한 대기가 파편을 조금씩 감속시켜 결국 대기권으로 끌어내리지만, 고도가 높아질수록 이 자연 청소 과정은 극도로 느려집니다. 따라서 높은 고도에서 생긴 파편은 아주 오랫동안 남습니다. 파편 밀도가 어느 문턱을 넘으면, 새로운 발사를 전혀 하지 않아도 기존 파편끼리의 충돌만으로 파편 수가 계속 늘어나는 상태가 됩니다.
실제로 이 시나리오는 이론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궤도상에서 위성 간 충돌 사고와 인공위성 요격 시험이 실제로 일어났고, 각각 수천 개 규모의 추적 가능한 파편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파편들은 지금도 궤도에 남아 다른 위성의 회피 기동을 유발합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도 파편이 접근할 때 궤도를 살짝 올리거나 낮추는 회피 기동을 수행하며, 예측이 늦어지면 승무원이 귀환용 우주선으로 대피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각국 우주기관은 레이더와 광학 망원경으로 파편을 목록화해 추적하고, 임무를 마친 위성을 정해진 기간 안에 대기권에 재진입시키거나 사용하지 않는 궤도로 옮기는 규정을 운영합니다. 파편을 그물이나 작살, 자석으로 직접 붙잡아 내리는 능동적 잔해 제거(ADR, Active Debris Removal) 기술을 시연하는 임무들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E_k = \frac{1}{2} m v^2
함께 보기우주 쓰레기지구 저궤도궤도 이탈충돌 회피 기동능동적 잔해 제거
고급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코로나그래프
Coronagraph
밝은 별빛을 가려서 그 주변의 훨씬 어두운 빛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관측 장치입니다.
한낮에 손을 들어 해를 가리면, 눈이 부셔 안 보이던 주변 풍경이 갑자기 보입니다. 코로나그래프(coronagraph)는 이 원리를 망원경 안에서 아주 정밀하게 구현한 장치입니다. 밝은 천체의 빛만 골라 막아내고, 그 곁에 있는 수백만 배 어두운 빛을 드러냅니다.
장치의 핵심은 망원경이 만든 상(像)의 위치에 놓이는 작은 가림막입니다. 이 가림막이 중심 천체의 빛을 차단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빛은 파동이라서 가림막 가장자리에서 휘어져 퍼지고(회절), 이 퍼진 빛이 시야 전체에 얼룩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코로나그래프는 가림막 뒤쪽에 한 단계 더, 회절로 새어 나온 빛이 모이는 자리를 막는 두 번째 차단부를 둡니다. 이 두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배경이 충분히 어두워집니다.
성능을 말할 때는 '대비(contrast)'와 '내부 작업각(inner working angle)' 두 가지를 함께 봅니다. 대비는 중심 천체 대비 어느 정도로 어두운 것까지 검출할 수 있는가이고, 내부 작업각은 중심에서 얼마나 가까운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가입니다. 둘은 서로 맞바꾸는 관계에 있어서, 가림막을 크게 만들면 배경은 깨끗해지지만 정작 보고 싶은 안쪽 영역까지 함께 가려집니다.
지상 망원경에서는 대기의 흔들림 때문에 별빛이 한 점에 모이지 않아 코로나그래프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거울 모양을 실시간으로 미세하게 바꿔 흔들림을 보정하는 적응광학(adaptive optics)과 짝을 지어 씁니다. 우주에서는 대기 문제가 없는 대신, 망원경 거울의 미세한 형상 오차와 온도 변화에 따른 변형이 성능을 좌우합니다.
실제 활용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태양 관측으로, 태양 원반을 가려 평소에는 개기일식 때만 보이던 바깥 대기(코로나)와 거기서 터져 나오는 물질 방출을 상시 감시합니다. 이 관측은 인공위성 고장이나 통신 장애를 일으키는 우주 날씨 예보의 기본 자료가 됩니다. 다른 하나는 외계행성 직접 촬영으로, 별빛을 가리고 그 주위를 도는 행성이나 행성이 만들어지는 원반 물질을 직접 영상으로 담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비롯한 최신 우주망원경들이 이 방식의 관측 장비를 싣고 있습니다.
함께 보기적응광학외계행성 직접 촬영코로나 질량 방출회절 한계우주 날씨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퀘이사
Quasar
아주 멀리 있는데도 밝게 보이는 천체로, 은하 한가운데의 아주 무거운 구멍 주위로 물질이 빨려들며 빛을 낸다.
욕조 물이 배수구로 빠질 때 물이 그냥 곧장 떨어지지 않고 소용돌이를 그리며 돌다가 내려가는 모습을 떠올려 봅시다. 퀘이사(Quasar)도 비슷합니다. 은하 중심에 있는 매우 무거운 천체로 기체가 빨려 들어가는데, 곧장 떨어지는 대신 납작한 원반을 이루며 빙글빙글 돌다가 안쪽으로 흘러갑니다. 이때 기체끼리 마찰하며 엄청나게 뜨거워지고, 그 열이 빛으로 나옵니다. 퀘이사가 내는 빛은 그 은하에 있는 별 전체가 내는 빛을 합친 것보다도 밝은 경우가 많아, 아주 먼 거리에서도 관측됩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퀘이사는 활동은하핵(Active Galactic Nucleus, AGN) 중에서도 특히 밝은 부류입니다.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로 물질이 떨어지면서 강착원반(accretion disk)이 만들어지고, 여기서 중력에 의한 위치에너지가 열과 빛으로 바뀝니다. 이 과정은 핵융합보다 에너지 전환 효율이 훨씬 높아서,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물질만으로도 막대한 빛을 냅니다. 일부 퀘이사에서는 원반과 수직인 방향으로 제트(jet)라 불리는 물질 분출이 관측되며, 전파 영역에서 특히 밝게 보이기도 합니다.
퀘이사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는 별처럼 점으로 보였기 때문에 '준항성체(quasi-stellar object)'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를 줄인 말이 퀘이사입니다. 하지만 스펙트럼을 분석해 보니 방출선이 붉은 쪽으로 크게 치우쳐 있었고(적색이동), 이는 이 천체가 우리 은하 안의 별이 아니라 우주론적으로 먼 거리에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퀘이사의 밝기는 시간에 따라 변하는데,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것은 빛을 내는 영역 자체가 (은하 전체에 비해) 매우 작다는 근거가 됩니다.
퀘이사의 밝기는 강착이 얼마나 격렬한지에 따라 달라지며, 블랙홀이 물질을 끌어당기는 힘과 빛이 물질을 밀어내는 힘이 균형을 이루는 한계 밝기(에딩턴 광도)가 기준으로 자주 쓰입니다. 이 한계에 가깝게 빛나는 퀘이사일수록 물질을 빠르게 삼키고 있다고 해석합니다.
실제 관측에서 퀘이사는 두 가지 방식으로 활용됩니다. 첫째, 우주 초기를 연구하는 등대입니다. 아주 먼 퀘이사의 빛은 우주가 젊었을 때 출발한 빛이므로, 그 스펙트럼에 새겨진 흡수선을 읽으면 빛이 지나온 길목의 기체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슬론 디지털 전천탐사(SDSS)는 이런 방식으로 방대한 퀘이사 목록을 만들어 우주 대규모 구조 연구에 썼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적외선 관측으로 더 멀고 어두운 퀘이사를 찾고 있습니다. 둘째, 하늘의 좌표 기준점입니다. 퀘이사는 너무 멀어서 위치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 관측에서 천구 좌표계의 기준 천체로 사용되며, 이 좌표 기준은 위성 항법과 우주선 항법의 정밀도에도 기여합니다.
L_{\mathrm{Edd}} = \frac{4\pi G M m_p c}{\sigma_T}
함께 보기초대질량 블랙홀활동은하핵강착원반적색이동상대론적 제트
입문위성·지구관측
큐브위성
CubeSat
정해진 크기의 작은 상자 모양 규격에 맞춰 만드는 소형 인공위성입니다.
개념
큐브위성(CubeSat)은 레고 블록처럼 규격이 정해진 작은 인공위성입니다. 집을 지을 때 벽돌 크기가 표준화되어 있으면 누구나 쉽게 쌓을 수 있듯이, 위성도 크기와 모양을 미리 약속해 두면 만들기도 쉽고 로켓에 싣기도 쉬워집니다. 큐브위성은 바로 그 "표준 벽돌" 역할을 하는 위성입니다.
규격과 구조
큐브위성의 기본 단위는 한 변이 10cm인 정육면체이며, 이를 **1U(유닛)**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U는 단위를 뜻하는 영어 단어 유닛(Unit)의 첫 글자입니다. 이 정육면체를 길게 이어 붙여 2U, 3U, 6U, 12U처럼 크기를 키울 수 있습니다. 목적에 맞게 블록을 더하거나 빼는 방식이라, 카메라 하나만 싣는 작은 위성부터 여러 장비를 함께 싣는 위성까지 같은 규격 안에서 설계할 수 있습니다.
크기가 작으니 무게도 가볍고, 그만큼 만드는 비용과 발사 비용이 줄어듭니다. 부품도 일반 전자제품에 쓰이는 것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작다는 것은 태양전지판 면적이 좁아 전기를 많이 만들지 못하고, 안테나도 작아 지상과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제한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궤도를 크게 바꿀 만한 추진 장치를 넣기도 어렵습니다.
어떻게 발사되나
큐브위성은 대부분 부탑재체로 발사됩니다. 큰 위성을 실어 나르는 로켓의 남는 공간에 함께 타는 방식입니다. 전용 로켓을 빌리는 대신 빈자리에 얹어 가기 때문에 비용이 크게 낮아집니다. 로켓에 실을 때는 스프링이 든 사각 통 모양의 사출 장치에 넣어 두었다가, 목표 지점에서 뚜껑이 열리며 위성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우주 공간에 풀어 놓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까지 화물선으로 운반한 뒤 정거장의 로봇팔로 내보내는 방법도 쓰입니다.
실제 활용
큐브위성은 원래 대학의 우주공학 교육용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실제 과학 임무와 상업 서비스에 두루 쓰입니다. 여러 대의 큐브위성을 무리(군집)로 띄워 지구 표면을 자주 촬영하는 지구관측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위성 한 대가 같은 지역 위를 다시 지나가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여러 대를 궤도에 나눠 배치하면 훨씬 자주 관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기의 온도와 수증기를 측정하는 기상 관측, 선박이나 사물인터넷 기기가 보내는 신호를 우주에서 받아 전달하는 통신 중계에도 활용됩니다. 새로 개발한 부품이나 기술을 우주 환경에서 먼저 시험해 보는 기술 검증 용도로도 자주 쓰입니다. 큰 위성에 바로 적용하기 전에 저렴한 큐브위성으로 실제 우주에서 작동하는지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달 궤도나 화성 방향으로 향하는 탐사선에 함께 실려 지구 밖 임무에 참여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대학과 연구기관이 큐브위성을 개발해 국내 발사체와 해외 발사체를 통해 궤도에 올린 바 있습니다.
함께 보기인공위성저궤도발사체부탑재체군집위성
입문천문·천체물리발사체·로켓
탈출속도
Escape Velocity
천체의 중력을 완전히 벗어나 다시 떨어지지 않으려면 최소한 얼마나 빨리 던져져야 하는가를 나타내는 속도.
공을 하늘로 던지면 다시 손으로 떨어집니다. 더 세게 던질수록 더 높이 올라가지만, 결국은 돌아옵니다. 그런데 상상 속에서 계속 더 세게 던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공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 경계가 되는 속도가 바로 탈출속도(escape velocity)입니다. 땅이 잡아당기는 힘을 완전히 이겨내고 멀어지기만 하는 최소한의 빠르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탈출속도는 물체가 가진 운동에너지가 그 천체의 중력에 붙잡혀 있는 정도(중력 퍼텐셜 에너지)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순간의 속도입니다. 이보다 느리면 물체는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떨어지거나 천체 주위를 도는 궤도에 갇힙니다. 이보다 빠르면 아무리 멀어져도 속도가 완전히 0이 되지 않고 계속 멀어집니다.
탈출속도는 천체의 질량이 클수록 커지고, 출발하는 지점이 천체 중심에서 멀수록 작아집니다. 즉 무겁고 작은 천체일수록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값이 물체 자체의 질량과는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무거운 우주선이든 작은 돌멩이든 필요한 속도는 같습니다. 또 방향도 상관이 없습니다 — 천체 표면에 부딪히지만 않는다면 어느 쪽으로 향하든 같은 속력이면 탈출합니다.
다만 실제 로켓은 이 속도를 한 번에 내지 않습니다. 공기 저항이 있고, 엔진을 여러 번 나눠서 켜는 편이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먼저 지구 주위를 도는 궤도에 올라간 뒤, 그 궤도에서 다시 엔진을 점화해 탈출에 필요한 속도를 채웁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화성이나 목성처럼 지구 밖으로 나가는 탐사선은 모두 지구의 탈출속도를 넘겨야 하고, 이를 위해 다른 행성 곁을 스쳐 지나며 속도를 얻는 중력도움(gravity assist) 기법을 자주 씁니다. 반대로 달은 탈출속도가 지구보다 훨씬 작아서, 아폴로 계획의 달 착륙선은 지구에서 쓴 것과 비교할 수 없이 작은 엔진만으로 달 표면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탈출속도가 작다는 것은 대기를 붙잡아 두기도 어렵다는 뜻이어서, 달이나 수성에 사실상 대기가 없는 이유도 여기서 설명됩니다. 극단적인 경우가 블랙홀로, 탈출속도가 빛의 속도를 넘어서기 때문에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v_e = \sqrt{\dfrac{2GM}{r}}
함께 보기중력궤도속도중력도움제1우주속도사건의 지평선
입문발사체·로켓위성·지구관측
탑재 능력
Payload Capacity
로켓이 목표한 궤도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짐의 최대 무게를 뜻하는 값입니다.
쉽게 이해하기
엘리베이터에는 "정원 15명, 최대 1,000kg"처럼 실을 수 있는 무게가 적혀 있습니다. 이 한계를 넘으면 엘리베이터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로켓에도 똑같은 한계가 있습니다. 로켓이 스스로의 몸체와 연료를 뺀 뒤, 목적지까지 실어 올릴 수 있는 짐의 최대 무게 — 이것이 탑재 능력(Payload Capacity)입니다.
여기서 '짐'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탑재체(payload)입니다. 인공위성, 우주 망원경, 우주정거장에 보낼 보급품, 사람이 탄 우주선 모두가 탑재체가 됩니다. 로켓 자체의 구조물과 연료는 짐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짐을 옮기기 위한 '차량'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목적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탑재 능력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하나의 로켓에 하나의 숫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같은 로켓이라도 짐을 어디까지 보내느냐에 따라 실을 수 있는 무게가 달라집니다.
지구에서 가까운 낮은 궤도까지만 올린다면 비교적 무거운 짐을 실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훨씬 높은 궤도, 또는 달이나 화성처럼 지구 중력을 완전히 벗어나야 하는 목적지로 보낸다면 그만큼 속도를 더 붙여야 하고, 속도를 더 붙이려면 연료를 더 써야 합니다. 연료가 늘어난 만큼 짐의 몫은 줄어듭니다. 그래서 로켓 제원표에는 보통 "저궤도 기준 ○○톤, 정지천이궤도 기준 ○○톤"처럼 목적지별로 여러 값이 나란히 적혀 있습니다. 목적지가 멀수록 숫자는 작아집니다.
로켓이 얼마나 큰 속도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는 아래 관계식으로 설명됩니다. 로켓의 초기 질량과 연료를 다 쓴 뒤의 질량 비율이 클수록 더 큰 속도 변화를 얻습니다. 짐을 무겁게 실으면 이 비율이 나빠지고, 그만큼 도달할 수 있는 궤도가 낮아집니다.
발사장 위치와 발사 조건도 영향을 줍니다
같은 로켓이라도 어느 발사장에서 어느 방향으로 쏘느냐에 따라 탑재 능력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지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하고 있어서, 동쪽으로 발사하면 지구의 회전 속도를 공짜로 얻어 갑니다. 이 효과는 적도에 가까운 발사장일수록 큽니다. 또 최근처럼 1단 로켓을 회수해 재사용하는 경우, 착륙에 필요한 연료를 남겨두어야 하므로 그만큼 실을 수 있는 짐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같은 로켓도 "회수 비행"과 "소모 비행"의 탑재 능력이 따로 표기됩니다.
실제 우주 미션에서
탑재 능력은 미션 설계의 출발점입니다. 위성을 만드는 쪽은 "이 로켓에 실리려면 몇 kg 안에 들어가야 하는가"를 먼저 정하고 설계에 들어갑니다. 무게 한계 때문에 관측 장비를 줄이거나, 연료 탱크를 작게 만들거나, 접이식 구조를 채택하는 결정이 나옵니다. 대형 우주 망원경이 발사할 때는 접혀 있다가 궤도에서 펼쳐지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로켓 앞머리의 공간과 무게 한계 안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주정거장 보급 임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무게가 정해져 있으므로, 식량·실험 장비·부품 중 무엇을 이번에 보내고 무엇을 다음으로 미룰지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또 위성 하나로 탑재 능력을 다 채우지 못할 때는 여러 위성을 한 로켓에 함께 실어 발사 비용을 나누기도 합니다. 작은 위성들이 큰 위성과 함께 우주로 올라가는 '공유 발사'가 이렇게 성립합니다. 반대로 탐사선을 아주 먼 목적지로 보낼 때는, 탑재 능력이 부족해 다른 행성 옆을 스쳐 지나며 속도를 얻는 방식으로 부족분을 메우는 궤도를 설계하기도 합니다.
\Delta v = v_e \ln \frac{m_0}{m_f}
함께 보기탑재체저궤도정지천이궤도치올콥스키 로켓 방정식재사용 발사체
중급위성·지구관측관측·천문현상
태양동기궤도
Sun-synchronous Orbit
위성이 지구의 한 지점 위를 늘 같은 시각, 같은 햇빛 각도에서 지나가도록 맞춰 놓은 궤도.
매일 같은 시각에 같은 길을 걷는 우체부를 떠올려 보세요. 언제나 오전 열 시쯤 그 골목을 지나가니, 골목의 그림자 모양도 늘 비슷합니다. 태양동기궤도(Sun-synchronous Orbit, SSO)에 올라간 위성이 바로 이런 우체부입니다. 지구 위 어느 지점을 지나갈 때마다 태양이 하늘에서 거의 같은 높이에 떠 있어, 찍히는 사진의 밝기와 그림자 방향이 항상 비슷하게 유지됩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지구가 완전한 공 모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적도 쪽이 살짝 불룩한데, 이 불룩함이 만드는 중력의 치우침이 위성 궤도면을 조금씩 옆으로 밀어 돌립니다. 이 현상을 궤도면 세차(nodal precession)라고 합니다. 위성의 고도와 궤도경사각(inclination)을 잘 고르면, 궤도면이 밀려 도는 속도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속도, 즉 1년에 한 바퀴와 정확히 맞출 수 있습니다. 궤도면이 태양 방향을 계속 따라가게 되는 셈이라, 태양과 궤도면 사이의 각도가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세차 속도는 고도가 낮을수록, 그리고 궤도경사각이 90도에서 멀수록 커집니다. 태양동기궤도가 요구하는 만큼의 세차를 얻으려면 경사각이 90도를 살짝 넘겨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위성은 지구 자전과 반대 방향 성분을 갖고 극지방 근처를 넘나들며 돕니다. 그래서 태양동기궤도는 대부분 극궤도(polar orbit)에 가까운 형태이고, 지구 자전 덕분에 위성은 한 바퀴 돌 때마다 조금씩 서쪽으로 옮겨진 띠를 훑어 며칠이면 지구 전체를 덮습니다. 다만 태양과의 각도가 고정된다는 것이 '항상 낮'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궤도면을 태양 쪽으로 세우면 위성이 계속 햇빛을 받는 새벽·황혼 궤도(dawn–dusk orbit)가 되고, 이 경우 태양전지판에 그늘이 거의 지지 않아 전력 사정이 좋아집니다.
조명 조건이 일정하다는 성질은 지구를 반복해서 관측하는 임무에 결정적입니다. 미국의 랜드샛(Landsat)이나 유럽의 센티널-2(Sentinel-2) 같은 지구관측 위성, 그리고 우리나라의 아리랑(KOMPSAT) 시리즈가 태양동기궤도를 씁니다. 같은 농경지를 몇 달 간격으로 찍어도 그림자와 밝기가 비슷하니, 사진의 차이를 곧바로 '땅이 실제로 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숲이 줄어드는 속도, 빙하가 물러나는 정도, 도시가 넓어지는 모습을 비교하는 작업이 여기에 기댑니다. 기상위성이 매일 정해진 시각에 구름과 해수면 온도를 훑는 것도, 레이더로 지표를 관측하는 위성이 전력이 넉넉한 새벽·황혼 궤도를 선호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dot{\Omega} = -\frac{3}{2}\, \frac{J_2 R_E^2 \sqrt{\mu}}{(1-e^2)^2 a^{7/2}} \cos i
함께 보기극궤도궤도경사각저궤도정지궤도원격탐사
중급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트랜싯법
Transit Method
별 앞을 행성이 가로지를 때 별빛이 아주 조금 어두워지는 것을 측정해 행성의 존재를 알아내는 방법.
밝은 가로등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다고 해봅시다. 그 앞으로 아주 작은 벌레 한 마리가 지나가면, 가로등 불빛은 눈으로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살짝 흐려집니다. 트랜싯법(Transit Method)은 바로 이 원리를 별과 행성에 적용한 것입니다. 우리는 그 행성을 직접 보는 것이 아니라, 별빛이 잠깐 줄어들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변화를 기록해서 "무언가가 지나갔다"는 사실을 추론합니다.
망원경이 한 별의 밝기를 오랫동안 계속 측정하면 밝기 변화 그래프, 즉 광도곡선(light curve)을 얻게 됩니다.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가는 동안 광도곡선에는 밝기가 살짝 떨어졌다가 평평하게 유지되고 다시 회복되는 U자 모양의 골이 생깁니다. 이 골의 깊이는 행성과 별의 크기 비율에 의해 결정됩니다. 행성이 별 원반을 가리는 면적만큼 빛이 줄어들기 때문에, 밝기 감소량은 행성 반지름과 별 반지름의 비를 제곱한 값에 해당합니다.
골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간격은 행성의 공전 주기가 됩니다. 같은 깊이의 골이 일정한 간격으로 여러 번 관측되면 행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여기에 별의 크기를 다른 방법으로 알아내면 행성의 실제 크기를 계산할 수 있고, 공전 주기로부터 행성이 별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방법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습니다. 행성의 공전 궤도면이 지구에서 보는 시선 방향과 거의 나란해야만 행성이 별 앞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궤도가 기울어져 있으면 행성이 있어도 별빛을 가리지 않으므로 아무것도 관측되지 않습니다. 또 서로를 가리는 쌍성이나 별 자체의 밝기 변화도 비슷한 신호를 만들 수 있어, 다른 방법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실제 활용을 보면, NASA의 케플러(Kepler) 우주망원경은 하늘의 한 영역을 계속 응시하며 수많은 별의 밝기를 동시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트랜싯 신호를 대량으로 찾아냈습니다. 후속 임무인 TESS는 전 하늘을 나누어 훑으며 비교적 가까운 밝은 별 주위의 행성을 탐색합니다. 이렇게 찾아낸 행성 가운데 조건이 좋은 것들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후속 관측 대상이 됩니다.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별빛 일부가 행성 대기를 통과하면서 특정 파장이 흡수되는데, 이 흔적을 분석하면 대기에 어떤 성분이 있는지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투과 분광(transmission spectroscopy)이라고 부르며, 트랜싯법이 단순히 행성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성질을 조사하는 출발점이 되는 이유입니다.
\frac{\Delta F}{F} \approx \left(\frac{R_p}{R_\star}\right)^2
함께 보기외계행성광도곡선시선속도법투과 분광케플러 우주망원경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파섹
Parsec
별까지의 거리를 재는 단위로,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동안 별의 위치가 어긋나 보이는 정도로 정의한다.
손가락을 눈앞에 세우고 왼쪽 눈, 오른쪽 눈을 번갈아 감아 보면 손가락이 배경에 대해 좌우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손가락이 가까울수록 많이 움직이고, 멀수록 조금 움직입니다. 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반 바퀴 도는 사이에 관측 위치가 크게 달라지므로, 가까운 별은 더 먼 배경 별에 대해 아주 조금 위치가 어긋나 보입니다. 이 어긋남이 얼마나 작은지를 기준으로 만든 거리 단위가 파섹(parsec)입니다.
이 위치 어긋남을 시차(parallax)라고 부릅니다. 지구가 태양에서 떨어진 거리, 즉 1천문단위(AU)만큼 옆으로 옮겨 갔을 때 별이 어긋나 보이는 각도가 1초각(arcsecond, 1도의 3600분의 1)이 되는 거리를 1파섹으로 정의합니다. 이름 자체가 '시차(parallax) 1초각(arcsecond)'을 줄인 말입니다.
정의가 이런 형태이므로 계산은 아주 단순합니다. 시차 각도를 초각 단위로 재기만 하면, 그 값의 역수가 곧 파섹 단위 거리입니다. 시차가 작을수록 거리는 멀어지고, 시차가 절반이면 거리는 두 배가 됩니다. 다만 각도가 작아질수록 측정 오차의 영향이 커지기 때문에, 먼 천체일수록 시차만으로 거리를 정하기는 어려워집니다. 천문학에서는 1000파섹을 킬로파섹(kpc), 100만 파섹을 메가파섹(Mpc)으로 부르며, 각각 은하 안쪽 구조와 은하 사이 거리를 나타낼 때 씁니다.
파섹이 실제로 위력을 발휘한 곳은 시차 측정 전용 우주망원경입니다. 지상에서는 대기가 별빛을 흔들어 놓아 아주 작은 각도를 재기 어렵지만, 대기 밖에서는 훨씬 안정적으로 별의 위치를 반복 측정할 수 있습니다. 유럽우주국(ESA)의 히파르코스(Hipparcos)와 그 후속인 가이아(Gaia) 위성은 같은 별을 여러 해에 걸쳐 반복 관측해 시차를 재고, 이를 파섹 단위 거리로 환산해 별들의 3차원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얻은 거리는 별의 실제 밝기와 크기를 계산하는 출발점이 되고, 더 먼 천체까지 이어지는 거리 사다리의 첫 단을 이룹니다.
d\ [\mathrm{pc}] = \frac{1}{p\ [\mathrm{arcsec}]}
함께 보기연주시차천문단위광년우주 거리 사다리고유운동
중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펄서
Pulsar
아주 빠르게 회전하면서 좁은 방향으로만 전파를 내보내, 지구에서는 규칙적으로 깜빡이는 신호로 관측되는 별의 잔해입니다.
등대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등대의 불빛은 늘 켜져 있지만, 회전하는 반사경 때문에 멀리서 보면 일정한 간격으로 깜빡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펄서(Pulsar)도 마찬가지입니다. 신호 자체가 켜졌다 꺼지는 것이 아니라, 좁은 원뿔 모양으로 뻗어 나가는 빛줄기가 회전하면서 우리 쪽을 스칠 때마다 신호가 잡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구의 망원경에는 시계처럼 규칙적인 맥박(pulse)으로 기록됩니다.
펄서는 무거운 별이 수명을 다하고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뒤 남은 중성자별(neutron star)입니다. 별의 중심부가 자기 중력으로 짓눌려 지름 수십 킬로미터 수준까지 압축되면서, 원래 별이 가지고 있던 회전과 자기장이 좁은 공간에 몰립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팔을 몸에 붙이면 회전이 빨라지는 것과 같은 원리로, 압축된 잔해는 대단히 빠르게 돌게 되고 자기장도 극도로 강해집니다.
이 강한 자기장의 축은 회전축과 어긋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전 입자들은 자기축을 따라 자극(磁極) 방향으로 뿜어져 나가며 전파를 방출하는데, 회전축과 자기축이 어긋나 있으니 이 빛줄기가 회전과 함께 하늘을 쓸고 지나갑니다. 빛줄기가 지구를 향하는 방향에 놓인 경우에만 우리가 펄서로 인식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중성자별은 같은 천체라도 맥박 신호로 잡히지 않습니다. 관측되는 주기는 곧 이 천체의 자전 주기이며, 시간이 흐르면서 회전 에너지를 잃고 아주 조금씩 느려집니다.
펄서의 주기가 대단히 안정적이라는 점은 실용적인 가치를 낳았습니다. 여러 펄서의 신호 도착 시각을 동시에 오랫동안 재는 '펄서 타이밍 어레이(pulsar timing array)' 관측은, 중력파가 지나가면서 신호가 도착하는 시각을 미세하게 앞당기거나 늦추는 효과를 찾는 데 쓰입니다. 지상 검출기가 잡기 어려운 아주 긴 파장의 중력파를 은하 규모의 전파망원경 네트워크로 추적하는 방식입니다. 또 NASA의 X선 관측 장비 NICER에 실린 SEXTANT 실험처럼, 펄서 신호를 일종의 우주 GPS 신호로 삼아 지상 관제의 도움 없이 탐사선이 스스로 위치를 계산하는 자율 항법 기술도 궤도상에서 시연된 바 있습니다.
함께 보기중성자별초신성중력파전파망원경자기장
입문발사체·로켓위성·지구관측
페어링
Payload Fairing
로켓 맨 앞에 씌우는 뾰족한 껍데기로, 실려 가는 짐을 감싸 보호하다가 하늘 높이 올라가면 벗겨져 떨어집니다.
달걀을 택배로 보낼 때 그냥 상자에 넣지 않고, 완충재로 감싼 뒤 단단한 겉포장을 씌웁니다. 페어링(Payload Fairing)은 로켓판 겉포장입니다. 로켓 맨 꼭대기, 뾰족한 원뿔 모양의 그 부분이 페어링이고, 그 안에 인공위성이나 우주 탐사선처럼 실제로 우주로 보내려는 짐이 들어 있습니다. 짐을 목적지 근처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준 뒤에는 필요가 없어지므로, 두 쪽으로 쪼개져 떨어져 나갑니다.
페어링이 막아 주는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공기입니다. 로켓은 발사 직후 대기 속을 아주 빠르게 뚫고 올라가는데, 이때 앞면이 받는 공기의 힘과 마찰열은 얇은 태양전지판이나 정밀한 관측 장비가 그대로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뾰족한 원뿔 형태는 공기를 옆으로 흘려보내 저항을 줄이는 역할도 합니다. 둘째는 소음과 진동입니다. 엔진이 내는 소리는 그 자체로 장비를 흔들어 망가뜨릴 만큼 강해서, 페어링 안쪽에는 이를 흡수하는 재료를 덧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상에서 로켓에 실을 때부터 먼지나 습기를 막아 주는 청정 공간 역할도 합니다.
페어링은 대기가 충분히 옅어지는 고도에 도달하면 분리됩니다. 더 이상 공기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없는데 무거운 껍데기를 계속 지고 올라가면, 그만큼 연료를 낭비하고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짐의 무게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분리는 보통 미리 정해진 이음매를 따라 화약이나 압축가스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조각이 흔들려 안쪽 짐을 건드리지 않도록 바깥쪽으로 벌어지며 떨어져 나갑니다. 이 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짐이 갇힌 채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임무 실패로 이어집니다.
페어링의 크기는 그 로켓이 무엇을 실어 나를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조건이 됩니다. 큰 우주망원경이나 대형 통신위성은 지름이 커서, 페어링 안에 들어가도록 반사경이나 안테나를 접었다가 우주에서 펼치는 구조로 설계하는 일이 흔합니다. 접는 설계 자체가 페어링 지름에 맞추려는 선택인 셈입니다. 반대로 여러 개의 작은 위성을 한 번에 올리는 경우에는, 페어링 안에 위성들을 층층이 쌓거나 원형으로 배치한 뒤 분리 후 차례로 사출합니다. 최근에는 바다로 떨어진 페어링을 배로 건져 세척·점검한 뒤 다시 쓰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페어링이 로켓에서 값이 나가는 부품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함께 보기탑재체다단 로켓단 분리최대 동압저궤도
입문행성과학·태양계관측·천문현상
표본 회수
Sample Return
다른 천체의 흙이나 돌, 기체를 담아 지구로 가져오는 방식의 우주 탐사를 말합니다.
먼 곳의 물건을 사진으로만 보는 것과, 직접 손에 들고 살펴보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표본 회수(Sample Return)는 후자에 해당합니다. 탐사선이 달이나 소행성, 행성에 다가가 그곳의 흙과 돌을 조금 담은 뒤, 그 시료를 지구까지 실어 오는 것입니다. 배달원이 물건을 받아 집까지 가져다주는 일과 비슷합니다.
왜 굳이 가져오려 할까요. 탐사선에 실을 수 있는 분석 장비는 무게와 전력의 제한을 받기 때문에 그 종류와 정밀도가 제한적입니다. 반면 지구의 실험실에는 방 하나를 채울 만큼 큰 장비들이 있고, 시료를 아주 얇게 잘라 보거나 원자 단위로 성분비를 재는 일도 가능합니다. 또 한 번 가져온 시료는 사라지지 않고 보관되므로, 앞으로 더 좋은 장비가 개발되면 같은 시료를 다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십 년 전에 가져온 시료를 최신 기법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연구가 계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만 과정이 까다롭습니다. 목표 천체까지 가서 표면에 접근하고, 시료를 담고, 다시 그곳을 떠나 지구로 돌아온 뒤, 대기권을 통과하는 뜨거운 낙하를 견디고 무사히 착륙해야 합니다. 단계가 하나라도 어긋나면 시료를 잃습니다. 여기에 더해 오염을 막는 일이 중요합니다. 지구의 미생물이나 먼지가 시료에 섞여 들어가면 그것이 원래 그 천체에 있던 물질인지 지구에서 묻은 것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채취 용기는 밀봉되고, 회수된 시료는 외부 공기와 차단된 특수 시설에서 개봉·보관됩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아폴로(Apollo) 계획의 우주비행사들이 달 표면에서 직접 채취해 온 암석과 흙이 대표적인 표본 회수 결과물이며, 이 시료들은 달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논의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사람이 가지 않는 무인 방식도 있습니다. 일본의 하야부사(Hayabusa) 탐사선들은 소행성에 접근해 표면 물질을 채취한 뒤 캡슐만 지구로 떨어뜨렸고, 미국의 오시리스-렉스(OSIRIS-REx)도 소행성 시료를 담아 귀환했습니다. 중국의 창어(Chang'e) 탐사선은 달의 흙을 무인으로 가져왔습니다. 소행성 시료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소행성이 태양계가 만들어지던 초기의 물질을 크게 바뀌지 않은 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한편 화성의 흙을 지구로 가져오려는 계획은 여러 나라에서 논의되어 왔으나, 화성에서 다시 이륙해야 한다는 어려움 때문에 아직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함께 보기소행성재진입행성 보호탐사선우주 풍화
고급관측·천문현상위성·지구관측
합성개구레이더
Synthetic Aperture Radar (SAR)
위성이나 항공기가 움직이면서 전파를 쏘고 되돌아온 신호를 모아, 아주 큰 안테나로 찍은 것처럼 선명한 지표 영상을 만드는 기술.
카메라로 멀리 있는 물체를 또렷하게 찍으려면 렌즈가 커야 합니다. 전파를 쓰는 장비도 마찬가지여서, 선명한 영상을 얻으려면 안테나가 커야 합니다. 하지만 수십 미터짜리 안테나를 위성에 실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작은 안테나를 단 위성이 궤도를 따라 이동하면서 같은 지점을 향해 계속 전파를 쏘고 되돌아온 신호를 기록한 뒤, 이 신호들을 한꺼번에 계산으로 합칩니다. 결과적으로 위성이 지나온 거리만큼 긴 안테나를 쓴 것과 비슷한 효과를 냅니다. '개구(開口, aperture)'는 안테나가 전파를 받아들이는 입구를 뜻하고, 이것을 실제로 만든 것이 아니라 계산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에 '합성(synthetic)'이라는 말이 붙었습니다.
원리의 핵심은 신호의 위상(phase)입니다. 위성이 목표물에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동안 왕복 거리가 조금씩 달라지고, 그에 따라 되돌아온 전파의 위상도 규칙적으로 변합니다. 이 변화 패턴은 목표물이 진행 방향의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므로, 기록해 둔 신호에 예상되는 위상 변화를 맞춰 보는 계산(정합 필터, matched filter)을 하면 목표물의 위치를 분리해낼 수 있습니다. 진행 방향(방위 방향, azimuth) 해상도는 이렇게 얻고, 진행 방향과 직각인 거리 방향(range) 해상도는 넓은 주파수 폭을 가진 처프(chirp) 신호를 보내 되돌아온 시간 차를 정밀하게 구분해 얻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성질이 흥미롭습니다. 방위 방향 해상도는 실제 안테나 길이의 절반 정도로 결정되며, 위성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와는 거의 무관합니다. 즉 궤도가 높아져도 해상도가 그만큼 나빠지지 않습니다. 대신 계산량이 매우 크고, 위성의 위치와 자세를 아주 정밀하게 알아야 신호를 제대로 합칠 수 있습니다.
같은 지역을 두 번 이상 관측해 위상 차이를 비교하는 방식도 널리 쓰입니다. 이를 간섭계 SAR(InSAR)라고 하며, 지표면이 관측 사이에 얼마나 오르내렸는지를 파장보다 작은 규모까지 잡아낼 수 있습니다. 두 안테나를 동시에 써서 지형의 높낮이를 재는 데에도 같은 원리를 씁니다.
실제 활용을 보면 SAR의 장점이 분명해집니다. 스스로 전파를 쏘기 때문에 밤에도 관측이 되고, 쓰는 전파가 구름과 연기를 통과하므로 태풍이 지나가는 중이나 화산 분화로 하늘이 가려진 상황에서도 지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진 뒤 지반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밀렸는지 지도로 만들거나, 화산체가 부풀어 오르는지 감시하거나, 홍수로 잠긴 범위를 흐린 날에 파악하거나, 빙하와 해빙이 움직이는 속도를 추적하는 데 쓰입니다. 지구 밖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두꺼운 대기와 구름에 완전히 덮여 광학 카메라로는 표면을 볼 수 없는 금성의 지형을 그려낸 것도 궤도선에 실린 레이더였고, 짙은 안개층에 싸인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서 표면의 호수와 모래언덕 지형을 확인한 것도 탐사선의 레이더 관측이었습니다.
\delta_{az} \approx \frac{L_a}{2}
함께 보기간섭계 SAR(InSAR)레이더 고도계원격탐사위상지구관측위성
고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허블 상수
Hubble Constant
우주가 지금 얼마나 빠르게 부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 더 빨리 멀어지는 정도를 뜻한다.
빵 반죽에 건포도를 골고루 박아 놓고 오븐에 넣으면, 반죽이 부풀면서 건포도들이 서로 멀어집니다. 이때 어느 건포도에 올라타서 보든 결과는 같습니다. 가까운 건포도는 천천히, 멀리 있는 건포도는 그만큼 더 빨리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죠. 반죽 자체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우주도 이와 비슷하게 공간 자체가 늘어나고 있고, **허블 상수(Hubble constant)**는 "지금 이 반죽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부풀고 있는가"를 하나의 숫자로 요약한 값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멀리 있는 은하가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속도 $v$는 그 은하까지의 거리 $d$에 거의 비례합니다. 이 비례 관계를 허블-르메트르 법칙이라 하고, 그 비례 상수가 바로 허블 상수 $H_0$입니다. 아래 첨자 0은 "현재 시점의 값"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은하가 공간 속을 날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은하 사이의 공간이 늘어나는 것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후퇴 속도는 물체가 광속을 넘을 수 없다는 제약과 충돌하지 않으며, 충분히 먼 영역은 빛보다 빠른 비율로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허블 상수는 단위가 조금 특이합니다. 보통 "거리 단위당 속도"(초속 킬로미터를 메가파섹으로 나눈 값)로 표기하지만, 약분하면 결국 시간의 역수가 됩니다. 그 역수 $1/H_0$을 허블 시간이라 부르며, 팽창 속도가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고 가정했을 때의 우주 나이에 해당하는 눈금이 됩니다. 실제로는 물질의 중력과 암흑 에너지의 영향으로 팽창률이 시간에 따라 변해 왔기 때문에, 이 값은 어디까지나 대략적인 기준일 뿐입니다. 그래서 엄밀하게는 "상수"라기보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허블 변수 $H(t)$의 현재값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H_0$을 재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가까운 우주에서 거리를 한 단계씩 쌓아 올리는 거리 사다리(distance ladder) 방식으로, 밝기 변화 주기가 알려진 변광성과 Ia형 초신성을 발판 삼아 먼 은하까지 거리를 잰 뒤 후퇴 속도와 비교합니다. 다른 하나는 초기 우주가 남긴 **우주배경복사(CMB)**의 무늬를 우주 모형에 넣고 역산해 현재 팽창률을 추정하는 방식입니다. 두 방식이 서로 어긋나는 결과를 내는 문제를 **허블 텐션(Hubble tension)**이라 부르며, 측정 과정에 아직 찾지 못한 계통 오차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표준 우주 모형에 손볼 곳이 있는 것인지가 현재 우주론의 핵심 쟁점입니다.
실제 관측에서 이 값은 여러 미션이 서로 다른 각도에서 공략해 왔습니다. 허블 우주망원경(HST)은 이웃 은하의 변광성을 하나하나 분해해 찍으며 거리 사다리의 아래쪽 발판을 다졌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적외선으로 같은 별들을 다시 관측해 별빛이 겹쳐 보이는 혼선 효과가 기존 거리 측정을 왜곡했는지 검증하고 있습니다. 반대편에서는 플랑크(Planck) 위성이 전천 우주배경복사 지도를 만들어 초기 우주 기반의 추정값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에 LIGO·Virgo가 검출하는 중력파를 이용해 거리 사다리 없이 직접 거리를 재는 "표준 사이렌" 방법이 제3의 독립적인 검증 수단으로 더해지고 있으며, 유클리드(Euclid)와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 같은 광역 탐사 미션도 초신성 표본을 대폭 늘려 이 논쟁에 기여할 예정입니다.
v = H_0 \, d
함께 보기적색편이우주배경복사암흑 에너지Ia형 초신성표준 촛불
고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헤르츠스프룽-러셀 도표
Hertzsprung-Russell Diagram
별의 밝기와 표면 온도를 세로축과 가로축에 놓고, 수많은 별이 어디에 모여 있는지 한눈에 보여 주는 도표입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키와 몸무게를 점으로 찍어 보면, 점들이 아무 데나 흩어지지 않고 대각선을 따라 길게 모입니다. 키가 큰 사람이 대체로 더 무겁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흐름에서 벗어난 몇몇 점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로 눈에 띕니다. 헤르츠스프룽-러셀 도표(Hertzsprung-Russell diagram), 줄여서 H-R도는 별을 대상으로 이 작업을 한 그림입니다. 두 천문학자가 비슷한 시기에 각각 같은 착상에 도달해 이름이 함께 붙었습니다.
가로축은 별의 표면 온도이고, 관례상 왼쪽으로 갈수록 뜨겁습니다(온도 대신 분광형이나 색지수를 쓰기도 합니다). 세로축은 별이 실제로 내놓는 빛의 총량, 즉 **광도(luminosity)**이며 위로 갈수록 밝습니다. 겉보기 밝기가 아니라 거리를 보정한 실제 밝기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광도는 별의 반지름과 표면 온도로 결정됩니다.
$$L = 4\pi R^2 \sigma T^4$$
이 관계 때문에 도표 위의 위치는 곧 별의 크기를 알려 줍니다. 온도가 낮은데도 매우 밝은 별은 표면적이 거대할 수밖에 없고(거성·초거성), 온도가 높은데도 어두운 별은 아주 작아야 합니다(백색왜성). 실제로 점을 찍어 보면 별들은 도표 전체에 고르게 흩어지지 않고 몇 개의 좁은 띠에 몰립니다.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이어지는 대각선 띠가 **주계열(main sequence)**로, 중심핵에서 수소를 태우며 안정적으로 지내는 시기의 별들이 여기 놓입니다. 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 도표 위를 이동하므로, H-R도는 별의 사진첩이자 일생을 그린 지도 역할을 합니다.
실제 활용은 주로 성단에서 이뤄집니다. 한 성단의 별들은 거의 같은 시기에 태어났으므로, 무거운 별부터 차례로 주계열을 떠납니다. 주계열이 꺾여 나가기 시작하는 지점(전향점, turn-off)이 아래쪽일수록 성단이 오래된 것이어서, 이 방법으로 성단의 나이를 가늠합니다.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Gaia) 위성은 수많은 별의 시차를 정밀하게 재어 거리를 확정했고, 덕분에 겉보기 밝기를 실제 광도로 바꿀 수 있어 전례 없이 선명한 H-R도가 만들어졌습니다. **허블 우주망원경(HST)**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구상성단과 이웃 은하처럼 지상에서 별을 하나씩 구분하기 어려운 영역까지 같은 도표를 그려, 그 천체의 별 형성 역사를 되짚는 데 쓰입니다.
L = 4\pi R^2 \sigma T^4
함께 보기주계열성광도백색왜성적색거성분광형
중급발사체·로켓위성·지구관측
호만 전이 궤도
Hohmann Transfer Orbit
낮은 원 궤도에서 높은 원 궤도로 옮겨갈 때 연료를 가장 적게 쓰는, 두 번의 엔진 점화로 이루어지는 타원 경로.
지구 둘레를 도는 두 개의 원형 트랙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안쪽 트랙에서 바깥쪽 트랙으로 옮겨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트랙을 가로질러 직선으로 가로지르는 것은 우주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대신 안쪽 트랙에서 한 번 속도를 올려 길쭉한 타원을 그리며 바깥으로 나아가고, 타원의 가장 먼 지점에 도착했을 때 다시 한 번 속도를 올려 바깥 트랙에 자리를 잡습니다. 이 두 번의 가속으로 만들어지는 타원 경로가 호만 전이 궤도(Hohmann transfer orbit)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보면, 전이 타원은 출발 궤도와 도착 궤도 양쪽에 각각 한 번씩만 닿습니다. 타원에서 중심 천체와 가장 가까운 점(근점)이 출발 궤도의 높이와 같고, 가장 먼 점(원점)이 도착 궤도의 높이와 같습니다. 첫 번째 점화는 근점에서 이루어져 우주선을 타원 궤도에 올려놓고, 두 번째 점화는 반 바퀴를 돈 뒤 원점에서 이루어져 타원을 다시 원으로 펴 줍니다. 두 점화 사이에는 엔진을 끈 채 관성으로만 비행합니다.
각 점화에서 필요한 속도 변화량을 흔히 델타브이(Δv, delta-v)라고 부르며, 전체 임무의 연료 소모량은 이 Δv의 총합으로 가늠합니다. 두 궤도의 반지름 차이가 클수록 필요한 Δv도 커집니다. 호만 전이는 두 원 궤도가 같은 평면에 있고 방향도 같을 때 Δv 합계가 최소가 되는 방식이지만, 대신 반 바퀴를 돌아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급하게 도착해야 하는 임무라면 연료를 더 쓰더라도 다른 경로를 택합니다.
실제 사례로 정지궤도 통신위성이 있습니다. 발사체는 위성을 우선 근점이 낮고 원점이 정지궤도 높이에 닿는 길쭉한 타원(정지천이궤도, GTO)에 올려놓습니다. 위성은 그 뒤 원점에서 자체 엔진을 점화해 궤도를 원형으로 다듬고 적도면에 맞춥니다. 화성으로 향하는 탐사선도 같은 원리를 태양 주위 궤도에 적용합니다. 지구 궤도에서 가속해 태양을 도는 타원에 올라탄 뒤, 그 타원의 먼 쪽에서 화성을 만나도록 출발 시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화성 탐사선의 발사 기회가 아무 때나 열리지 않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찾아오는 이유도, 두 행성이 이 타원 경로의 양 끝에서 제때 만나는 배치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Delta v_1 = \sqrt{\frac{\mu}{r_1}}\left(\sqrt{\frac{2r_2}{r_1+r_2}}-1\right),\quad \Delta v_2 = \sqrt{\frac{\mu}{r_2}}\left(1-\sqrt{\frac{2r_1}{r_1+r_2}}\right)
함께 보기델타브이정지천이궤도발사 윈도우중력 도움궤도 이심률
고급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활동은하핵
Active Galactic Nucleus (AGN)
은하 한가운데가 그 은하의 별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밝게 빛나는 현상, 또는 그렇게 빛나는 중심부.
보통의 은하는 수많은 별빛이 모여 밝게 보입니다. 그런데 어떤 은하는 한가운데의 아주 좁은 영역 하나가, 그 은하에 있는 별을 전부 합친 것보다 더 밝습니다. 도시 전체의 불빛보다 건물 한 채의 창문 하나가 더 밝은 셈입니다. 이렇게 유별나게 밝은 중심부를 활동은하핵(Active Galactic Nucleus, AGN)이라고 부릅니다.
이 빛의 근원은 별이 아니라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입니다. 블랙홀 자체는 빛을 내지 않지만, 주변 기체가 곧장 빨려 들어가지 못하고 각운동량 때문에 원반 모양으로 감기며 천천히 안쪽으로 흘러듭니다. 이 강착원반(accretion disk)에서 기체는 마찰과 압축으로 극도로 뜨거워지고, 그 열이 가시광선·자외선·X선으로 방출됩니다. 즉 AGN의 밝기는 핵융합이 아니라 물질이 중력 우물로 떨어지며 잃는 위치에너지를 빛으로 바꾼 결과이며, 이 변환 효율은 별의 핵융합보다 훨씬 높습니다.
밝기에는 상한이 있습니다. 안쪽으로 끌어당기는 중력과, 바깥으로 밀어내는 빛의 압력(복사압)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에딩턴 광도(Eddington luminosity)라 하고, 이보다 훨씬 밝게 오래 빛나면 스스로 연료를 날려버립니다. 그래서 AGN의 광도로부터 중심 블랙홀 질량의 하한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또 일부 AGN은 원반 안쪽에서 자기장에 의해 물질 일부를 회전축 방향으로 되쏘아 보내는데, 이것이 은하 바깥까지 뻗는 제트(jet)입니다.
AGN이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는 보는 각도 때문이라는 설명이 널리 쓰입니다(통일 모형, unification model). 원반 바깥을 도넛 모양의 두꺼운 먼지 구름이 둘러싸고 있어서, 옆에서 보면 중심이 가려져 어둡고 붉게 보이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중심이 그대로 드러나 밝게 보입니다. 제트를 정면으로 마주 보는 경우에는 밝기가 짧은 시간에도 크게 변합니다. 세이퍼트 은하, 퀘이사(quasar), 전파은하, 블레이자 같은 분류가 결국 같은 구조의 다른 단면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 관측에서 AGN은 여러 파장의 망원경을 동시에 동원하는 대표적인 대상입니다. 찬드라(Chandra)와 XMM-뉴턴 같은 X선 망원경은 원반 가장 안쪽에서 나오는 고에너지 빛과, 중력으로 일그러진 철 방출선을 통해 블랙홀 근처의 시공간을 조사합니다. 허블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먼지에 가려진 핵을 적외선으로 들여다보고, 먼 우주의 어린 AGN을 찾아 블랙홀과 은하가 어떻게 함께 자랐는지를 추적합니다. 지상의 전파망원경들을 지구 크기로 연결한 사건지평선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은 가까운 활동은하 M87의 중심을 겨냥해 블랙홀 그림자를 담은 영상을 내놓았고, 페르미(Fermi) 감마선 망원경은 제트를 정면으로 향한 천체들의 급격한 밝기 변화를 감시합니다.
L_{\mathrm{Edd}} = \frac{4\pi G M m_p c}{\sigma_T}
함께 보기초대질량 블랙홀강착원반퀘이사상대론적 제트에딩턴 광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