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발사체·로켓
고체 부스터
Solid Rocket Booster
로켓 옆이나 아래에 붙여 발사 초반에 추가로 밀어주는, 굳은 연료를 담은 보조 추진 장치입니다.
무거운 짐을 실은 자전거로 언덕을 오를 때, 뒤에서 누군가 처음 몇 초 동안 힘껏 밀어주면 훨씬 수월하게 출발할 수 있습니다. 고체 부스터(Solid Rocket Booster)는 로켓에게 바로 그 '뒤에서 밀어주는 손' 역할을 합니다. 로켓이 가장 무겁고 가장 느린 발사 직후에 붙어서 함께 타오르다가, 연료를 다 쓰면 떨어져 나갑니다.
이름에 '고체'가 들어간 이유는 연료가 굳은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액체 연료를 쓰는 엔진은 탱크에 담긴 연료와 산소를 펌프로 끌어와 연소실에서 섞어야 하지만, 고체 부스터는 연료 역할을 하는 물질과 산소를 내주는 물질을 미리 반죽해 굳혀 원통 안에 통째로 채워 넣습니다. 우주에는 공기가 없으므로 태울 산소를 스스로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이 반죽 안에 산소 공급원이 이미 섞여 있는 것입니다.
구조가 단순한 만큼 장단점이 뚜렷합니다. 펌프와 배관, 밸브가 거의 없어 만들기 쉽고, 연료를 채운 상태로 오래 보관하다가 필요할 때 점화할 수 있으며, 같은 크기 대비 순간적으로 내는 힘이 큽니다. 대신 한 번 불이 붙으면 중간에 끄거나 세기를 마음대로 줄이기 어렵습니다. 밀어내는 힘의 세기는 굳은 연료 덩어리 가운데를 어떤 모양으로 파내느냐로 미리 정해집니다. 타는 면적이 넓어지는 모양으로 파두면 힘이 점점 세지고, 좁아지는 모양이면 약해지는 식입니다.
이런 성질 때문에 고체 부스터는 보통 '주 엔진'이 아니라 '거들어주는 역할'로 쓰입니다. 큰 로켓들은 액체 엔진을 중심에 두고 옆구리에 고체 부스터를 두 개 또는 네 개씩 붙여 발사하며, 부스터가 다 타면 분리해 버리고 가벼워진 몸체로 계속 올라갑니다. 유럽의 아리안(Ariane) 계열, 미국의 우주왕복선(Space Shuttle)과 그 뒤를 이은 SLS, 일본의 H-II 계열 로켓이 모두 이런 방식을 씁니다. 인도의 PSLV처럼 고체와 액체 단을 번갈아 쌓은 로켓도 있습니다. 한편 우주왕복선의 고체 부스터는 바다에 떨어진 뒤 건져 올려 재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함께 보기액체 로켓 엔진추력단 분리비추력발사체
입문천문·천체물리행성과학·태양계
골디락스 영역
Habitable Zone
별 주위에서 행성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수 있을 만큼 별과의 거리가 알맞은 구간.
동화 속 골디락스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딱 알맞은 온도의 죽을 골랐습니다. 별 주위에도 그런 '딱 알맞은' 구간이 있습니다. 별에 너무 가까우면 물이 모두 끓어 증발하고, 너무 멀면 모두 얼어붙습니다. 그 사이의 띠 모양 구간을 골디락스 영역(Habitable Zone), 우리말로는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이라고 부릅니다.
이 구간의 위치는 별이 내놓는 빛과 열의 양에 따라 달라집니다. 밝고 뜨거운 별일수록 골디락스 영역은 더 바깥쪽에 놓이고 폭도 넓어집니다. 반대로 어둡고 차가운 별 주위에서는 영역이 별 가까이에 바짝 붙어 좁게 형성됩니다. 태양계에서는 지구가 이 구간 안에 들어 있고, 금성과 화성은 각각 안쪽 경계와 바깥쪽 경계 부근에 놓인 것으로 이야기됩니다.
다만 이 영역 안에 있다고 해서 곧바로 생명체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액체 상태의 물이 유지되려면 별과의 거리 외에도 행성이 대기를 붙잡아 둘 만큼 충분한 중력을 가졌는지, 대기의 온실효과가 얼마나 강한지, 행성이 암석으로 이루어졌는지 같은 조건이 함께 맞아야 합니다. 두꺼운 대기는 온실효과로 표면을 데워 영역의 바깥 경계를 더 멀리 밀어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골디락스 영역은 '생명이 사는 곳'이라기보다 '먼저 살펴볼 만한 후보를 좁혀 주는 기준'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이 영역 밖에서도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목성이나 토성의 얼음 위성들은 태양에서 아주 멀지만, 모행성의 중력이 위성 내부를 주무르며 만들어 내는 열 때문에 얼음 껍질 아래에 바다를 품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경우는 별빛이 아니라 다른 열원이 물을 녹이는 셈입니다.
실제 관측에서 이 개념은 외계행성 탐색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쓰입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별빛이 살짝 어두워지는 현상을 이용해 수많은 행성 후보를 찾아냈는데, 연구자들은 그중 별로부터의 거리가 골디락스 영역에 해당하고 크기가 지구와 비슷한 것들을 골라 집중적으로 후속 관측을 진행했습니다. 이어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이렇게 추려진 행성이 별 앞을 지나는 순간 대기를 통과한 별빛을 분석해, 그 대기에 어떤 기체가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거주 가능성을 한 단계 더 검증하고 있습니다.
함께 보기외계행성통과관측법온실효과적색왜성조석가열
입문행성과학·태양계
공포의 7분
Seven Minutes of Terror
화성에 도착한 탐사선이 하늘에서 땅에 내려앉기까지, 지구에서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이 지켜보기만 하는 짧고 위험한 시간.
높은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서 짐 상자를 떨어뜨려, 스스로 속도를 줄이고 낙하산을 펴고 정해진 마당 한가운데에 똑바로 내려놓게 만든다고 생각해 보세요. 게다가 그 상자와는 전화가 통하지 않아서, 지켜보는 사람은 손을 쓸 수 없습니다. 화성에 탐사선을 내려놓는 일이 딱 이와 같습니다. 이 마지막 구간에 붙은 별명이 '공포의 7분(Seven Minutes of Terror)'입니다.
화성으로 날아온 탐사선은 대단히 빠른 속도로 화성의 공기층에 부딪칩니다. 먼저 그릇처럼 생긴 열 방패가 앞을 막아 공기와의 마찰로 속도를 줄이고, 이때 방패 표면은 아주 뜨거워집니다. 속도가 충분히 떨어지면 낙하산이 펼쳐지고, 다 쓴 열 방패를 떼어냅니다. 낙하산만으로는 안전한 속도까지 줄일 수 없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아래쪽으로 불을 뿜는 로켓이 켜져 천천히 내려앉습니다. 이 전체 과정을 진입·강하·착륙(EDL, Entry, Descent, Landing)이라고 부릅니다.
이 순서는 모두 탐사선이 스스로 판단해 자동으로 실행합니다. 한 단계라도 정해진 순간을 놓치면 다음 단계가 어긋나고,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걸리는 시간은 미션과 착륙 지점에 따라 조금씩 달라서 '7분'은 정확한 값이라기보다 이 구간을 부르는 이름에 가깝습니다.
'공포'라는 말이 붙은 진짜 이유는 통신 때문입니다. 화성과 지구는 매우 멀리 떨어져 있어, 탐사선이 보낸 신호가 빛의 속도로 달려와도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그 지연이 착륙에 걸리는 시간보다 길기 때문에, 관제실이 '대기권에 진입했다'는 소식을 받는 순간이면 화성에서는 이미 성공이든 실패든 결말이 나 있습니다. 관제팀이 할 수 있는 일은 화면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이 표현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화성 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의 착륙 과정을 소개한 홍보 영상 제목으로 쓰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큐리오시티는 로켓을 단 공중 기중기 장치가 줄로 로버를 지면에 내려놓는 '스카이크레인(Sky Crane)' 방식으로 착륙했고, 이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로버도 같은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지금도 화성 착륙 생중계가 있을 때마다 해설자들이 이 구간을 '공포의 7분'이라고 부릅니다.
함께 보기진입·강하·착륙(EDL)열 방패스카이크레인역추진 로켓통신 지연
입문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광년
Light-year
빛이 1년 동안 나아가는 거리를 하나의 단위로 삼은 것으로, 시간이 아니라 거리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광년(light-year)'이라는 말에는 '년(年)'이 들어 있어서 시간을 뜻한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거리를 재는 자입니다. 자동차로 한 시간 달리는 거리를 '한 시간 거리'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빛은 우주에서 가장 빠르게 달리는 존재이고, 그 빛이 1년 내내 쉬지 않고 달렸을 때 도달하는 거리가 1광년입니다.
우주는 킬로미터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넓습니다. 별까지의 거리를 킬로미터로 쓰면 0이 열 개 넘게 붙어서 읽기도 비교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빛의 속도라는, 우주 어디에서나 같은 값을 기준으로 삼아 거리를 재기로 한 것입니다. 계산 방식은 간단합니다. 빛의 속도에 1년이라는 시간을 곱하면 됩니다.
광년에는 한 가지 재미있는 성질이 따라옵니다. 어떤 별이 10광년 떨어져 있다면, 그 별에서 출발한 빛은 10년을 여행한 끝에 지금 우리 눈에 닿은 것입니다. 즉 우리가 보는 것은 그 별의 현재 모습이 아니라 10년 전 모습입니다. 멀리 있는 대상을 본다는 것은 곧 과거를 본다는 뜻이 되고, 이 때문에 망원경은 일종의 시간 기록 장치이기도 합니다.
천문학 현장에서는 대상의 거리에 따라 단위를 나눠 씁니다. 태양계 안에서는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를 1로 놓은 천문단위(AU)를 쓰고, 별과 은하를 다룰 때 광년이나 파섹(parsec)을 씁니다. 논문에서는 파섹이 더 자주 쓰이지만, 일반 독자를 위한 설명에서는 광년이 직관적이라 널리 쓰입니다.
실제 관측에서 광년은 이렇게 등장합니다.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Gaia) 위성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동안 별의 위치가 미세하게 어긋나 보이는 현상을 측정해 수많은 별까지의 거리를 광년 단위로 정리했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아주 먼 은하를 촬영할 때도, 그 빛이 우리에게 닿기까지 걸린 시간이 곧 그 은하가 얼마나 오래된 모습인지를 알려 줍니다. 성간 탐사선인 보이저(Voyager) 1호는 태양계 밖으로 나갔지만, 아직 1광년의 아주 작은 일부만을 지났을 뿐입니다.
1\ \text{ly} = c \times 1\ \text{year}
함께 보기빛의 속도파섹천문단위적색편이연주시차
입문관측·천문현상
광해
Light Pollution
도시의 인공 불빛이 밤하늘을 밝게 만들어 별빛이 잘 보이지 않게 되는 현상.
밤에 방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바깥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방 안의 전등이 너무 밝아서 창유리에 방 안 풍경이 비치기 때문입니다. 불을 끄고 잠시 기다리면 그제야 바깥 풍경이 드러납니다. 도시에서 별이 보이지 않는 이유도 이와 비슷합니다. 별빛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불빛이 너무 밝아서 별빛이 묻혀버리는 것입니다.
가로등, 건물 조명, 간판, 자동차 불빛에서 나온 빛은 위쪽으로도 퍼져 나갑니다. 이 빛이 공기 중의 먼지나 물방울에 부딪혀 사방으로 흩어지면, 하늘 전체가 은은하게 밝아집니다. 이렇게 밝아진 하늘을 배경으로 별을 보면, 별과 배경의 밝기 차이가 줄어들어 어두운 별부터 차례로 보이지 않게 됩니다. 도시 한복판에서는 가장 밝은 별 몇 개와 달, 그리고 밝은 행성 정도만 남습니다.
광해(光害, light pollution)는 천문 관측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밤에도 밝은 환경은 야행성 동물의 활동과 이동, 곤충의 행동, 사람의 수면 리듬에도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불빛을 무조건 줄이기보다, 빛이 위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조명 갓의 방향을 조정하고 필요한 곳만 비추는 방식이 함께 논의됩니다.
천문대를 세울 때 광해는 위치를 정하는 핵심 기준입니다. 세계의 주요 대형 망원경들이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사막 고원이나 외딴 섬의 산 정상에 자리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공기가 건조하고 안정적인 데다, 주변에 인공 불빛이 거의 없는 곳을 고른 결과입니다. 우주망원경이 지구 대기 밖에서 관측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큰 이점을 가집니다. 대기의 흔들림과 함께 지상의 인공 불빛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한편 최근에는 저궤도를 도는 수많은 통신위성이 햇빛을 반사해 관측 사진에 밝은 줄무늬를 남기는 문제가 새로 제기되어, 위성 표면을 어둡게 처리하거나 관측 시간을 피해 가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함께 보기겉보기 등급시상천문대대기 산란우주망원경
입문위성·지구관측관측·천문현상
군집위성
Satellite Constellation
여러 대의 인공위성이 정해진 궤도에 나뉘어 배치되어, 하나의 팀처럼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위성 무리를 말합니다.
도시의 버스 노선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버스 한 대만 운행하면 그 버스가 지나간 직후에 정류장에 도착한 사람은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같은 노선에 여러 대를 일정한 간격으로 띄우면, 언제 정류장에 나가도 곧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군집위성(Satellite Constellation)도 같은 발상입니다. 위성 한 대는 지구 위 한 지점 위를 잠깐 지나갈 뿐이지만, 여러 대를 서로 다른 위치에 배치해 두면 지상의 어느 곳이든 항상 위성 하나가 머리 위에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위성은 지구를 계속 돌기 때문에, 한 대가 특정 지역 상공에 머무는 시간은 제한적입니다. 이 한계를 넘는 방법은 두 가지 축으로 위성을 흩뿌리는 것입니다. 하나는 궤도면을 여러 개 두는 것으로, 마치 지구를 감싸는 여러 개의 굴렁쇠를 서로 다른 각도로 기울여 놓는 것과 같습니다. 다른 하나는 같은 궤도면 안에서 위성들을 앞뒤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늘어놓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조합하면 지구 전체를 빈틈없이 덮는 그물망이 만들어집니다.
군집을 이루는 위성들은 대체로 크기가 작고 구조가 단순한 편입니다. 한 대에 모든 기능을 몰아넣은 대형 위성과 달리, 임무를 여러 대에 나눠 맡기기 때문입니다. 이 방식에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 대가 고장 나도 나머지가 임무를 이어가고, 고장 난 자리에는 새 위성을 채워 넣으면 됩니다. 반면 관리해야 할 대상이 수십에서 수천 대로 늘어나므로,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위치를 조정하고 수명이 다한 위성을 궤도에서 내리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실제 사례로는 위성항법 시스템이 대표적입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 지도가 현재 위치를 알아내려면 여러 대의 위성 신호를 동시에 받아야 하는데, 이는 위성 한 대로는 불가능하고 지구 전역에 퍼진 군집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미국의 GPS, 유럽의 갈릴레오(Galileo),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S), 중국의 베이더우(BeiDou)가 모두 이런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최근에는 지구 저궤도에 많은 수의 통신 위성을 올려 인터넷을 제공하는 스타링크(Starlink)나 원웹(OneWeb) 같은 서비스, 그리고 지구 관측용으로 여러 대의 소형 위성을 띄워 같은 지역을 자주 촬영하는 플래닛(Planet)의 위성군도 군집위성의 사례입니다.
함께 보기지구 저궤도궤도면위성항법 시스템정지궤도우주 쓰레기
입문행성과학·태양계관측·천문현상
근지구천체
Near-Earth Object (NEO)
태양을 도는 길이 지구 궤도 가까이까지 다가오는 소행성이나 혜성을 통틀어 부르는 말.
운동장 트랙을 여러 사람이 각자 다른 크기의 원을 그리며 뛰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대부분은 서로 멀찍이 떨어진 레인을 돌지만, 몇몇은 안쪽 레인 쪽으로 크게 휘어져 들어와 다른 사람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갑니다. 태양 주위를 도는 수많은 바위 덩어리와 얼음 덩어리 가운데, 이렇게 지구가 도는 길 근처까지 들어오는 것들을 **근지구천체(Near-Earth Object, NEO)**라고 부릅니다.
근지구천체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하나는 주로 돌과 금속으로 이루어진 **소행성(asteroid)**이고, 다른 하나는 얼음과 먼지가 섞여 있어 태양에 가까워지면 기체를 뿜어내며 꼬리를 만드는 **혜성(comet)**입니다. 수는 소행성 쪽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크기는 몇 미터짜리 돌덩이부터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것까지 다양하며, 작은 것일수록 훨씬 흔합니다.
'지구 가까이'라고 해서 곧 부딪힌다는 뜻은 아닙니다. 천문학에서 말하는 가까움은 일상적인 거리 감각보다 훨씬 큰 규모여서, 지구 옆을 지나간다는 천체도 대개 달보다 먼 곳을 통과합니다. 다만 그중 궤도가 지구 궤도와 실제로 교차하면서 어느 정도 이상 큰 천체는 따로 **잠재적 위험 천체(Potentially Hazardous Object, PHO)**로 분류해 더 자주 위치를 확인합니다. 위험 여부는 '지금 어디 있는가'가 아니라 '앞으로 궤도가 어떻게 이어지는가'로 판단하기 때문에, 새로 발견된 천체는 여러 날에 걸쳐 반복 관측해 궤도를 다듬어 나갑니다.
근지구천체가 주목받는 이유는 위험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들은 태양계가 만들어지던 시기의 물질을 크게 변형되지 않은 채 간직하고 있어, 행성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아볼 수 있는 표본 역할을 합니다. 또 지구에서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위치에 있다는 점 때문에, 탐사선을 보내 물질을 연구하기에도 유리한 대상입니다.
실제 우주 활동에서 근지구천체는 두 갈래로 다루어집니다. 하나는 감시입니다. 여러 나라의 지상 망원경이 밤하늘을 반복해서 훑으며 배경 별들 사이에서 위치가 움직이는 점을 찾아내고, 이렇게 모인 관측 자료는 국제적으로 공유되어 궤도 계산에 쓰입니다. 다른 하나는 직접 탐사입니다. 근지구 소행성에 탐사선을 보내 표면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되돌려 보내는 시료 회수 임무가 여러 차례 수행되었고, 소행성에 우주선을 일부러 충돌시켜 궤도를 아주 조금 바꿀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도 실제로 이루어졌습니다. 후자는 먼 미래에 위험한 천체가 발견될 경우에 대비해 대응 수단을 미리 검증해 두려는 시도입니다.
함께 보기소행성혜성잠재적 위험 천체소행성대시료 회수 임무
입문위성·지구관측행성과학·태양계
근지점과 원지점
Perigee and Apogee
지구 둘레를 도는 물체의 궤도에서 지구와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이 근지점, 가장 멀어지는 지점이 원지점입니다.
운동장 트랙을 완벽한 원이 아니라 살짝 눌린 타원 모양으로 그렸다고 생각해 봅시다. 트랙 한가운데가 아니라 약간 한쪽으로 치우친 곳에 지구가 놓여 있다면, 트랙을 도는 사람은 지구에 바짝 다가서는 구간과 멀찍이 떨어지는 구간을 번갈아 지나게 됩니다. 이때 가장 가까이 붙는 자리가 근지점(perigee), 가장 멀리 벗어나는 자리가 **원지점(apogee)**입니다. 달도, 인공위성도 지구 주위를 이렇게 돌고 있습니다.
지구 주위를 도는 물체의 길은 대부분 완전한 원이 아니라 조금씩 찌그러진 타원입니다. 이 찌그러진 정도를 나타내는 값을 이심률(eccentricity)이라고 하며, 0이면 완전한 원이고 값이 커질수록 길쭉해집니다. 원 궤도에 가까울수록 근지점과 원지점의 높이 차이가 작아지고, 길쭉한 궤도일수록 두 지점의 차이가 크게 벌어집니다.
두 지점에서는 속도도 달라집니다. 지구에 가까운 근지점에서는 잡아당기는 힘이 강해져 가장 빠르게 지나가고, 먼 원지점에서는 가장 느리게 움직입니다. 마치 그네가 가장 낮은 곳에서 제일 빠르고 가장 높이 올라간 순간 잠시 느려지는 것과 같습니다. 이 때문에 궤도를 바꾸려는 조작은 아무 데서나 하지 않고, 원하는 효과가 가장 잘 나오는 지점을 골라서 합니다. 참고로 태양을 도는 물체에는 근일점·원일점, 다른 천체 전반에는 근점·원점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실제 위성 발사에서 이 개념은 매우 자주 등장합니다. 통신위성은 흔히 근지점은 낮고 원지점은 목표 고도까지 올라가는 길쭉한 중간 궤도에 먼저 놓입니다. 그 뒤 위성이 원지점에 도달한 순간 엔진을 점화해 속도를 올리면, 낮았던 근지점이 끌어올려지면서 궤도 전체가 둥근 모양으로 다듬어집니다. 달 탐사선도 비슷하게 원지점을 조금씩 늘려 가며 달 근처까지 궤도를 키운 뒤 달 궤도에 진입합니다. 지구 관측 위성의 궤도를 소개할 때 "근지점 몇 km, 원지점 몇 km"라고 표기하는 것도, 그 위성이 얼마나 낮게 내려오고 얼마나 높이 올라가는지를 한눈에 보여 주기 위해서입니다.
r_p = a(1 - e), \quad r_a = a(1 + e)
함께 보기이심률타원 궤도정지궤도궤도 전이근일점과 원일점
입문발사체·로켓
단분리
Stage Separation
로켓이 날아가는 도중, 연료를 다 쓴 아래쪽 부분을 떼어내 버리는 것.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을 오른다고 생각해 봅시다. 다 마신 물병을 계속 지고 가면 힘만 듭니다. 빈 물병을 버릴수록 걸음이 가벼워지겠죠. 로켓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료를 다 쓴 통은 이제 빈 껍데기일 뿐인데, 그걸 계속 밀고 올라가려면 엄청난 힘이 낭비됩니다. 그래서 다 쓴 부분을 도중에 떼어내 버립니다. 이것이 단분리입니다.
로켓은 보통 위아래로 여러 덩어리를 쌓아 만듭니다. 각 덩어리를 '단(段, stage)'이라고 부르며, 아래쪽 단부터 차례로 불을 뿜습니다. 아래쪽 단이 연료를 다 쓰면 엔진이 꺼지고, 연결 부위가 풀리면서 그 단이 떨어져 나갑니다. 그 직후 위쪽 단의 엔진에 불이 붙어 남은 여정을 이어갑니다. 떨어져 나간 단은 대개 바다로 떨어지거나 대기에 부딪히며 타 없어집니다.
왜 이렇게 번거로운 방식을 쓸까요? 로켓이 우주 속도에 도달하려면, 밀어내는 힘 대비 기체의 무게가 최대한 가벼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덩어리로 만든 로켓은 연료가 줄어들어도 텅 빈 연료통과 무거운 엔진을 끝까지 짊어지고 가야 합니다. 반면 여러 단으로 나누면, 필요 없어진 무게를 버려가며 점점 가벼운 몸으로 가속할 수 있습니다. 위쪽 단은 공기가 희박한 높은 곳에서만 일하므로, 그에 맞춰 엔진 모양도 다르게 설계합니다.
분리 방식도 여러 가지입니다. 연결 고리를 화약으로 순간적으로 끊는 방법, 볼트를 폭발로 풀어내는 방법, 위쪽 단 엔진의 화염을 아래쪽으로 뿜어 밀어내듯 떼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두 단이 서로 부딪히지 않게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깔끔하게 갈라져야 합니다. 로켓의 앞머리를 감싸 위성을 보호하는 덮개(페어링, fairing)를 떼어내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같은 원리의 분리 동작입니다.
실제 발사 중계를 보면 단분리 순간이 늘 주요 장면으로 잡힙니다. 한국의 누리호(KSLV-II)는 세 개의 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상승 도중 두 번의 단분리를 거쳐 위성을 목표 궤도에 올려놓습니다.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Falcon 9)은 분리된 1단을 버리지 않고 되돌려 착륙시켜 재사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폴로 계획처럼 달로 향하는 임무에서도 여러 단을 차례로 떼어내며 나아갔습니다. 단분리는 발사에서 가장 아슬아슬한 순간 중 하나라,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임무 전체가 실패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함께 보기다단로켓페어링추력발사체재사용 발사체
입문유인우주·탐사위성·지구관측
미세중력
Microgravity
우주선처럼 계속 떨어지는 상태에 있어서 안에 있는 물체에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상태.
높은 곳에서 엘리베이터의 줄이 끊어져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 안에 탄 사람은 순간적으로 몸이 붕 뜨는 느낌을 받습니다. 사람도 엘리베이터도 똑같은 속도로 떨어지고 있어서 발바닥이 바닥을 누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주정거장 안에서 사람과 물건이 떠다니는 이유도 똑같습니다. 중력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주정거장과 그 안의 모든 것이 함께 떨어지고 있어서 서로 누르는 힘이 없어진 것입니다.
흔히 "무중력"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말은 아닙니다. 지구 주위를 도는 우주정거장 위치에서도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은 지표면의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다만 우주정거장은 앞으로 아주 빠르게 나아가면서 동시에 계속 지구 쪽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떨어지는 궤적이 둥근 지구 표면을 따라 휘어져 결국 땅에 닿지 못하고 계속 돌게 됩니다. 이렇게 끝없이 떨어지는 상태를 자유낙하(free fall)라고 하며, 자유낙하 중인 공간 안에서 나타나는 것이 미세중력(microgravity)입니다.
완전한 0이 아니라 "미세(micro)"라는 말이 붙은 이유는, 실제로는 아주 작은 힘들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우주정거장은 크기가 있어서 지구에 가까운 쪽과 먼 쪽이 받는 인력이 미세하게 다르고, 희박하게 남아 있는 대기와의 마찰, 자세 조정용 엔진 분사, 승무원이 벽을 발로 차는 움직임까지 모두 미약한 가속도를 만듭니다. 그래서 정밀 실험을 하는 장비는 진동을 흡수하는 받침대 위에 올려 두기도 합니다.
이 환경에서는 지상에서 늘 일어나던 일이 사라집니다. 무거운 것이 가라앉고 가벼운 것이 뜨는 대류가 거의 없어지고, 액체는 표면장력 때문에 둥근 방울 모양이 됩니다. 덕분에 금속을 그릇에 닿지 않게 공중에 띄운 채 녹이거나, 지상에서는 가라앉아 섞이지 않는 물질을 고르게 섞어 보는 실험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단백질 결정을 천천히 키워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실험, 불꽃이 대류 없이 어떻게 타는지 보는 연소 실험, 인체 세포를 배양하는 생명과학 실험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또한 우주비행사가 장기간 체류하면 뼈와 근육이 약해지고 체액이 얼굴 쪽으로 몰리는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에, 달과 화성 유인 탐사를 준비하는 우주 의학 연구에서 미세중력은 핵심 관찰 대상입니다. 지상에서도 항공기를 포물선 궤도로 비행시키거나 낙하탑에서 시료를 떨어뜨려 짧은 시간 동안 같은 상태를 만들어 실험합니다.
함께 보기자유낙하지구 저궤도국제우주정거장궤도 속도우주 의학
입문발사체·로켓위성·지구관측
발사 윈도우
Launch Window
로켓을 목표 궤도나 목적지로 제대로 보내기 위해 발사가 허용되는, 미리 계산된 시간 구간을 말합니다.
기차를 타려면 정해진 시간에 승강장에 서 있어야 합니다. 1분 늦으면 기차는 이미 떠나 있고, 다음 기차를 기다려야 합니다. 발사 윈도우(Launch Window)도 이와 비슷합니다. 로켓은 아무 때나 쏘아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가 '올바른 자리'에 와 있는 짧은 시간 동안에만 떠날 수 있습니다.
이런 제약이 생기는 이유는 지구도, 목적지도 모두 계속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스스로 돌면서 동시에 태양 주위를 돌고, 달과 다른 행성들도 각자의 길을 따라 움직입니다. 발사장이 지구 자전을 따라 원하는 방향을 향하는 순간, 그리고 목적지가 로켓이 도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순간이 겹쳐야 비로소 출발이 가능합니다.
로켓이 실을 수 있는 연료의 양이 정해져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어긋난 시각에 출발하면 방향을 바로잡느라 연료를 더 써야 하는데, 그만큼 실을 수 있는 짐은 줄어듭니다. 그래서 발사 윈도우는 '연료를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출발해도 되는 시간'이라고 바꿔 말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발사장 주변의 바람과 구름, 낙하 예정 구역에 배나 비행기가 없는지 같은 조건까지 더해지면, 실제로 쓸 수 있는 시간은 더 좁아집니다.
윈도우의 길이는 목적지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이라면 하루에도 여러 번 기회가 돌아오고, 그 폭도 비교적 넉넉한 편입니다. 반면 이미 하늘을 돌고 있는 우주정거장을 따라잡아야 하는 보급선이나 유인 우주선은, 정거장이 지나가는 궤도면에 정확히 올라타야 하기 때문에 윈도우가 사실상 한 순간으로 좁아지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순간 윈도우(instantaneous window)'라고 부릅니다.
가장 까다로운 것은 다른 행성으로 가는 탐사선입니다. 화성 탐사선은 지구와 화성이 서로 알맞은 각도에 놓이는 시기에만 떠날 수 있고, 그 기회를 놓치면 두 행성이 다시 같은 배치가 될 때까지 몇 해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 나라의 화성 탐사선이 비슷한 시기에 몰려서 발사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뉴스에서 발사가 '기상 악화로 연기되어 다음 윈도우를 기다린다'는 소식이 자주 들리는 것도, 이 시간 구간이 그만큼 좁고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함께 보기궤도면호만 전이 궤도발사각(방위각)랑데부지구정지궤도
입문유인우주·탐사발사체·로켓
발사 중단 시스템
Launch Abort System (LAS)
발사 도중 로켓에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이 탄 부분만 로켓에서 떼어내 빠르게 멀리 보내는 비상 탈출 장치입니다.
자동차의 에어백은 평소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다가, 사고가 나는 순간에만 순식간에 터져 사람을 보호합니다. 발사 중단 시스템(Launch Abort System, LAS)도 같은 성격의 장치입니다. 발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끝까지 한 번도 쓰이지 않고 버려지지만, 로켓에 이상이 생긴 그 짧은 순간에는 사람이 탄 부분만 떼어내 로켓에서 멀리 떨어뜨립니다.
로켓은 대부분이 연료와 산화제로 채워진 거대한 통입니다. 이 연료에 문제가 생기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불길이나 폭발로 번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타는 우주선은 로켓 맨 위에 붙이고, 그 위나 옆에 별도의 탈출용 엔진을 답니다. 이상이 감지되면 우주선과 로켓을 잇는 연결부가 끊어지고, 탈출용 엔진이 강하게 점화되어 우주선을 위쪽 또는 옆쪽으로 밀어냅니다.
탈출 방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우주선 위에 뾰족한 탑처럼 생긴 탈출탑을 세우고 그 안의 고체 연료 엔진으로 우주선을 끌어올리는 방식(견인형)입니다. 다른 하나는 우주선 옆면에 엔진을 심어 아래에서 밀어내는 방식(추진형)으로, 이 경우 탈출 장치를 버리지 않고 착륙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판단과 작동이 사람의 반응 속도보다 빨라야 하므로, 이상 감지부터 점화까지는 자동 장치가 처리합니다.
탈출한 우주선은 곧 낙하산을 펴고 바다나 지상에 내려앉습니다. 즉 발사 중단 시스템은 탈출 엔진, 연결 분리 장치, 이상 감지 장치, 낙하산까지 하나로 묶인 체계이며, 사람이 타지 않는 화물용 로켓에는 대체로 달리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 장치는 시험대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러시아 소유즈(Soyuz) 우주선은 발사 직후 로켓 이상이 발생하자 탈출 체계가 작동해 승무원이 무사히 지상으로 돌아왔고, 이보다 앞서 발사대 위에서 불이 났을 때도 탈출탑이 승무원을 화염 밖으로 끌어냈습니다. 미국의 오리온(Orion) 우주선과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Crew Dragon) 역시 유인 비행 전에 일부러 비행 중 로켓과 우주선을 분리시키는 비상 탈출 시험을 거쳐, 실제 상황에서 승무원을 살릴 수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함께 보기유인 우주선탈출탑페이로드 페어링낙하산 감속발사체 단분리
입문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블랙홀
Black Hole
중력이 너무 강해서 한번 안으로 들어간 것은 빛조차 다시 빠져나올 수 없는 천체.
공을 하늘로 던지면 다시 떨어집니다. 더 세게 던지면 더 높이 올라가고, 아주 세게 던지면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날아갑니다. 어떤 천체를 벗어나는 데 필요한 최소 속도를 **탈출 속도(escape velocity)**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천체는 질량이 좁은 공간에 극단적으로 몰려 있어서, 탈출 속도가 우주에서 가장 빠른 속도인 빛의 속도보다 커집니다. 그러면 빛조차 밖으로 나올 수 없고, 우리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검은 영역이 됩니다. 이것이 블랙홀입니다.
블랙홀의 경계면을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부릅니다. 이 선은 어떤 물리적인 표면이나 벽이 아니라 "여기를 넘어가면 되돌아 나올 수 없다"는 되돌이킬 수 없는 경계일 뿐입니다. 사건의 지평선의 반지름은 **슈바르츠실트 반지름(Schwarzschild radius)**으로 계산하며, 오직 블랙홀의 질량에만 비례합니다. 즉 질량이 클수록 검은 영역도 넓어집니다.
블랙홀 자체는 빛을 내지 않지만,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 덕분에 찾아낼 수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가스는 곧바로 빨려 들어가지 않고 소용돌이치며 원반 모양으로 회전하는데, 이때 서로 마찰하며 매우 뜨거워져 강한 빛과 X선을 냅니다. 또 블랙홀 곁을 도는 별의 움직임을 오래 추적하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무거운 무언가가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궤도로부터 알아낼 수 있습니다. 두 블랙홀이 서로 돌다가 합쳐질 때는 시공간이 출렁이는 **중력파(gravitational wave)**가 퍼져 나가고, 이를 지상의 검출기가 잡아냅니다.
실제 관측 사례로는 전 세계 여러 전파망원경을 하나로 묶어 지구만 한 크기의 가상 망원경을 만드는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EHT는 은하 M87의 중심과 우리 은하 중심의 궁수자리 A*를 관측해, 뜨거운 가스가 만드는 밝은 고리와 그 가운데의 어두운 그림자를 담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또한 중력파 검출기 LIGO와 Virgo는 멀리서 두 블랙홀이 합쳐지며 만든 시공간의 떨림을 포착해, 빛이 아닌 방법으로도 블랙홀을 관측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우주 X선 망원경들은 블랙홀에 빨려드는 가스가 내는 X선을 감시하며 블랙홀 후보 천체를 찾고 있습니다.
r_s = \frac{2GM}{c^2}
함께 보기사건의 지평선중력파강착원반중성자별일반상대성이론
입문유인우주·탐사
생명유지장치
Life Support System
우주선이나 우주복 안에서 사람이 숨 쉬고 살 수 있도록 공기·물·온도를 계속 관리해 주는 장치입니다.
우주는 사람이 그냥은 단 몇 초도 버틸 수 없는 곳입니다. 숨 쉴 공기가 없고, 햇빛이 닿는 쪽과 그늘진 쪽의 온도 차이도 아주 큽니다. 생명유지장치(Life Support System)는 이런 바깥 환경과 사람 사이에 놓인 작은 지구를 만들어 주는 장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방 안에 공기청정기, 에어컨, 정수기, 환풍기를 한꺼번에 넣고 한 번도 끄지 않고 돌리는 셈입니다.
하는 일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사람이 숨 쉴 때 필요한 산소를 공급합니다. 둘째, 사람이 내쉰 이산화탄소를 걸러 냅니다. 좁은 공간에서는 이산화탄소가 금방 쌓여 두통과 판단력 저하를 일으키기 때문에, 산소를 넣는 일만큼이나 이산화탄소를 빼는 일이 중요합니다. 셋째,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합니다. 사람의 몸과 각종 기계에서 나오는 열은 진공 상태에서는 저절로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에, 열을 모아 바깥으로 버리는 장치가 따로 필요합니다. 넷째, 마실 물을 공급하고 생활에서 나오는 오수를 처리합니다.
지구에서 물자를 실어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이 매우 크기 때문에, 오래 머무는 우주 시설일수록 자원을 순환시키는 방식을 씁니다. 사용한 물을 정화해 다시 마실 물로 되돌리고, 그 물을 전기로 분해해 산소를 만드는 식입니다. 이렇게 자원을 회수해 다시 쓰는 비율을 얼마나 높이느냐가 장기 체류의 핵심 과제입니다. 반대로 며칠짜리 짧은 비행에서는 순환 장치 없이 산소통과 필터를 필요한 만큼만 싣고 가는 단순한 방식을 쓰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하나가 멈추면 곧바로 위험해지므로 같은 기능을 하는 장치를 두 벌 이상 갖추는 것이 원칙입니다.
실제 사례로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 대표적입니다. ISS는 물을 재생하는 장치와 물을 전기분해해 산소를 만드는 장치를 함께 운용하며, 승무원의 땀과 호흡에서 나온 수분, 생활용수까지 모아 정화해 다시 씁니다. 이산화탄소는 흡착제를 이용해 걸러 낸 뒤 진공으로 배출하거나 회수해 재활용합니다. 선외활동(EVA)에 쓰는 우주복도 그 자체가 하나의 작은 생명유지장치여서, 등에 멘 배낭 모양 장비 안에 산소 공급, 이산화탄소 제거, 냉각 기능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달과 화성처럼 지구에서 보급을 받기 어려운 목적지를 목표로 하는 계획에서는 자원 순환율을 더 끌어올린 생명유지장치가 필수 기술로 꼽힙니다.
함께 보기선외활동국제우주정거장우주복폐쇄생태계여압
입문천문·천체물리관측·천문현상
성운
Nebula
우주 공간에 가스와 먼지가 구름처럼 넓게 모여 있는 곳으로, 별이 태어나거나 별이 남긴 흔적이다.
밤하늘 사진에서 색색의 안개나 연기처럼 번져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이 성운(Nebula)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운'이라는 말 자체가 라틴어에서 '구름'을 뜻하는 단어에서 왔습니다. 다만 지구의 구름이 물방울로 이루어진 것과 달리, 성운은 대부분 수소 같은 가벼운 기체와 아주 작은 먼지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크기는 구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서, 하나의 성운 안에 별이 수천 개 만들어질 재료가 들어 있기도 합니다.
성운은 지구의 공기보다 훨씬 텅 빈 상태입니다. 같은 부피를 놓고 보면 우리가 실험실에서 만드는 진공보다도 물질이 적습니다. 그런데도 밝게 보이는 이유는 규모가 워낙 커서 빛을 내거나 가리는 물질의 총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성운이 보이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근처의 뜨거운 별에서 나온 빛을 받아 가스 자체가 빛을 내는 경우, 별빛을 먼지가 반사해 파랗게 보이는 경우, 그리고 뒤쪽에서 오는 빛을 먼지가 가로막아 검은 실루엣으로 보이는 경우입니다. 마지막 유형은 '암흑성운'이라 부르며, 빛나지 않아도 그 안에 별의 재료가 가장 많이 숨어 있습니다.
성운은 별의 삶에서 시작과 끝 양쪽에 걸쳐 있습니다. 차갑고 밀도가 높은 성운의 일부가 자기 무게로 무너져 내리면 중심이 뜨거워지면서 별이 태어납니다. 반대로 다 늙은 별이 겉껍질을 우주로 흘려보내거나 폭발하면, 그 물질이 다시 성운이 됩니다. 이때 별 내부에서 만들어진 무거운 원소들이 함께 퍼져 나가기 때문에, 다음 세대의 성운은 이전보다 다양한 원소를 품게 됩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도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거쳐 왔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과거에는 망원경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천체를 모두 성운이라 불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안드로메다처럼 실제로는 우리 은하 밖의 다른 은하인 대상도 오랫동안 '성운'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지금은 은하와 성운을 구분하며, 성운은 은하 안에 있는 가스와 먼지 구름을 가리키는 말로 쓰입니다.
실제 관측에서 성운은 우주망원경의 대표적인 관측 대상입니다. 허블우주망원경은 가시광선으로 성운의 기둥 같은 구조와 그 안에서 형성되는 별들을 촬영해 왔고,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적외선으로 관측하기 때문에 먼지를 뚫고 그 속에 감춰진 어린 별까지 볼 수 있습니다. 전파와 밀리미터파로 관측하는 지상 망원경들은 성운 속 차가운 가스가 어떤 분자로 이루어져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조사해, 별이 만들어지기 직전의 단계를 추적합니다.
함께 보기별 형성초신성성간물질적외선 관측은하
입문행성과학·태양계
소행성대
Asteroid Belt
화성 궤도와 목성 궤도 사이에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들이 넓게 흩어져 태양 주위를 도는 영역.
태양계를 도시에 비유하면, 소행성대는 큰 건물들 사이에 남겨진 공터에 자갈이 흩뿌려진 것과 비슷합니다. 안쪽에는 화성이, 바깥쪽에는 목성이 있고 그 사이의 넓은 띠 모양 공간에 지름이 수 미터에서 수백 킬로미터에 이르는 바위와 금속 덩어리들이 태양 주위를 함께 돌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바위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서로 부딪치는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실제로는 이웃한 덩어리 사이의 거리가 매우 멀어서 그 안을 지나가는 탐사선이 무언가와 부딪칠 걱정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이 덩어리들을 소행성(asteroid)이라고 부릅니다.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먼지와 알갱이가 뭉쳐 행성이 되었는데, 이 구역에서는 목성의 강한 중력이 계속 휘저은 탓에 재료들이 하나의 큰 행성으로 합쳐지지 못하고 조각난 채 남았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소행성대는 '실패한 행성'이라기보다 행성이 되다 만 재료가 그대로 보관된 창고에 가깝습니다.
소행성들은 생김새도 성분도 제각각입니다. 어떤 것은 탄소가 많아 아주 어둡고, 어떤 것은 돌 성분이, 또 어떤 것은 철과 니켈 같은 금속이 많습니다. 대부분은 중력이 약해 공처럼 둥글어지지 못하고 감자나 부서진 돌덩이처럼 울퉁불퉁한 모양입니다. 이 구역에서 가장 큰 천체인 세레스(Ceres)는 예외적으로 둥근 모양을 갖출 만큼 커서, 소행성이 아니라 왜소행성(dwarf planet)으로 따로 분류합니다.
소행성대가 중요한 이유는 이곳의 물질이 태양계 초기의 상태를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처럼 큰 천체는 내부가 녹고 지질 활동이 일어나면서 처음의 흔적이 지워졌지만, 작은 소행성은 그런 변화를 겪지 않아 태양계가 갓 만들어졌을 때의 화학 성분을 보존하고 있습니다.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 상당수도 이 구역에서 떨어져 나온 조각으로 여겨집니다.
실제 탐사에서 소행성대는 여러 번 목적지가 되었습니다. 목성이나 그 너머로 향하는 탐사선들은 이 구역을 통과하면서 지나치는 소행성을 근접 촬영해 왔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던(Dawn) 탐사선은 이 구역의 큰 천체인 베스타(Vesta)와 세레스를 차례로 찾아가 궤도를 돌며 표면 지형과 성분을 조사했습니다. 최근에는 금속이 많은 소행성 프시케(Psyche)를 목표로 한 탐사가 진행 중인데, 행성 중심부와 비슷한 물질을 직접 관측해 행성이 어떻게 층을 이루며 만들어지는지 알아내려는 시도입니다. 또한 소행성대는 장차 금속 자원 채굴 후보지로도 거론됩니다.
함께 보기소행성왜소행성운석카이퍼 대근지구천체
입문행성과학·태양계관측·천문현상
슈퍼지구
Super-Earth
지구보다는 무겁고 해왕성보다는 가벼운, 태양계 밖에서 발견되는 행성들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우리 태양계에는 지구 같은 단단한 암석 행성이 있고, 그보다 훨씬 크고 두꺼운 기체로 둘러싸인 행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간 크기에 해당하는 행성은 태양계에 하나도 없습니다. 옷 가게에 S 사이즈와 L 사이즈만 있고 M 사이즈가 빠져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다른 별을 도는 행성들을 살펴보기 시작하자, 바로 그 비어 있던 중간 크기의 행성들이 아주 흔하게 발견되었습니다. 이들에게 붙은 이름이 슈퍼지구(Super-Earth)입니다.
슈퍼지구는 지구보다 무겁고 해왕성보다는 가벼운 행성을 가리킵니다. 이름에 '지구'가 들어가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질량과 크기를 기준으로 붙인 이름일 뿐입니다. 지구처럼 바다가 있다거나 생명이 살 수 있다는 뜻은 전혀 아닙니다. 실제로 슈퍼지구 중에는 별에 바짝 붙어 돌면서 표면이 녹아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고, 두꺼운 대기에 감싸여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행성의 정체를 추정할 때 천문학자들이 보는 것은 주로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갈 때 별빛이 살짝 어두워지는 정도로 알아내는 반지름이고, 다른 하나는 행성의 중력이 별을 미세하게 흔드는 정도로 알아내는 질량입니다. 이 둘을 알면 평균 밀도를 구할 수 있습니다. 밀도가 높으면 주로 암석과 금속으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고, 밀도가 낮으면 물이나 두꺼운 기체층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밀도만으로 내부 구조를 하나로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암석에 얇은 기체층'과 '물이 많은 조성'이 비슷한 밀도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대기를 통과해 나온 별빛을 파장별로 나누어 분석하는 방법으로, 대기에 어떤 성분이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관측에서 슈퍼지구는 우주망원경이 여러 해 동안 같은 별들을 계속 지켜보며 별빛의 주기적인 밝기 변화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대량 발견되었습니다. 이렇게 후보가 확보되면 지상의 대형 망원경이 별빛의 흔들림을 정밀 측정해 질량을 확인하고, 그중에서도 밝고 가까운 별을 도는 몇몇 대상은 적외선 우주망원경의 관측 시간을 배정받아 대기 성분 분석에 들어갑니다. 발견 → 질량 확인 → 대기 분석으로 이어지는 이 단계별 흐름이 오늘날 슈퍼지구 연구의 기본 방식입니다.
\rho = \dfrac{M}{\frac{4}{3}\pi R^{3}}
함께 보기외계행성통과 관측법시선속도법생명체 거주가능 영역미니 해왕성
입문발사체·로켓유인우주·탐사
스크럽
Scrub
발사 직전에 날씨나 기계 문제 때문에 로켓 쏘아 올리기를 미루고 다음 기회로 넘기는 것.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갔는데 폭우가 쏟아져 출발이 다음 날로 미뤄지는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승객도 비행기도 멀쩡하지만, 안전하게 뜰 수 없는 조건이라 일단 세워 두는 겁니다. 로켓 발사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는데, 이렇게 예정된 발사를 취소하고 뒤로 미루는 것을 스크럽(scrub)이라고 부릅니다.
스크럽은 실패가 아니라 정해진 절차에 따른 판단입니다. 발사장에서는 카운트다운이 진행되는 동안 로켓의 연료 상태, 밸브, 전기 계통, 통신 신호 등 수많은 항목을 계속 확인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미리 정해 둔 안전 기준을 벗어나면 발사 책임자가 카운트다운을 멈춥니다. 바람이 너무 세거나, 번개가 칠 가능성이 있거나, 로켓이 지나갈 하늘길과 바다 위에 배나 항공기가 들어와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슷한 말로 홀드(hold)와 어보트(abort)가 있습니다. 홀드는 카운트다운 시계를 잠깐 멈춰 두고 문제를 확인한 뒤 그날 안에 다시 이어갈 수 있는 상태이고, 스크럽은 그날의 시도를 아예 접고 날짜를 다시 잡는 것입니다. 어보트는 이미 엔진에 불이 붙은 뒤 컴퓨터가 이상을 감지해 발사를 강제로 중단시키는 것으로, 스크럽보다 훨씬 급박한 상황입니다.
스크럽이 잦은 이유 중 하나는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 시간대가 짧기 때문입니다. 우주정거장처럼 빠르게 도는 목표물을 따라잡으려면 정해진 몇 분, 때로는 몇 초의 창에 정확히 맞춰 떠야 하고, 그 순간을 놓치면 기다리기보다 다음 날로 넘기는 편이 낫습니다.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하는 유인·화물 수송선 발사는 기상 악화나 밸브 누설로 스크럽된 뒤 며칠 안에 다시 시도해 성공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습니다. 대형 탐사선 발사에서도 연료 주입 중 수소 누출이 감지되어 스크럽하고, 지상에서 배관을 손본 뒤 재도전하는 일이 반복되곤 합니다. 발사 중계를 보다가 "오늘은 스크럽되었습니다"라는 안내가 나오면, 로켓이 망가졌다는 뜻이 아니라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함께 보기카운트다운발사 윈도우홀드어보트발사체
입문발사체·로켓
액체 산소
Liquid Oxygen (LOX)
공기 중의 산소를 아주 차갑게 식혀 액체로 만든 물질로, 로켓이 연료를 태울 때 쓰는 재료입니다.
장작을 태우려면 불쏘시개만으로는 부족하고 바람, 즉 공기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공기 속에 산소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로켓이 날아가는 곳에는 공기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습니다. 그래서 로켓은 태울 연료뿐 아니라 "태우는 데 필요한 공기 역할"까지 직접 싣고 갑니다. 이때 산소를 기체 그대로 실으면 부피가 너무 커서, 아주 차갑게 식혀 물처럼 액체 상태로 만든 뒤 탱크에 담습니다. 이것이 액체 산소(Liquid Oxygen), 줄여서 록스(LOX)입니다.
산소는 평소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체이지만, 온도를 크게 낮추면 옅은 하늘색을 띤 액체로 바뀝니다. 액체가 되면 같은 양의 산소를 훨씬 작은 공간에 담을 수 있어서, 로켓처럼 크기와 무게가 곧 성능인 기계에는 큰 이점이 됩니다. 다만 매우 차갑기 때문에 이런 물질을 다루는 기술을 따로 극저온(cryogenic) 기술이라고 부릅니다.
로켓에서 액체 산소는 연료와 짝을 이뤄 쓰입니다. 연료 자체는 타는 쪽이고, 액체 산소는 그 연소를 가능하게 하는 쪽이어서 산화제(oxidizer)라고 부릅니다. 등유 계열 연료, 액체 수소, 액화 메탄 등 여러 연료와 함께 쓰이며, 어떤 조합을 고르느냐에 따라 엔진의 성능과 탱크 설계가 달라집니다. 액체 산소는 연소 후 대체로 물이나 이산화탄소 같은 비교적 단순한 물질을 남겨, 다루기 까다로운 다른 산화제에 비해 취급 부담이 적은 편입니다.
액체 산소가 아주 차갑다는 점은 장점이자 제약입니다. 탱크에 담아두면 주변 열 때문에 조금씩 증발하므로, 발사 직전까지 계속 보충해 주어야 합니다. 발사대에 선 로켓의 옆면에 하얀 서리가 끼고 위쪽에서 김 같은 흰 연기가 계속 흘러나오는 장면이 바로 이 과정입니다. 또한 액체 산소가 닿은 재료는 불이 아주 잘 붙게 되기 때문에, 배관과 밸브는 기름기 하나 없이 세척해 사용합니다.
실제로 액체 산소는 오늘날 궤도에 화물을 올리는 대형 로켓 대부분의 1단에서 쓰입니다. 미국의 팰컨9와 스페이스X의 스타십, 유럽의 아리안 계열, 한국의 누리호가 모두 액체 산소를 산화제로 사용합니다. 우주에서의 쓰임도 있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과 유인 우주선에서는 승무원이 숨 쉴 산소를 저장하고 우주유영 준비 과정에서 공급하는 데 산소를 활용하며, 앞으로 달이나 화성에서 현지 자원으로 추진제를 직접 만들려는 계획에서도 액체 산소 생산이 핵심 목표로 꼽힙니다.
함께 보기산화제극저온 추진제액체 수소추진제비추력
입문행성과학·태양계관측·천문현상
외계행성
Exoplanet
태양이 아닌 다른 별 주위를 도는 행성.
우리 태양계에는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 화성, 목성 같은 행성들이 돌고 있습니다. 그런데 밤하늘에 보이는 별들도 대부분 태양과 같은 종류의 별입니다. 그렇다면 그 별들 주위에도 행성이 돌고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그런 행성들이 있고, 이를 **외계행성(Exoplanet)**이라고 부릅니다. '태양계 바깥의 행성'이라는 뜻입니다.
외계행성은 스스로 빛을 내지 않고, 자기가 도는 별의 빛을 반사할 뿐입니다. 게다가 그 별은 아주 멀리 있으면서 행성보다 훨씬 밝습니다. 등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반딧불이를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 찾아내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 망원경으로 직접 사진을 찍어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주로 간접적인 방법을 씁니다. 대표적인 것이 두 가지입니다. 첫째, 행성이 별 앞을 가로질러 지나가면 별빛이 아주 조금 어두워집니다. 이 밝기 변화를 반복적으로 포착해 행성의 존재와 크기를 알아내는 방법을 통과(트랜싯, transit)법이라고 합니다. 둘째, 행성이 별을 당기는 힘 때문에 별도 아주 미세하게 흔들립니다. 이 흔들림이 별빛의 색(파장)에 남기는 변화를 읽어내는 방법을 시선속도(radial velocity)법이라고 하며, 행성의 질량을 추정하는 데 쓰입니다.
외계행성은 종류가 다양합니다. 목성처럼 가스로 이루어진 거대한 행성, 지구보다 조금 큰 암석 행성, 별에 바짝 붙어 표면이 매우 뜨거운 행성 등이 발견되었습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별에서 적당한 거리에 있어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구역, 이른바 **생명체 거주가능 영역(habitable zone)**에 놓인 행성들입니다.
실제 관측에서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케플러(Kepler) 우주망원경과 후속 임무인 TESS가 통과법으로 수많은 외계행성 후보를 찾아냈고, 유럽우주국(ESA)의 **케옵스(CHEOPS)**는 이미 알려진 행성의 크기를 정밀하게 다시 측정했습니다. 최근에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대기를 통과한 별빛을 분석해, 그 대기에 어떤 기체가 들어 있는지를 조사하는 관측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발견 단계를 넘어 '어떤 행성인지'를 알아내는 쪽으로 연구가 옮겨가고 있는 셈입니다.
함께 보기통과법(트랜싯)시선속도법생명체 거주가능 영역적색왜성분광 관측
입문위성·지구관측유인우주·탐사
우주 쓰레기
Space Debris
지구 둘레를 계속 돌고 있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인공 물체와 그 부스러기를 말합니다.
고속도로 한복판에 고장 난 차가 그대로 버려져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치우는 사람도 없고, 차는 멈추지도 않고 계속 달립니다. 지구 위 하늘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수명이 끝난 인공위성, 위성을 올려놓고 버려진 로켓의 윗부분, 그리고 이런 것들이 서로 부딪히거나 부서지면서 생긴 조각들이 지구 둘레를 계속 돌고 있습니다. 이것을 우주 쓰레기(Space Debris) 또는 궤도 잔해라고 부릅니다.
땅 위의 쓰레기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속도입니다. 지구 둘레를 도는 물체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매우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서 나사못 하나, 페인트 조각 하나도 총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게 됩니다. 무게가 가볍더라도 부딪히는 순간의 힘은 무게가 아니라 속도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작은 조각도 위성의 벽을 뚫거나 태양전지판을 망가뜨릴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쓰레기가 쓰레기를 낳는다는 점입니다. 조각 하나가 멀쩡한 위성에 부딪히면 그 위성이 부서지면서 수백, 수천 개의 새로운 조각이 생깁니다. 그 조각들이 또 다른 위성에 부딪히면 연쇄적으로 조각이 불어납니다. 이런 연쇄 충돌 시나리오를 **케슬러 증후군(Kessler Syndrome)**이라고 부릅니다. 최악의 경우 특정 높이의 궤도가 조각으로 가득 차서 한동안 새 위성을 올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낮은 높이에서는 아주 희박하게 남아 있는 공기가 물체를 조금씩 붙잡아 속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내려와 대기권에서 타 없어집니다. 하지만 높은 궤도일수록 공기가 거의 없어서 이 자연 청소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물체가 아주 오랫동안 남습니다.
실제 우주 운영에서 우주 쓰레기는 매일 다루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조각이 가까이 접근한다는 예보가 나오면 엔진을 잠깐 켜서 궤도를 살짝 옮기는 **회피 기동(collision avoidance maneuver)**을 수행하며, 대응할 시간이 부족하면 승무원이 도킹된 우주선으로 대피하는 절차를 밟습니다. 지상에서는 레이더와 광학 망원경으로 궤도를 도는 물체들을 추적해 목록으로 관리하고, 위성 운영자에게 충돌 위험을 미리 알려 줍니다. 최근 위성 설계·운영에서는 임무가 끝나면 스스로 궤도를 낮춰 대기권에서 태워 없애거나, 통신위성이 많이 쓰는 높은 궤도에서는 조금 더 높은 빈 궤도로 옮겨 두는 방식(무덤 궤도)이 표준 관행으로 자리 잡았고, 그물이나 작살로 큰 잔해를 붙잡아 끌어내리는 능동적 제거 기술도 시험되고 있습니다.
함께 보기케슬러 증후군저궤도정지궤도궤도 이탈(디오빗)회피 기동
입문위성·지구관측관측·천문현상
위성항법시스템
GNSS,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하늘에 떠 있는 여러 대의 인공위성이 보내는 신호를 받아 지상에서 내 위치를 알아내는 시스템.
밤중에 넓은 운동장 한가운데 서 있다고 해봅시다. 운동장 구석구석에 세워진 등대 몇 개가 각각 "지금 몇 시"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소리가 나에게 닿기까지 걸린 시간을 재면 각 등대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고, 여러 등대까지의 거리를 동시에 알면 내가 정확히 어디 서 있는지 그려낼 수 있습니다. 위성항법시스템(GNSS)은 이 등대를 하늘 높이 올려둔 것입니다. 소리 대신 전파를 쓰고, 등대 대신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을 씁니다.
각 위성은 자기 위치와 신호를 보낸 시각을 계속 방송합니다. 수신기(스마트폰, 자동차 내비게이션, 측량 장비 등)는 신호가 도착한 시각과 위성이 보낸 시각의 차이를 재서 전파가 날아온 시간을 구하고, 여기에 빛의 속도를 곱해 위성까지의 거리를 계산합니다. 이렇게 구한 거리를 의사거리(pseudorange)라고 부릅니다. '의사(疑似)'라는 말이 붙는 이유는 수신기의 시계가 위성의 시계만큼 정확하지 않아서 계산된 거리에 시계 오차가 섞여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위치를 알려면 위성이 최소 네 개 필요합니다. 알아내야 할 값이 위도·경도·고도 세 개에 수신기 시계 오차까지 네 개이기 때문입니다. 위성이 네 개 이상 보이면 방정식을 풀어 위치와 시각을 동시에 확정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위성항법 수신기는 위치 측정 장치인 동시에 아주 정확한 시계이기도 합니다.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은 전파가 지구 대기를 지나면서 속도가 미세하게 달라지는 것, 그리고 건물이나 산에 반사된 신호가 섞여 들어오는 현상(다중경로)입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 서로 다른 주파수의 신호를 함께 받아 대기의 영향을 상쇄하거나, 위치를 정확히 아는 지상 기준국이 관측한 오차를 실시간으로 내려보내 보정하는 방식을 씁니다. 이런 보정 방식을 쓰면 오차를 센티미터 단위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GPS,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S), 유럽의 갈릴레오(Galileo), 중국의 베이더우(BeiDou)가 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운용되고 있고, 이들을 통칭하는 말이 GNSS입니다. 우주 분야에서의 쓰임새도 넓습니다. 지구 저궤도 위성은 GNSS 수신기로 자기 궤도를 스스로 파악하고, 지구관측 위성이 찍은 영상에 정확한 좌표를 입히는 데도 쓰입니다. 발사체는 비행 중 자기 위치와 속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데 GNSS 신호를 활용하며, 위성이 대기를 스치듯 지나가는 GNSS 신호의 휘어짐을 측정해 대기의 온도와 습도 분포를 알아내는 관측 기법(전파엄폐)도 기상 예보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한반도 주변을 담당하는 자체 위성항법 체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rho = c \cdot (t_{\text{수신}} - t_{\text{송신}})
함께 보기의사거리정지궤도지구 저궤도궤도결정전파엄폐
입문행성과학·태양계관측·천문현상
유성우
Meteor Shower
밤하늘 한 지점에서 별똥별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듯 여럿 쏟아지는 현상.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앞유리에 눈송이가 부딪히는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눈은 사실 사방에서 오지만, 운전자 눈에는 모두 정면 한 점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유성우도 똑같습니다. 지구가 우주 공간을 달리며 자잘한 먼지 알갱이 무리 속으로 들어가면, 그 알갱이들이 하늘의 한 지점에서 퍼져 나오는 것처럼 보이며 잇달아 빛줄기를 그립니다.
이 먼지 알갱이는 대부분 혜성이 태양 가까이 지나갈 때 흘리고 간 부스러기입니다. 혜성은 얼음과 티끌이 뭉친 천체라서, 태양열에 표면이 녹으면 모래알만 한 알갱이들이 궤도를 따라 길게 흩뿌려집니다. 지구가 해마다 같은 시기에 이 부스러기 띠를 가로지르기 때문에, 유성우는 매년 비슷한 날짜에 다시 나타납니다.
알갱이가 빛나는 이유는 불에 타서가 아니라 속도 때문입니다. 초속 수십 킬로미터로 대기에 뛰어든 알갱이는 앞쪽 공기를 급격히 압축시키고, 그 열로 자신과 주변 공기가 이온화되면서 밝게 빛납니다. 알갱이 크기는 보통 쌀알 이하지만 운동에너지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커지므로 맨눈에 보일 만큼 밝아집니다. 대부분은 지표에 닿기 훨씬 전에 사라지고, 드물게 큰 덩어리가 남아 땅에 떨어지면 그것을 운석이라 부릅니다.
유성이 뻗어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하늘의 지점을 복사점(radiant)이라 하고, 그 지점이 놓인 별자리 이름을 따서 유성우 이름을 붙입니다.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처럼 부르는 방식이 그것입니다. 복사점은 관측자의 착시일 뿐, 실제로 알갱이들은 서로 나란히 날아옵니다.
실제 관측에서 유성우는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여러 곳에 쓰입니다. 전 세계 아마추어·전문 관측자가 시간당 유성 개수를 세어 보고하면, 그 자료로 혜성이 남긴 먼지 띠가 어디에 얼마나 짙게 깔려 있는지 지도를 그릴 수 있습니다. 레이더로 낮 시간대 유성의 흔적을 잡아 상층 대기의 바람과 밀도를 재는 관측도 이뤄집니다. 또 인공위성 운용 기관은 유성우가 강하게 예상되는 시기에 위성의 태양전지판 각도를 돌려 충돌 면적을 줄이거나 민감한 기기를 잠시 꺼 두는 식으로 대비합니다. 작은 알갱이라도 위성 속도와 겹치면 표면을 파거나 전기적 방전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보기혜성유성운석복사점우주먼지
입문행성과학·태양계관측·천문현상
일식과 월식
Solar and Lunar Eclipse
해와 지구와 달이 거의 일직선에 놓일 때, 달이 해를 가리거나 지구 그림자가 달을 덮는 현상.
손전등 앞에 공을 하나 놓으면 벽에 그림자가 생깁니다. 공을 눈앞으로 바짝 당기면 불빛 자체가 보이지 않게 되고, 반대로 공을 내 뒤쪽 그림자 속에 넣으면 공이 어두워집니다. 해와 지구와 달도 똑같습니다. 달이 우리 눈과 해 사이를 지나가면 해가 가려지는 일식(solar eclipse), 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면 달이 어두워지는 **월식(lunar eclipse)**입니다.
일식은 달이 해와 지구 사이에 오는 삭(new moon) 무렵에, 월식은 지구가 해와 달 사이에 오는 보름(full moon) 무렵에 일어납니다. 그런데 삭과 보름은 한 달에 한 번씩 오는데도 일식과 월식은 그때마다 일어나지 않습니다. 달이 지구를 도는 길이 지구가 해를 도는 길과 조금 기울어져 있어서, 대개는 달이 해나 지구 그림자보다 위나 아래로 비껴가기 때문입니다. 세 천체가 충분히 일직선에 가까워지는 시기에만 식이 생깁니다.
그림자는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빛이 완전히 막히는 짙은 안쪽 그림자(본影, umbra)와, 빛이 일부만 막히는 옅은 바깥 그림자(반影, penumbra)입니다. 관측자가 달의 짙은 그림자 안에 들어가면 해가 완전히 가려진 개기일식, 옅은 그림자에 들어가면 해의 일부만 가려진 부분일식이 됩니다. 달이 지구에서 조금 멀리 있어 겉보기 크기가 해보다 작을 때는 해의 가장자리가 고리처럼 남는 금환일식이 됩니다. 개기월식 때 달이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고 붉게 보이는 것은, 지구 대기를 스치며 휘어 들어온 빛 가운데 붉은 빛이 상대적으로 잘 통과해 달 표면에 닿기 때문입니다.
일식과 월식은 볼거리를 넘어 실제 관측 수단으로 쓰입니다. 개기일식 때는 평소 해의 밝은 표면 빛에 묻혀 보이지 않던 바깥 대기층인 코로나(corona)가 드러나기 때문에, 태양 연구자들은 개기일식이 지나가는 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코로나를 촬영해 왔습니다. 이 원리를 인공적으로 재현한 것이 태양 관측 위성에 실리는 코로나그래프(coronagraph)로, 기기 안에서 태양 원반을 가려 인공 일식을 만들어 바깥 대기와 태양풍의 흐름을 계속 감시합니다. 또한 어떤 천체가 다른 천체를 가릴 때 밝기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읽는 이 방식은 외계행성 탐색에도 그대로 이어져, 행성이 자기 별 앞을 지날 때 별빛이 살짝 줄어드는 것을 재는 통과(transit) 관측의 바탕이 됩니다.
함께 보기삭과 보름본영과 반영코로나코로나그래프통과(트랜싯) 관측
입문발사체·로켓
재사용 발사체
Reusable Launch Vehicle (RLV)
우주로 화물을 올린 뒤 버려지지 않고 지상으로 돌아와 다시 발사에 쓰이는 로켓.
비행기를 한 번 타고 나서 버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서울에서 제주까지 한 번 날아간 뒤 그 비행기를 통째로 폐기한다면, 표값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비싸질 겁니다. 오랫동안 로켓은 정확히 그런 방식으로 쓰였습니다. 한 번 쏘아 올리면 로켓의 몸통은 바다에 떨어지거나 대기권에서 타 버렸습니다. **재사용 발사체(Reusable Launch Vehicle, RLV)**는 이 낭비를 줄이려는 시도입니다. 쏘아 올린 뒤 로켓의 일부 또는 전체를 온전한 상태로 되찾아, 점검과 정비를 거쳐 다시 발사에 쓰는 것입니다.
로켓은 보통 여러 단(stage)이 층층이 쌓인 구조입니다. 아래쪽 단이 먼저 연료를 태우며 로켓을 밀어 올리고, 연료가 떨어지면 분리되어 떨어져 나갑니다. 그 위의 단이 이어받아 마지막까지 화물을 밀어 올립니다. 재사용은 주로 가장 아래쪽 단부터 시도됩니다. 이 부분이 크고 비싼 엔진을 여러 개 달고 있어 되찾았을 때 이득이 가장 크고, 아직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은 상태에서 분리되기 때문에 되돌아오기도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되돌아오는 방법은 크게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엔진을 다시 켜서 속도를 줄이며 다리를 펴고 수직으로 내려앉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낙하산이나 날개를 이용해 속도를 죽인 뒤 바다나 활주로에 회수하는 방식입니다. 어느 쪽이든 어려움의 핵심은 같습니다. 되돌아오는 데 필요한 연료와 착륙 장치, 열을 견디는 구조물이 모두 무게이고, 그 무게만큼 우주로 올릴 수 있는 화물이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재사용은 언제나 '화물을 조금 포기하는 대신 기체를 되찾는' 맞바꿈입니다.
또 하나 자주 오해되는 지점은 '회수 = 절약'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돌아온 기체는 극심한 진동과 열, 압력을 겪은 상태이므로 분해 점검과 부품 교체가 필요합니다. 이 정비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새로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면 재사용의 의미가 사라집니다. 따라서 실제 목표는 단순한 회수가 아니라, 점검을 최소화하고 짧은 기간 안에 다시 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실제 사례로는 우주왕복선(Space Shuttle)이 대표적입니다. 궤도선이 활주로에 착륙해 여러 차례 다시 비행했고, 양옆의 고체 부스터도 낙하산으로 바다에서 건져 재사용했습니다. 다만 비행마다 방열 타일을 비롯한 광범위한 정비가 필요해, 기대만큼 비용이 내려가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등장한 팰컨 9(Falcon 9)은 1단이 엔진을 재점화해 지상 착륙장이나 해상 드론십 위에 수직으로 내려앉은 뒤 같은 기체를 반복해서 발사하는 운용을 정착시켰고, 위성 인터넷망 구축처럼 같은 로켓을 자주 쏘아야 하는 임무에서 재사용의 이점을 보여 주었습니다. 화물을 감싸는 덮개인 페어링(fairing)을 바다에서 건져 다시 쓰는 시도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함께 보기다단 로켓페이로드역추진 착륙대기권 재진입발사 비용
입문관측·천문현상천문·천체물리
전파망원경
Radio Telescope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를 모아서 우주의 모습을 그려내는, 거대한 접시 모양의 망원경입니다.
보이지 않는 빛을 듣는 귀
우리 눈은 우주에서 오는 신호 중 아주 좁은 범위만 볼 수 있습니다. 라디오 방송을 귀로는 들을 수 없지만 라디오 수신기를 켜면 소리가 나오는 것처럼, 우주에서도 우리 눈이 놓치는 신호가 끊임없이 날아옵니다. 전파망원경(radio telescope)은 바로 그 신호를 받아내는 커다란 수신기입니다. 흔히 보는 접시 모양은 위성 방송용 안테나를 아주 크게 키운 것과 같은 구조로, 넓은 면적으로 신호를 모아 가운데 한 점에 집중시킵니다.
왜 접시가 그렇게 큰가
우주에서 오는 전파 신호는 대단히 약합니다. 그래서 접시가 클수록 더 많은 신호를 모을 수 있고, 희미한 대상까지 잡아낼 수 있습니다. 크기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해상도입니다. 같은 신호라도 관측 장비가 작으면 대상이 뭉개져 보이고, 클수록 세밀하게 구분됩니다. 전파는 우리 눈이 보는 빛보다 파장이 훨씬 길기 때문에, 같은 정도로 선명한 상을 얻으려면 광학망원경보다 훨씬 큰 장비가 필요합니다.
다만 접시 하나를 무한정 크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널리 쓰이는 방법이 여러 대의 전파망원경을 멀리 떨어뜨려 놓고 같은 대상을 동시에 관측한 뒤, 각 장비가 받은 신호를 정밀하게 합치는 것입니다. 이 기법을 간섭계(interferometry)라고 하며, 이렇게 하면 망원경들이 흩어져 있는 전체 범위만큼 큰 장비를 쓴 것과 비슷한 선명도를 얻습니다. 대륙 여러 곳의 관측소를 묶으면 사실상 지구만 한 망원경이 되는 셈입니다.
전파망원경은 낮에도, 구름이 껴도 관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신 휴대전화, 전자레인지, 자동차 같은 일상 기기가 내는 전파에 방해받기 때문에, 관측소는 대개 인적이 드문 산간이나 사막에 짓고 주변을 전파 보호 구역으로 지정합니다.
실제 관측에서
블랙홀의 그림자를 담은 사진은 전 세계에 흩어진 전파망원경들을 간섭계로 묶어 얻은 결과였습니다. 짧고 규칙적인 전파 신호를 반복해 내보내는 펄서(pulsar)도 전파망원경으로 처음 발견됐고, 지금도 여러 펄서의 신호 도착 시각을 오랫간 재어 중력파를 찾는 연구에 쓰입니다. 이 밖에도 우리 은하 속 별이 태어나는 가스 구름의 분포를 그리거나, 태양계 밖 행성계에서 나오는 신호를 살피거나, 외계 지적 생명체가 보냈을 법한 인공적인 전파를 탐색하는 데에도 활용됩니다. 우주 탐사선이 보내오는 미약한 통신 신호를 받는 지상 안테나 역시 같은 원리로 동작합니다.
함께 보기간섭계전자기파 스펙트럼광학망원경펄서각분해능
입문발사체·로켓
정적 연소시험
Static Fire Test
로켓을 발사대에 단단히 붙들어 맨 상태에서 엔진에만 불을 붙여, 날려 보내지 않고 작동을 확인하는 시험입니다.
새 차를 사면 곧바로 고속도로에 올리지 않고, 주차장에 세워 둔 채 시동을 걸어 엔진 소리와 계기판을 먼저 살펴봅니다. 정적 연소시험(Static Fire Test)은 로켓에 대해 이와 똑같은 일을 하는 절차입니다. 로켓을 발사대 위에 강한 고정 장치로 붙들어 맨 뒤, 실제 발사 때와 같은 연료를 넣고 엔진에 불을 붙입니다. 엔진은 온 힘을 다해 밀어내지만 로켓은 제자리에 그대로 서 있고,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불을 끕니다.
로켓이 날아가지 않는 이유는 발사대의 고정 장치(hold-down clamp)가 엔진이 만들어내는 추력보다 더 큰 힘으로 기체를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상태에서 엔진이 내는 힘의 크기, 연료가 공급되는 흐름, 각 부품의 온도와 진동, 자세를 잡기 위해 엔진 노즐이 좌우로 기울어지는 동작 등이 모두 센서로 기록됩니다. 시험 시간은 몇 초에 그치기도 하고, 비행 시간 전체에 가깝게 길게 잡기도 합니다.
이 시험이 중요한 까닭은, 로켓에서 문제가 생기기 가장 쉬운 순간이 바로 엔진에 처음 불이 붙는 때이기 때문입니다. 배관이 새거나, 밸브가 늦게 열리거나, 연소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문제는 부품을 따로 놓고 검사해서는 잘 드러나지 않고 실제로 태워 봐야 보입니다. 발사 후 하늘에서 이런 문제가 나타나면 기체와 위성을 모두 잃지만, 지상에서 붙잡아 둔 채 발견하면 불을 끄고 고치면 됩니다. 시험 결과가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발사 일정을 미루고 원인을 찾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실제로 여러 발사체 운용 기관은 발사 며칠 전 같은 발사대에서 정적 연소시험을 치르는 절차를 표준으로 두고 있습니다. 한국의 누리호 역시 개발 과정에서 나로우주센터의 전용 연소시험 설비에서 엔진 단품 시험과 1단 기체 전체를 묶은 종합 연소시험을 거친 뒤에야 실제 발사에 나섰습니다. 재사용 발사체의 경우에는 이미 한 번 날았다 돌아온 1단을 다시 세워 놓고 연소시험을 해서, 그 기체를 또 쓸 수 있는지 판단하는 용도로도 활용합니다. 또 우주왕복선처럼 사람이 타는 기체나 대형 고체 부스터는 옆으로 눕힌 전용 시험대에 고정해 놓고 태우는 방식으로 같은 시험을 수행해 왔습니다.
함께 보기추력발사체액체연료 로켓엔진카운트다운재사용 발사체
입문위성·지구관측관측·천문현상
정지궤도
Geostationary Orbit (GEO)
위성이 지구가 도는 속도와 똑같이 돌아, 땅에서 보면 하늘 한 곳에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길입니다.
회전목마 위에 앉아 옆 사람을 바라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목마가 아무리 빠르게 돌아도 같은 목마에 탄 옆 사람은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정지궤도(Geostationary Orbit, GEO)에 있는 위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성은 사실 엄청난 속도로 지구 둘레를 돌고 있지만, 지구가 스스로 한 바퀴 도는 것과 정확히 발을 맞춰 돌기 때문에 땅 위에서 올려다보면 하늘의 한 지점에 붙박여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되려면 두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합니다. 첫째, 위성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지구가 스스로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과 같아야 합니다.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한 바퀴 도는 데 오래 걸리므로, 이 조건을 만족하는 높이는 딱 하나로 정해집니다. 둘째, 위성이 도는 면이 적도와 나란해야 하고 방향도 지구가 도는 방향과 같아야 합니다.
두 번째 조건이 빠지고 도는 시간만 맞으면 정지궤도가 아니라 '지구동기궤도(Geosynchronous Orbit)'라고 부릅니다. 이 경우 위성은 하루에 제자리로 돌아오기는 하지만, 하늘에서 보면 남북으로 8자를 그리며 움직입니다. 정지궤도는 지구동기궤도 중에서 적도 바로 위를 도는 특별한 경우인 셈입니다.
이 궤도가 쓸모 있는 이유는 지상 안테나를 한 방향으로 고정해 두어도 계속 통신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송·통신 위성이 이 궤도를 많이 씁니다. 기상위성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기상·해양 관측 위성인 천리안 위성들이 정지궤도에 올라가 있어서, 한반도와 주변 지역을 늘 같은 시야로 내려다보며 구름의 움직임을 짧은 간격으로 연속 촬영할 수 있습니다. 저궤도 위성이 지구를 빙빙 돌며 같은 지역을 하루 몇 번밖에 못 보는 것과 대비되는 장점입니다. 다만 자리가 적도 위 한 줄로 한정되어 있어 어느 경도에 위성을 놓을지는 국제적으로 조정해서 배정합니다.
T = 2\pi\sqrt{\dfrac{a^3}{GM}}
함께 보기지구동기궤도저궤도정지천이궤도궤도경사각케플러의 제3법칙
입문위성·지구관측유인우주·탐사
지구 저궤도
Low Earth Orbit (LEO)
지구에 가장 가까이 붙어 도는 길로, 인공위성과 우주정거장 대부분이 여기서 지구를 빠르게 돌고 있습니다.
운동장 트랙을 도는 모습을 떠올려 봅시다. 안쪽 레인을 도는 사람은 바깥 레인을 도는 사람보다 한 바퀴를 훨씬 빨리 끝냅니다. 지구 저궤도(Low Earth Orbit, LEO)는 지구 둘레를 도는 여러 레인 가운데 가장 안쪽에 해당합니다. 지구 표면에서 가장 가까운 이 길에서는 한 바퀴 도는 데 몇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하루에도 여러 번 지구를 돌게 됩니다.
지구 저궤도에 있는 물체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중력이 사라져서가 아닙니다. 이 높이에서도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은 지상과 크게 다르지 않게 작용합니다. 다만 옆 방향으로 아주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서, 아래로 떨어지는 만큼 지구 표면이 둥글게 휘어 멀어집니다. 결과적으로 계속 떨어지면서도 영원히 땅에 닿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데, 이것이 궤도 운동입니다. 안에 탄 사람이 둥둥 뜨는 것도 중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주선과 사람이 함께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쪽 레인일수록 빠르게 돌아야 한다는 점은 수식으로도 확인됩니다. 궤도 반지름이 작을수록 필요한 속도는 커집니다. 대신 지구와 가깝기 때문에 여기까지 물체를 올리는 데 드는 연료가 상대적으로 적고, 지상과 신호를 주고받을 때 걸리는 시간도 짧습니다. 반면 아주 옅게나마 남아 있는 공기가 물체를 계속 붙잡아 속도를 조금씩 깎아내리기 때문에, 오래 머물려면 이따금 엔진을 켜서 고도를 다시 끌어올려야 합니다. 임무를 마친 위성이 결국 대기권으로 내려와 타 없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실제로 사람이 상주하는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 ISS)과 중국의 톈궁(Tiangong) 정거장이 모두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습니다. 지구를 촘촘히 찍는 지구관측위성, 허블 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 그리고 스타링크(Starlink)처럼 수많은 소형 위성을 촘촘히 배치해 인터넷을 제공하는 위성군도 이 영역을 사용합니다. 특히 허블은 저궤도에 있었기에 우주왕복선이 직접 찾아가 부품을 교체하고 수리하는 일이 가능했는데, 이는 더 먼 궤도의 망원경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방식입니다.
v = \sqrt{\frac{GM}{r}}
함께 보기궤도 속도정지궤도무중력(미소중력)대기 항력국제우주정거장
입문위성·지구관측관측·천문현상
지상국
Ground Station
우주에 떠 있는 물체와 전파를 주고받기 위해 땅 위에 세운 안테나 시설.
지상국(Ground Station)은 하늘에 떠 있는 기계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땅에 세운 '전화기'입니다. 우주로 올라간 인공위성이나 탐사선은 스스로 지구에 내려올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찍은 사진과 측정한 값을 전파에 실어 보냅니다. 그 전파를 받아내고, 반대로 "이제 카메라를 켜라" 같은 지시를 올려보내는 곳이 바로 지상국입니다. 흔히 사진에서 보는 거대한 접시 모양 안테나가 지상국의 대표적인 모습입니다.
지상국이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내려받기로, 위성이 보낸 관측 자료를 받는 일입니다. 둘째는 올려보내기로, 위성의 자세를 바꾸거나 소프트웨어를 고치는 명령을 전송하는 일입니다. 셋째는 위치 확인으로, 전파가 오가는 데 걸린 시간과 주파수의 미세한 변화를 재서 그 물체가 지금 어디에 있고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 계산합니다.
지상국이 아무 때나 위성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파는 대체로 직선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위성이 그 지상국의 지평선 위로 올라와 있는 동안에만 연결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연결이 유지되는 시간을 '가시 시간' 또는 '패스(pass)'라고 부르며, 지구 가까이를 도는 위성의 경우 한 번 지나갈 때 짧게만 열립니다. 그래서 여러 나라 여러 대륙에 지상국을 흩어 놓고 릴레이하듯 이어받아, 끊김 없이 위성을 따라갑니다. 또 거리가 멀어질수록 전파는 약해지므로, 먼 곳의 탐사선을 상대하려면 접시가 더 크고 주변 전파 잡음이 적은 조용한 곳에 지상국을 둡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화성이나 태양계 바깥으로 나간 탐사선과의 통신은 지구 곳곳에 경도를 크게 벌려 배치한 대형 안테나망이 담당합니다. 지구가 자전해 한 안테나가 탐사선을 놓치면 다른 대륙의 안테나가 곧바로 이어받는 구조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전의 위성운영 시설과 남극 세종기지 인근의 안테나를 함께 활용해 지구관측 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받아 처리합니다. 발사 직후에도 지상국의 역할은 결정적인데, 로켓이 예정된 궤도에 제대로 들어갔는지, 위성이 태양전지판을 펼치고 정상적으로 깨어났는지를 확인하는 첫 신호를 받아내는 곳이 바로 지상국이기 때문입니다.
함께 보기원격측정궤도안테나저궤도심우주통신망
입문천문·천체물리행성과학·태양계
천문단위
Astronomical Unit (AU)
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를 1로 삼아 정한 길이 단위로, 태양계 안의 거리를 재는 데 쓴다.
방 안의 물건을 잴 때는 센티미터를 쓰고, 도시 사이의 거리를 잴 때는 킬로미터를 씁니다. 그런데 태양계는 너무 넓어서 킬로미터로 적으면 0이 줄줄이 붙어 한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아예 자의 눈금 자체를 크게 만들었습니다.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를 '1'로 정해 놓고, 다른 천체까지의 거리를 그 몇 배인지로 말하는 것입니다. 이 눈금이 바로 천문단위(Astronomical Unit, AU)입니다.
1 AU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에 해당합니다. '평균'이라는 말이 붙는 이유는 지구의 공전 궤도가 완벽한 원이 아니라 살짝 찌그러진 타원이어서, 태양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때와 조금 더 멀어지는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1 AU는 이런 관측값에 매이지 않고 국제적으로 합의된 고정된 미터 값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즉 지구 궤도가 조금씩 변하더라도 1 AU라는 길이 자체는 변하지 않는 상수입니다.
천문단위가 편리한 이유는 숫자가 직관적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천체가 태양에서 몇 AU 떨어져 있다고 하면, 그것이 지구보다 태양에 가까운지 먼지가 곧바로 드러납니다. 태양 빛의 세기나 표면 온도, 궤도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 같은 값들도 태양으로부터의 거리와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AU로 표현하면 서로 다른 천체를 비교하기가 쉬워집니다.
다만 천문단위는 태양계 규모에 맞춘 눈금입니다. 태양계를 벗어나 다른 별까지의 거리를 재려면 AU로도 숫자가 너무 커져서,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인 광년(light-year)이나 시차를 이용해 정의한 파섹(parsec) 같은 더 큰 단위를 씁니다. 단위를 상황에 맞게 갈아 끼우는 셈입니다.
실제 우주 미션에서 천문단위는 임무 설계의 기본 언어로 쓰입니다. 태양 가까이 접근하는 탐사선의 근접 거리, 화성이나 목성으로 향하는 탐사선의 비행 경로, 태양계 바깥으로 나아가는 탐사선이 현재까지 도달한 거리는 모두 AU로 표기됩니다. 특히 탐사선과 지구 사이의 통신을 계획할 때 이 거리가 결정적인데, 전파도 빛의 속도로 움직이므로 거리가 멀어질수록 명령을 보내고 응답을 받기까지의 지연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또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얻는 탐사선은 태양에서 멀어질수록 받을 수 있는 빛이 급격히 줄어들어, 몇 AU 밖까지 가는 임무인지에 따라 태양전지를 쓸지 다른 전원을 쓸지가 갈립니다. 외계행성 관측에서도 발견된 행성이 자기 별로부터 몇 AU 거리에 있는지를 따져, 그 행성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온도 범위에 드는지를 판단합니다.
함께 보기광년파섹공전 궤도생명체 거주가능 영역태양계
입문발사체·로켓유인우주·탐사
카운트다운 홀드
Countdown Hold
발사 준비 시계를 잠시 멈추고, 문제를 확인하거나 조건이 맞을 때까지 기다리는 일을 말합니다.
발사장에서는 발사 시각까지 남은 시간을 거꾸로 세는 시계가 돌아갑니다. 이 시계를 잠시 멈추는 것이 카운트다운 홀드(countdown hold)입니다. 시험이 예정보다 오래 걸릴 때 감독관이 스톱워치를 눌러 세워두는 것과 비슷합니다. 시계가 멈춘 동안에도 준비 작업은 계속되며, 문제가 풀리면 멈췄던 지점에서 시계를 다시 돌립니다.
홀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처음부터 일정표에 넣어둔 계획된 홀드입니다. 발사 절차는 연료 주입, 점검 항목 확인, 관제팀의 최종 승인처럼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일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래서 미리 여유 시간을 시계 안에 넣어두고, 모든 준비가 예정보다 빨리 끝나면 남은 여유를 그대로 흘려보내는 대신 시계를 세워둔 채 정해진 발사 순간을 기다립니다. 이 방식 덕분에 앞 단계에서 생긴 작은 지연이 발사 시각 전체를 밀어내지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예상치 못한 비계획 홀드입니다. 로켓의 밸브 하나가 신호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거나, 지상 장비의 수치가 허용 범위를 벗어나거나, 발사장 상공에 번개 위험이 있거나, 바다에 배 한 척이 들어와 있는 경우입니다. 관제실의 담당자는 누구든 자기 담당 항목에 이상이 있으면 홀드를 요청할 수 있고, 발사 책임자가 이를 받아들이면 시계가 멈춥니다.
홀드가 항상 발사 취소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원인이 금방 해결되면 시계를 다시 돌려 그날 발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날 로켓을 쏠 수 있는 시간대(발사 윈도)는 목표 궤도나 목적지의 위치 때문에 정해져 있어서, 홀드가 길어져 그 시간대를 넘기면 발사는 다음 기회로 미뤄집니다. 이렇게 미루는 것은 **스크럽(scrub)**이라고 따로 부릅니다.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향하는 유인 우주선 발사는 정거장이 발사장 상공을 지나가는 짧은 순간에 맞춰야 해서, 계획된 홀드에서 시계를 세워둔 채 그 순간을 기다리다가 정확히 재개합니다. 반대로 우주왕복선 시절에는 발사 몇 초 전 엔진이 점화된 뒤 컴퓨터가 이상을 감지해 스스로 중단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고, 화성 탐사선처럼 지구와 화성의 위치가 맞는 시기에만 떠날 수 있는 임무에서는 홀드가 길어질 경우의 부담이 훨씬 큽니다.
함께 보기발사 윈도스크럽T-마이너스발사 관제 센터터미널 카운트
입문위성·지구관측
큐브위성
CubeSat
정해진 크기의 작은 상자 모양 규격에 맞춰 만드는 소형 인공위성입니다.
개념
큐브위성(CubeSat)은 레고 블록처럼 규격이 정해진 작은 인공위성입니다. 집을 지을 때 벽돌 크기가 표준화되어 있으면 누구나 쉽게 쌓을 수 있듯이, 위성도 크기와 모양을 미리 약속해 두면 만들기도 쉽고 로켓에 싣기도 쉬워집니다. 큐브위성은 바로 그 "표준 벽돌" 역할을 하는 위성입니다.
규격과 구조
큐브위성의 기본 단위는 한 변이 10cm인 정육면체이며, 이를 **1U(유닛)**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U는 단위를 뜻하는 영어 단어 유닛(Unit)의 첫 글자입니다. 이 정육면체를 길게 이어 붙여 2U, 3U, 6U, 12U처럼 크기를 키울 수 있습니다. 목적에 맞게 블록을 더하거나 빼는 방식이라, 카메라 하나만 싣는 작은 위성부터 여러 장비를 함께 싣는 위성까지 같은 규격 안에서 설계할 수 있습니다.
크기가 작으니 무게도 가볍고, 그만큼 만드는 비용과 발사 비용이 줄어듭니다. 부품도 일반 전자제품에 쓰이는 것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작다는 것은 태양전지판 면적이 좁아 전기를 많이 만들지 못하고, 안테나도 작아 지상과 주고받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제한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궤도를 크게 바꿀 만한 추진 장치를 넣기도 어렵습니다.
어떻게 발사되나
큐브위성은 대부분 부탑재체로 발사됩니다. 큰 위성을 실어 나르는 로켓의 남는 공간에 함께 타는 방식입니다. 전용 로켓을 빌리는 대신 빈자리에 얹어 가기 때문에 비용이 크게 낮아집니다. 로켓에 실을 때는 스프링이 든 사각 통 모양의 사출 장치에 넣어 두었다가, 목표 지점에서 뚜껑이 열리며 위성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우주 공간에 풀어 놓습니다. 국제우주정거장까지 화물선으로 운반한 뒤 정거장의 로봇팔로 내보내는 방법도 쓰입니다.
실제 활용
큐브위성은 원래 대학의 우주공학 교육용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실제 과학 임무와 상업 서비스에 두루 쓰입니다. 여러 대의 큐브위성을 무리(군집)로 띄워 지구 표면을 자주 촬영하는 지구관측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위성 한 대가 같은 지역 위를 다시 지나가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여러 대를 궤도에 나눠 배치하면 훨씬 자주 관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기의 온도와 수증기를 측정하는 기상 관측, 선박이나 사물인터넷 기기가 보내는 신호를 우주에서 받아 전달하는 통신 중계에도 활용됩니다. 새로 개발한 부품이나 기술을 우주 환경에서 먼저 시험해 보는 기술 검증 용도로도 자주 쓰입니다. 큰 위성에 바로 적용하기 전에 저렴한 큐브위성으로 실제 우주에서 작동하는지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달 궤도나 화성 방향으로 향하는 탐사선에 함께 실려 지구 밖 임무에 참여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대학과 연구기관이 큐브위성을 개발해 국내 발사체와 해외 발사체를 통해 궤도에 올린 바 있습니다.
함께 보기인공위성저궤도발사체부탑재체군집위성
입문천문·천체물리발사체·로켓
탈출속도
Escape Velocity
천체의 중력을 완전히 벗어나 다시 떨어지지 않으려면 최소한 얼마나 빨리 던져져야 하는가를 나타내는 속도.
공을 하늘로 던지면 다시 손으로 떨어집니다. 더 세게 던질수록 더 높이 올라가지만, 결국은 돌아옵니다. 그런데 상상 속에서 계속 더 세게 던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공이 영영 돌아오지 않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 경계가 되는 속도가 바로 탈출속도(escape velocity)입니다. 땅이 잡아당기는 힘을 완전히 이겨내고 멀어지기만 하는 최소한의 빠르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탈출속도는 물체가 가진 운동에너지가 그 천체의 중력에 붙잡혀 있는 정도(중력 퍼텐셜 에너지)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순간의 속도입니다. 이보다 느리면 물체는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떨어지거나 천체 주위를 도는 궤도에 갇힙니다. 이보다 빠르면 아무리 멀어져도 속도가 완전히 0이 되지 않고 계속 멀어집니다.
탈출속도는 천체의 질량이 클수록 커지고, 출발하는 지점이 천체 중심에서 멀수록 작아집니다. 즉 무겁고 작은 천체일수록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값이 물체 자체의 질량과는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무거운 우주선이든 작은 돌멩이든 필요한 속도는 같습니다. 또 방향도 상관이 없습니다 — 천체 표면에 부딪히지만 않는다면 어느 쪽으로 향하든 같은 속력이면 탈출합니다.
다만 실제 로켓은 이 속도를 한 번에 내지 않습니다. 공기 저항이 있고, 엔진을 여러 번 나눠서 켜는 편이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먼저 지구 주위를 도는 궤도에 올라간 뒤, 그 궤도에서 다시 엔진을 점화해 탈출에 필요한 속도를 채웁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화성이나 목성처럼 지구 밖으로 나가는 탐사선은 모두 지구의 탈출속도를 넘겨야 하고, 이를 위해 다른 행성 곁을 스쳐 지나며 속도를 얻는 중력도움(gravity assist) 기법을 자주 씁니다. 반대로 달은 탈출속도가 지구보다 훨씬 작아서, 아폴로 계획의 달 착륙선은 지구에서 쓴 것과 비교할 수 없이 작은 엔진만으로 달 표면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탈출속도가 작다는 것은 대기를 붙잡아 두기도 어렵다는 뜻이어서, 달이나 수성에 사실상 대기가 없는 이유도 여기서 설명됩니다. 극단적인 경우가 블랙홀로, 탈출속도가 빛의 속도를 넘어서기 때문에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v_e = \sqrt{\dfrac{2GM}{r}}
함께 보기중력궤도속도중력도움제1우주속도사건의 지평선
입문발사체·로켓위성·지구관측
탑재 능력
Payload Capacity
로켓이 목표한 궤도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짐의 최대 무게를 뜻하는 값입니다.
쉽게 이해하기
엘리베이터에는 "정원 15명, 최대 1,000kg"처럼 실을 수 있는 무게가 적혀 있습니다. 이 한계를 넘으면 엘리베이터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로켓에도 똑같은 한계가 있습니다. 로켓이 스스로의 몸체와 연료를 뺀 뒤, 목적지까지 실어 올릴 수 있는 짐의 최대 무게 — 이것이 탑재 능력(Payload Capacity)입니다.
여기서 '짐'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탑재체(payload)입니다. 인공위성, 우주 망원경, 우주정거장에 보낼 보급품, 사람이 탄 우주선 모두가 탑재체가 됩니다. 로켓 자체의 구조물과 연료는 짐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짐을 옮기기 위한 '차량'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목적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탑재 능력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하나의 로켓에 하나의 숫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같은 로켓이라도 짐을 어디까지 보내느냐에 따라 실을 수 있는 무게가 달라집니다.
지구에서 가까운 낮은 궤도까지만 올린다면 비교적 무거운 짐을 실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훨씬 높은 궤도, 또는 달이나 화성처럼 지구 중력을 완전히 벗어나야 하는 목적지로 보낸다면 그만큼 속도를 더 붙여야 하고, 속도를 더 붙이려면 연료를 더 써야 합니다. 연료가 늘어난 만큼 짐의 몫은 줄어듭니다. 그래서 로켓 제원표에는 보통 "저궤도 기준 ○○톤, 정지천이궤도 기준 ○○톤"처럼 목적지별로 여러 값이 나란히 적혀 있습니다. 목적지가 멀수록 숫자는 작아집니다.
로켓이 얼마나 큰 속도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는 아래 관계식으로 설명됩니다. 로켓의 초기 질량과 연료를 다 쓴 뒤의 질량 비율이 클수록 더 큰 속도 변화를 얻습니다. 짐을 무겁게 실으면 이 비율이 나빠지고, 그만큼 도달할 수 있는 궤도가 낮아집니다.
발사장 위치와 발사 조건도 영향을 줍니다
같은 로켓이라도 어느 발사장에서 어느 방향으로 쏘느냐에 따라 탑재 능력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지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하고 있어서, 동쪽으로 발사하면 지구의 회전 속도를 공짜로 얻어 갑니다. 이 효과는 적도에 가까운 발사장일수록 큽니다. 또 최근처럼 1단 로켓을 회수해 재사용하는 경우, 착륙에 필요한 연료를 남겨두어야 하므로 그만큼 실을 수 있는 짐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같은 로켓도 "회수 비행"과 "소모 비행"의 탑재 능력이 따로 표기됩니다.
실제 우주 미션에서
탑재 능력은 미션 설계의 출발점입니다. 위성을 만드는 쪽은 "이 로켓에 실리려면 몇 kg 안에 들어가야 하는가"를 먼저 정하고 설계에 들어갑니다. 무게 한계 때문에 관측 장비를 줄이거나, 연료 탱크를 작게 만들거나, 접이식 구조를 채택하는 결정이 나옵니다. 대형 우주 망원경이 발사할 때는 접혀 있다가 궤도에서 펼쳐지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로켓 앞머리의 공간과 무게 한계 안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주정거장 보급 임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무게가 정해져 있으므로, 식량·실험 장비·부품 중 무엇을 이번에 보내고 무엇을 다음으로 미룰지 우선순위를 정합니다. 또 위성 하나로 탑재 능력을 다 채우지 못할 때는 여러 위성을 한 로켓에 함께 실어 발사 비용을 나누기도 합니다. 작은 위성들이 큰 위성과 함께 우주로 올라가는 '공유 발사'가 이렇게 성립합니다. 반대로 탐사선을 아주 먼 목적지로 보낼 때는, 탑재 능력이 부족해 다른 행성 옆을 스쳐 지나며 속도를 얻는 방식으로 부족분을 메우는 궤도를 설계하기도 합니다.
\Delta v = v_e \ln \frac{m_0}{m_f}
함께 보기탑재체저궤도정지천이궤도치올콥스키 로켓 방정식재사용 발사체
입문발사체·로켓위성·지구관측
페어링
Payload Fairing
로켓 맨 앞에 씌우는 뾰족한 껍데기로, 실려 가는 짐을 감싸 보호하다가 하늘 높이 올라가면 벗겨져 떨어집니다.
달걀을 택배로 보낼 때 그냥 상자에 넣지 않고, 완충재로 감싼 뒤 단단한 겉포장을 씌웁니다. 페어링(Payload Fairing)은 로켓판 겉포장입니다. 로켓 맨 꼭대기, 뾰족한 원뿔 모양의 그 부분이 페어링이고, 그 안에 인공위성이나 우주 탐사선처럼 실제로 우주로 보내려는 짐이 들어 있습니다. 짐을 목적지 근처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준 뒤에는 필요가 없어지므로, 두 쪽으로 쪼개져 떨어져 나갑니다.
페어링이 막아 주는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공기입니다. 로켓은 발사 직후 대기 속을 아주 빠르게 뚫고 올라가는데, 이때 앞면이 받는 공기의 힘과 마찰열은 얇은 태양전지판이나 정밀한 관측 장비가 그대로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뾰족한 원뿔 형태는 공기를 옆으로 흘려보내 저항을 줄이는 역할도 합니다. 둘째는 소음과 진동입니다. 엔진이 내는 소리는 그 자체로 장비를 흔들어 망가뜨릴 만큼 강해서, 페어링 안쪽에는 이를 흡수하는 재료를 덧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상에서 로켓에 실을 때부터 먼지나 습기를 막아 주는 청정 공간 역할도 합니다.
페어링은 대기가 충분히 옅어지는 고도에 도달하면 분리됩니다. 더 이상 공기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없는데 무거운 껍데기를 계속 지고 올라가면, 그만큼 연료를 낭비하고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짐의 무게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분리는 보통 미리 정해진 이음매를 따라 화약이나 압축가스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조각이 흔들려 안쪽 짐을 건드리지 않도록 바깥쪽으로 벌어지며 떨어져 나갑니다. 이 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짐이 갇힌 채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임무 실패로 이어집니다.
페어링의 크기는 그 로켓이 무엇을 실어 나를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조건이 됩니다. 큰 우주망원경이나 대형 통신위성은 지름이 커서, 페어링 안에 들어가도록 반사경이나 안테나를 접었다가 우주에서 펼치는 구조로 설계하는 일이 흔합니다. 접는 설계 자체가 페어링 지름에 맞추려는 선택인 셈입니다. 반대로 여러 개의 작은 위성을 한 번에 올리는 경우에는, 페어링 안에 위성들을 층층이 쌓거나 원형으로 배치한 뒤 분리 후 차례로 사출합니다. 최근에는 바다로 떨어진 페어링을 배로 건져 세척·점검한 뒤 다시 쓰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페어링이 로켓에서 값이 나가는 부품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함께 보기탑재체다단 로켓단 분리최대 동압저궤도
입문행성과학·태양계관측·천문현상
표본 회수
Sample Return
다른 천체의 흙이나 돌, 기체를 담아 지구로 가져오는 방식의 우주 탐사를 말합니다.
먼 곳의 물건을 사진으로만 보는 것과, 직접 손에 들고 살펴보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표본 회수(Sample Return)는 후자에 해당합니다. 탐사선이 달이나 소행성, 행성에 다가가 그곳의 흙과 돌을 조금 담은 뒤, 그 시료를 지구까지 실어 오는 것입니다. 배달원이 물건을 받아 집까지 가져다주는 일과 비슷합니다.
왜 굳이 가져오려 할까요. 탐사선에 실을 수 있는 분석 장비는 무게와 전력의 제한을 받기 때문에 그 종류와 정밀도가 제한적입니다. 반면 지구의 실험실에는 방 하나를 채울 만큼 큰 장비들이 있고, 시료를 아주 얇게 잘라 보거나 원자 단위로 성분비를 재는 일도 가능합니다. 또 한 번 가져온 시료는 사라지지 않고 보관되므로, 앞으로 더 좋은 장비가 개발되면 같은 시료를 다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수십 년 전에 가져온 시료를 최신 기법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연구가 계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만 과정이 까다롭습니다. 목표 천체까지 가서 표면에 접근하고, 시료를 담고, 다시 그곳을 떠나 지구로 돌아온 뒤, 대기권을 통과하는 뜨거운 낙하를 견디고 무사히 착륙해야 합니다. 단계가 하나라도 어긋나면 시료를 잃습니다. 여기에 더해 오염을 막는 일이 중요합니다. 지구의 미생물이나 먼지가 시료에 섞여 들어가면 그것이 원래 그 천체에 있던 물질인지 지구에서 묻은 것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채취 용기는 밀봉되고, 회수된 시료는 외부 공기와 차단된 특수 시설에서 개봉·보관됩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아폴로(Apollo) 계획의 우주비행사들이 달 표면에서 직접 채취해 온 암석과 흙이 대표적인 표본 회수 결과물이며, 이 시료들은 달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논의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사람이 가지 않는 무인 방식도 있습니다. 일본의 하야부사(Hayabusa) 탐사선들은 소행성에 접근해 표면 물질을 채취한 뒤 캡슐만 지구로 떨어뜨렸고, 미국의 오시리스-렉스(OSIRIS-REx)도 소행성 시료를 담아 귀환했습니다. 중국의 창어(Chang'e) 탐사선은 달의 흙을 무인으로 가져왔습니다. 소행성 시료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소행성이 태양계가 만들어지던 초기의 물질을 크게 바뀌지 않은 채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한편 화성의 흙을 지구로 가져오려는 계획은 여러 나라에서 논의되어 왔으나, 화성에서 다시 이륙해야 한다는 어려움 때문에 아직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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